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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들만의 다른 선택이 생각나는 회폐한 밤 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다. 엄혹한 시절, 두 부류의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난을 감내하며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는 선택이었다. 그 길은 고달프고 험난했을 것이다. 목숨마저도 내놓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들은 가시밭길 그 길을 선택했다. 또 하나의 선택은 달콤하고 배부르고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한 현세적 선택이었다. 그 길은 안락하고 평온했으며 자식들에게 편안한 삶의 기반을 물려줄 수 있었다. 비록 양심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어떤 이들은 기어코 붉은 주단이 깔린 배신의 길 그 길을 선택했다. 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가시밭길을 선택한 지사들에 대한 경외, 사랑 이런 감정보다는 배신의 길을 선택한 어떤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었다. 원래 감정이란 것이 .. 더보기
별난사람 별난인생, 진짜 별난 것은? 에서 제일 내 눈길을 끈 사람은 방배추였다. 이름도 별났지만 그의 이력은 실로 별난 것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건달이었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듣기로 여느 깡패처럼 패를 지어 몰려다는 그런 건달이 아니라 시라소니처럼 홀로 움직이는 싸움꾼이었다. 하지만 ‘전설의 주먹’이라든가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든가 ‘조선 3대구라’ 따위의 다소 선정적인 닉네임에 끌린 것은 아니었다. 내 관심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그는 한때 백만 평이 넘는 부지에 이라는 농장을 짓고 함께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 공동체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공동생산 공동분배. 노느메기밭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도, 아무리 일을 많이 하는 사람도 남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일을 못하는 사람도, 몸이 아.. 더보기
조선의 여왕 혜주, 내부자에게 망하다 기묘한 책이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고? 조선에 여왕이 있었던가? 라는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도 없고 또 저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잘 나가는 공지영이나 전경린, 최근 표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경숙 같은 유명 작가가 아닌 바에야 누가 이런 밋밋한 제목의 책에 손을 내밀까. 그런데 부제가 당돌하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소설은 의외로 속도감이 있었다. 글은 간결하여 짧은 단문들로 채워졌고 거의 은유가 없이 직설적이었다.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할 겨를 없이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시종 연속되는 사건들이 흥분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적절하게 뿌려놓은 성애 장면에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면 그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였다. 혜주는 주인공 혜명공주가.. 더보기
그들이 역사교과서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유 진리경찰이란 필명을 쓰는 온라인 활동가가 있었다. 그가 요즘도 활동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 초기 촛불정국을 전후하여 맹활약(!)한 그는 지독스럽게 빨갱이를 혐오했다. 아니 혐오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을 빨갱이로 몰았다. 그는 가끔 시인 흉내도 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을 다른 이의 블로그에 댓글로 남기기도 했다. 장하다 대한민국 전투경찰그대는 우리의 전사, 우리의 자랑대한민국 전투경찰그대는 우리의 폭동진압 공격특별대원(중략)수백 개의 돌과 쇠파이프와 화염병과머릿속이 새빨간 벌레 같은 폭도들로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원수 북괴의 흉악한 공작을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깨뜨리면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하략) 이미 오래전에 증발해버려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필명이 왜 무단히.. 더보기
풍운아, 기인, 또는 건달 채현국 기인이었다. 사실 나는 이 책 을 읽어보기 전에 그를 먼저 만났다. 창원대학교 강당에서 열렸던 이 책 출판기념회에서였다. 엄밀히 말하면 출판기념회가 아니고 북 콘서트라고 해야겠다. 다시 사실을 말하면, 나는 북 콘서트의 개념을 잘 모른다. 아마 대충 내가 아는 개념대로라면 북 콘서트란, 책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 즐기고 소통하는 것이다. 하나의 문화행사다. 이날의 북 콘서트는 책을 팔기 위한 목적보다는 채현국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무엇을 했는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들을 나누는 그런 소통의 자리였다고나 할까. 하여튼 내가 그때 처음 본 채현국이란 노인은 기인이었다. 그는 거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욕도 예사롭게 해댔다. 그래서 그의 이력을 잘 모르고 그의 대화를 듣게 된다면, 뭐 이런 노.. 더보기
마크 트웨인과 생텍쥐페리의 위로 “유람선은 항상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여행객이 병에 걸릴 경우 주위의 친절한 벗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치료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에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의 한 구절입니다. 이 여행 프로그램은 1867년 2월 1일 브룩클린에서 발행된 것으로 실제입니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2~30매에 달하는 장문의 여행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판촉홍보물인 셈입니다. 그 시절에 이런 상세하고 자상한 광고문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비유하자면 요즘 TV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보여주는 그것과 유사하다 할 것인데 어쩌면 그보다 더 섬세한 리얼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위에 인용한 문장 중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유럽인들은 치유에 있어서 위로.. 더보기
