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08 동이 아들 왕자 금이 여자였어? by 파비 정부권 (28)
  2. 2009.08.22 역설의 퍼즐,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by 파비 정부권 (5)

중전마마께서 마침내 돌아가셨군요. 바야흐로 장희빈의 말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의 모와 장희재는 좋아서 입이 찢어질 듯 하고, 장희빈 또한 체통이 있는지라 감히 입을 찢는 시늉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아,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오? 인현왕후가 죽으면서까지 자기를 끌고 갈 줄이야. 인현왕후의 장희빈에 대한 증오가 이토록 대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헛말이 아닙니다.

하긴 뭐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죽은 귀신이 산 사람을 어찌 할라구요. 다 옛사람들이 할 일 없으니 지어낸 말일 겝니다. 장희빈의 무덤은 인현왕후가 아니라 스스로 판 것이지요. 아마도 이번엔 확실하게 제 무덤자리를 팔 모양입니다.

인현왕후의 장례식 모습(좌), 생전의 인현왕후와 동이.


왜 어린 남자애는 여자들과 같은 차림을 하는 거지?

그러나 뭐 어떻든, 인현왕후가 이렇게 덧없이 죽고 나니 참으로 허망합니다. 인생무상…, 우선 돌아가신 왕후마마를 위해 잠깐이나마 묵념. ^^  그런데 말입니다. 함께 테레비를 보고 있던 우리 딸아이가 그러는군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딸아이는 이제 열 살이랍니다
.

"아빠. 그런데에… 금이가 여자였어? 쟤는 원래 왕자 아니야? 왕자는 남자잖아."
"무슨 말이고. 당연히 금이는 남자지. 웬 여자 타령이야?"
"아니, 그런데에… 봐라. 금이가 여자처럼 머리에 이상한 저런 거 쓰고 있잖아. 동이처럼."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니 왕자 금의 상복 차림과 여자요 후궁이며 왕자 금의 어머니인 동이의 상복 차림이 똑같군요.

그러고 보니 엄마와 아들이 똑같은 두건을 하고 있군요. 이걸 두건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저도 잘... 수건을 머리에 쓰고 거기다 새끼줄 매고 있는 건가?


"어? 정말 그렇네."
"맞제? 남자들은 머리에 관 같은 그런 거 쓰잖아. 모자처럼. 그럼 금이도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금이는 아직 어린애여서 여자들처럼 그런 거 쓰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러자 열 살짜리 우리 딸아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 그럼 여자들이 전부 어린애들이란 말이가? 하하하, 그건 아니지."

어쨌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꽤 일리가 있습니다. 왜 어린애들과 여자들에겐 같은 상복 차림을 입히는 것일까요? 어쩌면 딸아이 말과 같이 여자들을 어린애처럼 취급하는, 그런 잘못된 사상 탓은 아닐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천주교식 장례식 모습. 꽃 숫자만 빼면 대충 우리랑 비슷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걸 
          신통하게도 보는 눈을 가졌다

저도 열흘 전에 모시고 살던 장인어른 상을 당해 백관 노릇을 했습니다만, 저희 집안은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던지라 위에 든 예와 같은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도 유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다면 저를 뺀 애 엄마와 아들, 딸이 모두 같은 모양의 두건을 썼을 테지요.

아무튼, 아이들의 눈이란 참으로 야무진 데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볼 때가 많습니다. 일전에도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는 제 방에 걸려있는 금강산 그림에서 구름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더랬습니다.

물론 열네 살이 된 이 큰아들은 이젠 더 이상 북한 인민화가 정창모 화백이 그렸다는 금강산에서 구름 속을 나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저 구름 위에 떠 있는 단 세 마리의 새만 볼 수 있을 뿐이지요.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물을 보며 "엄마가 보고 싶어 바위가 울고 있나?" 하고 물어 보던 이 아이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머리를 길게 길러 염색하는 것이 소원이던 이 아이는(방학 동안 아이는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잠시 다녀온 사이 머리를 팍, 그러니까 거의 군인 스타일로 확 밀어버렸더군요.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녀석의 방에 들어갔다가 저는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답니다. 

왜냐구요? 웬 조폭 하나가 침대에 누워 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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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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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선 시대때 유교 문화 때문이겠죠..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즉 미성년인 남자 아이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관을 쓰지 않고 두건을 쓴거죠
    확실하진 않지만.. ㅋ;;;;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0.09.08 1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니까 왜 남자 아이는 아빠처럼 관을 쓰지 않고 여자들과 같이 수건 같은 걸 머리에 얹고 새끼를 매느냐, 그런 거죠.
      우리 딸애가 옆 장례식장에서 유교식으로 치르는 상복 차림을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을 거에요.

