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3.26 '추노' 잔혹한 반전 뒤에 떠오르는 희망? by 파비 정부권 (2)
  2. 2010.03.20 추노, 노비당의 그분은 진짜 '그분'이었다 by 파비 정부권 (62)
  3. 2009.08.30 다산이 세검정에서 놀던 이야기 들어보니 by 파비 정부권 (6)
지랄 같은 세상을 향한 업복이의 마지막 분노

큰일 났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던 대로 그분은 이경식의 끄나풀이었습니다. 저는 앞에 그분은 이경식의 끄나풀이어서는 안 되며 절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렇게 적은 이유는 역시 희망 섞인 말을 하면서도 불안했었던 때문이겠지요.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반전을 위한 장치들이 무수히 있었고 실은 저도 그것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희망에 눈이 멀어 깨닫지 못한 반전

"그러나 만에 하나 제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럼 큰일 나는 거지요. 제 기분도 기분이지만,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희망이 있겠어요?"

그리고 결국 그 '큰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그분은 노비도 아니었으며 노비당을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혁명 같은 건 꿈에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는 역시 출세를 위해 이경식이 시키는 대로 일을 꾸민 하수인에 불과했습니다. 그분도 역시 양반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경식을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이런 말씀까진 안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노비들에게 형님이라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것까지는 어떻게든 참겠지만 냄새는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노비들 가까이 가면 냄새가 어찌나 역한지 대업이고 뭐고 당장에 목을 쳐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끝봉이의 주검을 안고 비장한 결심을 하고 광화문 앞에 선 업복이


아, <추노>는 마치 저의 아둔함을 조롱이라도 하려는 듯 너무나 잔인한 반전을 만들고 말았네요. 사람 위에 사람 없는 거라던 그분의 진면목이 바로 저런 것이었다니. 그런데 왜 저는 그분이 진짜 그분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미 천 냥짜리 어음 사건을 통해, 물소뿔 상인들과 청인무사들의 피살 사건을 통해 이경식과의 관련성이 복선으로 깔렸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왜 그랬을까요? 세상을 바꾸자는 그분의 말에 현혹되었던 것일까요? 저 역시도 천한 상것들과 다를 바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의 알현을 받은 이경식이 이렇게 말했지요. "천것들이란 작은 희망만 보여줘도 죽을지도 모르고 따라오게 돼 있으니." 그랬나 봅니다. 그 작은 희망에 잔혹하게 숨어있는 반전을 보지 못 했던가 봅니다.  

노비당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은 원래 없었다

결국 노비당은, 아니 꾐에 빠진 노비들은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다행이 초복이와 긴 이별을 해야 했던 업복이는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업복이는 끝봉이로부터 그분의 존재에 대하여 깨닫게 됩니다. 복수를 결심한 업복이는 대궐로 향하고 마침 대궐에서 나오던 이경식과 마주치게 되지요.

이경식과 그분, 그리고 변절자 조선비가 모두 업복이게 죽는다.


그리고 이경식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그분, 업복이의 총에 이경식과 그분은 허무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정말 허무한 죽음이었습니다. 그들은 치부를 위해 같은 양반들을 죽이기도 하고, 노비들을 부추겨 세상을 바꾸자는 따위의 불온한 사상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끝이 이렇게 간단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었다니.

아무튼 애초부터 노비당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원래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마지막에 희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떤 희망이었을까요? 저는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희망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길과 태하, 언년이에게서도 희망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지요.

대길이의 최후, 역시 멋지다.

대길은 언년이를 위해 죽었습니다. 그는 떠나는 언년이를 보며 이렇게 속으로 뇌까렸지요. "네가 살아야 돼.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거다." 마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로베르토 조단이 사랑하는 마리아에게 했던 말과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추노>의 장혁이 훨씬 멋있었습니다.

휘날리는 머리칼 아래 슬프게 빛나는 눈빛, 루지탕에서 보았던 알랑 들롱의 눈빛 이후 처음 보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 장혁의 눈빛에서도 저는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혹 어쩌면 송태하가 청나라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혜원에게 한 이 말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청나라로 가지 않겠습니다. 이땅에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이땅을 떠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금방 회복될 것입니다. 다 나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요. 혜원이 언년이 두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될…."

그러나 그 말을 통해서도 저는 작은 희망 하나라도 건지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송태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송태하는 그저 몰락한 양반에 불과합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골에 묻혀 책이나 읽으며 가까운 상것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상은 없습니다. 너무 무시하는 것일까요?

업복이를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쥔 노비들


그래도 굳이 희망을 찾아야 한다면, 저는 오히려 업복이와 한집에서 종노릇을 하던 반짝이 애비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분과 이경식을 죽이고 체포되는 업복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쥔 그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 같은 것이 보이긴 했습니다. 그를 통해 제2, 제3의 업복이를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그것도 너무나 참혹한, 잔혹하기까지 한 반전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선 그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노비당을 만들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할 때 희망은 아침 태양처럼 떠오르는 것이겠지요. 초복이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은실이에게 한 말처럼. 

