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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형, 바다, 이런 소재로 소설 한번 써볼까 하는데 장대와 바다 1 목포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았다. 형은 선장이었다. 30여 년을 어선에서 잔뼈가 굵어 검푸르게 그을린 그의 얼굴은 언제나 “나야말로 진정한 바다사나이야!” 하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에게 바다는 삶 자체였다. 그는 바다에 있을 때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먹는 것조차도 바다에서 난 것이 아니면 좋아하지 않았다. 육지에서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진짜 맛있는 것은 바다에서 나오는 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른바 바다에서 난 것 중에서도 장대라는 물고기였다. 암갈색 몸빛을 지닌 장대는 하얗고 펀펀한 배로 근해의 얕은 모래진흙 바닥을 기어 다닌다고 했다. 몹시 못생긴 대가리 아래 가슴.. 더보기
형이 남긴 유산 40여일이 지나도 헤어나지 못하는 꼴을 보고 이상하다 이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우리 형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신다면 그런 말씀 못하실 것이다. 중2 중퇴에 시멘트공장으로, 채탄장으로, 후끼야마로, 사끼야마로, 그러다 잠시 세신실업 노동자로 있던 형이 마지막으로 30년 정착한 곳은 전라도 목포의 바다였다. 그리고 결국 바다에서 죽었다. 어린 형과 빗물 떨어지는 처마 밑에 서서 오들오들 떨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도 원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대구에 있는 염색공단으로 갈 참이었다. 그걸 형이 막았고 중학교만이 아니라 운 좋게 기계공고까지 나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은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먼 바다에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떠났다. 형은 자신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