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3.15 거상 김만덕과 부자감세, 나란히 다음뷰 외출 by 파비 정부권 (5)
  2. 2009.01.21 언론악법반대 이유 열공한 SBS뉴스 by 파비 정부권 (18)
  3. 2008.09.10 초딩도 조롱하는 대통령이 대통령입니까? by 파비 정부권 (16)
거상 김만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그 옆에 선 초라한 부자 감세, 진짜 안 어울리네ㅠㅠ~ 

요즘 KBS가 부자들 이야기를 여러 편 동시에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학벌사회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따가운 눈충을 받기도 했던 <공부의 신> 후속 프로로 <부자의 탄생>이 그리고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를 다룬 <명가>에 이은 후속으로 <거상 김만덕>이 등장한 것에 대한 비판들이지요. 

부자의 탄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룰
<거상 김만덕>


<부자의 탄생>과 <거상 김만덕>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자의 탄생>을 만든 배경으로  "가난한 밑바닥 인생도 노력하면 상위 1% 로열패밀리가 될 수 있는 희망의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거상 김만덕>도 마찬가집니다. 밑바닥에서 전전하던 김만덕이 갖은 고생을 겪고 마침내 거상이 되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부자의 탄생>에 등장하는 재벌상속녀 이신미는 재벌 딸답지 않게 근면검소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 오성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뛰어난 수완을 보이기도 합니다. 재벌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는 석봉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비록 밑바닥에서 전전하는 인생이지만 매우 양심적입니다. 상대를 기만하거나 부당하게 억압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자들은 매우 검소하고 정의로우며 열심히 일해야만 될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죠. <거상 김만덕>도 이런 면에선 <부자의 탄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만덕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절대 남을 기만하거나 불법적으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우 검소하고 근면합니다. 게다가 마음이 착해서 항상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합니다. 실제로 실존인물 김만덕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김만덕은 1795년 제주도에 대흉년이 들었을 때 전 재산을 풀어 제주도민을 구휼했다고 합니다.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가난을 구한 김만덕

"가난은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나라님도 아닌 일개 여인 김만덕이 가난에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린 것입니다. 이에 감탄한 정조 임금이 김만덕을 칭송하고 상을 내리며 소원을 물었다고 하지요. 그랬더니 김만덕이 "서울에 가서 궁궐을 구경하고, 금강산도 유람하고 싶다"고 했다 합니다. 물론 정조는 김만덕의 소원을 들어주었지요. 

당시 제주도민은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나갈 수 없는 것이 국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조는 관례를 깨고 김만덕을 서울로 불러 내의원 의녀반수라는 벼슬까지 내리며 공을 치하했다고 합니다. 김만덕을 직접 만나 교분을 텄던 정조의 개혁 파트너요 남인의 영수였던 채제공은 그녀에게 반해 <만덕전>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추사 김정희나 다산 정약용 같은 인물들도 김만덕을 기려 그녀에 관한 글을 썼으며, <만덕전>과 같은 전기가 다섯 권이나 전해진다고 하니 그녀의 선행이 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래 전에 KBS 역사스페셜에서 했던 <제주의녀 김만덕>(그때 진행을 고두심씨가 했었지요?)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이명박 정권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 결부시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주장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는 있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김만덕과 같은 부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오늘에 사는 우리가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거상 김만덕 옆에 선 부자감세, 정말 안 어울린다

<거상 김만덕> 뿐만 아니라 <부자의 탄생>도 재밌게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두 프로는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다음뷰를 검색하다가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해하고 재밌게 보겠다고는 했지만, 부자들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를 집중 편성한 것이 현 정부의 의도와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음뷰 상단에 랭크된 인기 주제들을 살펴보았더니 글쎄 거기에 거상 김만덕과 함께 부자감세가 올라 있군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거상 김만덕과 부자감세라…, 부자 감세에 열을 올리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왕년의 부자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부자 감세가 동시에 줄을 서있으니 묘한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물론 이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닐 테지요. 어쩌다 부자 감세와 거상 김만덕이 함께 다음뷰 상단에 줄을 서는 우연이 연출된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이 고작 하는 일이 부자들 감세나 해주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왜 하필 전 재산을 털어 사람들을 살린 김만덕의 옆에 서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내가 번 돈은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돌려주어야 한다"던 거상 김만덕의 옆에 선 부자 감세, 이거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부자 감세로 얻어진 것이 무엇입니까? 경제발전? 고용증대?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 대림차 사태는 아직 진행 중에 있고, 금호타이어는 12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오늘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

