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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미실을 속이려고 유신과 비담마저 속이는 덕만공주

마침내 저의 예언이 이루어졌습니다. 하하. 좀 쑥스럽긴 하지만 이 정도 제 자랑으로 시작하는 걸 너무 나무라진 마십시오. 이것도 다 블로그를 하는 보람 중에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덕만의 이이제이 전략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예언은 예언으로 깬다.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예언은 덕만이 쌍생의 하나란 사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자신의 신분을 회복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쌍생의 예언을 인정해야만 한다면 결국 쌍생의 예언을 저주가 아닌 복음으로 만드는 방법 외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총명한 덕만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 새로운 예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입니다.<7/29, 쌍생의 저주는 언제 어떻게 풀릴까?
http://go.idomin.com/288 8/19, 선덕여왕, 다음주를 예언하는 즐거움 http://go.idomin.com/343> 물론 성골남진의 비문에 이어 개양성의 비밀을 밝히는 새로운 예언이 나타날 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진흥왕이 죽기 전에 국선 문노에게 전한 개양성의 예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덕만이 스스로 예언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국조 혁거세나 진흥왕의 예언이 나타날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드라마 선덕여왕》은 결국 덕만이 새로운 예언을 만드는 걸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더 멋있습니다. 미실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기발한 전략, 이것이야말로 덕만이 신라의 왕으로 등극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증좌가 되겠습니다. 이런 덕만의 지혜는 유신과 알천을 비롯한 신라 인재들이 진심으로 충성을 하도록 만들게 될 것입니다. 결국 덕만은 천명이 아니라 스스로 왕이 되는 것이죠. 스스로의 힘으로 말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왕입니다.

자, 그런데 덕만이 만들어낸 혁거세 거서간의 예언이 담긴 비문, 거기엔 개양성이 하늘로 돌아가면 일식이 일어나고 이어 개양성이 다시 서니 신라에 새로운 하늘이 도래한다고 씌어있습니다. 개양성이 하늘로 돌아갔다는 것은 천명공주가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식이 일어나면 나머지 하나의 개양성이 스스로 다시 선다고 했으니 이는 덕만이 공주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죠. 개양성이 자립하고 새로운 하늘이 도래한다는 것은 덕만의 의지입니다,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그런데 덕만이 일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미실과 월천대사가 하는 말을 엿들었나요? 저는 한 번도 선덕여왕 보기를 빼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제는 <블로거스경남>에서 주최하는 블로그 강좌(강사 : 독설닷컴 고재열 기자)가 있어 보지 못했지만, 오늘 인터넷에서 500원 주고 봤습니다. 하여튼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선덕여왕을 빼먹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덕만이 어떻게 일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그게 궁금하네요. 제가 벌써 치매기가 있는 것인지…. 

어쨌든 월천대사도 일식이 일어난다고 했으며, 그 사실을 미실에게도 말했습니다. 게다가 덕만이 만들어낸 혁거세 거서간의 예언이 담긴 비문에도 일식이 일어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혁거세 거서간의 비문은 가짜가 되거나 아니면 개양성이 자립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식은 반드시 일어나야 하고 또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덕만은 비담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서 일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일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미실이 믿게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자, 여기서 주목해 봅시다. 비담은 일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정 앞에서 신통력을 선보이며 백성들의 이목을 모은 후에 개양성의 예언이 담긴 비문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미실 앞에 붙들려 갑니다. 미실에게 잡혀가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리고 미실에게 일식이 일어날 것임을, 그리고 그 날짜를 내가 알고 있음을 믿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실이 어떤 사람입니까? 상대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난 계략가입니다. 그래서 비담에게마저 일식은 없을 것이라고 속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미실은 덕만이 자신에 필적할 지모와 방략을 지녔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미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예고편을 보면 미실은 일식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미실은 이미 미생공과 월천대사로부터 일식이 있을 것임을 암시 받았습니다. 다만, 그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선 정광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을 뿐입니다. 

만약 오늘 드라마에서 정말 미실이 일식이 없다고 선언한다면 이는 미실의 실수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진의 실수입니다. 미실이 갑자기 그렇게 멍청해진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미실의 다른 숨은 의도가 있든지. 하여간 덕만, 정말 대단합니다. 미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자신의 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비담마저 속입니다. 좀 비유가 아름답지 못하긴 합니다만, 옛날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이 생각납니다. 

맥아더의 이 작전은 손자병법에도 나오는데 유명한 동성서취 전략이죠. 원산을 공격할 것처럼 하면서 인천으로 갔던 겁니다. 원산공작에 투입되었던 특공대원들은 죽을 때까지도 원산상륙작전을 믿었을 것입니다. 2차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성'에 투입된 어떤 임무조에게도 절대 '서취'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철칙입니다. 비담이 투입된 것은 상대를 기만한다는 의미에서 결국 동성작전입니다. 덕만이 얻고자 하는 서취가 어떤 것인지 비담은 알지 못합니다. 

덕만은 이미 미실의 잔머리 수준을 여러 차례 보았고 잘 알고 있습니다. 잔머리에는 잔머리로…. 그러나 덕만의 잔머리는 기가 막힌 반전이 담긴 절묘한 것입니다. 거기다 자신의 명으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하에게마저 속임수를 쓰는 냉정한 가슴마저 지녔습니다. 이제 차츰 미실보다 더 무서운, 미실보다 더 미실다운 덕만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오싹해지는군요. 그러나 미실의 꾀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이용되지만, 덕만의 꾀는 사람을 살리는 데 이용됩니다. 

그러므로 예고편에서 보여준 비담의 최후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덕만이 반드시 비담을 구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죠. "나는 너를 구할 수 없다. 살고 싶다면 네 힘으로 살아라!", 라고 말했지만 덕만이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니죠. 부하를 사지로 몰아놓고 가만 있을 우리의 선덕여왕이 아니란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가게를 잃을 수 없다며 버티는 백성들에게 무장특공대를 투입해 죽게 만드는 어떤 대통령하고는 차원이 다른 지도자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비담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죠. 역사에서 비담은 선덕여왕과 같은 해 죽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비담은 결코 죽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드라마고 작가의 마음이 엿장수 마음과 같은 것이라지만 실존인물의 죽음까지 조작할 수는 없는 일일 테지요. 아무튼 오늘 밤이 기대 됩니다. 흐흐~ 그나저나 우리의 문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이런 중요한 때 나타나지도 않고 말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진흥왕이 남긴 경천동지 할 예언이라도 선포하려고 준비 중인 걸까? 궁금해 죽겠네요. ㅋㅋ 
 

ps; 오늘 드라마를 보니 비담 뿐 아니라 유신과 알천, 진평왕과 황후 마야부인, 김서현과 만명부인 등 자기를 뺀 모두를 속였네요. 완전 클라이막스였습니다. 재미있고 시원하네요. 으하하~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