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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새벽에 하는 괜한 걱정

노란 보안등 불빛이 창밖을 지키는 새벽, 눈을 뜨다. 고양이가 걱정되다. 한쪽 눈은 에메랄드빛으로 사람의 혼을 빨아들일 듯이 깊은 색이고 다른 눈은 보는 이에게 마법이라도 걸 것처럼 노랗게 빛나는 오더아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이 하얀 이 오더아이는 우리 집 계단 밑에서 태어난 고양이인 거 같은데, 벌써 살이 찔 대로 쪘다. 아마도 새끼를 밴 모양. 엊저녁에 잠깐 골목에서 보았는데, 우리가 쳐다보자 저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 신비한, 몽환적인 눈으로 우리를 마주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다가 검은 비닐봉지를 뒤지는 모습이 얼마나 애처롭든지.

이 고양이가 가끔 우리 집 마당 한가운데 정좌하고 앉아서는 마치 제집인양 길도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로 보아 틀림없이 여기가 고향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통닭 먹고 남은 뼈라든지 생선뼈 같은 것을 마당 한구석에 놓아두는데 녀석이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다른 고양이가 해치울 때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엊저녁에 엊그제 낚시 갔다가 얻어온 청어 손질하고 나온 내장에다 삼겹살이나 갈비 구워 먹을 때 나오는 기름 모아둔 거를 좀 섞어서 내다놓았다. 그리고 새벽,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은 오더아이가 그걸 먹었을까 하는 것이다. 팬티만 입은 채로 현관문을 열고 살짝 나가보았다. 이런, 손도 대지 않았다. 삶아서 줄 걸 그랬나.

고양이도 아무리 배가 고파도 버린 내장은 안 먹는가보다. 배가 고팠을 텐데. 요즘은 분리수거 철저하게 하니까 비닐봉지 뜯어도 먹을 게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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