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06 종교지도자들, MB가 경제와 외교를 아주 잘했다고? by 파비 정부권 (10)
  2. 2008.12.22 교회광고판이 된 시청광장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by 파비 정부권 (8)
  3. 2008.09.23 이명박요? 하나님이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깁니꺼? by 파비 정부권 (5)

엊그제 이명박이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즐겼다고 한다. 이 자리에 모인 종교계 지도자―이들을 지도자로 부르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은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당근과 채찍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대체 그 당근과 채찍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서 들여다보았다. 우선 당근에 대해서 알아보자. 당근이란 다름 아닌 이명박에 대한 칭찬으로 침을 튀기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를 아주 잘하셔서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단다.
 

사진출처- 불교포커스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57573


이명박이 외교와 경제를 아주 잘해서 뿌듯하다고? 이 무슨 염장 지르는 소리란 말인가.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기도나 염불만 외는데 정신이 팔려 세상일은 눈에 보이지 않더란 말인가. 아니면 헌금이나 시주가 늘어 교회나 절의 재정이 늘어나니 배가 부르더란 말인가. 1년 만에 나라경제를 다 거덜 낸 자에게 경제를 아주 잘하셨다고? 통미봉남에 휘둘려 국제무대에서 왕따 당하고 일왕에게 굽실대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던 자에게 외교를 아주 잘하셨다고? 참 똑똑한 지도자들이다. 


그래도 이분들이 당근만 준 것이 아니라 채찍도 함께 들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위안은 된다. 그럼 그 채찍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인데 정치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라.” 이게 채찍이었다. 이들은 종교지도자란 이름에 어울리게 그 채찍에 아름다운 장식을 다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은 불철주야 일하고 있지만 심장부가 잘해야 한다.” 결국 정치를 잘하라는 채찍도 ‘대통령은 잘하는데 참모들이 문제다’란 식으로 이명박 봐주기다.


물론 이분들이 청와대에서 식사대접을 잘 받았으니 그에 대한 보답은 응당 했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들은 한 술 더 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저런 말씀 중에 한 분이 이번 노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의 일부 방송의 보도태도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종교지도자(?)란 사람들이 정부의 보도통제를 요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니 기가 찬다.


그래도 명색이 일 종교계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상식은 달고 말을 해도 해야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권하는 것이 종교지도자들이 할 일인가. 참 한심한 종교지도자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종교지도자, 이런 식의 표현은 좀 삼가했으면 한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지도자란 말인가. 그냥 종교계 대표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참석자들 중에 일부 쓴소리도 있었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한 참석자가 “세간에는 대통령이 6·15 및 10·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이명박은 “나는 그동안 일관되게 6·15와 10·4 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 방안을 만나서 협의하자고 이야기해왔다”며 모든 남북간 합의의 이행 방안 논의를 위한 북한 당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구체적으로 누가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밝히지 않았고 또 MB어천가를 부르는 분위기에 묻혀 사소한 에피소드로 끝나고 말았다.   

참고로 종교계 대표들 중 유일하게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만이 이날 청와대 오찬에 불참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조계종이 MB정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렇다.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 최근덕 성균관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이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때가 되면 캐롤송이 울려 퍼지는 밤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연인들에겐 더없이 행복한 순간들입니다. 평생을 간직할 추억들이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지요. 아이들에게도 최고 행복한 시간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데에는 단지 성탄이라는 사건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성탄은 특별한 메시지이며 복음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연말연시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는 날임에 틀림없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의 축제가 된지 이미 오래이지요.

창원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빨간 십자가가 빛난다.


크리스마스의 기원

크리스마스란 크리스트Christ와 마스mas의 합성어입니다. 크리스트를 우리나라에선 그리스도라 발음하고 예수를 이름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마스는 라틴어의 미사missa가 고대영어에서 mass로 변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사는 가톨릭에서 매주 주일에 치르는 전례를 의미하지만, 원래는 축일, 축제일이란 뜻입니다. 즉 크리스마스란 ‘메시아의 제전’이란 뜻이라 하는군요.

