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운동에 반대한다는 경남도민일보 고동우 차장의 기사를 보았다. 소감은 한마디로 황당함 그 자체다. 왜 이 시점에 이런 기사를 썼을까? 고 기자는 대체 무얼 노리고 이런 기사를 쓴 것일까? 아무 노림수가 없다면 그저 홍준표 소환운동 추진 주체들의 무지를 탓하고 정세를 꿰뚫어보는 기자의 혜안을 드러내기 위함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주민소환운동 추진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이 시점에 이런 기사를 썼단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불가다. 많은 사람들은 고동우 기자가 평기자가 아니라 데스크를 책임지는 차장급 기자라는 점을 들어 주민소환운동 반대가 경남도민일보 차원의 입장일 거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몇 차례 같은 취지의 기사가 실리긴 했지만, 이번 고 기자의 글은 동료 언론인 이시우 기자의 표현처럼 “제대로 똥을 싼” 셈이다. 고 기자가 데스크인데다 남다른 글쓰기 재주를 가진 덕에 제대로 수류탄 한방을 터뜨렸다는 말일 텐데, 어떤 이는 또 “제대로 똥을 쌌다!”는 이 표현을 두고 “반대의견을 넘어 조롱의 도가 지나쳤다”며 분개한다.
“똥은 아무 때나 싸는 게 아니다!”
아무튼, 전선에 교란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 글에 영향 받은 몇몇 단체와 개인의 갈등도 예상된다. 일부의 회군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전장에 나서야 하는 지휘관에겐 소용없는 위로다.
그래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일이 결정되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좋았을 글이다. 굳이 주장을 하고 싶었다면 외부인사의 기고라는 형식을 빌어도 좋았을 것이다. 고 차장이 운동의 발목을 잡고자 굳이 이런 글을 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나타날 것이다.
적전분열이다. 어떤 언론도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피아 어느 쪽도 아니며 오로지 정론직필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로서도 할 말 없다. 그럼에도 경솔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고민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 기자가 제시한 네 가지 반대 이유가 전혀 수긍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꼭 이 시점에, 전투가 시작되려는 이 지점에서 이제 막 전열을 정비하려는 시민군에 폭탄을 던져야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지금이라도 소환운동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닐 테고 말이다. ㅠㅠ 경남도민일보 창간에 약간이라도 기여했던 소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사실 나는 주민소환운동에 대해 별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지난 몇 달 간 집안에 우환이 겹쳐 세상일에 깊은 관심을 둘 수 없었던 탓이다. 다만 기왕에 일이 결정되었으면 결과를 향해 힘을 모으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만사 정치 아닌 것이 없지만, 또 정치로 만사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하간, 소환운동 주체들에게는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제기된 문제점들을 잘 짚어 슬기롭게 일하시라는 조언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덧붙여 경남도민일보 기자님들께도 건투를 빈다. 전화 주시면 술도 사드리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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