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5 경기불황에 시골다방도 구조조정! by 파비 정부권 (4)
  2. 2008.10.20 한국경제는 IMF 유령으로부터 안전한가? by 파비 정부권 (4)

요즘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서민가계의 장바구니도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자는 소리도 부담스럽습니다. 환율이 1,500선을 돌파했다느니 주가 1,000포인트 저지선이 무너졌다느니 하는 건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그런 거시적인 국가경제 이야기는 서민들에겐 소용없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이지요.

어제 창녕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창녕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제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곳입니다. 따뜻한 동네입니다. 아직 시골다운 정서가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가을이면 머리에 억새물결이 나부끼는 아름다운 화왕산과 소벌(우포늪)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다운 정이 살아있는 동네였습니다.

제가 처음 창녕에 갔을 때, 손님들을 만나기 위해 도천면의 어느 다방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커피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커피 한 잔에 삶은 달걀이 하나씩 따라 나오는 것입니다. 마담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여기서는 다 그렇게 서비스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많이 드시고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1000원이면 커피에 삶은 달걀 하나가 따라 나오던 도천의 어느 다방. 그러나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됐다.

죽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저에겐 특이한 경험이었지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시골이라 그런지 다방 장사를 하는 데도 정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끝내고 일어서면서 계산을 하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날 커피를 일곱 잔을 마셨는데 7,000원이라는 것입니다.

7,000원을 7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커피 값이 1,000원입니다. (그집은 도시스럽게 리필도 해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역시 7,000원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커피 한 잔에 얼마냐고 확인하듯 물어보았지만 역시 커피 한 잔 값이 1,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창원에 살고 있었는데 거기는 ‘다방’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고 ‘커피숖’이라는 이름의 공간도 워낙 비싼 땅값 때문인지 가물에 콩 나듯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차 한 잔 하고 나면 최소한 4,000원 내지 5,000원은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창녕에선 커피 한 잔에 단돈 1,000원이었던 것입니다. (면 지역이 아닌 읍내는 1,500원이었음)

그래도 벌이가 꽤 괜찮다고 했습니다. 아가씨들 월급 주고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니 그 정도 가격에 삶은 달걀까지 제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 들에서 커피를 시켜 먹는 것이 땀 흘린 중에 즐거움이었나 봅니다. 들에 앉아 흙 묻은 장화를 신은 채 커피를 시켜 마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들에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되면 막걸리와 함께 참이 나옵니다. 일꾼들에겐 그때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일하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요즘 세상에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더 이상 농촌에서 참을 머리에 이고 날라다 줄 젊은 새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오토바이를 탄 아가씨들이 차지했던 것입니다.

우포늪에서 바라본 창녕 화왕산. 꼭대기 분화구에 억새평원이 보인다.


어제도 창녕에 사는 중장비(포크레인) 운전을 하는 선배와 함께 그 다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활기도 없어 보이고 오가는 손님들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커피값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습니다. 불과 두어 달 전까지도 1,000원을 유지했는데, 원가부담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고 했습니다. (면지역은 1,500원, 읍내는 2,000원)

그러자 손님들도 팍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시골다방의 주 고객인 노인네들에게 1,000원과 1,500원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의 차이가 있습니다. 불황은 갈 곳 없는 시골노인들의 사랑방마저 빼앗은 것입니다.
오랜만에 들른 정겨운 시골다방도 쓰러져가는 한국경제의 참담한 현실은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워문 선배는 시골 다방에도 이제 구조조정 비슷한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결국 문을 닫고야 말 다방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산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배웅하는 선배의 어깨가 한껏 처진 모습이 차창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예년에 비해 유달리 일감이 떨어진 올해는 그 선배에게도 무척이나 모진 한해였다고 합니다.

내년엔 좀 나아져야 할 텐데…, IMF가 발표한 내년도 한국경제의 전망은 깜깜하기만 합니다.

2008. 11. 25.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슬란드 지도= 위키미디어공용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휘청거리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0만이 조금 넘는 자그마한 나라이다. 우리에게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북단의 추운 섬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탓인지 지난여름에는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란 프로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나라였다. 녹색으로 빛나는 오로라 속을 떠다니는 빙하와 화산 활동으로 지천에 널린 유황냄새 짙은 온천들이 한가로운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위도 상으로 가장 북쪽에 있으면서도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한 그런 나라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작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인당 GDP가 6만3000불에 이르는 부국이다. 유엔이 주도한 투표에서도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뽑혔다.
아이슬란드는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런 나라였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유럽에서는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였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어업이 전체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난한 어업국에 불과했다. 1970년대 만해도 세계은행은 아이슬란드를 개발도상국에 포함시켰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도입해 성장을 꾀했고 이것이 주효했다.

  아이슬란드는 자본규제를 완화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세계화 정책에 힘입어 유럽의 금융허브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시장 자유화의 명분을 내세워 규제를 없애자 외국자본의 투자가 줄을 이었다.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러시아의 검은 돈도 흘러들어와 투기자금으로 변질되었다. 
           

  아이슬란드는 10년 만에 가난한 어업국가에서 금융강국으로 떠오르며 부자가 되었다. 2003년에는 최초로 억만장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한껏 날아오른 아이슬란드를 여지없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아이슬란드의 겨울, 사진= 위키미디어공용


외국자본에 의존한 성장은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예금지급불능 사태를 맞았으며 이웃 러시아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모라토리엄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1988년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에 빠진 러시아도 제 코가 석자다. 지구상에서 북극에 가장 가까운 수도 레이캬비크는 지금 폭풍전야다. 넘치던 수입자동차 판매점은 개점휴업상태며 슈퍼마켓은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북새통이다. 아이슬란드는 천연자원도 없고 식량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의 기사 중 일부를 보자.

  『경제학자 가우티 크리스트만손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온 국민이 거대한 카지노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며 “무비판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인 아이슬란드인들은 새로운 공산당선언이라도 내놓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와 지주회사 규제의 완화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아이슬란드는 우리가 결코 넘보아서도 안 되고 배워서도 안 되는 반면교사였다. 절대 미국을 따라가서는 안 되는 이유를 처절한 실패의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온통 미국식으로 나라를 개조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명박 정권은 들어서자마자 모든 정책의 종착점을 미국으로 정했다. 금융시장 규제완화, 민영화, 소비자 주권을 빙자한 교육자유화, 이 모든 정책의 상징적 출발로 최근엔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일제고사를 강행했다. 

  이미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통제에 시동을 건 이명박 정부의 눈과 귀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고통스럽게 반면교사를 보여주는 아이슬란드가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대한민국의 정부의 무능과 고집이다. 

  미국의 유력한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한국경제를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 IMF 유령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천국에 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령 따위가 보일리가 만무하다. 그게 걱정인 것이다. 

  2008. 10. 20.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