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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책 좀 읽자

거서기 화법이란 게 있다. 저기 거서기가 거석해서 그러는데 거석 좀 해주라. 고백하자면 나도 가끔 이런 화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화법이 생기는가. 어휘가 부족해서다. 아는 단어가 별로 없으니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는 거서기는 아니라도 똑같은 단어 몇 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돌려쓰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역시 어휘가 부족한 경우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지루하고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이 친구가 특정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하는지 속으로 세어보기까지 한다.

 

요즘 텔레마케팅 요원으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데 그들이 쓰는 말에도 이런 경향은 나타난다. 특히 부분이란 말을 많이 쓰는 것이다.

 

저 고객님께서는 ……하신 부분이셔서요, ……하실 수 있는 부분이신데요. 이번에 저희들이 특별히 ……해드리고자 하는 부분이세요. ……

 

은행창구에 갔을 때도 가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직원을 만난다. 그럴 때면 이 부분이란 단어에 신경이 쓰여서 다른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 부분이란 대체 어떤 부분일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런 사정을 알기나 할까. 얼마 전 우리 딸과 이런 대화가 있었다.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그때는 딸아이의 회심의 일격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금 곰곰 생각해보니 결론은 역시 책 안 읽으면 박근혜처럼 된다는 것이다. 거서기 화법에 대응하여 박근혜 화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화법이라고 부르겠다.

 

그녀의 말을 잘 뜯어보면 군데군데 이렇게 혹은 저렇게, 가 많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밝힌 바처럼 어휘가 부족해서다.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능이 낮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가 어휘가 턱없이 부족하며 그래서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을 읽는다고 그녀의 결점이 어느 정도나 해소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휘력 기르기에는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책 좀 읽자. 물론 나부터.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