"은실아, 저 해가 누구 건지 알아? 저건 우리 거야. 왜냐하면 우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세상에 꼭 알리고 죽으마!" 


그녀는 마치 총자루가 업복이의 영혼이라도 된다는 듯이 힘차게 잡고 있었습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그 총자루는 업복이가 마지막 비장한 결심을 하며 던졌던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설령 그 총이 그 자리에 없었던들 들었을 거예요. 총은 업복이의 화신이니까요. 그리고 그 말은 초복이에게도 전해졌을 테지요.

"우리가 있었다고,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세상에 꼭 알리고 죽으마! 그렇게만 되믄 개죽음은 아니라니. 안 그러나, 초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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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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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하가 몰락한 양반일 뿐??? 2010.03.26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하가 몰락한 양반일 뿐이라니;;성급하신 듯 합니다.ㅠㅠ
    괜찮으시다면 이분의 글을 한 번 읽어 보시겠습니까?

    서론 부분은 생략하고 중간 부분만 싣겠습니다.

    /////......중략.......

    그가 노예로 전락한 뒤 자신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이후 청나라로 도피(?)할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맹렬하게 타박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노예관’

    (그는 노예들이 항상 힘이 세고 장대하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노예란 자연의 산물이며‘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노예가 된다. 따라서 노예제는 수단인 동시에 올바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예와 주인의 관계는 야만인-비(非)그리스인-과 그리스인의 관계와 같다고도 했지요.)

    을 오늘날 21세기의 가치로 재단하며 매도할 수 없는 것처럼
    양반 신분의 태하의 가치관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확실한 것은 태하는 스스로의 본성을 감추고 가면을 쓰는 지식인과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는
    ‘말에 오르면 집을 잊고, 성을 나서면 내 한 몸 잊었노라’
    (上馬忘有家 出城忘有身) 양헌수/병인양요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는 옛말을 지독하게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나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추구합니다.
    그러나 정작 편안해지면 무질서한 일상적인 삶에 묻혀서 나태해지고 타락하기 십상이지요.
    수평의 인간은 안일이고 몰락이며 그것은 곧 죽음 아니겠는지요.
    일상의 온전한 기쁨을 외면한 채 오직 가슴 속 깊이 뚜렷한 불꽃을 안고
    그는 한결같이 무.일.했으며 불.편.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시대의 험난한 질곡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비겁과 허약에 반기를 들고,
    그 무간지옥 속에서도 고매한 긍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번뇌로 다가오는 자신의‘바닥’과 싸우면서도
    벼랑 끝에 선 채 그는 꿈을 견디며 준엄한 자존을 지켰습니다.
    무엇보다 태하의 그 검은 눈빛의 풍요로움 속엔
    타인의 고통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과 인간에 대한 강한‘연민’이 있었지요.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위대한 힘은 무엇일까요? 지식도, 열정도, 용기도 아닌 바로 이‘측은지심’아닐런지요.)

    또한, 하늘이 우그러지고 산야가 다 사라져도 순백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칼은 더 격정적이고 더 깊어졌습니다.
    참, 우리의 미소를 오~래도록 펄럭이게 만들었던
    태하의 절대적인 순진성도 잊지 말아야겠군요.
    (사랑이 아닌‘의리’라니요.^^ 물론 그만큼 상처받기 쉬웠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인간의 역사는 오래 됐습니다.
    삶에 대한 이 자문(自問) 속의 이상과 현실의 갈등,
    이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인간의 영원한 숙제일 테지요.

    태하는 이상과 현실의 이 끝없는 진자운동 속에서
    비탄과 절망에 침윤되지 않고‘순결한 의지’로‘충실히’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물론, 한계가 있었습니다.(태하 자신의 한계라기보다 그가 처한 시대적 한계라고 생각합니다만)
    생에 대한 그의 연금술은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조선시대 태하만의 한계였을까요?
    21세기를 살아 가고 있는 우리 역시
    권력욕망과 화폐욕망이라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한계와 조건 속에 갇혀 있지 않나요?
    오히려 현대의 우리는 태하와 달리,
    사회적 제도나 정의보다 기존 체제 속에서 우리의 실존은 거세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만 보고, 보여주는 것만 보.면.서,,,
    단편적이고 감각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지극히‘개인적 감성’만을
    우위에 놓고 있지 않나요?
    일상의 압도적인 힘에 눌려 구체적인 경험과 활동은 멀리한 채
    속물적 타협에 속히 이르는 유악함을, 오히려‘순리’로 믿으며
    운.신.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우리는???

