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바뀌었다.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바뀌었다. 드라마 얘기지만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간혹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황금빛내인생 21회, 벌써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서지안이 가짜 딸이라는 것이 들통나고 서지안의 부모는 서지수(실제는 최은석)의 친부모에게 무릎 꿇고 눈물로 사죄하지만 분노한 지수의 부모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서지안의 엄마는 왜 서지수가 아니고 서지안을 최은석이라고 속였을까? 드라마를 본 이라면 주지하듯이 서지안의 부모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진실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누가 은석이냐고 다그치는 은석의 엄마 앞에 당황한 서지안의 엄마는 서지안을 지목했다.
순간적인,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빚어진 실수였을까? 75분의 1초의 지극히 짧은 시간에도 엄마는 결코 착오를 일으키지 않는다. 세상에 엄마만큼 완벽한 아가페가 존재할까. 서지안의 엄마는 지안과 지수를 똑같이 쌍둥이로 사랑한다. 그러면 왜?
왜 그랬을까? 엄마는 알았던 것이다. 지수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행복을 찾을 줄 알았던 반면 지안은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머리 좋은 지안은 늘 현실에 불만족했으며 언젠가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안쓰러웠던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지안이에요!” 하고 외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식이 바뀐 것이다. 반대로 지안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바뀌었다. 며칠의 고만이 따랐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지안은 새로 생긴, 정확히 말하면 원래의 부모 곁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당연히 이 결정에는 명분이 있었다. 부잣집 딸로 들어가 신데렐라가 되는 이기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명분... 벌써 몇 회나 지났으므로 그 명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안은 어떤 명분을 찾아 28년 동안 키워준 부모 곁을 떠나 새로운 부모 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 21회 마지막 장면에서 서지안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선택한다. 물론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 죽게 되면 50부작 드라마는 이어질 수가 없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21회까지 오는 동안 줄곧 그녀가 가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불안에 떨며 언제 진실이 드러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지안이 가짜 딸이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한편 지수가 진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도 있었지만.
왜 그랬을까?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그런 꿈을 한번쯤은 꾸어봤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뀌는 꿈. 부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꿈에서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신데렐라가 되는 것보다 돈 많고 멋진 진짜 부모가 나타난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나는 드라마들이 유독 출생의 비밀에 집착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대중적인 정서를 간파한 상업적 판단에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이루지 못한 꿈인 것이다. 드라마가 그걸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드라마 속에서 꿈은 이루어지고 평안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 기억의 한 편린일 뿐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처럼 윤리에 어긋나는 꿈 따위는 꾸지도 않았겠고 당연하게도 기억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하지만 지안은 너무 힘들었고 그때 진짜로 부모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그녀는 오늘 죽었다. 그녀에게 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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