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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맞아떨어지는 예언이 하나도 없어 머릿속이 온통 시커먼 연기에 뒤덮인 듯 혼란스럽다. 마치 깜깜한 터널 속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막막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잠시 정신을 돌려 다른 생각을 좀 해보기로 한다. 일전에 심심풀이땅콩으로 에 대해 썼던 적이 있다. 아마도 트로이가 멸망한 원인은 왕따 당한 한 여신의 질투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이야기했다. 사소한 불화 하나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야기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사실은 또 얼마나 많은 불합리가 내포돼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썼다. 우선 나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트로이 멸망의 원인이 된 불화는 아킬레우스의 부모인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서 비롯됐다.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란 문구가.. 더보기
왕따가 만든 역사상 최대의 비극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모든 인간과 신들이 초대되었지만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한 이가 있었다. 바로 불화의 여신 에리스다. 그녀를 왜 초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결혼당사자인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한 결혼식에 불화의 전령사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는 어쩌면 누군가가 에리스를 초대하지 말 것을 조언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에리스는 누구도 못 말리는 화근덩어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펠레우스와 테티스가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기피해 초대하지 않은 행위는 사상 최대의 불화를 낳았다. 사소한 ‘왕따’ 하나가 하나의 도시를 영원히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불행을 잉태하리라고 누군들 상상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