맹자, 부인을 쫓아내고 성인이 되다 “맹자가 성인이 되고자 고심하다 마침내 부인을 내쫓았다!” 예사롭지 않은 이 고대의 스캔들을 들춰낸 사람은 다름 아닌 곽말약이다. 다분히 과장되었을 이 이야기는 그러나 순자로부터 차용한 것이었다. 순자는 ‘해폐편(解蔽篇)’에서 ‘맹자는 패덕을 싫어하여 부인을 내쫓았는데, 이는 가히 스스로 수신에 힘쓴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런데 ‘맹자는 금욕주의자’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곽말약의 해학이야말로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순자의 악패를 부인의 패덕이 아니라 ‘맹자가 자신이 몸을 상할 것을 염려하여 부인을 내쫓았다’는 주장을 펴는 신비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곽말약. 그는 중국 문화사에서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깊고 넓은 학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대문호 노신과 .. 더보기
초패왕의 자살 괄막약의 역저 『족발』은 맹부자출처를 비롯하여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쓴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거기에는 맹자, 공자, 장자, 항우, 진시황, 사마천, 노자, 가의, 그리고 두 명의 제나라 용사가 등장한다. 또 공자를 만나기 위해 멀리 서양에서 찾아온 마르크스도 등장한다. 이 책이 어느 날 홀연히 책장에서 걸어내려 와 방바닥을 뒹굴게 되면서 나는 14년 만에 다시 고대 중국의 명인들을 만나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2200년 세월의 벽을 넘어 항우를 만나보는 것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다. ‘역발산기개세’ 항우의 자살 항우는 초한지에 등장하는 유방의 맞수다. 그래서 우리는 항우를 잘 알고 있으며 '역발산기개세'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라는 것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더보기
고전을 보지 않고 내일을 말하지 말라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시아출판사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면 세상살이가 한결 가벼워진다 세월을 뛰어넘은 통찰로 인생을 경영하는 지혜를 배운다 … 인간사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원칙과 지침을 제시해 주는 고전의 세계 고전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고전을 통해 선현들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우리는 고전을 읽지 않는가?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삶에 지쳐서 그러하기도 하다. 또는 고전처럼 딱딱하고 두꺼운 책을 쉽사리 들기가 부담스러운 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공자 왈’ 한다거.. 더보기
권력자들이 책을 불태우려는 이유, 나비효과 중국의 전국시대를 종식시킨 진시황은 분서갱유를 단행했다. 그가 갱유, 즉 역사상 유례없는 대학살을 자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서에 대해서만큼은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분서로 인하여 진시황 이전의 수많은 위대한 문명들이 잿더미 속에 사라졌다. 인류 문명을 향한 치명적 테러는 진시황만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 세계에서도 이런 분서가 예외 없이 저질러진 시대가 있었다. 기원 2~4세기 초기 기독교는 신성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갈등과 대립이 치열한 시기였다. 그노시스파로 불리는 영지주의는 당대 세계의 중심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가톨릭을 위협했다. 책을 불태우려는 사람들, 책이 가진 나비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로마 황제의 승인을 받은 가톨릭이 승리했고, 그노시스파의 모든 종교적 저작물들은.. 더보기
중년의 유시민이 쓴 풋내기 유시민의 독서 『청춘의 독서』, 유시민 전 장관이 쓴 책이다. 유시민은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다. 내가 유시민이란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스물다섯쯤 되었을까, 그때 나는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한창 나이의 젊은이였으며, 노조 활동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비밀지하조직의 일원이기도 했다. 참 우스운 것은, 그 비밀조직이란 것이 기껏 오늘날의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정도의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였다는 점이다. 청춘의 독서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년) 상세보기 유시민의 첫 작품, 항소이유서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 어떤 면에선 더 유연한 사고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 조직에서 유시민이란 사람이 썼다는 란 문건을 읽어보길 권했다. 비밀조직이었던 만큼 차라리 요구이거나 지시.. 더보기
청바지,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권력이 되기까지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청바지변천사,자유와 저항에서 구속과 권력으로 청바지는 원래 작업복으로 태어났다. 노동계급의 작업복. 청바지가 탄생할 즈음, 1848년은 세계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 해였다. 혁명의 소용돌이가 유럽을 휩쓸었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2월 혁명은 독일의 3월 혁명으로 이어지며 전 유럽을 혁명의 열병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다. 이 짤막한 한 권의 책은 유령처럼 나타나 성경을 능가하는 독자를 확보하며 세계를 양분했다. 1848년은 미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한 해였으며 전환기였다. 미국은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대가로 콜로라도, 네바다, 아리조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를 얻었다. .. 더보기
