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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막내딸 아내, 내게 처제가 있었다니 암흑 속으로부터 문득 정신이 돌아왔다. 꺼져있던 TV가 켜지면서 갑자기 환하게 밝아진 화면으로부터 치이이 하는 정규방송 전에 나는 소음이 들려오는 듯이 느껴진다. 눈을 뜰까말까 망설이다 눈을 뜬다. 아직 방안은 캄캄한 어둠 속이다. 희미한 오렌지빛깔 보안등 불빛이 창가에 서서 흐느적거린다. 목이 마르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불속으로부터 끄집어낸다. 억지로 일어나 방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대낮처럼 환한 빛살에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두 눈을 찡그린다. 아, 뭐하는 거지? 거실은 온통 살림살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책장에 얌전히 앉아있어야 할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선풍기가 날름 그 위에 올라앉아있었다. 장롱에서 막 뛰어나왔을 옷가지들은 그 옆에 제멋대로 뒹굴고 의자.. 더보기
맹자, 부인을 쫓아내고 성인이 되다 “맹자가 성인이 되고자 고심하다 마침내 부인을 내쫓았다!” 예사롭지 않은 이 고대의 스캔들을 들춰낸 사람은 다름 아닌 곽말약이다. 다분히 과장되었을 이 이야기는 그러나 순자로부터 차용한 것이었다. 순자는 ‘해폐편(解蔽篇)’에서 ‘맹자는 패덕을 싫어하여 부인을 내쫓았는데, 이는 가히 스스로 수신에 힘쓴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런데 ‘맹자는 금욕주의자’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곽말약의 해학이야말로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순자의 악패를 부인의 패덕이 아니라 ‘맹자가 자신이 몸을 상할 것을 염려하여 부인을 내쫓았다’는 주장을 펴는 신비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곽말약. 그는 중국 문화사에서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깊고 넓은 학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대문호 노신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