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4.20 STX가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번 비결? by 파비 정부권 (10)
  2. 2009.12.16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by 파비 정부권 (14)
  3. 2009.12.14 통합시장 단꿈 마산시장, 공문서위조로 고발될까? by 파비 정부권 (23)
  4. 2009.09.07 '뻥'이 들통나 사퇴한다던 시본부장님, 그것도 뻥이셨어요? by 파비 정부권 (5)
  5. 2009.07.08 봉쇄수녀들이 수정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13)
  6. 2008.12.27 STX조선소에 뿌려진 70년대 유인물 by 파비 정부권 (1)
강신억 더불사 본부장, "마산시 비전사업본부는 비전사기본부"

마산은 오랜 동안 수정만 매립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원래 수정만을 매립할 때 마산시는 주민들에게 방파제를 만드는 공사라고 속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매립지란 사실이 밝혀지자 이번엔 주택지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오는 걸로 다시 바뀐 것입니다.

마산시청을 향해 "주민들의 재산을 내놓아라" 고함을 치는 수정만 주민들


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를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마산시 비전사업본부를 비전사기본부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산시는 진북면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이곳에 첨단무공해산업시설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첨단산업시설 대신 주강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이 주강공장에서는 매연이 아니라 독가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매연과 독가스의 차이, 그 차이가 무엇이겠습니까? 매연은 몸에 해로운 것이지만 독가스는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더불사)> 강신억 본부장이 마산시에 물었다고 합니다. "진북산단에 첨단공장이 들어온다 해놓고 우리한테 왜 사기 쳤냐?" 

강신억 본부장. 직접 시정을 바꾸기 위해 통합창원시 삼진, 수정지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웬 마산시장이고 부시장? 

우물거리며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다시 물었습니다. "첨단산업시설에 주강공장 허가 내주면서 우리한테 설명했냐?" "안했다." "인정하느냐?" "인정한다." 이에 강신억 본부장이 부시장에게 따지듯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독가스를 내뿜는 주강공단 가동을 중단시킬 용의가 있는가?" 이에 부시장의 대답은 참으로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그럴 권한이 없다." 


4월 20일 오후, 쏟아지는 비속에서 열린 마산시 규탄 수정만 주민대회에서 강신억 본부장은 분개해서 외쳤습니다. "아니 아무런 권한도 없는 놈들이 비싼 월급은 왜 받아가는 겁니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놈들이 무엇 때문에 시민의 혈세를 축내는 겁니까?" 이처럼 마산시는 지금껏 거짓말로 주민들을 속이다 들통 나서 할 말이 없으면 "나는 아무 권한이 없소!" 라는 무능한 말로 일관했던 것입니다.

빗속 거래행진을 함께 하고 있는 강신억 본부장


오죽 거짓말을 자주 했으면 STX와 마산시를 일러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엔 마산시가 STX에 특혜를 주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긴 수정만 매립지를 STX에 불하한 자체가 특혜지만, 이번 문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주민들의 재산을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STX에 무상으로 주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마산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6일 STX와 수정지구 매립사업을 완료하고 정산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면 청사부지와 어촌계공동작업장 등 10,460㎡의 감정평가금액 24억 원이 고스란히 STX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이 24억이란 금액은 감정평가사가 측정한 가치일 뿐이므로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요즘 공장부지를 평당 100만 원 주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을지 생각해보면 얼마나 큰 돈이 오갔는지 능히 짐작이 갑니다.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마산시가 공짜로 넘긴 이 일만여 평 부지의 감정평가금액 24억 원을 STX가 다시 수정만 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웃지 못 할 희극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듣고 보니 실로 희극인지 비극인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없던 땅도 만들어내고, 있던 땅도 사라지게 만드는 신통한 마산시

진보신당 마산시 현역 의원인 이옥선 의원

마산시는 이 공공부지가 주택부지일 때는 남아있었지만, 공장부지로 변하면서 없어졌다는 입장이라는데, 그 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실체적인 부동산이 지목이 대지에서 공장용지로 바뀌었다고 없어지다니, 서류상 지목 변경만 하면 있던 땅도 없어진다는 마산시의 재주가 신통하기만 합니다. 하긴 바다를 매립해 없던 땅도 만들어내는데 선수인 마산시이고 보니…. 

