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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MB, 어느나라 사람이냐?

오늘 신문사설을 보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청와대가 호주산불참사에 대해 위로의 전문을 보내고 유족에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창녕 화왕산 산불 참사로 희생된 국민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사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적고 있다.

유난스레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듯 보여주기식 언행을 하면서 졸지에 화마에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청와대를 보면서, 지방민은 이래저래 아주 언짢다.
도민일보사설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168

황왕산 정상에서 불길에 쫓기는 사람들 /사진=경남도민일보

나는 기분이 언짢은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단 말인가? 시중에 MB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일본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물론 별로 신빙성 없는 얘기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MB의 외모를 트집 잡아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또 그가 일왕이나 일본총리를 만나 했던 행동이나 말들을 보면 그런 트집이나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도 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최근 MB의 행보를 보면서 진짜 저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는지 의구심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용산철거민 참사가 났을 때도 그랬다. 그는 우선 화마에 희생된 국민에게 조의를 표하기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당연히 진상규명을 지시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불법시위를 밝혀내고 처벌하라는 명령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검경이 그리 멍청하진 않을 것이다. 뒤이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을 필두로 살기위해 건물옥상에 올라간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나는 아직까지도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거나 위로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20여일 만에 대형 참사가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벌어졌다. 창녕 화왕산에서 정월 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 도중 4명이 죽는 등 70여 명 가까이 화마에 변을 당했다. 그런데 정부측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자체에서 발생한 일에 일일이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다.

남의 나라 국민이 죽은 것에는 위로도 하고 조의도 표하면서 제나라 국민이 죽었는데 조의는커녕 논평할 것도 없다니.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였던가. 대통령 하나 바뀌니 나라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라가 온통 제정신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고 난 다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금모으기 운동을 해서 숭례문을 복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저사람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숭례문화재의 1등 책임은 MB에게 있지 않았던가. TV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얼굴이 대개 두껍다고 생각했다.  

화왕산 참사 당일 억새태우기 행사 /사진=경남도민일보

청계천 복원과 숭례문 개방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보여준 대표적 전시행정의 케이스다. 청계천에 수돗물이 흐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숭례문은 토지수용 개발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에 의해 불타버렸다. 전시행정의 끝은 늘 이렇다.

그러나 내가 오늘 화가 나는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다. 온갖 전시행정으로 제자랑 늘어놓기에 열심이었던 자들이 막상 제나라 국민의 죽음 앞에서는 한마디 말이 없다. 남의 나라 사람 걱정은 하면서 제나라 사람 걱정은 한마디도 안한다.

사설란 옆에 보니 <전의홍의 바튼소리>가 있다. 바튼소리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호주 불 챙긴 청와대, 창녕 쪽엔 ‘불구경 관심’” 그러고 보니 서울을 뺀 지방민은 위로 받을 국민도 되지 못하고 의례적인 조의를 받을 이웃도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저 불구경 대상일 뿐.

정말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것일까?

2009. 2. 12.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