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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2 화왕산 참사에 쓸쓸한 낙동강유채축제 by 파비 정부권 (4)
  2. 2009.02.10 대한민국은 참사공화국인가? by 파비 정부권 (3)

지금 창녕 낙동강 변은 온통 샛노란 물결로 넘실대고 있습니다. 창녕군 남지읍은 2006년부터 낙동강 변의 드넓은 둔치에다 유채꽃밭을 조성했습니다. 원래 이곳은 민가들이 부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상습적인 침수로 피해가 극심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창녕군에서는 남지에 새로운 이주단지를 만들어 둔치의 주민들을 옮겨가게 하고 이곳에다 체육공원과 광활한 유채단지를 조성한 것입니다남지 낙동강 둔치의 노란 유채꽃 물결은 이렇게 해서 태어났습니다. 매년 여름 장마에 시달리던 상습침수지역이 놀라운 변신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이곳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것입니다.
 

 낙동강유채축제. 창녕군이 2006년부터 매년 4월말에 개최하는 축제의 이름입니다. 작년까지 세 차례 열렸으니 올해는 4회째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유채꽃축제가 열리지 않습니다. 낙동강용왕대제를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전통행사, 문화행사, 체육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던 이곳이 올해는 썰렁합니다.

 

창녕군은 특별한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낙동강유채축제를 열지 않음을 공지하면서 내년에는 꼭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화왕산 참사로 어수선한 군청의 사정을 그저 축제위원회의 사정이란 간단한 말로 대신한 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참담하고 고통스런 그 심정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채꽃은 예년과 다름없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출렁이는 노란 물결이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유채꽃 물결이 출렁이는 옆으로는 태백산에서부터 천리를 달려온 낙동강이 굽이쳐 흐릅니다. 그 위로 동족상잔의 포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남지철교가 낙동강과 유채꽃밭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유채꽃 사이를 누비는 벌과 나비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로운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강변은 그러나 적막하기만 합니다. 화왕산 화마의 여파가 이곳 낙동강에도 불어 닥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채꽃밭을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도 왠지 힘이 없어 보입니다. 오직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만이 피 같은 물을 출렁여 힘내라고 박수를 보내는 듯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잘해보려다 도리어 화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창녕군은 큰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비록 그 교훈의 대가로 지불한 쓰라린 고통이 참을 수 없을지라도 이제 그만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 황량하도록 쓸쓸한 낙동강유채축제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년 오늘 이 드넓은 노란 유채꽃 물결 속에 넘실대는 사람들의 물결을 함께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벌과 나비가 칭송해주지 않으면 존재이유가 없듯이 유채꽃밭이 제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을 즐겨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불의의 사고에 희생된 분들의 억울한 넋을 생각하면 쉽사리 다시 축제를 열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공무원들의 분위기도 어수선할 것입니다. 의기소침해 있기도 할 것입니다. 자숙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정도면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 내일을 향한 발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년 오늘
 남지의 낙동강가에선 다시금 희망이 노란 꽃물결에 넘실대는 유채축제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걸린 달빛에 빛나는 유채꽃의 향기에 취해 터져나오는 노래소리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먹거리 장터에서 새어나오는 고기굽는 냄새와 파전에 동동주 마시는 소리도 그립습니다. 그러자면 하루 빨리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도 필요하겠지요.   

오늘도 세상 모든 영욕, 인간들의 교만과 근심과 걱정을  다 안고서도 지칠 줄 모르는 낙동강은 변함없이 침착하고도 굳센 물결을 출렁이며 흘러가고 있습니다. 실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저 낙동강의 도도하고 줄기찬 바다를 향한 집념입니다. <파비>


낙동강.강변에 유채꽃 단지가 보이고 그 뒤로 남지철교가 보인다.

지앙담. 제왕담의 남지식 발음이라 한다.

1933년 완공된 남지철교. 이편 남지쪽에는 웃개나루가 있었다 한다. 그럼 저쪽 함안에는 아랫개나루?

단일지대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유채단지. 전체면적이 12만평이라고 한다.

유채꽃에 붙은 벌이 바쁘게 작업 중이다.

유채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 오히려 한적한 이때가 연인들에겐 그럴듯한 데이트 장소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밤, 정월 대보름달이 휘영청 세상을 밝혀주는 그 시간, 경남 창녕 화왕산 정상에서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처음 뉴스를 접한 시간은 8시경. 급히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켜자 사건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불지옥,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
수만 평에 달하는 화왕산 정상이 불바다로 변해 있었고 그곳을 향해 사람들이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소방관 몇 명이 황급히 뛰어갔지만 속수무책. 불바다 한 가운데 1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갇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불길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불길에 쫓기는 관람객들. 사진=경남도민일보


불과 사람이 구분이 잘 안갈 정도였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찍은 동영상을 보며 마치 제가 현장에 있는 듯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경남도민일보에 난 기사를 보니 4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되었으며 50여명이 부상했는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어제의 사고가 이미 3년 전에도 발생했으며 경남도민일보에서 크게 질책하는 기사를 썼었다는 사실입니다. 다행히 당시에는 돌풍은 불지 않아 어제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행사참가자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창녕군청 홈페이지를 거의 마비시킬 정도로 항의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예견된 참사였던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 3년전 기사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137
블로거 봄밤
http://metablog.idomin.com/blogOpenView.html?idxno=59184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는 3년마다 한 번씩 여는 행사입니다. 이번이 제 기억엔 세 번째 하는 행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 행사에서 충분히 참사가 예견됐고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아무런 준비 없이 행사를 강행했습니다. 도민일보의 3년전 기사제목을 보십시오.

