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을 본 적이 있다. 홍세화란 사람이 쓴 책이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된 그는 마침 프랑스 빠리에 회사 일로 출장 가 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어 2002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하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면 안 된다
그는 빠리에서 살기 위해 택시운전사로 20년을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담아놓은 책이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다. 나는 그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기를 즐겨 했는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글쎄 그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세화 선생은 빠리의 택시운전사 시절 에펠탑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어느 언덕으로 안내했다고 했다. 에펠탑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지리산을 제대로 보려면 지리산 속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오늘,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란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서 보내준 책이다. 일곱 명의 외국인을 두 명의 한국인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마치 에펠탑의 그늘 밑에서 실제 에펠탑이 어떤 모양인지도 모르면서 에펠탑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야말로 적당한 거리에서 우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을 아닐까?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특히 서울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에게 서울은 서울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뉴욕도 아니고 도쿄도 아니다. 서울은 서울만의 특징이 있다.
청계천 공사 이후 사라지는 오래된 전통 유산들
인터뷰어의 한 사람인 에밀 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거죠." 그러나 이런 공존도 서서히, 최근에는 보다 급속하게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는 청계천이 개발된 것에 내심 불만이다. 이제 청계천에는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넘쳐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기실 외국인의 눈에는 그저 환경파괴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럽풍으로 뒤바뀌고 있는 청계천 주변은 유서 깊은 서울의 참 모습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몇 년 내에 우리는 이런 모든 오래된 유산들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은 점차 능률이란 이름으로 서구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에는 전통의 냄새가 배어있는 특이한 도시였고 그런 점이 이들 외국인의 눈에는 보였다. 그런데 이런 전통들, 서구화의 바람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던 옛 모습들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급속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들은 월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편리함 대신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잃는 것과 같다. 서울의 재래시장은 '파리나 런던 같은 체계적인 곳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자연스런 서울의 색깔'이다. 그런데 이 고유의 색깔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의 다른 말 재개발, 개발이익에 떠밀린 인간성도 파괴한다
자본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파괴가 아니라 개발이다. 아이러니지만, 이처럼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마치 수백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뉴욕에서 온 젠 아이비는 묻는다. "그'개발'이라는 것이 뭡니까?" 그의 질문처럼 과연 개발이란 무엇일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은 경제적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발로 인해 한 쪽은 엄청난 돈을 벌고, 다른 한 쪽은 생존의 기본 터전마저 잃게 되는 불운에 빠지는 게 바로 개발이다. 그리니 개발을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너 죽고 나 살자!' 쯤 되는 것이 아닐까? 개발, 알고 보니 실로 무서운 말 아닌가.
우리는 얼마 전,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철거민들의 저항을 보았다. 그리고 여섯명의 죽음도 보았다. 용산참사다. 용산에서 벌어진 철거민들의 아픔 뒤에는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개발이익이 있었다. 삼성은 용산을 개발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1등 기업이다. 그러나 용산 철거민들은 용산이 개발되면 죽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읽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은 이런 따위의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만큼 부드럽다. 책 속 곳곳에 배치된 사진들, 서울의 모습들은 독자들의 눈도 즐겁게 해준다.
외국인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의 참 모습을 발견
도쿄에서 온 여자가 본 한국인의 술버릇에 관한 이야기도 있으며,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아프리카 춤을 배우는 열정적인 한국인의 모습도 그려진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젠 아이비는 배우로도 활약했다. 그는 '성공시대' '명성황후' '슬픈 연가' '원더풀 라이프' '올인' 등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부드러운 필치로 아름다운 사진과 더불어 보여주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몇 시간 만에,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읽어냈다.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는 말이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감상하는 기분과 더불어….