<더불사>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수태 진보신당 고문은 "STX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자그마한 조선소에 불과했던 STX가 어떻게 단기간에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 이제야 그 실체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엊그제 STX 하청업체 (주)진명의 사장이 서울 STX 본사에 올라가 1인 농성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농성에 들어가기 전에 죽을 각오로 미리 유서를 써놓고 갔는데, 그 유서에는 STX가 납품단가를 30%씩이나 깎으면서도 진명에서 일하는 직원들 임금은 깎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STX는 이렇게 해서 컸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마산시 같은 곳에서 이런 특혜까지 받으면서 크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겠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한편으로 하청업체 죽이고 한편으로 특혜 받으면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건 바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바보라도 그렇게 하면 돈을 벌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정만 주민들의 집회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경찰들이 둘러싼 마산시청을 향해 힘찬 고함을 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참으로 우렁찼습니다.

대열에 낙오했지만 열심히 따라오시는 할머니. 마산시는 이분들에게 "권한 없다" 말고 무슨 할 말이 없을까?


STX가 부자된 비결, "지목을 바꾸었더니 마산시 땅이 내 땅이 되었더라"  

그러나 마산시는 묵묵부답입니다. 하긴 주민들이 재산을 빼돌려 STX에 공짜로 준 마산시나 그렇게 받은 돈 중에 일부를 잘라 주민들에게 마을발전기금이라고 내놓은 STX나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으로 바꾸었더니 땅이 없어졌더라" 하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참으로 명언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지목을 바꾸었더니 땅이 없어졌다? 그런 재주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그럼 나도 STX처럼 금방 부자 될 텐데…, 하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자고 한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엊그제 월요일자 경남도민일보(김훤주 기자)를 보니 보도블록 한 장에 25만 8500원 한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창원에서만 603장을 사서 깔았다고 합니다. 25만 8500원×603장, 계산해보니 155,875,500원입니다. 읽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다시 불러드리면 일억 오천 오백 팔십칠만 오천오백 원입니다. 길바닥에 1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바른 것입니다.

2008. 6. 13. 마산에 STX 유치를 호소하는 마산발전여성모임의 기자회견 @경남신문


마산시청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

대체 무엇으로 만든 블록이기에 한 장 가격이 이토록 비싸단 말입니까?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쓰는 용돈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블록이 창원을 비롯해 마산, 창녕 등 경남과 대구, 부산에 약 6~7천장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영남 일원의 도심 길바닥에 금칠을 한 셈입니다.

저는 오늘 왜 제가 사는 동네에서 길에다 이토록 비싼 금칠을 하나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 내서에 있는 이 보도블록을 만드는 에스엘테크라는 회사의 회장님은 Y라는 여자분입니다. 오랫동안 학교 선생도 하셨다는 이분은 마산 대번일식의 대표이기도 하답니다.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분에 대한 독특하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아무튼 재미는 있을 겁니다.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모두들 들어보셨을 줄로 압니다. 지금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수정마을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마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나다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입니다. 

지난여름, 수정만 주민들과 트라피스트수녀원의 수녀님들이 마산시청에 항의 방문을 갔습니다. 조선소가 들어서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지만, 마산시나 STX는 특별한 보상대책도 없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시장은 만나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시청사 바닥에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 

삿대질을 하다 느닷없이 팔을 붙들며 무릎을 꿇고,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세요?”

이때 바로 이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산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했던 그녀는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찬성파 주민이었던 모양입니다. 고급스런 양장을 입고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났더라는 원장수녀님의 표현을 빌자면 그녀에게 주민이란 이름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수녀원 앞에서 STX 유치찬성파주민들이 확성기 틀어놓고 수녀들에게 성적수치심을 조장하는 욕설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일단의 찬성파 주민들과 함께 나타난 이분은 분기탱천해서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삿대질을 하며 쌍욕을 해대는 이분의 모습을 들어보면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가 아닐까 연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원장수녀님은 난생 처음 쌍시옷이 섞인 온갖 욕설을 듣는 수모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원장수녀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시죠. 