위 사진에 나오는 다음뷰 기사 제목에서도 보듯이 부자들은 감세라는 선물을 받은 반면 서민들은 증세라는 폭탄을 맞았지요. 부자 감세의 여파로 지방에 내려 보내는 정부의 교부금이 줄어들었고, 이는 다시 서민들에게 돌아갈 복지의 축소로 이어졌습니다. 당장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예산이 대폭(사실상 거의) 삭감되자 송정문씨가 대표로 있는 경남장애인자활센터가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몇 달간 노숙농성을 하기도 했었지요. 송정문씨(그녀는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기도 했었지요)와 안면이 있는 저도 그 자리에 가끔 갔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안 의원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왕 김만덕의 옆에 섰으니 이거 하나만은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만덕처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따위의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세금만은 제대로 내십시오. 아니 많이 내십시오. 국민들의 돈으로 사업을 벌여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으니 세금이라도 많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부자 감세라니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앞으로 <거상 김만덕>을 열심히 보면서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어쩌면, <거상 김만덕>은 소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입성한 KBS 사장님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니 KBS 사장님, 진짜 충신이로군요.
 
예? 개미 하품하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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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SBS 8시 뉴스가 언론악법을 왜 막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SBS는 민영방송입니다. SBS의 주인은 태영입니다. 태영은 1군 건설업체를 보유한 기업이면서도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 때문인지 태영은 광고를 할 때마다 SBS 지주회사란 점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산에다 초대형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도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SBS는 민영방송이면서도 공영방송 MBC와 KBS 때문에 몸을 함부로 놀릴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아직은 MBC와 KBS가 주도하는 보도와 시사부문에서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독주할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SBS는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무진 노력하는 모습을 은연 중에 드러냅니다.

오늘 8시 뉴스가 특히 그랬습니다. 마치 경찰 홍보팀의 보도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 박스를 중기에 매달아 건물 옥상에 진입한다. 이어 건물 옥상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한다. 망루 주변에 불이 붙었지만 경찰특공대가 불을 끄며 진입을 시도한다.
가스용접기로  망루를 절단하고  진입에 성공하자 망루 위에 있던  철거민 중 일부가 망루 아래  경찰특공대를 향해 화염병을 던져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망루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경찰이 불을 끄고 현장을 수색하는 동안 5구의 시신이 나왔다. 그리고 오후 12시 40분 추가로 한 구의 시신이 더 발견됐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이런 자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과격시위-강제진압, 악순환 끊는 계기 돼야” 


보도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불이 난 원인은 철거민들이 경찰특공대를 향해 던진 화염병 때문이다.” 화재가 일어난 원인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경찰이 강제진압을 위해 가스용접기로 망루 벽체를 절단할 때 튀어나온 불꽃이 주변 신나통에 옮겨붙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어째서 한마디도 나오진 않는 것입니까?

그러나, 어디에도 철거민과 시민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이미 강제진압을 목표로 올라간 특공대에게 불을 끄는 일이 우선이 아니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분이라면 이해가 가는 일이지요. 경찰특공대는 이름에서도 보여지듯 군대와 같은 조직입니다. 철저한 상명하복이 그들의 생명이고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입니다.

따라서 망루에 불길이 치솟아도 그들에겐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입니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연행을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던 경찰특공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테러 경찰특공대를 올려 보내는 순간, 철거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SBS는 마치 경찰청 홍보뉴스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자기들이 마치 사건의 전개과정을 꿰차고 있기라도 하듯 단정적인 어투로 말했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 진압장면을 보여주는 친절함까지 보였지만 그 친절함은 MB와 경찰총수에게만 돋보였을 것입니다.  

저는 SBS 8시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지만, 차라리 SBS 뉴스가 더 미웠습니다. 오늘 SBS는 정권의 충직한 개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예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MBC 보도는 어땠을까요?


[뉴스데스크]
◀ANC▶
경찰은 물대포 쏜 뒤 공중에서 컨테이너로 침투했고 철거민은 게릴라식으로 맞서 시가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임명현 기자가 시간별로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VCR▶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늘 아침 6시.
철거민들의 농성장인 옥상 위 망루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아래와 근처 건물 옥상,
모두 3군데 방향에서 물대포가 발사됩니다.
철거민들은 길가로 화염병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SYN▶ 경찰 경고방송
"이제 그만 농성을 중단하시고
건물에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출근 길, 건물 앞 8차선 도로가 봉쇄되고
10 톤짜리 기중기가 동원됐습니다.
그리고 경찰 특공대원들이 탄 컨테이너 박스를
옥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특공대원들이 옥상에 진입합니다.
컨테이너 안의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하고
철거민은 컨테이너를 향해 화염병을 던집니다.
그 사이 건물 내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철거민 연행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2번째로 끌어올려진 경찰의 컨테이너가
망루 지붕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망루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 듯
불꽃이 새나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큰 폭발음 소리와 함께 망루가 화염에 휩싸였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철거민 한 명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난간에 매달렸지만
결국 추락했고,
옥상에 남아있던 철거민들은
불타는 망루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SYN▶ 철거민
"사람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경찰은 불이 꺼지자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남아있던 철거민 전원을 연행했습니다.
◀SYN▶철거민
"옥상 위에서 다섯 명만 살았어요.
다섯 명만 살았어, 다섯 명만..."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건
어제 아침 6시.
농성 하루 만에 특공대원을 투입해
전격적으로 실시된 진압 작전은
6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로 끝이 났습니다.

