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마치 여름날 장마철 바람처럼 돌풍이 부는 것이 몹시도 음산한 하루였습니다. 외투에 묻은 빗물을 손으로 털어내며 들어온 직원 한분이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너그 사회주의자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봐라.”
말인즉슨, “사육 중인 개떼들이 단체로 탈출을 했다. 하여 사람을 물 위험이 발생하자 안전을 위해 일단 몇 마리는 사살을 했다. 그러자 동물단체 회원들이 떼로 일어나 항의를 하고 인터넷에다 난리를 지기자(‘난리를 지긴다’는 것은 ‘난리를 친다’는 말의 경상도식 표현입니다만 어디까지나 그분의 표현일 뿐입니다) 이번엔 ‘사살하지 말고 포획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너희 사회주의자들은 어찌 생각하노?”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한쪽 구석 책상에 앉아있던 소장님이 말했습니다.
“어이, 그런 건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생태주의자한테 물어봐야지.”
“음, 그렇습니까?”
젠장, 나는 무슨 주의자가 될 만한 인물도 못되는데, 이 형님은 틈만 나면 “너그 사회주의자는 어찌 생각하노?” 하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사실 그 사회주의자란 딱지가 그렇게 기분 나쁜 말도 아니고 딱히 틀린 낙인도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텅 빈 머리로 멍하니 살다가 휑하게 가는 게 인생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내가 무슨 주의자가 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자격지심에 부담스러울 뿐이지요. 아무튼 저도 답변을 아니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에,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 우선 개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사살되어야 한다. 그 다음 사살된 개는 공익을 위해 푹 고아서 골고루 나눠먹는다. 사람의 안전과 공익, 이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하는 것이 사회주의자가 가지는 태도입니다.”
음,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그럼 자본주의자의 태도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자본주의자의 태도 역시도 사회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안전을 우선시해 개떼들을 사살하는 것이겠지요. 다만, 그 다음 처리에서 달라질 텐데요. 푹 고아진 개를 골고루 나눠먹는 게 아니라 중요한 몇몇 사람만 나눠먹습니다. 그게 자본주의자의 태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에서는—여기가 원시공산제사회도 아니고—안전을 고려해 사살한 다음 땅에 묻겠지요. 이점에서 사회주의자와 자본주의자의 처리방식엔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입니다. 생태주의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아는 생태주의자가 없어서 말이죠. 그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무튼 이 글을 쓰다 인터넷뉴스 검색해보니 진짜로 개들이 떼로 탈출을 한 모양입니다. 에그, 관리 좀 잘 하지. 사실 사육되는 개들이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대체로 송아지만한 도사견같이 생긴 무시무시한 개들이 입에 거품 같은 침을 질질 흘리면서 눈에서 노란 빛을 뿜는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봤습니다. 구산면 어디 가면 개 사육장이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섬뜩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갑자기 뒷목에서 머러까지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었지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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