“그 여자가 말예요.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나서는 나한테 막 욕을 하는 거예요. 난생 그런 욕 처음 들어봤어요. 막 쌍시옷이 나오는데, 어휴~ 그런데 그때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자 이 여자가 돌변한 거예요. 갑자기 내 팔을 꼭 잡고서는,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굉장히 불쌍한 표정을 짓고 말예요.

생각해보세요. 사람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어 욕을 해대다가 갑자기 다소곳한 표정으로 무척 걱정이 많다는 듯이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팔을 잡힌 내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런데요. 그러더니 기자들이 가고 나니까 다시 삿대질을 하고, 쌍시옷을 내뱉고, 세상에 그런 사람 처음 봤어요. 나중엔 너무 우스워 한참을 웃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의 증언에 의하면, 기자들이 나타나자 무릎까지 꿇고 애걸하듯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함께 온 다른 여자들이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하면서 울며 말리고, 아래분 댓글처럼 그야말로 영화 한 편 찍어도 손색이 없을 뻔 했습니다. 기자들이 떠나자 다시 태도가 돌변해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는 대목에선 차라리 연민마저 느껴집니다.)  

수정만을 파헤치자고 주장하는 주민들, 그들은?


이분은 최근에 수정만 매립지 근처에 땅을 샀다고 합니다. 계약금만 내고 아직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는데 원장수녀님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이곳에 공단허가를 낼 계획이었는데, 요즘 조선 경기가 안 좋아 망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후 가두행진하는 수정만 주민들


트라피스트수녀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석곡이란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도 산업단지가 곧 조성될 것이라고 합니다. 쇼트와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이곳에 6만 7천여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쇼트와 도장작업이 엄청난 분진과 공해를 유발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업체가 땅과 모텔 건물을 사서 이곳에 들어와 주민이 된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라고 합니다. 석곡은 안골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산 너머에는 뒷골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마산만 매립용 석산이 개발될 예정입니다. 수정마을은 매립지에 STX 조선소만 들어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선소와 관련된 온갖 공해유발 업체들이 조용한 수정마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단지간소화특례법에 따라 이제 산골에 공단 만드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의 그녀가 원장수녀님에게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한 것이 이유 없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마산의 눈물을 아냐고? 너희들 목에 걸린 욕심의 눈물 말이냐?”


어쩌면 그녀의 목에 걸린 진주가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장수녀님도 그러셨습니다. “날더러 마산의 눈물을 아느냐고? 보니까 그 여자 목에 치렁치렁 매달린 진주알들이 눈물인가 봐. 마산의 눈물은 무슨, 자기들 욕심의 눈물이겠지.” 원장수녀님은 다시 그때가 생각났는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지난 여름 땡볕에 1인 시위 중인 수정만 주민. 찬바람 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수녀님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마산시청 앞을 지나는데, 수정만 할머니 한 분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에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이 날립니다. 시장의 눈에는 이 모습이 보이기는 할까요? 아마 부자의 목에 걸린 진주로 만든 눈물은 보여도 찬바람에 날리는 할머니의 하얗게 샌 머리칼이 보일 리가 없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군요. 세상이 참 말셉니다. 그나저나 수정만을 STX에 내주기 위해 국회에 거짓문서까지 위조해 제출한 황철곤 마산시장님, 지금 심경이 어떠실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시가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그것도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하라는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트라피스트수녀원을 방문했을 때, 요세파 원장수녀는 강기갑 의원실에서 막 도착한 팩스를 보여주며 마산시가 마침내 국회를 상대로 기만극을 벌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요세파 원장수녀에 의하면, 마산시장은 이미 수차례 STX조선소 유치에 반대하는 수정만대책위(이하 대책위)와 트라피스트수녀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 자료로 허위문서를 만들어 제출함으로써 그 실체가 백일하에 폭로되게 됐다는 것이다. 요세파 원장수녀가 밝힌 마산시의 공문서 위조 경위는 이렇다.