시내버스로 가는 여행, 볼 수 없던 것이 보인다 시내버스 타고 우리지역 10배 즐기기 /김훤주 쓰고 경남도민일보 엮음 우선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아쉬움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왜 비매품으로 했을까? 돈을 받고 팔아도 얼마든지 잘 팔릴 책인데….” 그렇습니다. 비매품이라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아, 공짜로 책을 얻을 수 있었으니 좋지 않았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저와 약간의 인연이 있는 관계로 유료였더라도 책값을 받지 않고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매품이든 아니든 그것이 제게는 별 상관없는 일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책을 거저 얻지 못하더라도 저는 얼마든지 돈을 내고 이 책을 사서 볼뿐만 아니라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보며 두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경치들과 맛깔스런 글들을 되새겼을 것.. 더보기
인터넷서평꾼 로쟈에게 책은 단두대의 칼날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에서 조지 오웰은 그렇게 말했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첫 번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 때문이다.” 그리고 오웰은 그 ‘순전한 이기심’에 대해 친절하게 이렇게 번역해 놓았다. ‘허영심.’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많이 배워야 한다거나, 그래서 허영심을 채워야 한다거나 하는 따위의 엉뚱한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오늘 내가 읽고 주제넘게 서평이란 걸 써야 하는 책, 의 프롤로그를 통해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배움을 통해 얻는 지식은 사람에게 자신감을 준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조지 오웰도 숱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그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유명해지고 싶은 .. 더보기
학교가 세상을 바꿀까, 세상이 학교를 바꿀까?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 세상을 바꾸려면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운동 중에 하나가 대안학교 운동이다. 소셜디자이너란 이름으로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 박원순이 그 대안학교들을 둘러본 감상과 거기에서 발견했다는 희망을 들고 왔다. 「마을이 학교다」. 박원순이 발견한 희망은 이 책에 담겨있다. 그는 우리 사회에 깊게 드리운 절망의 그늘과 좌절의 한숨 소리에 탄식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맞이한 새로운 밀레니엄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공동체는 회색의 암담한 미래로 채색되고 말았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이 공교육의 자리를 대신했으며, 가계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휘청거린다. 박원순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절망.. 더보기
불경기와 함께 돌아온 도시락의 추억 도시락.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도시락에 얽힌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동무들과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몰래 도시락을 까먹던 일, 겨울이면 난로 위에 서로 먼저 도시락을 얹어놓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경제위기와 함께 돌아온 도시락의 추억 체육시간이면 남의 도시락 반찬을 훔쳐 먹기 위해 몰래 교실로 기어들던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 도시락이 요즘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가 펴낸 남진희 글 『직장인 도시락 전략』은 이렇게 말한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 카테고리 요리 지은이 남진희 (북하우스, 2009년) 상세보기 요즘 혼자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더보기
환상소설가들이 만드는 세계의 첫경험 는 환상소설이었다. 환타지소설이라고도 불리는. 그리고 이 소설은, 아니 소설집은 단편을 모은 책이었다. 10명의 환상소설가들이 쓴 단편집의 제목이 였다. 나는 처음에 환상소설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환타지소설이란 단어를 찾아내고 "아, 그거!" 했을 뿐으로 나는 환상소설에 대해선 무지했다. 환타지란 낱말과 환상이란 낱말을 연결시키지도 못할 정도로.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영도 (황금가지, 2009년) 상세보기 어쨌든 나는 이 책을 다 읽어야만 했다. 내게는 주어진 임무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는 난관에 봉착했다. 자, 이 열편의 소설 중 어느 것부터 읽어야 하는 거지? 보통 하던 대로 처음부터 읽어야 할까? 아니.. 더보기
법조계의 이단아, 법조패밀리의 실체를 까발리다 가끔 터지는 사법 비리를 볼 때마다 우리는 커다란 슬픔에 빠진다. 신영철 대법관이 이메일을 일선 판사들에게 보내 판결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났을 때, 세상 사람들은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며 부패한 사법부에 질시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그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생각하건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신영철 대법관은 여전히 법복을 입고 법정에서 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가 가진 저울이 권력에, 자본에, 구체적으로 삼성에 기울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아니, 그들만은 이 모든 사실들을 모르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법조라 불리는 특수한 세계에 사는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선택받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불멸의 신성가족』의 저자 김두식도 바.. 더보기