MBC뉴스 임명현입니다.

MBC는 대형 참사를 부른 화재의 원인에 대해 속단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경청하는 태도로 취재에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신 신경민 앵커는 참사가 대형화된 책임이 무모한 진압 때문이라고 경찰을 비판했습니다. 경찰은 변명을 할 주체가 아니라 사건의 전 과정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역시 신경민 아나운서답습니다.

저도 한 번 신경민 앵커를 흉내낸 클로징멘트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명확해졌습니다. 왜? 언론악법을 반대해야하는지, 왜? MB악법을 저지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우리는 오늘 SBS 8시 뉴스를 통해 열공했습니다. 그리고 SBS 보도가 모범답안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참, 장하다. SBS…

2009. 1. 20.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먼저 커서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참으로 날카로운 안목과 놀라운 통찰력이십니다. 정은아 KBS 아나운서가 국민을 향해 대통령 앞에서 말할 땐 기립하라고 주문했다는 지적은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보통사람이란 오랜 유교적 전통과 더불어 독재에 익숙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그런 사람들만을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을 내 탓이려니 하고 살아가는 대개의 서민들을 이름입니다. 그저 일어서라면 일어서고 앉으라면 앉는 그런 백성들 말입니다.

그러나 커서님께선 일개 아나운서가 국민을 향해 대통령 앞에서 기립하라고 훈계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밑바닥 으슥한 곳에 도사린 권력에 대한 굴종과 통치자의 지배욕을 어김없이 파헤치셨습니다. KBS 사장이 바뀌었다고 하더니 국민으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던 KBS 아나운서의 태도에도 바로 반영이 되나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서 아직 임기도 다하지 않은 전임 KBS 사장을 쫓아내고 새사람을 사장자리에 앉혔나봅니다.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았던 박정희 씨가 제일 먼저 방송국부터 점령했다고 하더니 역시 대통령께선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신 분이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앉아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일어서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때 옆에 앉아있던
                        정은아 아나운서도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일어났답니다. 방송에 나와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지요.
                        우리는 북한처럼 '위대한 지도자동지'를 대통령으로 모신 것도 아니고요.  
                        <사진출처 - 경남도민일보>


그런데 혹자는 정은아 아나운서가 단지 질문자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을 것이 염려되어 일어서라고 한 것일 뿐 적절한 진행에 대해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이며 21세기를 선도할(?)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와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에 충만한 카메라맨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입니다.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MBC 백분토론에서 질문자들은 모두 편안하게 앉아서 질문을 하지만, 그 질문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청자는 단언하건데 한 사람도 없습니다. 또 오히려 서서 질문할 때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도 있고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어려운 자리가 보다 부드러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커서님은 그저 무심코 지나쳤으면 좋았을 것을 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일까요?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그냥 좀 일어서주면 어떠냐고, 별걸 가지고 다 따진다고 타박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실 커서님의 입장에선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란 점을 우리는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에 단 한 번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겸손한 공복의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 1조를 굳이 읽어주지 아니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기간 내내 보여준 대통령의 행태는 국민이 주인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마치 과거의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의 임무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 커서님이 국민들더러 기립(!)하라고 훈계하는 정은아 아나운서에게 일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저는 이쯤에서 KBS 아나운서마저도 알아서 기는 역사적 반동의 시대에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글을 올린 커서님의 지사적 용기에 다시 한 번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보신 끈기에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도무지 신통찮은 방송을 계속 지켜보는 것은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듯하여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술이나 한 병 사서 마실 요량으로 동네 점방에 갔더니 역시 저하고 똑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술값을 지불하며 “에이... 되지도 않는 이야기 듣는다고 귀만 버렸네”하며 울그락불그락 했습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에게도 욕을 들어먹는 대통령이 무슨 대통령이냐며 슈퍼주인아저씨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슈퍼주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참 비극적인 일입니다!” 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슈퍼주인의 말씀이 초등학생들에게조차 조롱받는 대통령을 둔 국민이 비극적이라는 것인지, 초등학생에게 조롱받는 대통령이 비극적이라는 것인지, 아직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답이 어느 쪽이든 비극은 비극임이 확실하다는 사실 만큼은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이도 말합니다. 자기네 반에서 이명박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 아이도 그리고 그 아이의 친구들도 대통령을 조롱하는 노래를 스스럼없이 부르며 놉니다. 그러나 저는 이명박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며 노는 초딩들을 바라보며 비극이 아니라 어렴풋이나마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쯤에나 스스로 일어서서 존경의 표시를 보내며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은 그런 시대를 볼 수 있을까요?

2008. 9. 10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