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02 공무원이 주민들에게 뿔난 사연, "에이 분위기 안 좋네" by 파비 정부권 (16)
  2. 2009.03.18 대통령은 잘하는데 밑에것들이 문젠기라요 by 파비 정부권 (6)
엊그제 6월 30일, 마산시 진전면 미천마을 회관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가 열린 이유는 이곳에 산업단지가 지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천마을은 마산에서는 보기 드문 산골마을이다. 양촌온천을 지나 오른쪽으로 꺽어 한참을 들어가다보니 진로소주(두산그룹) 표지판과 함께 미천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미천마을 회관에서 바라본 전경. 앞에 보이는 산은 여항산 줄기란다.


이정표를 따라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 올라가니 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험준한 산맥이 둘러쳐져있다. 낙남정맥이다. 실로 높고 깊은 것이 장관이다. 도회지로만 알려진 마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공기 냄새부터가 다르다. 논두렁 아래 내려다 보이는 개울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정겨웁다.
 
먼저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송창우 선생 집부터 들렀다. 송창우 선생은 이 마을에 살면서 경남대학교까지 수업을 하기 위해 마티즈를 몰고 다닌다. 경남대 근처에 집을 구해 살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을이 좋아서다. 송 선생의 집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우람한 산과 구름과 내려다 보이는 정겨운 마을이 부럽다.  

그런데 이 산골마을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단다. 도대체 이 산골에 무엇하러 갑자기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일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기도 하지만) 저녁 7시가 가까워오자 마을회관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주민 여러분. 모두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십시오. 산업단지지정에 관한 공청회가 곧 열리겠습니다. 맛있는 부페음식도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공청회도 참여하시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공청회장에 뷔페까지 등장하는 줄은 몰랐다. 평소에 좀 하시지…


마을회관으로 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잘 차려진 출장 부페다. 하늘에선 굵은 장맛비가 대지를 적시고 곧 이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공청회가 시작되었다. 진로소주 공장에서 나온 직원들이 프리젠테이션으로 산업단지지정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공청회의 주체는 마산시가 아니라 진로소주다.

그때서야 왜 이 산골마을에서 산업단지지정을 놓고 공청회가 벌어지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차~ 제 2의 수정만 사태가 여기서도 벌어질지 모르겠구나.' 국회에서 산업단지 지정신청 및 하가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률이 통과된 후 전국적으로 이런 현상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마산에서만도 대략 대여섯 곳 정도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한 주민의 발언에 손을 흔들며 제지하듯 자기 주장하는 도시개발계장님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당장 지하수 고갈로 먹을 물 걱정이 우선이다. 산단이 들어서면 늘어나는 차량과 콘테이너로 인해 주민들의 안전문제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그러나 공청회를 주최하는 진로소주의 답변은 단순함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 "차량이 늘어날 일도 없고, 지하수 고갈도 없을 것이다. 산단지정은 그냥 창고를 짓기 위해 하는 것 뿐이다."

진로소주만의 창고를 짓기 위해 산업단지 지정을 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수정만 사태에서도 늘 지적되어 오던 문제였지만,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공무원들이 시민의 공복이기보다 기업체의 용역직원처럼 행세하길 더 즐기듯이 보이는 건 왜였을까? 

주민들의 질문에 도시계획과장을 대신해 참석한(도시계획과장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함) 도시개발계장은 매우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큰 소리로 싸울듯이 달려들었다. 그는 주민들의 반대의견들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조용히 설명 듣고 잘 차려진 부페나 먹고 갈 것이지!' 하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보였다.

주민의 질문이 매우 귀찮고 어이없다는 표정. 옆에 마이크를 든 사람은 진로소주 부장.


[동영상 마지막에 보면 질문하는 주민이 공무원 나오라고 하자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등장하는 계장님이 보인다]

공청회가 끝난 후, 주민들은 이왕 차려진 음식이니 먹고나 가자며 마을회관에 차려진 부페에 모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매우 신경적인 반응을 보이느라 피곤했던지 도시계획계장은 부페 옆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때 진로소주의 전무가 그의 옆에 다가갔다. 그는 공청회 내내 주민들 뿐아니라 공무원에게도 공손했었지만, 이때는 달랐다. 