"강기갑 의원이 국감에서 마산시에다 수정만을 매립하고 여기에 STX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피해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수립하고 주민들과 협의를 했느냐, 이렇게 물으니까 마산시장이 '네, 충분한 대책도 수립했고, 주민들에게 협상하자고 공문도 보냈다' 이렇게 대답했겠죠. '그러면 그걸 자료로 의원실에다 제출해라', 그런 거예요.

마산시가 강기갑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 공문(우)과 여기에 첨부된 위조된 서류(좌)


그런데 이 사람들이 대개 급했나봐요. 내가 강기갑 의원실에서 마산시가 제출했다는 문서를 팩스로 받아보니까 완전히 이건 '나 위조문서요' 하고 뽐내는 꼴이에요. 양식이 완전 다른 게 눈에 보였어요. 거기다 우린 이런 문서 받은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이런 중요한 문서를 우리가 버렸을 리도 없죠. 문서철에 이런 문서는 있지도 않았어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서류 제출을 요구하자 급하게 만든 거지요. 가짜로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하, 이것들 완전 걸렸다. 그래서 내가 다시 강 의원실에다 부탁했죠. 이 문서가 만들어진 날짜를 중심으로 3개월간 문서목록 대장을 받으라고요. 그게 방금 왔어요. 보세요. 문서 수발신 목록에도 이런 서류는 없지요? 이건 가짜서류에요."

2008. 4. 14. 비전건설팀 1776호(문서번호가 수기로 작성됐음) 공문은 목록 어디에도 없었다.


마산시가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했다는 문제의 허위문서는 제목이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 통보>라고 돼있었다. 이 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면 마산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진술한 "수정마을 주민들의 피해대책을 사전에 충분히 수립하고, 주민들과 협상도 했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인 셈이다.

그리고 그동안 STX조선소 수정만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줄곧 주장해온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 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 있다. 어떻게 일개 시장이나 되는 사람이 국회를 상대로까지 사기행각을 벌일 생각을 했을까? 현직 시장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그 상대가 국회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그나저나 마창진 통합시 확정으로 희희낙락하던 황철곤 마산시장, 완전히 백주 대낮에 벼락 맞은 꼴이겠다. 강기갑 의원이 자기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황 시장을 가만 내버려둘 리가 만무하니, 통합시장 단꿈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졸지에 검찰에 불려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공문서 위조, 내가 알기로 이거 꽤 세게 받는다고 하던데….

"황철곤 마산시장님,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국회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일 생각까지 하셨을까요? 이제 남은 것은 <문서 수발신 목록 대장>을 위조하는 것일 텐데요. 그런데 그게 꽤나 힘들다면서요? 요즘은 전산으로 하기 때문에 잘 안 된다고 그러던데. 어떻게 하죠? 그래도 방법을 한 번 찾아보세요. 그래야 진정한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앞으로 마산시가 어떻게 나올지 실로 궁금한 대목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요즘 말이 참 무게를 많이 잃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남아 일언 중천금"이란 말은 곧 법이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이 말은 유행이어서 서로 어떤 약속을 할 때는 반드시 이 말로서 확인을 하곤 했다. 요사이 같으면 아이들이 손도장을 찍고 손바닥을 비벼 확인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 게다.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은 교단에 서시면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그 사람다움의 기준은 말이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곧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이란 신중해야 하며 신뢰가 있어야 한다. 말이 신뢰를 잃게 되면 인간관계가 흔들리게 되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수정만 주민들에게 발언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히는 정 비전사업본부장. @경남도민일보


늘 하던 버릇대로 오늘 아침도 마당에서 경남도민일보를 집어다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신문을 넘기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름을 발견했다.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인 정규섭 씨였다. 그는 얼마 전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문제로 실언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었다. (경남도민일보 기사 참조)

그는 마산시 의회에서 마산시가 밝힌 STX 유치 경제효과가 상당부분 '뻥'이란 주장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수정만 매립지에 STX 조선소가 입주하는 데 반대하는 주민은 20여 명밖에 안 된다. 20명을 넘을 경우 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반대 주민 80여 명이 몰려가 항의하자 거듭 "책임지겠다"고 밝혔었다.