  2. 글쎄요.. 2010.09.08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 말씀인것도 있고, 연잉군은 법적으론 인현왕후의 아들이기도 하니..
    두건을 쓴게 아닐지요..

    예전 드라마에서도 선왕이 죽으면 아들은 두건을 썼지요..

  3. ... 2010.09.08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교문화에서 나온 '아녀자'라는 의미때문 아닐까요.
    보통 남자를 제외하곤 따로 말하지 않고 아녀자라고 묶어서
    같은 위치로 봤잖아요.

  4. 피터 2010.09.08 1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인이 되기전에는 사람취급하지 않았슴^**
    원래 여자 어린이는 사람으로 인정 하지 안았습니다^**

  5. dfsa 2010.09.08 1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어른남자는.. 상투를 틀어 올렸으니.. 두건을 씌우기가 힘들어서 만들어진게 관같은 모자이고.. 어린남자 아이들은 상투를 틀어 올리지 않았으니 밋밋한 두상에 두건을 올릴수 있었으니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은 두건을 쓴게 아닐까요?? ㅋㅋㅋ
    제 생각...ㅋㅋㅋㅋ

  6. 선우연 2010.09.08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그러했느냐 하면 역시 음님 말씀처럼 미성년 남자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조선은 애초에 (성인) 남성의 중심의 사회였고, 관이라는 것도 성인 남성의 물건이었지, 여성이나 아이를 위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관례를 치루기 전의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처럼 머리를 길게 땋아 내렸고, 왕실과 사대부가에서는 복건(또는 호건)이라는 두건을 씌웠죠. 혹 관을 씌우더라도 관례를 치루기 이전의 남자 아이들은 관만 씌운 것이 아니라, 복건을 씌우고, 그 위에 관을 씌우는 형태였거든요. 하지만 역시 이것도 따님이 원하는 답은 아니겠죠.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어른들은 그냥 그러했나보다 하고 넘길 것을 아이들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다시금 생각하게 하다니, 참 재미있네요.

  7.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9.08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하하하하.....
    동이는 둘째치고...
    아드님의 그 말씀에 웃지 않을 수 없심더..
    따님의 관찰력..대단하네요. 모두가 모르고 지가나는데...ㅎㅎㅎ

    잘 보고 가요.

  8. 흠.... 2010.09.08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만일까요?....
    저는 제목만 보고 동이의 아들 역으로 나온 아이가 여자아인 줄 알았습니다..ㅡㅡ;;;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9. 민들레 2010.09.08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비님 장례식장에서 본것이 잘못된거고요.
    역사적 사료에 의하면 동이가 맞습니다.

  10. 박기동 2010.09.09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즉, 금이는 성인이 안되었다는 말은 맞구요..
    이유인즉,
    결혼을 했느냐 안했느냐 입니다.
    금이가 장가를 갔으면 남자가쓰는 모자를 쓰는게 맞구요
    요즘도 남.녀 구분이 있고 여자는 출가를 했느냐? 안했느냐?도 구분이 되지요?
    ..요즘은 장남이 결혼을 해야만 쓰고 장남이라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쓰지를 못합니다. 옛말에 어른께서 말씀 하시길 지차는(둘째) 필요가 없다는 말이 여기서도 유래가 됩니다.
    ..여자는 출가를 하면 친부모라도 허리에 쇄끼줄을 두르지 않고 출가를 하지 않았다면 허리에 쇄끼를 두르는 것입니다..
    맞는지는 모르나 전 이렇게 알고 있읍니다

  11. 박기동 2010.09.09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가지더요!
    머리에 여자든 남자든 (관.두건)쓰는 이유를 아시는지요 ?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죄인이라 하여 하늘을 보지말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부모님께서 옆에 계실때 효도 합시다..

