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썸네일형 리스트형 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남자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우리 아이 말마따나 여름하고 전쟁을 치르고 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밤 사이 패주하는 적군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산들거리는 바람을 선봉장으로 가을이 해방군처럼 진주해 들어왔다.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상큼한 기분인가. 살갗을 녹여버릴 듯 짜증스럽게 달려들던 열풍은 간 데 없고 선선한 미풍이 달착지근한 연인의 밀어처럼 감겨든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다정한 연인의 팔에 이끌리듯 여름 내 시달린 몸통을 달래러 목욕탕으로 갔다. 휘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 앞에 앉았다. 거울을 바라보았다. 앗! 이게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웬 낯선 남자가 거울 속에 앉아 있었다. 물을 뒤집어쓴 남자의 머리에선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