말하자면 그는, 마산시가 밝힌 STX 유치 경제효과가'뻥'이라는 사실에 변명하려고 다시 '뻥'을 친 셈이다.  그리고 그 '뻥'이 '뻥'으로 들통 나자 약속대로 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의회에서 한 발언은 속기록에 남아있을 터이고, 주민들 앞에서 한 발언도 기자들과 주민, 공무원들이 모두 들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일이다

나는 그가 사퇴하겠다고 거듭 의사를 밝혔을 때, "에이 우리나라 (고위)공무원들이란 게 뭐 늘 그렇게 거짓말하고 뒤통수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그만한 일로 뭘 사퇴해. 언제부터 그렇게 깨끗한 나라였다고" 라고 생각하며 웃었었다. 그의 사퇴의사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오늘 아침 신문에 이름이 났다. 그는 여전히 비전사업본부장의 직함을 달고 있었다. "아니 사퇴한다고 한지가 벌써 한 달도 훨씬 지났는데, 이분 아직도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자기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말에 대해 책임을 지며 살았다고."

대통령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나라에서 일개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의 '뻥'이 뭐 그리 대수라고. 하여튼 이분,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이라는 이분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수정만 STX 유치와 관련하여 '뻥'을 세 번이나 친 셈이 되었다. 이러다 드림베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마산시의 모든 비전들이 '뻥'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정 본부장이 오늘 신문에 난 이유였다. 가포대로 주민공청회 자리에서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등을 밀치자 바로 인도에 누워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병원에 입원해 진단서를 발부받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사실의 진위는 신문만 보고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달 새 무려 세 번이나 '뻥'을 쳤던 그가 이번엔 폭행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인도에 드러눕는 쇼를 벌이고 진단서를 끊어 경찰서에 고소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 본부장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건화맨션 주민들이 가포대로 공사로 인해 받게 될 피해에 대하여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누구라도 자기 집 담벼락과 30cm 자 두 개 정도의 거리를 두고 도로가 지나간다고 하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재산권 침해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내 집 옆으로 차들이 씽씽 거리며 달리는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뜨거운 여름날 태양 아래 수정만 주민이 STX 유치반대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그럼에도 나는 다른 마산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당장 내가 받는 피해가 아닌지라 남의 동네 불구경 하는 심정이란 걸 감추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묻고 싶다. 벌써 비전사업본부장 직을 사퇴했어야 할 정규섭 씨가 왜 가포 건화맨션 주민공청회에 가서 길바닥에 드러눕는 해프닝을 연출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모르긴 몰라도 가포 건화맨션 주민들도 정 본부장이 별로 신뢰가 없는 인물이란 것은 이미 들어서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비록 비전사업본부장의 직함을 차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책임 있는 당국자로 바라보지 않을 게 틀림없다.
 
물론 부시장이 참석하겠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하는 게 도리인 것은 맞지만,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 본부장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었다면 이런 사태까지 빚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 본부장이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한 사람의 직업인이요 공무원으로서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다.

사람의 고용문제를 그렇게 가벼이 처리하는 것은 우리의 이상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제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마산시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 공사자(사업자)의 입장에만 서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사람의 입장에서, 그곳에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STX 유치든, 도로공사든, 모든 비전사업들은 결국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과연 마산시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병원에 누워 계시다고 하니 빨리 쾌유하시길 빌며, 이참에 깊은 성찰도 함께 해보시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봉쇄수도원입니다.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합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봉쇄생활을 하며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 이곳 수녀들의 삶이며 기쁨입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기도만 하며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삶이라 해도 밥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노동을 해야 합니다. 

농성장의 수녀들. 오틸리아 수녀님, 원장수녀님, 스텔라 수녀님 순. 소주병은 김주완 기자와 제가 먹은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 묵상, 노동, 휴식과 다시 노동, 그리고 또다시 기도와 묵상, 이런 단순한 생활이 1년 365일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수도원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합니다. 외부의 기부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급자족이 원칙입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은 신이 허락한 가장 고귀한 행위 중의 하나입니다. 

