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집에 들어가면 즉시 방바닥에 뒹굴며 콘맨이 된다고들 하던데요. 저하고 꽤나 친한 건설업을 하는 친구도 그렇고, 화류계에 종사하는 친구도 그렇습니다.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는 거 말고는 집에선 할줄 아는 게 없는 탓도 있을 테지요.
사실은 또 제가 잘 아는 어느 블로거께서도 집에 들어가면 리모콘 독점권을 행사해서 요리조리 돌리는 재미로 산다고 하시더군요. 공장에 다니는 잘 아는 형님도 그러시더군요. 평일에는 늦게 퇴근하고, 술도 마시고 그러면 테레비 볼 시간 별로 없지만 주말엔 테레비 돌리는 게 일이라고요.
암튼^^ 이야기가 엇나갔는데요. 테레비블로그를 하는 저는 그분들에 비해선 테레비 보는 시간이 거의 새발에 피라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다가 최근에 바쁘지 않게 바빠서 테레비 이야기를 거의 포스팅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사실은 술자리가 있어서 곧 나가야 합니다.
실은 제가 포항에 전화로다가 고래수육과 육회를 주문했거든요. 이거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들 들으면 매우 미워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환경운동 같은 거 안 하지만, 주변에 꽤 많거든요. 그런 분들. 그런데 환경단체에서 고래고기 먹는 것도 반대할랑가요? 제가 뭘 잘 몰라서….
하여간 그래서 택배로 집으로 배달된 그 고래고기를 가져가기 위해 잠시 집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녀석이 생각지도 않게 일찍 집에 들어와 있군요. 화장실에서 일보는 중인 모양입니다. "어? 너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냐? 아직 5시도 안 됐는데."
"오늘 시험 쳤잖아. 그래서 일찍 왔다. 아, 잠깐만. 아빠, 이거 휴대폰 밖에다 충전시켜주면 좋겠는데…" 녀석은 휴대폰을 화장실 콘센트에다 꽂아놓고 충전을 시키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거실에서 충전시키지 왜 그걸 들고 드갔는데?"
그러자 녀석이 말합니다. 아참, 대부분 집들이 다 그러리라고 짐작합니다만, 우리집도 화장실과 욕실이 공용입니다. 녀석은 일을 본 후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언제부턴가 목욕탕에 안 가고 집에서 목욕하길 즐기더군요. "내가 인맥도 없는 찌질인 줄 아나."
"내가 인맥이 얼마나 많은데. 수시로 전화가 오거든. 그러니까 들고 들어온 거지. 인맥 관리 하려면 늘 신경 써야 된다." 허허~ 인맥이라. 조그만 게 무슨 인맥? 이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긴 인맥 관리, 그거 대단히 중요하죠.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란 말도 그래서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저도 고래고기 들고 공원으로 나가는 것도 다 인맥 관리 때문 아닐는지요. 몇 명의 인맥이나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서너 명 올 것 같습니다. 5만원어치 고래 가지고 그들 인맥이 제대로 관리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로써 저도 썰을 줄이고 나갈 준비해야겠군요. 인맥을 위해서. ㅎ~
아, 그리고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애가 둘인데 하나는 열네 살이고 하나는 열살입니다. 아직 두 아이가 다 제게 반말을 씁니다. 제가 그 표현 그대로 옮겼더니 일전에도 누군가 아, 애 교육부터 똑바로 시키라고 그러더군요. 뭐 그 말씀도 백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놔둘랍니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 등쳐먹는 사기꾼이 된 것도 아닌데 굳이 부모의 훈계를 내세워 분위기를 경색시킬 필요가 있겠나 그런 생각입니다. 다 때가 되면 제자리를 찾아가게되겠죠. 늦고 빠르고의 차이일 뿐. 다만, 그 때가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뿐이죠.
그런 저도 가끔 인상을 쓰거나 목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집안이 아주 썰렁해지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기를 못 펴는 아이들을 보면 순식간에 이거 내가 괜히 목에 힘줬네 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나 장부가 한번 뺀 칼은 결코 쉽사리 넣지 못하는 법, 아시죠?
확실히 아이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안답니다. 엄마보다 아빠가 더 힘이 세다는 사실. 그래서 엄마 말은 뒤지게 안 듣다가도 아빠의 인상 하나에 시아시가 되는 것입니다. 시아시. 오랜만에 써보는 일본말이네요. ㅋ~ 이런 말 쓰면 안 되는디….
시간관계상, 그럼 이만. 모두들 평화롭고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테레비 이야기 대신 쓰는 포스팅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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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관리 중요하지요.^^
오늘 경화시장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진전을 할 예정이니,
일 하시다가 혹~ 끌리면 오셔요.
경화시장에도 고래고기가 있지만, 저는 고래고기를 먹지 못하기에
시장판에서 다른 걸 먹어야 겠습니다.
아드님의 재치가 대단하군요. ㅎㅎ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잘 지내면 나중에도 사회성이 좋겠지요?
오랜만에 인사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