화왕산 억새태우기, 운영미숙에 ‘아수라장’


작년 오늘, 숭례문이 불탔다
오늘은 2009년 2월 10일입니다. 작년 오늘, 그러니까 2008년 2월 10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숭례문이 불탔습니다. 600년을 말없이 한자리를 지켜오던 숭례문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왜란과 호란, 동족상잔의 포화 속에서도 근엄하게 자리를 지키던 숭례문이 불타버린 날입니다.

숭례문 화재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그가 서울시장 재직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것입니다. 이명박이 최고로 내세우는 업적 중에 하나가 청계천 복원이었습니다. 물론 그게 사기라는 말도 있고, 거기 흘러내려가는 물이 수돗물이란 말도 있습니다. 엄청남 돈을 매일 청계천에 흘려보낸단 말이지요.

그런데 대개 그런 소문들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골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청계천에 수돗물이 흐르든 벽계수가 흐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나 숭례문이 불탄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때도 그런 지적이 있었습니다. 숭례문 방화가 예견되는 몇 차례 사건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도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태 수습책이 걸작이었습니다.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했었지요. “IMF 위기 때도 금모으기 운동으로 단결된 힘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금모으기를 해서 숭례문을 복원한다면 국민저력의 상징이 될 거다.” 그때 알아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사고 부르는 전시행정, 비판에는 귀 닫아
그러나 MB만이 정상이 아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 나라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부산의 한 체육관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부산의 절간과 전국의 절간을 불태우는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범어사가 불태워 없어지도록 기도합시다. … 사상구의 모든 절간들이 불태워지도록 기도합시다. … 동래구의 모든 절간이 불태워지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

용산참사현장. 사진=칼라TV


지난 1월 20일 벌어진 용산참사는 제정신을 상실한 이 정권의 말기적 증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용역깡패들의 횡포에 못이긴 철거민들이 빈 건물 옥상을 점거하고 신나로 바리케이드를 쳤을 때,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제정신이 박힌 경찰청장이라면 충분히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불과 하루도 못 견디고 특공대를 투입했습니다. MB가 그토록 부르대는 속도전 때문이었겠지요. 경찰청장 자리에 앉혀준 MB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위험물질이 가득한 곳에다 밑에서 불을 지피고 물포를 쏘아댔습니다. 정신들이 모두 나간 것입니다.

그러더니 보름달이 휘영청 온 천지를 비추던 어제 밤에는 참사행렬이 서울을 벗어나 제가 살고 있는 경남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정신 나간 전시행정에 아까운 생명 넷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둘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0여명이 다쳤습니다.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가 더 늘어날까 걱정입니다.

엄청난 비난과 비판에도 똑같은 사고 재연
앞서도 말했듯이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습니다. 3년 전 신문기사 제목만이라도 유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실합니다. “화왕산 억새태우기, 운영미숙에 ‘아수라장’”
<경남도민일보 2006. 2. 14>

그런데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전시행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요즘은 속도전 시대이니 거칠 것 없이 밀어붙이는 게 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전시행정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실종됐습니다. 실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통곡할 일입니다.

아,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경제를 살리라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았더니, 스스로 경제의 달인이라고 자랑하던 MB는 진짜 ‘개콘’의 달인 같은 짓만 하고 있습니다. 그 '개콘' 달인 짓을 또 지방나리들이 따라 합니다. 나라는 온통 부구덩이 천지입니다. 얼마 전 용산참사와 숭례문 참사를 비교하며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이 정권은 불로 시작해 불로 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야속하게도 MB가 아니라 국민들이 짊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MB를 포함한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참나무에 물고기가 열리길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정말 무시무시한 불덩어리가 우리 모두의 머리위에 사정없이 떨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9. 2. 10.  파비

ps; 참고로 2006. 2. 14일 도민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XXX.XXX.) 2006-02-14 11:01:53
좋은 기삽니다.
좋은 기사

ㅇㅇ(.XXX.XXX.) 2006-02-14 13:26:45
기사를 읽어보니
평소 도민일보를 주의깊게 읽는 사람이오만... 매번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 참으로 속시원하긴 합니다만... 이번기사는 소설 같이 썼구료... 내 그날 가보진 않았소만... 기승전결에 복선까지 준비한 이번기사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구랴...도민일보는 도민들을 위한 이런 행사한번 추진해볼 의향은 없소? 진보주의자들의 습성중 하나가 남 약점 꼬집는 것이긴 하더라만... 정작 도민일보가 문화사업을 추진하는것은 보기 힘들구랴...

 
참가자(.XXX.XXX.) 2006-02-15 20:29:59

기사대로 죄다 사실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갔다가 달집과 억새타던 모습과 불꽃놀이가 절경이었는데, 불이 번지는 중에 억새밭에 사람이 대피하고 있었고, 내려올 땐 사람들이 뒤엉킨 것도 길이 얼어버려 미끄럼 타고 어른들은 여기저기 넘어지고 우리아이도 엎어지고 매표소에 내려오니 10시가 넘었더군요.
내려오며 사람들 하는 이야기가 다시는 화왕산에 안 온다며 앞서 좋은 구경한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정도로 힘들었답니다. 기사는 소설같지만 쩝- 사실이랍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