역사에 의하면, 로마황제로부터 기독교가 공인된 초기에 로마가톨릭은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정하였고, 이때부터 세계(물론 기독교의 영향이 미치는)는 성탄절을 성대하게 기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톨릭 교황이 만든 그레고리력을 쓰지 않고 율리우스력을 고집하는 러시아정교회는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세계는 12월 25일이 성탄절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으로 가톨릭이 분열된 이후 개신교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불과 백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이교도의 축일이라 하여 배척하였다고 합니다. 기독교의 최고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사실은 아기 예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이교도의 축제로 배척하던 시절도...

이러한 관점이 있었던 것은 개혁의 기치를 걸고 가톨릭에 반기를 들었던 프로테스탄트의 지도자들, 루터나 칼뱅, 쯔빙글리 등이 크리스마스가 제정된 4세기경이 가톨릭이 이교도화하는 계기였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세상에 오기 이전부터 태양신을 숭배하던 이교도들의 축제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직도 개신교파 중 일부 교단에서는 12월 25일은 성탄절이 아니라며 배척하고 기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12월 25일이 동짓날이었고, 이 동짓날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다시 부활하는 날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메시아의 제전’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정한 초기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이점을 고려하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예수가 동지에 태어났든 하지에 태어났든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탄절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꿈과 기쁨과 희망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로마가톨릭이나 칼뱅이나 예수에게 바라는 것은 사랑과 평화를 통해 구원에 이르는 길일 테니까요.

그런데 저는 오늘날 교회가 사람들에게 꿈과 기쁨과 희망은커녕 위안이나 주고 있는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한 보름 전 창원시청 로타리에 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로타리를 삥 둘러친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으로 빛나는 시설물에는 각 교회와 담임목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시청광장 트리에 달린 교회광고판도 물신숭배란 이교도처럼 보여

얼마 전, 한 블로거가 창원시청광장에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달린 십자가를 비판한 기사를 봤습니다. 성탄절에만 잠깐 전시하는 것도 아니고 11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무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을 그것도 시청광장이라는 공공시설에 설치하는 것이라면 십자가보다는 별을 달아놓는 게 어떠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기독교인들 입장에서야 트집이라고 했겠지만, 그러나 저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어 본 저는 일부러 시청광장에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블로거가 트집 잡은 십자가는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다른 것이 더 커다랗게 보였습니다. 시청광장을 전세 낸 듯한 크리마스 트리용 전등시설물은 창원시내의 모든 교회들과 담임목사들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꼭 저렇게 자기들 교회이름과 목사들 이름을 광고하듯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요? 그냥 크리스마스 트리만 만들어놓아도 다 교회에서 만들어놓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굳이 저렇게 경쟁적으로 상업적으로 보이는 광고판을 달아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청광장을 빙 둘러친 광고판을 보면서 몇 달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시청광장에 설치된 대형트리의 아래쪽은 이렇게 교회와 목사의 이름들이 적힌 광고판으로 빙 둘러쳐져 있었다.

사탕 하나에 하느님을 파는 신도들 

서너 달 전에 딸애를 데리러 학교에 간적이 있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서 걸어오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먼저 아이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이었는데요. 딸아이에게 사탕과 과자봉지를 건네주면서 그러더군요.

“얘야. 조금 있다가 요 위에 교회 있지? 거기로 오면 사탕하고 과자 더 많이 준다. 그리고 선물도 줄 거야. 그러니까 교회로 꼭 와야 된다. 알았지?”

두 사람은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사탕과 과자를 나누어주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제가 가서 아주머니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교회가 참모습을 보이며 열심히 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다 모일 텐데, 학교 앞에서 애들한테 왜들 이러십니까? 어린 아이들 눈에 예수님이 무엇으로 보이겠습니까? 하느님이 고작 사탕 하나에 자기를 판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까요?”

그랬더니 그분들은 저에게도 말하기를, ‘교회의 사명이 어떻고, 믿지 않으면 모두 지옥에 가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구원하는 일이니 복 받을 일’이라며 제게도 교회에 나오라고 열심히 권했습니다. 얼굴이 벌개져서 더는 말을 못하겠더군요. 저는 따지듯이 말했는데 그분들은 화도 안내면서 계속 말을 거니 제가 당해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더욱 오만해진 기독교


어쨌든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노라면 기독교의 부정적인 모습만 자꾸 연상되어 마음이 몹시 편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연이어 벌어졌던 희극 같은 기독교인들의 난센스도 자꾸 떠오릅니다.