역설의 퍼즐,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알라딘에서 받은 책 제목이다. 무슨 이런 섬뜩한 책 제목도 다 있단 말인가. 사람을 먹으면 안 된다니. 그럼 사람을 먹는 사람들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물론 이건 나의 기우였다. 섬뜩한 제목과 달리 책은 처음부터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33개의 퍼즐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퍼즐은 "생각이 많으면 공주를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어느 왕국이 있다. 이 왕국에는 왕과 왕비가 있다. 왕과 왕비에겐 아리따운 공주가 있다. 그리고 똑똑이 왕자와 안똑똑이 왕자가 있다. 똑똑이 왕자는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남자답지도 못하지만, 대단히 영리하다. 안똑똑이 왕자는 그 반대다. 문제가 있다. 문제는, 왕이 아리따운 공주가 똑똑이 왕자와 결혼하길 원한다. 그러나 왕비는 안.. 더보기
김대중 서거일에 만난 노무현의 마지막 인터뷰 공교롭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 알라딘으로부터 책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 오연호 씨가 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였다. 나는 김대중 지지자도 아니며 노무현 지지자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아니다.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며 그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나는 과거에 노동조합운동을 했던 이력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아주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두 분을 존경한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 나는 김대중이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했을 때, 정권 창출 과정에서 벌여졌던 모든 불미스럽고 마땅찮은 사정들에 불구하고 내심 박수를 쳤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는 그를 찍지.. 더보기
80년광주로 돌아간 이시대에 "거꾸로 희망이다?" 원래 쓰려고 했던 제목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 이렇게 제목을 잡으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보내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30년 전에나 일어났을 사태가 2009년 오늘에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그 목격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현장의 비참함이, 참혹함이, 전쟁 같은 공포가 먹구름처럼 제 가슴을 뒤덮었습니다. 거꾸로, 희망이다 - 김수행 외 지음/시사IN북 80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아직은 방송사 언론들이 완전히 죽지 않아서 경찰의 폭력 장면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폭력이었습니다. 국가에 의해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 이 폭력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쌍용차 노조가 진압된 후(모두들 협상 타결로.. 더보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오래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을 본 적이 있다. 홍세화란 사람이 쓴 책이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된 그는 마침 프랑스 빠리에 회사 일로 출장 가 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어 2002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하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면 안 된다 그는 빠리에서 살기 위해 택시운전사로 20년을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담아놓은 책이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다. 나는 그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기를 즐겨 했는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글쎄 그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세화 선생.. 더보기
MB정권을 현장체험교재로 보는 6월항쟁, <100℃>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100℃ - 최규석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만화가 최규석, 민주주의의 의미를 찾아 민주화운동의 정점이었던 1987년 6월로 여행을 떠나다 "잡아라…!" 1978년 6월의 어느 여름날, 뜨거운 열기로 새하얗게 달아오른 굵은 모래가 굴러다니던 운동장에서는 웅변대회가 한창이었습니다. 머리를 빡빡 밀어 윤기가 반질거리는 머리를 한 중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질서정연하게 운동장에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이때 느닷없이 연단에 올라선 한 연사가 이렇게 외친 것입니다. "잡아라!" "저기 날아다니는 파리나 모기를 잡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잡으란 말이냐? 바로 북한괴뢰도당의 괴수 김일성을 때려잡으라는 말입니다. …" 그는 나보다 .. 더보기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만 많을까?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푸른숲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성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남자들은 미술관에 갈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미술을 별로 즐기지도 않아. 미술뿐만 아니라 예술 자체를 즐길 줄 모른다는 게 맞겠지. 낚시나 바둑이라면 모를까. 그조차도 아주 소수의 남자들만 즐길 뿐이지. 대부분의 남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내거든.” 그러나 이 책은 시종 미술관에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저자인 플로렌스 포크는 심리치료사로 20년을 일하면서 여성.. 더보기
