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원에도 가운 식으로 만든 병원유니폼을 입은 전도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전도사는 여자였다. 전도사에게 나이 많은 환자가 묻는다.
“그거 무슨 책이요?”
“성경책입니다. 교회 다녀보셨어요?”
“아니 안가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묵고살기 바쁜 서민이 거 갈 시간이 오데 있소.”
“그래도 다니셔야지요. 주일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주신 날입니다. 자기 일보다 먼저 주님을 위해 주일을 바치면 다 복을 주십니다.”
“에이고, 그래도 그런 데 다니는 것보다 우선 묵고사는 기 급하요.”
전도사의 왼쪽 겨드랑이에는 두터운 성경과 국민일보 1부가 끼어있었다. 갑자기 그 전도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정말 주일날 일하지 않아도 복을 주나요? 먹고사는 문제 해결 되나요?”
내게는 아주 가까운 친척 중에 교회장로가 한분 계신다. 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공장을 운영하는 그분은 그러나 자기만 주일을 철저히 지킬 뿐 직원들더러 주일날 쉬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십일조를 지키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는 그분이 운영하는 공장엔 후끈거리는 여름 한낮에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틀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서 대형선풍기를 한 대 샀다고 했을 땐 그저 기도 막히지 않았다. 그래서 묻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 먹고사는 것보다 주일을 먼저 지키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나요?”
ps; 결론적으로 내 의견을 말한다면, 먹고사는 것 걱정 없이 주일을 지키고 신을 찬미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전도의 길 아니겠나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목회자들이 전부 다 사회개혁운동에 앞장서라는 건 아니다. 최소한 먹고사는 것보다 주일을 먼저 지키면 복을 받을 거라는 사기는 치지 말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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