    제도의 합리성과 사회적 정의를 논하기 전에
    굴욕적인 정의만을 제공하는 세상일지라도 그 단단한 미로 속으로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퍼덕이는 열정과 기백을 안고 치열하게 방.황.했.던. 태하!였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의와 진실은 정치적이라 화려하게 성토하면서도
    실천의 허약함 속에 똑같은 통속의 메커니즘 속으로 매번 반복적으로 회귀할 뿐인 우리가,
    태하의 한계에 대한 냉소와 무례는 차라리,,,
    우리의 낯뜨거운‘허영’ 아닐런지요...

    (그러나 한편으론 그렇게 앞서간 태하의 발자국은 얼마나 든든한 위안인지요.)

    아무리 훌륭한 법과 제도를 완비하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운용하는‘인간의 품성’이 뒷받침 되어주지 못한다면,
    인간의 삶과 사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어렵습니다.

    단 한사람과의 약속을 위해

    (고작 약속, 때문이냐고 봉림대군은 얘기했지만 약속이라는 말의 정의는‘지키기 위함’이라는 전제가 먼저 아닌지요. 소현세자와의 약속은 애국적 대의명분이라기보다는 지켜야만 하는 약속의‘진정성’에 태하는 더 무게를 두었다고 여겨집니다. 완벽하게 진공 포장된 그 내면적 결의가 참 아프게 가슴에 꽂힙니다...)

    정신도 육체도 모두 피폐한 최악의 지점에서도
    위대한 긴장을 끝까지 팽팽하게 끌어안고 갔던 사람,
    완전히 의로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철저히 배반당하지만
    유정한 눈으로 끝까지 인간을 긍정하는 사람,
    오직 실용! 오직 능률!만을 기갈이 든 듯 벌컥벌컥 탐식하는 이 시대,
    우리는 이 폭풍 같은 사람, 송.태.하!가 필요합니다.
    그 무엇에도 속박될 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치열함의 소유자인 이 사람을!

    인간은 제도를 만듭니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제도’가 인간을 결정해 버리는 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지요.
    왜냐하면 인간이 바로 오류이고 불완전한 통찰이며 어리석음이니까요.
    그렇기에 인간은 현존하지 않는 것을 늘 갈망합니다.(가령 유토피아 같은 것이 되겠지요)

    ‘진정한 평등과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고도의 사회는 지금까지 실현된 적도 없고
    앞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라고 얘기한다면 잔인한 일일까요?
    이 지구상에 근본적으로 전쟁이 폐기되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인간은 체제의 지속을 위해 혹은 모순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에 의.존.해 오고 있으니까요.

    다만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역사의 모든 미숙과 과오의 조각들을 끌어 모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과 그 현실 속의 제도와 사회적 정의의 문제를
    그저 부지런히 해부하고 해체하며 용해시켜야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역사를 해독하고 읽으며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자문도 잊지 않고 간절히 살피며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역사에 대한 인간의 올바른 태도이자 의무가 아닐까...합니다.

    ................................/////



    음, 댓글로는 좀 길었나요? 실례가 안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이글은 추노 시청자 게시판에 베스트 글로 올라온 글이랍니다.
    태하에 대해 이런 의견도 가진 분이 있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해서요.

    앞으로도 좋은 글 잘 부탁드립니다. 꽃샘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0.03.29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어디 멀리 좀 다녀왔거든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전혀 실례가 아니구요. 오히려 고맙지요. 태하가 몰락한 양반일 뿐이란 말에 오해의 소지가 좀 있었던 듯하네요. 그래서, 어쩔까 생각해 봤는데요. 취소하고 싶어지네요. 그러나 이미 본문 글은 지나간 버스가 되었으니 그냥 놔두기로 할게요. 이해바랍니다. 태하는 훌륭한 양반이죠. 다만, 그가 세상을 바꾸기엔 너무 힘이 미약하고 한계가 분명하다는 말씀이었답니다. 세상은 결국 차별 받고 핍박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꾸어야 하고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암튼, 장문의 글 고맙습니다. ^.^

노비당 당수 <그분>에게선
홍길동의 얼굴과 허균의 마음이 보인다


<추노>는 초기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노비당 당수를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소위 <그분>이라 불리는 그분의 실체가 무엇일까 모두들 궁금했었지요. 물론 업복이도 그분이 누굴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노비당 패거리 중 어른인 개놈이의 말에 의하면 그분은 "우리 같은 상것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그분이 나타났습니다. 업복이 등이 양반 암살임무를 수행하다 위기에 처하자 바람처럼 나타나 그들을 구한 것입니다. 그분의 무예는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분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제 갓 약관의 청년입니다. 이렇게 젊은 분이었다니. 

무성한 그분에 대한 소문들

놀란 것은 업복이 등만이 아니었습니다. 열혈 시청자들도 그분의 너무나 젊은 모습에 아직 믿을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금 그분이라고 불리는 이분은 그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은 아직 어디엔가 몸을 숨긴 채 은밀한 지시를 내리고 있으리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그분이라 불리는 에이전트를 통해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그분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들을 합니다. 처음엔 기생 찬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일개 기생이면서도 좌의정 이경식의 의중을 들여다보는 노련한 눈을 가졌습니다. 거기다 당차기까지 합니다.