마치 아랫사람이나 잘 아는 아우를 다루듯이 말했다. "어이, 음식도 많이 차려놓았는데 좀 먹지 그래." 그러자 계장이 대답했다. "에이, 안 먹을랍니다. 분위기도 안 좋고…" 글쎄,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그 두사람이 얼마나 허물이 없는 사이일지는 몰라도 주민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그래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명색이 공무원인데… 공무원이란 말 그대로 공무를 보는 사람 아닌가 말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 아마도 선입견이 없었다면 이런 사소한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민들을 향해 대들듯이 손을 휘젓던 그가 진로소주 전무 앞에서는 양순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니…

설마 그렇지야 않겠지? 내 생각이 쓸데없는 공상이었기를 빈다. 간절히…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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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BlogIcon 실비단안개 2009.07.02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무원이 기업체의 용역직원처럼 - 에 동감합니다.
    이곳도 산단일로 주민설명회가 가끔 있는데, 통장까지 꼭 무슨 종처럼 굴더군요.

    암튼 세상엔 믿을 늠이 없습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작은늠을 말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오늘 여기 계곡에 다녀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주민들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차려주는 밥상이지만 그건 먹음 안되지요.
    빌미를 제공하니까요.
    (여기도 견학을 가거나 추진하기도 합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7.02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빌미야 뭐 그닥 중요한 거 같지는 않고요. 연세 드신 분들이 그런데 연연해할 거 같지는 않으니까요. 문제는 자꾸 얻어 드시고 하면서 마음이 움직인다는 거지요. 공청회장에 뷔페보다 더 겁나는 게 따로 그룹을 만들어 대접받는 거지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아마도 이장이나 동네유지급이 a그룹, 그 다음 또 무슨 그룹,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갈랐을 테지요. 공청회장에서도 보니까 그런 냄새가 나는 거 같던데...

  2. 시민대표 2009.07.02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민어른앞에 품잡고 서있는 저자석이 공무원계장이라니 정부는 눈 귀도없나 마산시 계장 인선이 잘못되었고 마산시시장 뽑을때 단다하이소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7.03 0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무원이라고 꼭 공손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게 다 마음가짐의 문제겠지요. 벌써 마음이 딴데로 떠났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3.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보면 2009.07.03 0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시는 저런곳을 잘 보전해서 가꾸면
    그것 자체로도 마산시가 그렇게 좋아하는 '돈'이 된다는 것을 모를까요?

    아마 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생전에 열매 맛을 반드시 봐야한다는
    욕심이 가득해서 그럴 것입니다.

    다음세대가 먹을 것은 남겨 놓아야 하는데..쩝,,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7.03 0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른 건 몰라도 산단이 들어서면 물도 마르겠지만, 땅값도 떨어질 거라는... 제가 나름대로 부동산 전문가(?)라고 자부합니다만, 공장이 들어서면 땅값은 떨어지게 되어있죠. 왜냐? 저 마을의 메리트는 자연환경이거든요. 남들이 누릴 수 없는 산과 공기, 구름, 조용함, 그게 다 돈이란 걸 주민들이 아셔야 할 텐데요. 요즘 세상이 하도 모든 걸 돈으로 재단하는 세상이라서 돈 이야기 좀 했습니다요. 그러나 돈을 떠나서 저런 동네에 살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기득권 아닌가요? 그 기득권도 뺏기는 거죠. 공장에... 그 공장에선 맑은 물 대신 술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먹여 돈을 벌 것이고. 저도 술 좋아합니다만...

  4. 송창우 2009.07.03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천마을 주민들은 이날을 계기로(아마도 저 불손한 공무원의 태도도 한몫을 해서) 대책위를 만들고, 반대서명운동을 비롯한 본격적인 저항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토요일 오전 12시 30분부터는 마을회관에서 주민간담회가 열립니다. '물'전문가인 경남대 양운진 교수님을 초청해서 지하수와 물으 소중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양촌 레미콘 반대 대책위 사무처장님께 투쟁 경험담도 들을 예정입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이 기업만을 위한 개발의 몸살을 앓지 않도록, 대대로 살아온 이 땅의 사람들과 뭇 생명들이 목마르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5. Favicon of http://blog.naver.com/lovessym BlogIcon 크리스탈 2009.07.03 1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시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미천마을은 생태관련 수업때문에 가끔 가는 곳인데
    저렇게 공장 들어서면 누가 가겠어요?

