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가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몇 년 전 아들놈이 비슷한 이유와 일정으로 서울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몹시 서운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뭔가가 가슴속으로부터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이렇게 해서 또 한 세상이 가는구나,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내미는 신이 나서 말한다.
“아빠, 아빠, 지하철 타봤나?”
“음, 당연하지.”
“그런데 서울은 지하철 없으면 엄청 불편하겠더라.”
“그렇겠지.”
“그런데 우리 마산이나 창원에는 지하철 있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
“왜?”
“지하철은 타보니까 엄청 멀리 가던걸. 이 정거장에서 저 정거장까지 거리가 굉장히 멀어. 그런데 그게 여기 있어봐. 소용이 있겠어? 여긴 너무 좁잖아.”
“아, 그렇구나. 맞아, 그래. 여기 시내버스는 정류장 간격이 대개 좁은데 지하철이 그렇게 서다가다 했다간 진이 다 빠지겠네.”
“맞아. 지하철 있어봐야 어차피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구. 시내버스처럼 여기저기 다 설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창원이 통합돼서 서울보다 면적이 크다고들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게 아니구나. 서울은 그 넓은 땅에 사람과 빌딩들이 가득 차 있는 거고, 여긴 아니지. 사람 많은 곳만 많고 대부분의 땅은 비어 있잖아. 그러니 더더욱 소용이 없겠군. 나는 짓는데 돈 많이 들고 나중에 돈도 되지 않을 거란 생각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막상 지하철이든 도시철도든 만들어도 크게 쓰임새가 없겠어.”
확실히 아이들의 눈이 세심하다. 물론 작은 철도 만들어서 시내버스처럼 구석구석 다 세우고 손님들 태울 수 있는 기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든지 이 순간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딸내미의 섬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50이란 숫자를 논하기도 싫지만, 이제 나도 서서히 늙어간다. 한때는 꽤 관찰력 있다는 소리 들었는데. ㅠㅠ
'세상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두리 아빠 차범근, 영화배우였다고? (1) | 2015.01.27 |
---|---|
싱싱한 고등어 두 마리에 15,000원 (0) | 2015.01.19 |
기형도를 읽으며 (0) | 2014.11.27 |
그리스인과 키스 (0) | 2014.11.23 |
1100원 하는 시내버스비 3300원 낸 사연 (1) | 2014.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