이분들은 노동을 통해 쨈도 만들고 묵주처럼 교회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고 해서 이것들을 내다 판 돈으로 생활을 합니다. 그런 수녀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STX조선소가 수정만 매립지에 입주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봉쇄수녀들이 세상이 나오기 전 하루 일과는 어땠을까요?  

아래 시간표는 스텔라 수녀님이 가르쳐 준 일과표입니다.

취재 갔다가 밥도 얻어 먹었다. 돼지수육은 직접 키운 건데, STX가 들어오면 이것도 이제 없다고 많이 먹으란다.


새벽 3시 반, 기상
3시 50분, 밤기도(독서의 기도)
5시 반, 아침기도와 묵상
6시 반, 아침미사
7시 20분 , 아침식사
8시 20분, 삼시경(기도)
8시 40분, 작업(노동)
11시 20분, 휴식 
11시 50분, 육시경(기도)
12시 10분, 점심식사 및 자유시간
14시, 구시경(기도)
14시 20분, 작업(노동)
16시 40분, 휴식
17시 10분, 저녁기도
18시, 저녁식사
18시 40분~ 19시 40분, 집회(이때 공동체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한다고 함)
19시 40분, 끝기도
20시 20분, 소등대기
21시, 취침

저도 10년 전쯤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레지오 단원이었던 저는 같은 단원들과 함께 주일(일요일) 새벽부터 차를 몰고 수정만으로 갔더랬습니다. 온 세상이 아직 까만 이불에 덮여 잠을 자고 있을 그 시간, 우리는 정말이지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는 수녀들의 노래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 기도소리에 천국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녀님들이 이렇게 세상에 나와 수정만 주민들과 마산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서울까지 올라가 노상데모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속세의 일에는 인연을 끊고 오로지 신에게 바친 인생을 살던 분들로서는 매우 의외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와 함께 원장수녀님과 오틸리아 수녀님을 인터뷰 하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시와 STX 측에서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다른 곳에 더 좋게 지어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수정만 주민들보다 특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은 이들이 로마교황청에 있는 수도원 총장으로부터 받은 세가지 원칙 중의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그 세가지 원칙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원칙은 봉쇄를 풀도록 허가해달라는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요청에 진상조사차 로마에서 온 수도원 총장이 수녀들을 개별 면담한 결과 정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첫째, 주민들이 받지 않는 어떠한 특혜도 받아서는 안 된다.

둘째,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 전체가 합의한 방법으로 함께 행동해야하고, 대외활동은 선출된 세사람만이 전담하도록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톨릭은 원칙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매우 보수적인 조직입니다. 가톨릭이란 말의 의미도 보편, 유일과 같은 뜻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보편된 교회로서 오로지 하나란 뜻입니다. 그런 조직에서 봉쇄를 풀도록 허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수도원 역사상 봉쇄를 푼 것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재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어느 수도원이 내전지역으로부터 난민들을 탈출시킬 목적으로 봉쇄를 풀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로마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로마에서 두번째로 봉쇄를 푸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수정만 주민들의 처지를 난민의 처지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으로 간주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로마의 수도원 본부 총장은 직접 수정만을 찾아 주민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내린 결론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봉새를 풀되 반드시 위의 세가지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봉쇄를 풀고 세상에 나가 세상의 일을 하되 절대 신의 뜻에 어긋나거나 교회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봉쇄수녀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수정만을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분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이전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봉쇄수도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절대로.

하루 빨리 수정만 사태가 해결되어 수녀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도 예전처럼 고요한 새벽을 타고 흐르던 수녀님들의 노래소리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로 하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천상을 걷는 경험을 다시금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 빨리요…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STX조선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01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원래는 대동조선이라는 회사가 1960년대부터 있었습니다만, 쌍용그룹 임원 출신으로 M&A의 귀재라는 강덕수 현 STX그룹 회장이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회사입니다. 경남 진해와 창원, 마산에 STX조선소와 STX중공업, STX엔진 등 주요 사업체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동안 이 회사는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불과 5년 만에 매출 28배, 자산규모 12배의 고속성장을 이루어냈고, 현재는 매출 6조 4000억 원에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서열 20위권의 대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중국에도 진출해 다롄에 조선소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럽 최대의 대형 크루즈 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로써 STX는 단기간에 세계 6위의 조선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유인물이 뿌려졌습니다. 1970년대도 아니고 1980년대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비밀리에 일어난 일입니다. 공개적으로 공장 정문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한 것도 아니고, 비밀결사가 목숨을 내어놓고 거사를 결행하듯 그렇게 뿌려졌다고 합니다.