이경식이 사들이는 물소뿔과 관련된 양반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갈 때 그 은밀한 거래들이 모두 찬의 기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혹시 찬이 바로 그분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죽은 자들을 빼고는 그 은밀한 거래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이경식과 찬이 뿐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극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동안에도 찬에게는 이렇다 할 그분으로서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새로 들어온 젊은 기생에게 자리를 위협 당하고 있는 처집니다. 가끔 젊은 기생을 흘겨보는 눈에 드러나 보이는 질투는 그녀가 결코 그분이 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진짜 그분, 기생 찬에서 이번엔 이경식으로

그러자 이번엔 이경식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분을 배후조종하고 있는 것은 좌상 이경식이란 것입니다. 이경식이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물소뿔을 사 모으고 있습니다. 왜 물소뿔을 사 모으고 있을까요? 돈을 벌기 위해섭니다. 간단한 이치지요. 그는 자기의 욕망을 위해 청과의 긴장관계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원손 석견은 바로 그 욕망의 세계로 넘어갈 돌다립니다. 그는 이제 목표를 이루었으므로 굳이 석견을 죽일 필요가 없습니다.(그런데 철없는 사위 황철웅은 말을 안 듣고 석견을 죽이겠다고 날뛰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역모사건을 만들어 반대파들을 모두 제거했을 뿐 아니라 곧 창고에 가득찬 물소뿔을 비싼 가격으로 조정에 내다 팔아 큰돈도 벌게 될 겁니다. 여한이 없는 이경식입니다.

그런 이경식의 계획 중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있는데 바로 노비들의 호적을 대대적으로 정리해서 북방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물소뿔은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분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그분이라 불리는 이는 이경식의 하수인이란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그런 설정은 만들어지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노비당은 혁명당입니다. 그저 정권을 바꾸는 정도의 역모가 아니라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입니다. 아무리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모인 패거리라도 혁명당은 혁명당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상당한 무력을 확보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차별을 하늘이 내린 법도라고 생각하는 양반들

이경식이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노비당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혁명을 부추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상력은 이경식의 머리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그는 양반 중에 양반입니다. 그런 사람이 노비들이 단결해서 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상상한다? 그의 머리로선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들 양반들은 노비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 냥 혹은 쌀 한 섬 반에 거래되는 물목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노비들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앞장선다는 것을 상상한다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양반들 중에도 이런 사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마 <추노>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허균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양반 중에서도 양반이었습니다. 그의 부친은 동인의 우두머리였습니다. 그의 형제들 또한 자질이 뛰어나서 자기 당파에서 두각을 내며 주도적 인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늘 서자들, 상것들 하고 어울려 다녔습니다.

그는 홍길동전을 지어 상것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혁명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을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 이루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그는 체포 됐고 모진 고문을 받은 다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참혹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혁명가 허균, 그의 이름을 부르고 듣는 것조차 역심 

죽은 다음에도 그의 시신은 분해되어 이곳저곳에 전시되었다고 하니 그 참상을 어찌 말로서 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조선조가 다할 때까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금기시되었습니다.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역심을 품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조선조에 역모사건이 한두 건이 아닌데, 유독 허균에게만은 왜 그랬을까요?   

허균이 실행에 옮기고자 했던 역모는 보통 역모가 아니라 체제를 전복하는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혁명은 반상의 차별, 적서의 차별을 없애고 노비를 착취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양반들이 이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들에겐 아마도 땅을 뒤집고 하늘을 무너뜨리겠다는 소리로 들렸겠지요.  

자, 다시 이경식 이야기를 해보지요. 이경식이 물소뿔을 사 모으며 청과의 전쟁을 획책하던 시대는 허균이 능지처참을 당한지 불과 이십여 년 밖에 되지 않았을 땝니다. 그러니 위에 전제한 것과 달리 이경식이 노비당이 체제전복을 기도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리할 수 없습니다. 왜냐? 노비당의 혁명을 상상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역심을 가진 것이며 도무지 그들 세계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간이 큰 이경식이라도 그것만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이 이경식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할 뿐인 것이지요.

그분의 진정한 정체는?


그럼 그분은 누굴까요? 우리가 그분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젊은 나이에 놀랐고, 그저 칼 한 자루 들고 종횡무진 하는 모습이 못 미더워 의심을 하기 시작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러나 차츰 그분이 말만 앞선 사람이 아니란 것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각 처의 노비당 당원들이 모이고, 선혜청을 공격함으로써 그 실천적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정말 그분의 말처럼 궁궐을 들이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원기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그분의 모습은 실로 지도자의 판단과 강단을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실은 원기윤의 처리를 보면서, 그분이 비록 의기는 충천했으되 사리판단에 너무 어두운 것 아닌가 걱정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런 의심을 깨끗이 씻어주었습니다.