부산지역 기독교인들이 대규모 기도집회에서 세상의 모든 절간을 불태워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이라든지 어청수 경찰청장의 전국 경찰 복음화 발언은  그것만으로도 오만한 현대 기독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굳이 절간에 똥물을 투척한다거나 단군상의 목을 베는 무시무시한 행태까지 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서울시를 들어 하나님께 봉헌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제는 대한민국을 들어 하나님께 봉헌할 차례가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들이 시중에 많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어청수 경찰청장 같은 분들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야 이런 대통령의 의중을 미리 알아서 모신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직접 뽑은 창원시장이 대통령의 심중을 미리 헤아려 공공장소를 교회와 목사들의 광고판으로 내어주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무슨 의중으로 그리 하셨을까요? 혹시 교회단체로부터 거액의 광고비라도 접수하셨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추운 겨울에 놀고 있는 광장을 이용해 세수를 확보하는 게 그리 나쁜 일도 아니겠지요.

예수. 6세기경 모자이크/ 다음백과


그 내막이야 제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성탄절을 맞이하여 남모르게 사랑을 실천하라는, 또 그 말씀을 몸소 모범을 보이신 예수의 참뜻을 만분의 일이라도 생각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돌적인 선교운동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선교는 어느 종교인이든 그 의무요 사명입니다. 선교란 또한 신앙인의 기쁨이며 목적이기도 할 것입니다.

상업주의에 빠진 교회의 모습 버리고 사랑의 교회로 다시 태어나기를...

그러나 진정 선교하는 신앙인의 자세에 선다면 자기 교회 이름과 목사의 이름을 광고하기보다는 자기를 희생해 이땅에 오셨다가 십자가에 몸을 내맡긴 예수의 사랑을 알리는 데 더 노력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교회와 목사의 이름 대신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민중들의 염원을 담아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바람은 물신숭배에 빠진 듯한 한국교회에 가지는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요?

그래도 성탄절을 맞이하여 이런 정도의 소박한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 그리 큰 죄는 아니겠지요.

2008. 12. 22.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게 있어 도서관에 들렀다 나오는데 입구에서 아주머니들이 차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면서 일부러 쫓아와서 한 잔 하라며 건넨다. 시원한 생강차다. 그러지 않아도 도서관 1층에 있던 문화전시장이 폐쇄되고 거기에 마산시보건소장과 직원들 사무소가 들어오고 북적거려 짜증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차를 마시려니 아주머니 한 분이 팸플릿과 물티슈를 나누어주며 말을 건넨다.

“교회 안 다니시면 우리 교회 한 번 나와 보세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내가 잽싸게 말을 끊었다.

“아주머니. 수고 많으신데요. 이런데 나와서 이러실 게 아니라 이명박이나 정신 차리도록 기도 하이소. 요즘 이명박이 땜에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 듣는 거 모릅니꺼?”

“하나님이 사람을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낍니꺼?”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거들었다.

“아지매들 선교운동 한다고 이래 고생해봤자 뭐 합니까? 높은데서 헛지랄 한 번 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인데. 아지매들 고생한 거 이명박 쇼 한 번 하고 나면, 천만 명이 개독교라고 욕하는 걸로 돌아온다 이말 아닙니까.”

“그러니 교회에 돌아가셔서 제발 이명박이 정신 좀 차리라고 하나님께 기도 올리는 게 훨씬 선교에 보탬이 될 겁니다.”

타박을 줘놓고도 돌아서려니 미안했다. 생강차까지 한 잔 얻어먹고 할 소리가 아닌 듯싶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이게 다 대통령 잘 못 만난 탓이다. 사람 하나 잘못 뽑아놓으니 나라가 온통 난리법석이 아니냐 말이다.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들이 누구를 대통령으로 찍었는지는 정녕 알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개신교 신도들이니 당연히 자기네 장로를 찍지 않았을까 하는 야속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속 좁은 인간이다. 차나 한 잔 얻어먹고 말 일이지 무엇 하러 선교에 열심인 기독교 신도들 앞에서 이명박 타령은 늘어놓았을까?

지난 대선 때 일이 생각났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늦도록 집에서 뒹굴다가 투표 마감시간이 다돼서 아내와 함께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그리고 바로 집에 올라와 TV를 켜니 이명박이 당선됐단다. 금방 투표하고 왔는데 이명박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니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

“에이, 소주나 한 잔 해야지.”