살벌한 세상에 읽는 ‘고민하는 힘’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내가 이 책 『고민하는 힘』을 다 읽은 것은 낙동강으로 도보기행을 떠나기 위해 탔던 차 안에서였다. 이미 절반 이상을 읽었던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 배낭에 넣고 시외버스를 탔던 것이다. 경북 봉화와 안동의 경계지점 어느 곳이었을 절에서 하룻밤을 묵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때 시각이 새벽 5시 30분. 절밥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상위에는 온통 풀로만 만든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국도 반찬도 모두 풀이었다. 쌀도 결국 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강변 둑방에서 풀을 뜯는 소가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허기가 반찬이라고 하지 않았던.. 더보기
신영철사태로 다시보는 사법비리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오래된 기억 그가 경찰서에 끌려갔던 것은 1991년 11월이었다. 2년여에 걸친 수배생활로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진 모습으로 그는 오동동아케이드 앞 전화박스에 잠복해있던 형사에게 덜미를 잡혔다. 굵은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수첩에 사진을 끼워 넣고 수없이 쳐다보았을 그를 그들은 알아보았다. 좁디좁은 사제 승용차에 전리품처럼 던져진 그는 사복들의 만세소리와 머리위로 달려드는 붉은 신호등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체념했었다. 다음날 아침, 유치장에서 간신히 눈을 뗀 그를 구경하기 위해 출근하는 경찰관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 꽤 높은 듯이 보이는 정복차림이 말했다. “음~ 듣던 대로 그렇게 잘 생긴 것은 아니네.” 그러자 옆에 있던 형사가.. 더보기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적인 여행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 이희수 지음/바다출판사 여행의 묘미는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을 찾아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는데 있다. 우리는 그 추억을 통해 과거에 대한 회상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런 기억의 도움 없이도 그저 아름다움이나 웅장함, 위대함 따위만으로도 얼마든지 여행의 목적한 바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하고 웅장한 아름다움도 거기에 추억이 저장되어 있지 않다면 생명이 없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 우리는 나무에 돋아나는 연초록 이파리들에 감동하면서 지난 겨울을 생각한다. 그 나무는 그 자리에 남아서 지난 겨울의 온갖 풍상과 눈보라를 다 견.. 더보기
사람과 개의 공통점과 차이 오늘 갑자기 장 그르니에가 읽고 싶어졌다. 엊그제 어떤 책(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이 제공한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의 서평을 쓰다가 장 그르니에가 생각났었다. 정확하게는 그가 했던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속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덜 힘들다’는 말이 생각났었다. 그는 알제대학의 교수였으며 알베르 까뮈의 스승이었다. 까뮈는 장 그르니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까뮈가 젊은 나이에 죽고 난 후에 그르니에는 ‘알베르 까뮈를 추억하며’란 책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르니에는 ‘일상적인 삶’, ‘섬’, ‘모래톱’, ‘지중해의 영감’, ‘어느 개의 죽음’ 등의 작품을 남겼다. 오늘 읽은 책은 ‘어느 개의 죽음’이다. 삶과 죽음, 존재에 관한 프랑스인 특유의 사유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더보기
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에 합격했어요! 오늘 제 블로그 공지사항에 들어갔다가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에 합격한 것입니다. 겨우 서평단 모집에 뽑혀놓고 무슨 합격이냐구요? 하하~ 제가 입사시험에 붙은 이래로 물경 이십여 년 만에 합격이란 걸 해보는 바이니 그냥 뽑혔다고 하는 것보단 ‘합격’이라고 좀 허풍을 쳐도 큰 허물이 되지는 않겠지요? 된다구요?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참 깜박했네요. 8년 전에 공인중개사 시험에서도 기쁜 소식을 접한 바가 있었군요. 요즘 기억력이 형편없습니다. 그때도 기뻤지만 지금도 기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그냥 우연한 계기로 도전하게 됐는데 붙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군요. 알라딘 - TISTORY 서평단 당첨 블로그 ◎ [인문/역사/사회/자연과학] 카테고리 .. 더보기
습지와 인간이 만들어온 역사와 람사르 우리 친구가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제목이 입니다. 책 제목을 왜 이라고 했을까 처음엔 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도시와 인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는데 습지와 인간은 잘 연결이 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차츰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대부터 인간은 습지와 매우 유용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습지는 온갖 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신석기시대의 인간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고 고기잡이를 하고 채집을 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위험과 부딪히지 않는 안전함”을 유지하면서도 “손쉽게 옮겨” 다니면서 “동시다발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습지였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저도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곤 동굴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