선혜청을 습격하다 다리를 다쳐 관군에 잡힌 칼잡이 노비부대의 강아지―이름도 참 특이합니다. 게다가 그는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개 신세가 되어 체포됐지요. ㅋ^^―를 업복이에게 죽이도록 지시한 그분의 행동이 잔혹한 이경식을 그대로 빼닮은 거 아니냐는 의견을 내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업복이에게 말했습니다. "형님, 관군에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다 동지들의 이름을 불고 죽느니보다 차라리 우리 손에 깨끗하게 죽는 것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분은 노비당의 당원이 체포됐을 때 가해질 고문의 끝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설픈 인정은 오히려 동지들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분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진짜 '그분'

그러므로 이경식처럼 사람을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잔혹한 행위와 그분의 대의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글쎄요, 노비당의 당수 그분의 얼굴에서 홍길동의 얼굴을 보았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노비당의 모습에서 활빈당을 상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요? 그분의 마음속에 허균이 앉아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다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제가 보기에 그분은 진정한 그분이었습니다. 그분의 혁명이 비록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연출자가 말한 것처럼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된다면 어쩌면 그분의 혁명도 실패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어쩌면 월악산의 화적패당들과 한패가 될 수도 있겠지요.

다시 '어쩌면'이지만 월악산은 율도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율도국은 마치 토마스 모어가 꿈꾸었던 유토피아 같은 곳이겠지요. 유토피아는 곧 인본주의의 상징 아니겠습니까. 그분은 자기에게 굽실거리는 노비들을 향해 형님들이라고 부릅니다. 형님 소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노비들에게 그분은 이렇게 말하지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 노비당원들이 "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하고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형님들이 드나드는 대궐의 문지기가 하고 싶습니다." "아니 왜요?" "그래야 매일 잘 사시는 형님들 얼굴을 뵐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저분이 진짜 바로 그분이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제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럼 큰일 나는 거지요. 제 기분도 기분이지만,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희망이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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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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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ww.docm BlogIcon 상관없는 2010.03.21 0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얘긴데 본문에 나온 저 양반 어쩌다 보니 기담 싸움의 기술 동갑내기어쩌고등등 나온영화는 다봤네 소속사가 주연으로 밀어도 잘 안뜨는지 몇작품안에 대박안터지면 봉씨꼴 나겟고만;;

  3. 제생각엔 2010.03.21 0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비들 아무 생각없이 따라 나서진 않는다는 말에는 공감이 안되네요.
    추노에서 보면 대부분의 노비들은 항상 우매하게 그려지고 있고 이는 곧 백성들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노비당의 노비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여지네요.
    그나마 업복이 정도만이 조금 나아 보이긴 하지만 한두명 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용당하는 것으로 보이구요.
    노비들을... 백성들을...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알면 안되는거 맞습니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놀아나는 백성들의 상황은 조선 시대든 지금이든 똑같아 보입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백성들... 국민들....... 우습죠....
    과거와 현재에 차이가 있다면 현재는 국민들 스스로 바꿀수 있음에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거고... 그래서 더 우스워 보입니다.
    말이 좀 엇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감독, 작가가 그려온 추노속 세상을 보면 해피엔딩은 아닐거란 느낌이네요.
    그리고 박기웅은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영화에서 앞으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는 안되더군요.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니 제 일은 아니지만 나름 기쁘기도 하네요.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0.03.21 0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싸움의 기술> 봤는데... 왜 기억이 안 날까요? 박기웅이 거기 나왔었군요.
      님 말씀도 맞고요. 그렇지만 우매하기로 보면 거 왜 있잖습니까?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말로 유희를 즐기는 얼빠진 양반들, 그 중 하나가 죽어가지고 업복이들이 맬 밤 보초 서고 있지요? 그 양반이 젤 우매한 거 같던데... ㅎㅎ 그냥 제 갠적인 생각입니당~
      ps; 아 기억났습니다. 그 친구로군요. 학교 짱한테 터지고 침 뱉은 거 핥고 그리고 결국 떠났죠. 전학 왔다는 주인공의 친구, 네~ 그 친구였군요.

  4. 상록수 2010.03.21 0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분의 정체...

    혹시 좌상 대감의 서자 아닐까요?

    어음 탈취 사건때에

    너무 정확히 알고 있어서..

    그리고 처음 살해당한 양반들은

    좌상대감에게 좀 불편한분위기의 사람들 같았는데...

    좀 많이 궁금한 그분,...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1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그게 미스테리에요. 그런 추리도 가능하겠군요.
      암튼 뭔가 밝히긴 밝히고 끝내겠지요??