슈퍼에 가려는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아는 선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야, 부권아. 너 지금 좀 나와라.”

“형님. 왜 그러십니까?”

“야, 잔말 말고 나오라면 나와 임마.”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마침 잘됐다 싶어 옷을 주워 입고 택시를 탔다.

“야, 나 집 나왔다.”

엥?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도대체 형님이 나이가 몇인데 가출이라니….

“아 씨 오늘 선거일인데도 우리는 공장에 출근해서 일하고 왔잖아. 공휴일이라도 무급이니까. 그런데 아 이거 젠장…, 마누라가 장모님 손잡고 투표장에 가서 이명박이 찍고 왔다고 밥상머리에서 떠들잖어. 아 그래서 열 받아서 확 엎어버리고 나와 버렸어.”

이 선배의 부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당시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노골적인 이명박 장로의 당선을 기원하는 기도와 설교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였던 터라 안 봐도 뻔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엄연히 종교의 자유도 정치의 자유도 보호받는 나라다.

“형님, 그렇다고 그러시면 됩니까? 형수님 의견도 존중하셔야 되는 거지요.”

“야 물론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렇게 피똥 싸고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무슨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다 안다. 지들 기독교 장로라니까 무조건 찍어주는 거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찍었으면 찍었지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그 형님은 나와 함께 이틀을 여관에서 자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또다시 열심히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싸움은 원래 물 베기라고도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대통령 일을 가지고 오래 간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리고 이번 여름에 그 형님과 우리 가족이 함께 남해안 해수욕장에 1박으로 피서를 다녀왔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이들 여섯 명은 이명박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시끄럽기는 했지만 노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정말 신기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땐 어디 감히 대통령 함자를 함부로 부를 수 있었던가. 반드시 각하를 뒤에 붙여야 했음은 물론이다. 만약 그리하지 아니하다 발각되면 바로 영창 간다고 했다.

그련데 나는 영창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형수님이 무서워서 안절부절 했다. 그러나 막상 형수님은 앞자리에서 눈을 꼭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그 형수님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야 이놈들아. 니들 자꾸 그러면 혼난다. 집에 가서 회초리 맞을 준비들 해라. 어디 감히... 대통령님은 나라의 아버지 같으신 분인데. 어떻게 아버지한테 그런 되지도 않는 쌍소리를 한단 말이냐.”

일순 아이들이 잠잠해졌다. 그러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조용히 말했다.

“에이~ 아버지는 아니지.”

조용하던 아이들은 다시 힘을 얻어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 사람은 평화를 위해 나름 무척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형수님께선 촛불 때문에 의기가 소침해진 탓도 있을 터이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이글을 쓰면서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아까 생강차를 나누어주던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 말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낍니꺼?”

도대체 그 지어놓은 사람이란 것이 보통명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이란 고유명사를 말하는 것인지, 또 그렇게 지어놓았다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인지, 잘 만들었다는 것인지 못 만들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왜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장애인 복지예산 삭감에 항의해 한나라당 안홍준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삭발농성하는 장애인들.
             플랑카드 위쪽에 "독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란 구호가 적혀있다. 독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만 먼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복지와 인권부터 지켜주는 게 순서 아닐까? 내가 보기엔 독도
             지킨다는 말도 헛말로 들린다. 제 국민 하나 못 지키면서 무슨... 
             <자료사진;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9월 22일자 관련기사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은 우리 목숨">

뉴스를 보니 온통 정부가 세금을 깎아준다는 기사 천지다. 무엇이든 깎아준다면 좋은 일일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국민들은 불안과 불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부자들에겐 돈을 벌고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고충을 충분히 헤아려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깎아주고 가까운 시일 내에 아예 폐지해 버리겠단다. 18만 가구가 혜택을 본단다. 그바람에 2조 23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단다. 덕분에 지방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걱정들이 대단하다.  

그래서 대신 부족한 세금을 서민들의 재산세율을 올려 보충하겠단다. 아울러 복지예산은 대폭 축소해 불필요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단다. 그 첫 신호탄으로 장애인 활동보조인 예산을 팍 깎아버렸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도 장애인을 가장 먼저 보살피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독실한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가난한 자와 장애인들 살아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게 되었으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하느님 도대체 이일을 우짜실 깁니꺼?”

2008. 9. 23 추분,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