    요즘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두는곳이 돈이 되는걸 왜 모를까요.....
    마산시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살아남을껀데
    저런식으로 하면 예전의 마산명성은 전혀 되찾지 못할 겁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7.03 1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애들 데리고 생태교육장에 한번 갔었구요. 야유회 한번 갔었고, 거 우에 무슨, 아 부재산방에 백숙 먹으러 한번 갔었고, 송시인 집이 너무 좋아서 하룻밤 잤고, 꽤 여러번 갔었네요. 갈 때마다 그 마을이 부러웠는데... 나도 형편되면 거기 가서 살고 싶더만요.

  6. 달그리메 2009.07.03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은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반드시 응징을 한다...

    크크~약간 공포 영화 삘이^^
    그런데 그것은 분명한 진리입니다.

    파비님!
    아무튼 엄청시리 부지런하신 건 확실합니다.
    아주 굿이십니다.

  7. 왜 그러냐면 2009.07.09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주민이 뒷돈을 주진 않잖아요....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다는건 고금을 통틀어 들어본적 없는 이야기...

    그냥 일반 인간과 똑같이 자기 월급과 뒷돈을 위해 움직이는 생명체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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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한낮의 도심을 흔들었다. 기다랗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은 한참이 지나도록 그 여운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과 차량들은 모두 한쪽 옆으로 비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폰카메라라 사진이 희미하다.

그렇구나. 오늘이 민방공훈련을 하는 날이로구나. 내 평생 길 가다 민방공훈련에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 민방공훈련? 그런 걸 아직도 하고 있었던가?’

 

어린 시절, 민방공훈련 하던 생각이 났다. 정말 죽도록 했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훈련 시작하기 전에 미리 운동장에 집합해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약 10여분 정도를 걸어서 학교 뒷산 후미진 곳으로 가 은폐를 하고 기다린다. 


은폐라고 해야 별 거 없다
. 그저 반별로 모여 앉아 숨을 죽이고 가만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늘처럼 길게 여운을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는 푸른 하늘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숨긴다.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화생방경보의 사이렌은 각각 다르다. 끊어 울리는 횟수, 울리는 시간의 길이 등으로 구별을 하는데 평소에 배웠던 것을 운동장에서 다시 한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납작하게 엎드린다.

길 양쪽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면 마침내 화생방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아이들은 배운 대로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나머지 손으로는 두 눈을 가린 다음 입을 반쯤 벌린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엄청난 폭발음과 폭풍에 의해 내장이 손상될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과 귀를 가렸던 손을 풀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어린 마음에도 전쟁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던가!

 

가만, 오늘이 3 16일 현재시간이 오후 2. , 그러고 보니 민방공훈련 요원들이 도로 곳곳에 2명씩 조를 짜서 서있네. 이걸 어쩐다지?’ 이미 모든 차량들과 사람들은 4~50m 간격으로 도로 양쪽에 포진한 노란 모자를 쓴 요원들에게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것일까? 아득한 옛날,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나 했던 소꿉장난 같았던 민방공놀이를 아직도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어시장 옆 대우백화점 정문 앞 벤치에서는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걷기를 즐겨 하는 데다 곧 낙동강 도보탐사에 나설 계획이 있었던 나는 훈련 삼아 걸어서 어시장까지 가는 중이었다. 마침 날씨도 매우 화창했다. 걷는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였다.

에라 모르겠다. 약속시간도 다 돼가는데 어서 가자.’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얼마를 가는데 민방위 모자를 쓴 공무원인 듯한 아저씨가 호각을 크게 불며 이쪽으로 비켜서 제자리에 서세요. 가시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 계세요하면서 길을 막았다. 노란 모자에 호각을 불며 길을 제지하는 걸 보자 순간 나도 모르게 열이 확 뻗쳤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길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다니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 따위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바빠서 가야겠어요.” 