  5. 1000냥어음 2010.03.21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비당이 어떻게든 이경식과 연관이 있을수 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는 1000냥 어음입니다.
    만일 노비당이 이경식과 관련이 없다면 어떻게든 1000냥 어음의 정체를 사전에 어떻게 알았는 지를 설명해 줘야 합니다.
    1000냥 어음의 존재와 씌여진 시점까지 아는 사람은 이경식과 기생밖에 없으므로 이 둘 중에 한사람은 분명 연관이 있습니다.
    뭐 소설을 쓰자면 그 기생은 대장 노비의 누이이고 노비대장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당사자가 아닌가 생각도 드는군요. ㅎㅎ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1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서 기생 찬이 처음엔 그분이라고 모두들 생각했었죠.
      지금도 혐의는 그대로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관련 있을 거라는...

  6. 용이 2010.03.21 0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위에 ㅇㅇㅇㄷ이란 분에 말에 동감합니다. 아무 복선없이 이경식이 배후라고 한다면 코미디겠지만 지금까지 그럴 가능성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업복이에 대한 설명 역시 ㅇㅇㅇㄷ님이 옳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업복이 소개란에 나와있는 문굽니다. 현재 과정과 거의 흡사하죠. '그러나 이 초복이가 다른 곳으로 팔려가 생이별을 하게 된다면, 바로 그 때 '그 분'이 노비해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령을 내리게 된다면 업복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업복이가 바라고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 이 질문 뒤로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 업복이는 알았어야 했다 칼 든 자보다 무서운 이들이 붓든 자들이라는 사실을...' 물론 이경식이 배후가 아닐수는 있지만 글쓴이가 주장하는 부분이 더 억지일 수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1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도 그렇겠네요. 그리고 저도 초기에 님 다신 댓글 투의 이야기로 포스팅을 한 바가 있답니다. 그러나 이경식은 아니었음 합니다.

  7. 용이 2010.03.21 0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도 이경식이 배후라고 봅니다. 그분의 독단적 행보... 그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그동안 진행해왔던 수많은 수수께끼들을 그냥 다 내팽겨치고 밋밋하게 가는 거죠. 그럼 왜 반찬을 이렇게 많이 차려놓고 밥만 먹는 거냐, 이런 느낌이랄까요? 대신 또다른 가능성을 제기하자면, 오히려 조정 내 다른 세력이 배후세력일 수 있다는 것과 기생 2명 중 한명 혹은 둘 다 협력세력일 거란 다른 추측은 해볼 수 있겠네요. 특히 기존의 기생보다는 새로 들어온 기생이 수상하죠. 이경식을 파멸로 몰아넣기 위한 전략이고, 기생 역시 그 경주마였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다른 의미의 반전이겠죠. (다만 이것 역시 제 생각일 뿐이고... 좀만 더 진척시키면 왠지 이런 소설 시나리오까지 듭니다. 노비당이 실패할 것은 자명할 거 같고 이경식한테 몰살당하거나 혹은 반대로 작은 희망, 그를 노비들이 해치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8. 낚시중독작가 2010.03.21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죠.
    추노 작가가 낚시에 환장한 인간이라는 거..

    그저께 목요일 라스트씬에서도 대길이랑 송태하가 서로 마주달려오며 주먹질 하려는 듯한 포즈로 아주 <귀여운> 낚시질을 했죠..

    노비당의 <그분>은 사실 <추노 작가>랍니다. 헛물 켜지들 마시고요.. ㅋㅋ

    노비당을 응원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추노 작가에게 조종당하고 농락당하고 있는 거랍니다.

    <추노 작가>의 <그분>도 있겠군요.. 피디, 제작사, KBS 광고팀.. ㅋㅋ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어설픈 낚시질을 감안하면, 이런 논란 따위는 그냥 피식 웃어주면 그만입니다. 뭘 그렇게 박터지게 고민하시는지.. ㅋㅋㅋ

  9. 2010.03.21 0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언니라고 안하고 형님이라 그래?

  10. iit 2010.03.21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비당의 그분이 좌의정의 하수인인지 아닌 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노 홈페이지에서 업복이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칼 든 자보다 붓을 든자가 더 무섭다는 사실을 업복이가 알았어야 한다고 되어 있죠.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바일까요?
    칼 든 자보다 붓을 든자가 더 무섭다란 사실을 업복이가 알아야 했다는 것은요?

    이 두 가지를 봤을 때 사대부로 이루어진 권력 층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1 1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니까 그 부분이 궁금한 대목이로군요.
      모두들 그래서 그분으로 이경식을 지목하는가 봐요.

  11. ssun 2010.03.21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노를 제대로 안보셨나봐요? 노비당이 죽인 사람들.. 모두 좌의정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 이었죠. 좌의정 끄나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반전이죠...

