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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내버스로 가는 여행, 볼 수 없던 것이 보인다

시내버스 타고 우리지역 10배 즐기기
/김훤주 쓰고 경남도민일보 엮음

우선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아쉬움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왜 비매품으로 했을까? 돈을 받고 팔아도 얼마든지 잘 팔릴 책인데….”

그렇습니다. 비매품이라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아, 공짜로 책을 얻을 수 있었으니 좋지 않았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저와 약간의 인연이 있는 관계로 유료였더라도 책값을 받지 않고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매품이든 아니든 그것이 제게는 별 상관없는 일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책을 거저 얻지 못하더라도 저는 얼마든지 돈을 내고 이 책을 사서 볼뿐만 아니라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보며 두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경치들과 맛깔스런 글들을 되새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것입니다.

“돈을 받고 팔아도 대형서점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진열될 수 있었을 텐데….”

▲ 시내버스를 타면 눈에 들어오는 너른 들판이 너무 시원하지 않은가! @사진=김훤주

하긴 책의 가운데와 마지막에 지역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광고가 실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광고수입은 그저 일회성에 그칠 뿐이고 꾸준하게 들어오는 수입은 역시 책을 팔아 얻는 인세수입이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돈 얘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쌀재 임도를 타고 넘어오는 봄내음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행암갯벌에서 반지락을 캐는 할마시들의 웃음소리도 정겨웠습니다. 고성 상족암 바위마다 새겨진 6500만 년 전 혹은 1억 년 전의 공룡발자국들이 바다를 이불삼아 덮었다 걷었다 하는 모양도 아른거립니다.

시내버스는 창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주에도 있고 하동에도 있고 고성에도 있으며 함양에도 있었습니다. 저 멀리 남쪽바다 거제도와 남해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곳은 시외버스도 함께 타야 합니다.

그러나 김해의 박물관과 왕릉을 둘러보는 데는 시내버스만으로 족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창원에서 김해까지 시내버스가 다닌다니. 이 책을 읽은 독자만이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라고 하면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유익한 정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한때는 우리도 자가용은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사치품이었던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가용 한두 대쯤 없는 집이 없으니 누구나 할 것 없이 바야흐로 행복을 갈구하던 시대에서 만끽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만 같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 차창 안에 한가득 핀 꽃들이 너무 정겹다. @사진=김훤주

우리는 물질문명이 주는 약간의 풍요로움은 얻었지만 대신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우선 마음의 여유를 잃었습니다. 그 옛날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떠들고 웃던 시간들도 잃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건물들과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도 이젠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시내버스는 우리에게 유용한 교통수단임과 동시에 사색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차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깊은 상념에 빠지거나 엔진이 쏟아내는 굉음을 타고 눈부시게 쳐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이 안겨주는 나른한 포만감에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제 추억의 저편으로 밀려난 시내버스를 다시 타보라고 권유합니다. 그리하여 요란한 물질의 세계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 속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옛사람들의 정다운 목소리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저자가 원하는 것은 매일 시내버스를 타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말 혹은 시간이 날 때 시내버스를 타고 가까운 교외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멀리 바람 따라 나가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무한한 자유와 평화와 행복과 또 뭐 그런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리란 것입니다.

저자가 미리 앞서 개척한 바에 따르면, 시내버스를 타고 즐기는 여행은 경남의 동쪽 끝 양산, 김해에서부터 서쪽 끝 하동, 함양까지 모두 가능했습니다. 자가용을 버리고 시내버스로 움직이는 여행은 더할 나위 없는 홀가분함과 더불어 주당들에겐 술 마실 자유를 선물로 줍니다.

▲ 버스여행엔 이렇게 맛있는 반주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사진=김훤주

그리고 또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자가용을 끌고 가면 중간에 돌아와야만 합니다. 그러나 자가용을 버리고 떠나면 가고 싶은 곳까지 마음껏 갈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자유가 어디 있을까요? 자가용은 편리함을 주지만 반대로 사람을 구속하기도 합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면 공해 배출도 줄일 수 있고 에너지도 적게 쓰게 되며 교통비 지출도 줄어들게 된다”는 저자의 환경주의적 충고나 재무상의 배려까지 들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저 시내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창밖 풍경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당장 시내버스를 타고 통영 앞바다부터 구경해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동피랑도 보시고 멍게회덧밥도 한 그릇 드시고 말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밤마실 끝에 생선회에 소주 한잔 걸치시고 하룻밤 유하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아니면 우선 가까운 창원 진동면에 있다는 진해현 관아부터 들러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원래 진해가 진해의 반대편에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떠나실 때는 <시내버스 타고 우리지역 10배 즐기기>를 들고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훤주 기자가 제대로 썼는지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테지요. 만약에 틀린 것이 있다면 돌아와 혼내주면 될 터이고, 제대로 맞게 썼다면 돌아와 술을 한잔 사주면 좋겠지요.

아, 이것도 괜찮겠군요. 팀을 짜서 확인답사를 한번 해보는 것입니다. 큰 돈 드는 것도 아니니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일정을 잡아 떠나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이름도 있어야겠군요. 이러면 어떨까요? <‘시내버스 타고 우리지역 10배 즐기기’ 감사원정대>.

마지막으로 진짜 아쉬움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재미나게 책을 읽다가 문득 허기가 져 컵라면을 끓였습니다. 뜨거운 물에 불고 있는 컵라면에 김이 샐까봐 이 책을 살짝 올려놓았겠지요. 그런데 그만 책 표지가 쭈글쭈글해지고 말았습니다. 흐미~

특히 모자를 눌러쓰고 합천 영암사지 벚꽃길을 걷고 있는 김훤주 기자의 허벅지 부위에 선명하게 엑스자로 주름이 졌습니다. 이런, 참으로 죄송하게 됐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탓은 아닙니다. 혹 표지에 비닐 비슷한 성분이 너무 많이 포함됐던 때문 아닐까요? 흐흐.

ps; 이미 신문에서 대부분 읽었던 것들이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롭고 더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