그렇다. 이들 외국인은 우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었으며 에펠탑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언덕이었다. 파비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면 안 된다
그는 빠리에서 살기 위해 택시운전사로 20년을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담아놓은 책이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다. 나는 그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기를 즐겨 했는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글쎄 그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세화 선생은 빠리의 택시운전사 시절 에펠탑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어느 언덕으로 안내했다고 했다. 에펠탑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지리산을 제대로 보려면 지리산 속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 권진.이화정 지음/씨네21 일상은 여행처럼, 삶은 예술처럼, 이방인들의 새롭고 낯선 서울 생활기 서울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로버트 프리먼의 연신내 시장과 스타벅스, 에밀 고의 홍대 앞과 신사동, 젠 아이비의 의릉과 인사동, 곤도 유카코의 연남동과 이문동, 얼 잭슨 주니어의 시네마테크와 고대 앞, 바또 브레이즈이 이태원, 마크 지그문드의 낙원동과 종로통. 작가, 아티스트 등 문화노마드들의 특별한 공간, 그리고 일상 이야기. |
오늘,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란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서 보내준 책이다. 일곱 명의 외국인을 두 명의 한국인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마치 에펠탑의 그늘 밑에서 실제 에펠탑이 어떤 모양인지도 모르면서 에펠탑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야말로 적당한 거리에서 우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을 아닐까?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특히 서울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에게 서울은 서울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뉴욕도 아니고 도쿄도 아니다. 서울은 서울만의 특징이 있다.
청계천 공사 이후 사라지는 오래된 전통 유산들
인터뷰어의 한 사람인 에밀 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거죠." 그러나 이런 공존도 서서히, 최근에는 보다 급속하게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는 청계천이 개발된 것에 내심 불만이다. 이제 청계천에는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넘쳐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기실 외국인의 눈에는 그저 환경파괴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럽풍으로 뒤바뀌고 있는 청계천 주변은 유서 깊은 서울의 참 모습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몇 년 내에 우리는 이런 모든 오래된 유산들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은 점차 능률이란 이름으로 서구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에는 전통의 냄새가 배어있는 특이한 도시였고 그런 점이 이들 외국인의 눈에는 보였다. 그런데 이런 전통들, 서구화의 바람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던 옛 모습들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급속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들은 월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편리함 대신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잃는 것과 같다. 서울의 재래시장은 '파리나 런던 같은 체계적인 곳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자연스런 서울의 색깔'이다. 그런데 이 고유의 색깔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의 다른 말 재개발, 개발이익에 떠밀린 인간성도 파괴한다
자본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파괴가 아니라 개발이다. 아이러니지만, 이처럼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마치 수백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뉴욕에서 온 젠 아이비는 묻는다. "그'개발'이라는 것이 뭡니까?" 그의 질문처럼 과연 개발이란 무엇일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은 경제적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발로 인해 한 쪽은 엄청난 돈을 벌고, 다른 한 쪽은 생존의 기본 터전마저 잃게 되는 불운에 빠지는 게 바로 개발이다. 그리니 개발을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너 죽고 나 살자!' 쯤 되는 것이 아닐까? 개발, 알고 보니 실로 무서운 말 아닌가.
우리는 얼마 전,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철거민들의 저항을 보았다. 그리고 여섯명의 죽음도 보았다. 용산참사다. 용산에서 벌어진 철거민들의 아픔 뒤에는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개발이익이 있었다. 삼성은 용산을 개발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1등 기업이다. 그러나 용산 철거민들은 용산이 개발되면 죽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읽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은 이런 따위의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만큼 부드럽다. 책 속 곳곳에 배치된 사진들, 서울의 모습들은 독자들의 눈도 즐겁게 해준다.
외국인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의 참 모습을 발견
도쿄에서 온 여자가 본 한국인의 술버릇에 관한 이야기도 있으며,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아프리카 춤을 배우는 열정적인 한국인의 모습도 그려진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젠 아이비는 배우로도 활약했다. 그는 '성공시대' '명성황후' '슬픈 연가' '원더풀 라이프' '올인' 등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부드러운 필치로 아름다운 사진과 더불어 보여주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몇 시간 만에,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읽어냈다.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는 말이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감상하는 기분과 더불어….
그렇다. 이들 외국인은 우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었으며 에펠탑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언덕이었다. 파비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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