  12. ㅇㄴㅇ 2010.03.21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분이 먼저 지적하셨을지 모르겠는데, 허균 가문이 양반중에 양반가문인것은 맞지만, 둘째 부인의 아들로서 적자가 아닌 서자로서, 중인 계급이었습니다. 홍길동전을 쓴 계기도 서자 출신을 차별하는 조정에 대한 불만이었죠;; 노비들과 어울려 다녔다는 사료는 어디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출처 아시면 제공해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좀 보게요;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0.03.25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비들과 어울려 다녔다는 상것들하고 어울려 다녔다고 했지요. 사료는 기억 나지 않습니당~ 그리고 허균은 중인계급이 아닙니다. 명실공히 양반이죠. 둘째 부인의 아들인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둘째 부인이라도 첩이 아닌 정실이었겠죠. 중인이면 과거를 보고 벼슬을 할 수가 없지요. 그의 친구들 중에 서자들이 많지만, 천인들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13. 어쩜 기생 찬이 바로 '그분'과 연결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03.21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1회 때 양반이 총맞아 죽는 장면을 보면,
    찬이 이렇게 말하죠.
    ---오늘같은 밤이 내일 또 오겠습니까?
    라구요.
    그리고 말을 계속 붙여 시간을 끌고 있지요.

    그리고 제니한테 신경쓰는 것은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제니가 좌의정과 너무 가까워져서
    좌의정에게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에 신경을 쓰는 듯 합니다.

    어음은 바로 그 결정적 증거이구요.
    작가가 교묘하게 힌트를 주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거 아닌가 싶네요.

    대궐 문지기를 하고 싶다는 것도
    어쩜 일이 성공했을 때의 보상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던 군중이나 하층민이
    오히려 이용해먹기 좋은 존재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요.

  14. 그분의정체 2010.03.24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방송에 나왔네요

    블로그 주인님께서 예상하신 내용과 정반대의 반전의 결과가 나왔군요

    정말 보고 저도 입을 다물지 못했네요

    글쓴이께서 절대 아니라고 하신 그 이경식이 그분의 주인...

    사실로 드러났네요 마지막에 드라마가 반전을 주는군요

  15. 아한 2010.03.25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분의 정체는 이미 지난주 좌의정 이경식으로 들어났는데 왜 뒷북들이신지...

    내용을 꼼꼼히 안 보셨군요.

    지난주 내용에서 좌의정이 노비들을 북방으로 올려보낸다는 멘트를 날렸었는데,

    그 부분에서 다들 주무셨나요?

    이게 뭔 제목인고 싶어 들어왔는데, 이런 황당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지 몰랐네요.

    심지어 다른 모 블로그에 그분의 정체에 대해 상세히 포스팅까지 되어 있었는데...

  16. 워쩐다?... 2010.03.25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그분은 개뿔....
    윗분 말처럼 이경식이 노비들은 전부 북으로 올려보낸단 멘트 했던거 못봤나....ㅉㅉㅉ
    오늘 보기 좋게 이런 글올린거 손발이 오그라 들겠꾼....ㅎㅎ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5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오그라드네요. 그런데, 아직 추노 못봤음. 듣고 보니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데... ㅎㅎ

  17. 어떡하죠.. 2010.03.25 0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분은 역시 노비를 갖고 놀았네요...노비를 이용할건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님의 글을 읽으면서 실제로 님의 생각대로 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25 1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데 역시 불안한 예감대로 되고 말았군요. 아니길 바랐지만... 그러나 역시 좀 난센스란 생각은 여전합니다. 동이의 천민당이 훨 현실적이죠. 아무리 노비들이라지만, 저렇게 멍청할 수가... 오히려 종들이 세상 돌아가는 거 더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래도 보고 듣는 게 많은 편이죠. 시골 농부들보다.

  18. 그분의정체 2010.03.25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들이야말로 무슨말들인지...

    제가 말하는 그분은 박기웅을 일컫는 말인데요?

    '그분'이란 호칭은 박기웅이 노비들을 만나기 전에 노비들이 박기웅을 일컫는 말인데요?

    윗분들이야말로 드라마를 꼼꼼히 안보신듯..

  19. ㅋㅋㅋ 2010.04.18 15: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지순례중

  20. Favicon of http://enormousseo.com BlogIcon Directory Submission Service 2012.05.25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나 극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동안에도 찬에게는 이렇다 할 그분으로서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새로 들어온 젊은 기생에게 자리를 위협 당하고 있는 처집니다. 가끔 젊은 기생을 흘겨보는 눈에 드러나 보이는 질투는 그녀가 결코 그분이 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21. 호부호형 2018.11.09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균이 서자인데 무슨 양반 중의 양반????

