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이렇다. 우리 동네에서 진해 석동 쪽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려면 갈등을 겪어야만 한다. 약 3~40미터를 사이에 두고 시내버스 승강장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에는 860번이 선다. 그리고 저쪽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에는 163번과 164번이 선다. 원래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은 없었다. 지금도 맞은편에는 따로 승강장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산연세병원 쪽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생기면서 버스노선들이 두 개로 나누어졌다. 반은 저쪽 원래부터 있던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에 서고 반은 이쪽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에 서는 것이다.
다른 노선도 마찬가지지만, 진해에 자주 가는 나는 늘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고민에 휩싸인다. 여기에 줄을 설까 저쪽에 줄을 설까 갈등하는 것이다. 이쪽에 서니 저쪽에 시내버스가 먼저 올 것 같고, 저쪽에 서자니 이쪽이 아쉬운 것이다.
엊그제도 그랬다. 이쪽저쪽을 저울질하던 나는 마산연세병원에 줄을 서기로 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창원시내버스교통안내 앱을 열어 확인해본 결과 아뿔싸, 860번은 조금 전 이 승강장을 지나 현재 어시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노선을 수정해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을 향해 뛰어가는데(860번 한번 가고 나면 보통 2, 30분 지나야 온다) 헉, 164번이 쌩 하고 달려오더니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에 서는 것이다.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여 뭣이 빠져라 뛰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164번은 떠나고. 그런데 그 뒤를 이어 107번이 왔던 것.
순간, 돌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돌리는 나. 107번이면 최소한 창원 양곡동까지는 164번과 노선이 같다, 그러면 혹여 107번이 164번을 추월할 수도 있고, 그러면 나는 164번으로 환승해서 진해 석동까지 무사히 갈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107번을 타게 됐던 것이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예상 혹은 희망은 적중했다. 107번이 164번을 추월했던 것이다. 나는 164번을 놓칠세라 잽싸게 내리면서 교통카드를 찍었다. 헐, 그런데 이게 보통 환승을 위해 하차하면서 교통카드를 기기에 대면 “하차입니다” 하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 “감사합니다” 하는 것이다. 교통카드마다 승차 시 멘트가 제각각인데 어떤 카드는 “안녕하십니까?” 하지만 내 교통카드는 “감사합니다”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고는 1100원이 홀랑 인출되는 것이 붉은 글씨로 찍히는 걸 봤지만, 164번은 타야겠고…… 부리나케 뛰어가서 164번에 올라탔는데 교통카드를 찍으니 “환승입니다” 대신에 “감사합니다‘ 하면서 다시 붉은 글씨로 1100원 인출!
그렇게 해서 1100원이면 시내버스 타고 갈 것을 3300원 내게 됐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페북 탐라에 올렸더니 “택시 타고 가지” 하는 분도 있고, “2200원 길바닥에 꼴아박았군” 하는 분도 있고, “먼 말인지 모르겄어” 하는 분도 계셨는데……,
어쨌거나 기계 너무 믿지 말고,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말고 돌아가라는 옛말 되새기며 차분히 살자는 의미에서 여기에다 다시 두서없지만 올린다.
그러고 제발 창원시에 부탁. 시내버스 승강장 그거 다시 통합 좀 해주시오. 쓸데없이 창원-마산-진해는 통합시켜 분란만 일으키면서 이런 거는 왜 통합 안 시키고 분리시켜서 사람 고생시키는 거요? 대체 이유가 뭡니까? 연세병원 앞에 시내버스 승강장 없었어도 아무 불편 없었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이게 무학이 인수하고 나서 생긴 거 같은데),
이왕 일은 벌어진 거, 내 절충안 하나 내지요. 마산연세병원과 제일여고입구 시내버스 승강장의 딱 중간에 통합시내버스 승강장 만들면 어떨까요? 통합 좋아하시잖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만 횡설수설 끝. 하지만 불우한 시민의 고충을 단지 횡설수설로만 듣지 마시길 다시 한 번. ㅜㅜ
ps; 더불어 자가용 끌고 다녀 시내버스 탈 일 없는 강호의 동도제현 여러분들도 관심 좀 가져주시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