  12. Favicon of http://ourvillage.tistory.com BlogIcon 촌스런블러그 2010.09.09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이 눈에는 예사롭지 않은가 봅니다^^
    우리나라 장례문화에 관심을 가져보게 되는군요

  13. ㅇㅇ 2010.09.13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역사적 재현에 있어서의 미스 아닌가요?
    이병훈 pd가 역사왜곡이나 구성상에 허술함이 많은 것이 지적된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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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알라딘에서 받은 책 제목이다. 무슨 이런 섬뜩한 책 제목도 다 있단 말인가. 사람을 먹으면 안 된다니. 그럼 사람을 먹는 사람들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물론 이건 나의 기우였다. 섬뜩한 제목과 달리 책은 처음부터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33개의 퍼즐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퍼즐은 "생각이 많으면 공주를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어느 왕국이 있다. 이 왕국에는 왕과 왕비가 있다. 왕과 왕비에겐 아리따운 공주가 있다. 그리고 똑똑이 왕자와 안똑똑이 왕자가 있다. 똑똑이 왕자는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남자답지도 못하지만, 대단히 영리하다. 안똑똑이 왕자는 그 반대다. 문제가 있다. 문제는, 왕이 아리따운 공주가 똑똑이 왕자와 결혼하길 원한다.
그러나 왕비는 안똑똑이 왕자를 지지한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공주의 마음은? 그녀는 현명하게도 그녀의 사랑이 누구에게나 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녀의 속마음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왕비가 제안한다. "구혼자들에게 과제를 내야겠어요." 왕이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요. 수학 퍼즐로 합시다. 가령 직각삼각형의…." 왕비가 반대한다. "어림없어요." 수학 문제를 내면 안똑똑이 왕자가 불리할 게 자명하다. "두 사람은 용을 죽여야 해요. 용을 쓰러뜨리고 먼저 돌아오는 구혼자가 우리 딸과 결혼할 수 있어요."
물론 왕은 이 제안이 못마땅하다. 그가 좋아하는 후보가 십중팔구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때 공주가 끼어들어 옵션을 제시한다. "둘 중 한 명은 단지 용을 죽이겠다는 마음만 가져도 되고, 다른 한 명은 실제로 용을 죽여야 한다면 어떨까요? 
똑똑이 왕자가 재빨리 '마음만' 옵션을 선택한다. 용을 죽이는 힘든 노동을 선택하는 것보다 '마음만' 먹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는 걸 영리한 그는 순간적으로 눈치 챈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자신의 더딘 이해력을 탓하며 용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왕비는 펄쩍 뛰었다. '무의미하고 바보 같은 짓이야!'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10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마젤란


현명한 독자라면 벌써 공주의 의도를 눈치 챘을 것이다. 공주는 영리하지는 못하지만, 잘 생기고 남자다운 안똑똑이 왕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별 고민 없이 칼을 차고 달려나가 용의 목을 베어 돌아왔다. 저자는 이 왕국에는 쉽게 죽일 수 있는 용들이 무수히 많다고 가정한다. 당연히 안똑똑이 왕자는 가장 쉽게 죽일 수 있는 아주 작은 용을 선택했다. 그럼 우리의 똑똑이 왕자는?


그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내가 용을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건 내가 용을 안 죽여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용을 죽이기기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용을 안 죽이겠다는 것과 같다. …… 좋아, 어쨌든 용을 죽이는 게 낫겠어. …… 아, 아니야. 그건 미친 짓이야. 그런 중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 내일 동이 트면 용을 죽이겠다고 진지하게 마음을 먹는 거야. 하지만 잠깐….'

저자는 '만약 '마음먹기'만의 조건이 안똑똑이 왕자에게도 주어졌다면?' 하고 자문한다. 그의 답은 그래도 안똑똑이 왕자가 이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별로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잡한 추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의 신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어놓고, 귀를 모두 밀랍으로 막으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이렌의 노래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남았다. 

똑똑이 왕자도 오디세우스처럼 '만일 죽일 마음만 먹을 수 있다면 굳이 죽일 필요가 없을 거라고 일러주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자신의 의도를 실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류의 퍼즐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언제나 일어난다. 우리는 늘 역설의 역설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자, 첫 번째 퍼즐을 통해 우리는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해 알았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그럼 다음 두 번째 퍼즐을 들어보라. 

두 명의 탐험가가 있다. 한 명은 비관주의자 페넬로페이고 다른 한 명은 낙관주의자 오필리아이다. 산악지대를 탐험하고 있던 두 사람은 크고 굶주린 곰을 만났다. 곰은 맛있는 아침식사를 상상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달아나는 게 좋겠어." 낙관주의자 오필리아가 재촉한다.
"아무 소용없어." 비관주의자 페넬로페가 곰을 보면서 절망스럽게 내뱉는다. "곰보다 빨리 뛸 순 없잖아." 
그러자 낙관주의자 오필리아가 능글맞게 웃는다. "안 그래도 돼. 우린 곰보다 빨리 뛸 필요 없어. '내'가 '너'보다 빨리 뛰면 되거든.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냅다 뛰기 시작한다.  
  
