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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화장실에 변기가 없어요

화장실에 갔더니 이게 웬걸?
변기가 하나도 없었다.

커다란 사고다!

급하게 뛰어 들어간 화장실에 변기가 없다니,

큰일 났다!!!




앗! 그런데, 아뿔싸!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었다.
급한 김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 들어간 것이다.

여자 화장실 뒤로 남자 화장실 표시가 보인다. 역시 파란색이다.


아니 확인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멀리서부터 화장실 간판을 확인하며 뛰었다

보통 남자 화장실은 파란색, 여자 화장실은 빨간색.

나는 나의 상식을 믿었고, 상식에 익숙한 나의 두 눈동자는 정확하게 파란색과
사람 표식을 확인했다.
간판에 그려진 사람 그림도 분명 남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의 상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다행히 여자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서둘러 뛰어나온 나는 다시 한 번 상식을 가다듬고
내가 가야할 진정한 길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고장 난 상식을 탓할 사이도 없이
서둘러 바로 옆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로 빨려 들어갔다.

시원하고 여유로운 몸과 마음이 되어 돌아온 나는
그제야 화장실 입구를 차분히 훑어보았다.

아, 자세히 보니 사람 모양이 조금 다르구나. 옷이 틀리네. Women과 Men도 틀리고.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나는 탄식했다.

아! 이럴 수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은 색깔이 똑같았다.
평소 남자는 파랑, 여자는 빨강으로 저장돼 있던
내 상식은 여기에선 상식이 아니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평등하게 파랑이었다.

남녀평등을 실천하고 있는 곳은 마산공설운동장이었다.
역시 운동 하는 곳이라 스포맨십이 대단하다.
남자나 여자나 차별 없이 평등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지만,

남녀가 유별한 곳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급할 때 구별은 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감히 여쭙는 바이옵니다.”

마산공설운동장 주경기장 내 마산문화원 안쪽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잠시 후, 그곳에서 나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황급히 나오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의 상식은 나와는 또 다른 모양으로 고장이 났어나 보다.

그리고 나는 내 상식이 그다지 외롭지 않다는 걸 느끼며 위안을 받았다.  
 
 
2008. 12. 15.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