STX 다롄 조선소 1단계 준공식 및 첫 선박 진수식. 사진=이하 모두 경남도민일보


요즘 세상에도 이런 70년대 유인물이…

유인물의 내용을 보면 마치 우리가 1970년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듭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노동법에 명시되어있는 법적 의무사항인 『노사협의회』를 만들자는 소박한 내용이었습니다.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노총도 있고 민주노총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90%를 넘습니다.

따라서 노사협의회는 이처럼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최저한의 조치인 것입니다. 그래서 노사협의회법은 강행규정, 즉 반드시 지켜야하는 강제법규로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를 요구하는 유인물이 비밀리에 삐라처럼 뿌려진 것입니다. 그것도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한의 조치’ 노사협의회법은 실제로는 아무런 효력도 없는 죽은 법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노조도 없는 회사에 여태껏 노사협의회도 없었단 말입니까? 그럼 임금이나 근로조건 같은 것은 어떻게 정한단 말이죠?”

"근로조건? 그런 게 어디 있나."

STX조선에 다니는 한 노동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어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말도 못 꺼내지. 월급 같은 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받고 그러는 거고. 근로조건? 그런 말은 이 세계엔 없어.”

“그런데 노조도 없이 어떻게 이런 유인물을 뿌리게 되었죠? 매우 힘들었을 텐데… 위험부담도 컸을 테고. 어떤 특별한 계기나 뭐 그런 게 있었나요?”

“그런 건 없어. 그냥 우리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정규직들은 우리보다 더 편한 일 하면서 월급은 두세 배 더 많이 받아가고 토요일 일요일 꼬박꼬박 쉴 수 있지.”

그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에 뒤섞인 슬픔 같은 것이 배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토요일도 없어. 주 40시간 근무제? 그런 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이야. 이제 더는 못 참는 거지. 상여금이 100%야. 20년 전에도 이런 회사 없었다고.” 

더는 못 참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전태일 열사가 생각났습니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자신의 몸과 함께 불태우며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근로자를 혹사하지 말라!”

그러나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노동법은 노동관료들의 책상 위에서 먼지나 먹으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나 봅니다. 세상은 아직도 나아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금년 8월, STX조선은 유럽 최대 조선사 아커야즈를 완전 인수했다.

STX의 고속 성장,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거꾸로 70년대로…

STX가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물론 강덕수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경영을 잘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STX의 하청노동자들은 7~80년대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STX는 본사직원보다 하청노동자들이 더 많은 기형적 노무체제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1990년대 이후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정책이 STX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하청 위주의 사업장을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 노동제도 이들 하청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이들은 사실상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겐 정규직(본사)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주 40시간 노동은 그림의 떡

주말에도 묵묵히 일해야 합니다. 물론 토요일에 일하지 않고 쉴 권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무급휴일입니다. 말하자면, 일하지 않는 대신에 굶어죽을 권리가 주어진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받아가는 돈은 평균 연봉 1500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시에 10여개의 샤워기에 매달려 조선현장에서 흘린 땀과 기름을 씻어내야 합니다. 마치 일제시대에 징용된 북해도의 탄광노동자들이 연상되지 않으십니까?

물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기야 하겠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비약입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의 노동자를 징용된 일제 탄광노동자와 비교할 수야 있겠습니까?

회장 등 임원진은 100억대의 보너스 지급하면서…

그러나 그들이 가지는 박탈감이나 상실감은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동시대의 보편적 삶의 질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퇴근하고 동료들과 함께 마시는 소주 한 잔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들이 감당해야할 짐의 무게는 7~80년대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이 짐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턱없이 모자랍니다.

