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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송정문, 장학생이 되면 취업할 수 있을까

송정문의 진솔한 삶이야기 네 번쨉니다. 휠체어를 타는 1급 중중장애인으로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송정문 씨는 대학에 갔습니다. 물론 대학이 장애인을 위한 어떤 사소한 배려라도 준비해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들 다 가는 학교에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배우고 싶다는 의지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오기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안경광학 공부는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맞았습니다. 장학생도 됐습니다. 그러나 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경기불황으로 안경점을 내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장애인 송정문 씨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오늘날 모든 젊은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회에 막 발을 들여놓던 80년대 초는 직장을 구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질 좋은 직장이 많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일자리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질 좋은 직장은 고사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문제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해야 할 젊은이들이 ‘꿈’을 꾸는 것은 사치가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이른바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보다 더 불쌍합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야말로 모두가 장애인일지도 모릅니다. 

삶이야기4. 적 우수 장학생

 

<글쓴이. 송정문>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대학시험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모두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합격을 하였습니다.

 

대학생활.

물론 수업받는 건물에 양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 갈 때마다 고생을 해야 했고, 학생식당까지 계단이 너무 많아 늘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에게 학교생활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꿀맛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대학생활의 담소를 나누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만남도 잠시. 장학생이 되면, 취업할 때 유리하다며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저도 장학생이 되면, 취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나의 꿈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지원한 안경광학이란 학문이 참 재미있었고, 재미있다보니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드디어, 성적 우수 장학생.

저도 그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취업의 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학을 나와서도, 그냥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죠. 누구도 제게 눈치를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참 답답했습니다. 다시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은 저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안경점이라도 차려보려고 생각했지만, 투자비용이 장난아니더군요. 당시는 개인 안경점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고, 안경점도 체인점화되어 안경점 사업도 순탄하지 않던 시기라, 섣불리 빚을 내서 시작할 수도 없었지요.

저는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여기가 내가 도전할 수 있는 끝인가.

내 꿈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슬퍼졌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있었던 학생시위를 기억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2년 내 해고 자유정책을 입법하려 하였으나, 학생들은 이 정책이 통과되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많이 뽑을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히 많아지면 고용불안을 넘어 삶의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며 시작된 시위였죠.

요즘은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하여도 운없고, 빽없으면 실업자로 사는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실업자가 아니라고 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를 비정규직 인생이라고들 합니다.

부자로 살 순 없어도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은 욕심일 수 없습니다.

몸뚱아리 하나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얼굴을 저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4. 성적우수 장학생 (송정문의 삶이야기4)|작성자 dreamsn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