   

저자는 질문한다.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 곰의 아침식사 거리로 한 명만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둘 중 한 명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덕성은 그런 자기 희생을 요구할까?" "당신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그 결과로 무고한 사람이 죽게 되는 경우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안개 속을 헤맬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건 독자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안개 속을 직접 걸어보지도 않고 '오리무중'을 이야기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왠지 허전하다. 그러나,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항의할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퍼즐을 더 소개한다. 이 책의 제목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가 있다. 이 엽기적인 제목의 퍼즐은 이 책의 열아홉 번째 퍼즐이다. 물론 이 퍼즐도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엽기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역설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사실 오늘날 산다는 것이 서로 먹고 먹히는 그런 과정 아니겠는가?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한입 거리다.  

"가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는 번득이는 휜 이를 드러내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 이 순간 내가 어떻게 우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금 나를 회원으로 받아준 클럽에서 그렇게 따뜻한 환영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저녁거리지?" 몇몇 사람이 물었다. 나는 배가 고팠고, 사람들은 밝고 친절했으며, 게다가 너그럽게 회비를 받지 않았다. 나는 명예회원이라고 그들이 말했다. 순진하고 한심한 나. 나는 저녁식사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인 결과가 이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나는 손님이나 요리사로 초대된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해먹을' 한입 거리로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대단히 관대했지만, 나는 곧 그 관대함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읽은 현명한 독자라면 틀림없이 눈치 챘을 테지만, 이 책은 철학 책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안도하는 대로 그다지 어려운 책은 아니다. 거기다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전혀 없다. 사실 이 말은 과장이지만 그리 큰 과장은 아니다. 당신은 글자를 읽을 줄 아는가? 어쨌든 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만 그 대답이 '예스'라는 걸 서로 안다. 당신이 여기까지 읽었다면 우리는 이미 그 장애물을 넘은 셈이다."

'철학은 눈을 열고, 고로 '나'를 연다' 그러나 철학은 우리에게서 멀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훌륭한 철학 트레이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트레이닝을 통해 우리는 철학적 사색의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기발한 재치들이 퍼즐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여러분은 상식과 지혜를 얻은 기쁨에 가슴이 불꽃처럼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비트겐슈타인의 금언을 빌어 말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급하게 가지 말고 퍼즐 하나씩 천천히 읽고 천천히 생각하길 바란다는 뜻에서.

"천천히 하시오!"                   파비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10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마젤란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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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그리메 2009.08.22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학은 눈을 열고, 고로 '나'를 연다' 그러나 철학은 우리에게서 멀다.
    철학이 멀다고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러고 보니 좀 먼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을 읽고보니 제 자신이 좀 나이롱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파비 2009.08.23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열 여덟인가 아홉인가... 창동 학문당서점에 가서 <철학에세이>란 책을 사 읽은 적이 있어요. 저는 모르고 그냥 얇고 '철학+에세이'를 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8~90년대 대학 신입생들에게 필독 교양서였다고 하더군요. 어떤 운동권 인사가 썼던 책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던 그 시절엔 동녘편집부란 저자명으로 나왔었다고 기억되는군요. 저자는 나중에 변호사가 되었고, 지금은 본인 이름을 단 <철학에세이>가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 그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아주 쉬운 것이었죠.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철학이라고 했지요, 아마? 세계관이라고도 하고요.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이란, <세계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볼 것인가>를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멀다고 한 것이구요. 실제로 일반인들에겐 철학 하면 <개똥철학> 말고는 별로... 그럴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그렇고요.

  2. Favicon of http://ourvillage.tistory.com BlogIcon 촌스런블로그 2009.08.23 0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학이 관념적, 추상적이고 난해하고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주로 하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철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끌어주는 듯 하군요. 파비님 말씀처럼 재미있게 읽어가면서도 그 속에서 많은 지혜를 배우는 보람도 느끼겠군요. 그래도 재미있다고 너무 빨리 읽기만 하면 안되는 거로군요~~ 촣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파비 2009.08.23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루에 퍼즐 한 개씩만 읽으며 명상에 잠겨도 좋을 듯하네요. 아니면 전부 다 읽고 난 다음 화장실에 두고 매일 한 퍼즐씩 읽어봐도 좋을 거 같구요. 중요한 건 읽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겠지요.

  3. Favicon of http://www.cheapuggbootsbk.com BlogIcon ugg 2013.03.07 0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우 지원 및 이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