세검정의 뛰어난 경치는 소나기가 쏟아질 때 폭포를 보는 것뿐이다. 그러나 비가 막 내릴 때는 사람들이 수레를 적시면서 교외로 나가려 하지 않고, 비가 갠 뒤에는 산골짜기의 물도 이미 그 기세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자는 근교에 있으나, 성안의 사대부 가운데 정자의 뛰어난 경치를 만끽한 사람은 드물다.
신해년(1791) 여름에 나는 한해보 등 여러 사람과 명례방에 모였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뜨거운 열기가 찌는 듯하더니 검은 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나고, 마른 천둥소리가 은은히 들렸다. 나는 술병을 차고 벌떡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폭우가 쏟아질 징조네. 그대들은 세검정에 가보지 않겠는가. 만약 가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벌주 열 병을 한꺼번에 주지.”
하니 모두들,
 “이를 말인가.” 하였다.
이리하여 마부를 재촉하여 나왔다. 창의문을 나서자 비가 서너 방울 떨어졌는데 크기가 주먹만하였다. 말을 달려 정자의 밑에 이르자 수문 좌우의 산골짜기에서는 이미 물줄기가 암수의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하였고, 옷소매도 또한 빗방울에 얼룩졌다.
정자에 올라 자리를 펴고 난간 앞에 앉아 있으려니, 수목은 이미 미친 듯이 흔들렸고 한기가 뼈에 스며들었다. 이때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더니 산골 물이 갑자기 흘러내려 눈 깜짝할 사이에 계곡은 메워지고 물 부딪치는 소리가 아주 요란하였다. 흘러내리는 모래와 구르는 돌이 내리치는 물 속에 마구 쏟아져 내리면서, 물은 정자의 주춧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 형세는 웅장하고 소리는 맹렬하여 서까래와 난간이 진동하니 오들오들 떨려 편안치가 못하였다.
내가 묻기를,
“어떻소?”
하니 모두 말하기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구먼.”
이라고 했다. 술과 안주를 가져오게 하고 익살스런 농담을 하며 즐겼다. 조금 있자니 비도 그치고 구름도 걷혔으며 산골 물도 점점 잔잔해졌다. 석양이 나무에 걸리니, 붉으락푸르락 천태만상이었다. 서로를 베고 누워서 시를 읊조렸다.
한참 지나자 심화오가 이 일을 듣고 정자에 뒤쫓아왔으나, 물은 잔잔해진 뒤였다. 처음에 화오는 같이 오자고 하였으나 오지 않았으므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조롱하고 욕을 해댔다. 그와 함께 술을 한 순배 마시고 돌아왔는데 그때 홍약여·이휘조·윤무구 등도 함께 있었다.

위 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입니다.

이 글은 다산문선 중 유세검정기(세검정에서 노닐은 기) 전문입니다. 다산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은 다독가로 유명하지만 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책을 집필한 다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신유사옥 때 천주교도로 몰려―그가 천주학쟁이였던 것은 그게 학문연구의 목적이었든 신앙적 목적이었든 사실이었던 듯하다. 그의 형 정약종은 천주학의 수괴로 한강에서 참수되었으며,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은 한국 천주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천주교에선 김대건 신부보다 정하상의 이름이 훨씬 드높다. 기도할 때 부르는 성인 이름 중에 정하상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전남 강진에서 18 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무려 500 권의 책을 썼다고 합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처럼 노트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써지는 만년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직접 먹을 갈아 붓으로 한 자 한 자 500 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숙연해질 뿐입니다.  
그 중에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1표2서, 즉 경세유표와 목민심서, 흠흠신서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유세검정기>는 정조가 죽기 전, 즉 신유사옥(혹은 신유박해)가 일어나기 전 젊은 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놀던 이야기를 직접 적은 글입니다.
정약용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되실 것입니다. 아주 호탕한 기질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세검정까지 술과 안주를 지고 갔을 ‘종놈’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웬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고요? 글쎄, 제가 좀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상상을 좀 많이 하는 편이지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세검정까지 올라가는 동안 다산이나 그의 동무들이 양반 체면에 술과 안주를 지고 가지 않았으리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요즘처럼 자동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먼 길에 술과 안주를 나르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물론 말에 싣고 갔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비가 쏟아지는 산길은 고역이었을 겁니다.

목민심서로 만관에게 귀감을 보여준 다산 선생도 결국은 제도의 한계를 어쩌지는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리 보면 허균이야말로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상민들을 친구로 사귀며 함께 술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혁명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조선이 멸망하는 날까지 허균의 이름은 아무도 입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양반이 지배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괴물이었으니까요.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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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09.08.31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문제까지 생각해 보시다니...
    그렇지요..다산 선생은 제도 속에 살면서(누리면서, 유배도 양반을 위한 법적 장치였으니까요) 이론을 펼쳤고, 허균은 민중 속에서 글을 남겼으니까요.
    뒷부분에 허균의 이야기를 조금더 많이 써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허균의 삶을 짧게라도 짚어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8.31 1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그렇군요. 허균이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다 알 거 같아서. 홍길동 모르는 사람도 없을 테고... 글고보니 허균 이야길 함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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