STX 이사회는 올해 강덕수 회장이 회사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해 100억 원대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역시 이에 상응한 보너스가 성과급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자기들끼리는 고속 성장한 회사를 축하하며 이미 모든 논공행상을 다 벌였습니다.

STX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 중인 마산 수정만 매립 반대 시민들. 사진=2kim.idomin.com 김훤주 기자


월드 베스트 STX? 월드 베스트 악덕기업!!

그러나 강덕수 회장이 약속한 “5년 안에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은 이미 거짓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World Best STX’ 하청노동자들에겐 ‘노사협의회’마저 없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부여한 강제적인 보호 장치도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STX는 법에 보장된 노사협의회마저 허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만주에 독립운동 자금 부치듯 비밀리에 유인물이 STX 조선소에 뿌려졌습니다. 앞으로 STX조선과 STX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2008. 12. 26.  파비                 

STX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2kim.idomin.com 에 가셔서 STX를 검색해보세요. 참고로 STX중공업이란 회사는 완전히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만으로 돌아가는 회사라고 하는군요. 말하자면, 공장에 본사 직원이 없다는 말입니다.  

<노사협의회 설치를 요구하는 STX 하청노동자들이 배포한 유인물>

노사협의회 설치하여 우리 권리 우리가 얻어내자!!

STX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봉인가?

STX는 재계 순위 20위권의 대기업이다. 단기간의 고속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열심히 일한 하청노동자들의 땀이 서려있다. 그러나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70년대보다도 못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 버려져 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40시간 노동도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정규직들이 토요일에 여가를 위해 떠나는 차량행렬을 비집고 우리는 일터로 향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도 우리가 받아가는 임금은 최저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70년대 탄광보다도 형편없는 복지시설

200명도 넘게 수용하는 탈의실에 샤워기는 고작 10개가 고작이다. 뜨거운 조선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땀 흘린 우리 하청노동자들 깨끗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갈 자유도 없다. 힘들게 일하는 우리에게 지급되는 점심식사는 2600원짜리 ‘짬밥’이다. 이런 형편없는 밥을 먹고 쇳가루와 먼지가 뒤범벅이 된 현장을 책임지라는 회사는 악마가 아닌가.

상여금이 고작 100%, 이게 뭡니까?

STX 강덕수 회장은 100억대에 달하는 상여금을 보너스로 받았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럼 강덕수 회장이 100억대의 보너스를 받을 동안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놀았는가. 그래서 우리에겐 고작 상여금 100% 지급도 아까워하는 것인가. 지금 세상에 상여금을 100% 받는 회사가 있다고 하면 지나던 개도 웃고 말 것이다.

월드베스트 STX? 월드베스트 악덕기업!!

새벽밥을 먹고 나와 하루 16시간 이상을 회사에 몸 바친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아야하는 것이 바로 STX의 월드베스트다. STX에겐 일당 4만 원짜리 노동자들을 하청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장시간 노동으로 부려먹는 월드베스트다. 토요일을 무급으로 만들어 강제로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도록 만드는 월드베스트다.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자기들 배만 채우겠다는 월드베스트다.

강덕수 회장이 “5년 안에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받도록 해주겠다!”던 약속은 이미 거짓말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1. 하청노동자들에게도 연간 상여금 500%를 지급하라!

2. 토요일을 비롯한 무급휴일을 폐지하고 유급휴무제를 실시하라!

3. 사내 복지시설, 자녀 학자금 등 복지혜택을 정규직 수준으로 대우하라!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서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전체 하청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이런 요구들은 우리가 아무리 한다고 해도 STX자본과 하청업체가 들어줄리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노사협의회는 법에으로도 보장돼 있다. 앞으로도 형편없는 복지시설에서 2600원짜리 짬밥을 먹으며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상여금 100%에 감지덕지하면서 계속 STX의 봉이 될것인가? 아니면 우리 권리를 회사에 당당히 요구할 것인가?

하청노동자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노사협의회 설치하여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찾읍시다.

노사협의회 설치를 요구하는 STX 하청노동자 일동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