 

그러나 노란 모자의 공무원은 계속해서 길을 막으며 왜 협조를 안 하느냐고 훈계를 하듯 다그쳤다한번 감정이 격앙되자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 아니 협조를 할 것이 따로 있지. 민방공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설마 내 먹고 사는 일 보다야 급할까. 어렵게 시간 내준 친구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아저씨. 이렇게 사람 길 막고 이 땡볕에 세워 놓으려면 의자라도 갖다 놓으시던지, 아니면 어디 식당이나 다방에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돈이라도 주시던지, 뭔 조치를 해주셔야 될 거 아닙니까? 돈 줄래요? … 이명박이 이거 말이야. 나라 경제 다 망쳐놓고 이제 사람 길까지 막네….”

 

참나,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어디 이명박이가 민방공훈련을 만들었던가. 그러나 한번 미운 털이 박힌 놈은 무슨 짓을 해도 밉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노란 모자의 제지를 뿌리치고 내 갈 길로 나섰다. 그러나 이내 그 노란 모자의 공무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나.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인데. 자기도 맡은 바 임무를 책임지지 못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더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공무원을 마치 직장부하 다루듯 한다니 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한쪽 옆에 길게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건물 옆으로 붙어 모여 있었다. 아예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들 통제에 익숙하게 잘 따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허허나만 바보 됐군. 미친놈처럼 소리나 지르고….

 

마침 앞에 마산시청 건물이 보였다. 시청 민원실로 들어가 컴퓨터나 좀 만지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허탕이었다. 이미 민원실은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만원인데다 컴퓨터도 자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짜증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제경보 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졌다. 20분이 이렇게 지루하다니…. 부랴부랴 시청을 빠져 나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시청 뒤 철길을 넘었다. 이 철길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폐선으로 방치돼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어시장이다.

 

그런데 가만 아,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철길 옆에서 노점상 아주머니와 단속 나온 시청공무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철거반원들이다.


아니 이 양반들은 하필 민방공훈련 시간에 노점상 단속 나온 거지? 길 가던 시민들에겐 길도 막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은 그 귀한 민방공훈련시간에 노점상 단속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시내버스든 화물트럭이든 승용차든 모두 운행정지 시켜놓고 자기들은 노점상하고 전쟁 벌이고 있었단 말이지. 노점상 단속반은 총알도 비켜가나?’


노점상 아주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돼 보이는 두 명의 단속반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3일 후면 저기 만들어놓은 저리(컨테이너를 개조한 판매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로 옮긴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뜯어가는 기고. XX들아. 그거 그냥 거기 안 나둘끼가. 어이~”

 

한참을 드잡이를 하던 시청 단속공무원들은 결국 파라솔 몇 개만 달랑 트럭에 싣고 떠났다. ‘아니 이 양반들이 하려면 확실히 하던지 기껏 파라솔 두 개 뜯어가려고 여기 왔나? 장사 하는 아지매 속 다 긁어놓고 고작 파라솔 두 개 뜯어 싣고 간단 말이야? 혹시 민방공훈련 피할까 하고 들어왔다가 시비 한 번 붙고 가는 거 아냐? 참 웃기는 인간들이군.’

노점상 아주머니는 단속반들이 가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상도 말로 욕을 ‘개 끌듯이’ 퍼붓고 있었다. “아니 조노므 시끼들이 저기 인간들이가. 대통령은 우야든지 서민들 먹고 살게 해 주끼라꼬 고상하는데, 조노므 문디 자슥들은 저그가 머라꼬. 아이고 나쁜노무 시끼들…”

그러다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보고 대뜸 외쳤다. “아이, 그란데 댁은 뭡미꺼. 뭔데 아까부터 옆에서 사진을 찍고 그람미꺼? 댁도 저놈들하고 한팬교?”

단속반이 갔는데도 계속 자리에 주저앉아 욕만 해댄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지매 편이라요. 이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쟈들 욕 좀 해줄라고 안 그럽니까? 하하저는 마 확실히 아지매 편 맞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금새 표정이 바뀌며 마침 잘 됐다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있다 아임미꺼. ,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노점상들 먹고 살게 해 줄끼라꼬 다 풀어준다 안 했습니꺼. 그기 곧 내리 온다 카데예. 여 시장도 올매나 우리 같은 사람 걱정해 줌미꺼. 그란데 그 밑에 있는 노므 인간들이 그런 것도 모르고우에가 아무리 잘하면 뭐함미꺼. 조노므 자슥들이 죽일 놈들인 기라요. 조놈들이….”


아니 이건 또 무슨 엿 바꿔 드시는 말씀이란 말인가?
 아무리 바빠도 이런 소리 듣고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아줌마. 거 있다 아임미까. 저 공무원들이야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고요. 진짜 나쁜 놈들은 웃대가리들입니다. 이명박이 그 인간이 제일 나쁜 인간이지요. 아줌마, 청계천 들어보셨지요? 이명박이가 얼마나 자랑 합디꺼. 그 꼴난 청계천 만들라고 노점상들 다 쫓아냈지요. 쫓아내다가 안 되니까 우쨌슴미꺼? HID, 북파공작원이라고 들어보셨지예? 그 사람들 불러다 다 쪼가 냈단 소리 못들었심꺼? 진짜 나쁜놈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시겠심미꺼? 마산시장요? 고마 말로 마입시더.”

아마 노점을 이리로 옮길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 편이라고 하던 사람이 영 엉뚱한 소리를 하니 김이 좀 샜나 보다. 그러나 그래도 자기 편이라는데 달리 뭐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일 테고. 입맛만 쩍쩍 다시면서 그건 아일 긴데예. 설마 그럴라고예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일장연설이 시작되려고 한다
. 노점상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동지를 만난 듯 그 동안 못다한 한을 다 풀어낼 태세다. 아이고, 이러다간 약속시간 늦겠다. 나는 얼른 아주머니에게 아지매, 그럼 많이 파이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노점상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등뒤로 달려든다. 아주머니 목소리가 참말로 우렁차다.

 

아이씨요. 우옛든가 마이 좀 도와 주이소예~”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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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3.18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ky walker 2009/03/18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요즘 뭐가 진실이고 거것인지 모르겠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오죽 헷갈릴까 생각해봅니다...

    <파비> 죄송합니다. 실수로 원문이 훼손되는 바람에... 대신 이렇게 위에 댓글 옮겨 놓습니다. 어쨌든... 노점상 아주머니 장사나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냥 좀 놔두시고요. 공무원 연가보상비 반납받아서 실업자 구제도 하신다면서...(그것도 실은 남의 주머니 갈취라고 생각되지만) 그리고 민방공훈련 시간이 너무 긴 거 같아요. 사람들에겐 황금같은 시간대인데...

  2. Favicon of http://blog.daum.net/gabinne BlogIcon 林馬 2009.03.19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사문화의 잔제지요.
    연가보상비 반납은 황시장 생색내기 정치쑈에 불과하죠.
    남의 인건비로 생색내는넘이 정상인은 아니겠죠?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3.25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이 늦었네요. 그런데 그렇게 맘대로 남의 주머니 뒤져가도 공무원 나으리들은 그냥 가만히 계시나요? 아니... 적선을 해도 본인이 직접 해야지... 왜 내 돈 가져가서 다른 사람이 생색내게 하냔 말이죠.

  3. tata183ta 2009.03.25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쨌건 저 아주머니는 가카에게 한표를 행사했다는 결론이군요.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것이 자신의 목을 조를 줄 아셨을까요.

    국회의원 나리들, 높으신 분들이 민초들을 이리도 무시하고 개 X보듯 하는 이유를 알 듯 합니다.

    이래서 언론 방송을 눈에 불을 켜고 장악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우스갯소리로 '국개론' '계급배반'이라는데,

    '나랏님은 잘못이 없는데 밑엣것들이 잘못한다'라는
    봉건국가 시대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분들은 지내오신 경력이 있으니까 이해를 하더라도, 자칭 쏘쿨~하신 우리 젊은이들이 더 걱정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투를 빕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3.25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말여요. 제 친구 아내가 그 집에 술 얻어먹으러 가면 같이 한 잔 걸치고선 맨날 하는 레파토리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꼬 했는데..." 하면서 혀가 꼬부라지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닌가 봐요. 하하. 복잡하지요?

  4. Favicon of http://www.toryburchoutletbc.com/ BlogIcon tory burch outlet 2013.01.01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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