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수도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2.16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by 파비 정부권 (14)
  2. 2009.12.14 국감에 허위문서제출 마산시장, 월드베스트사기꾼? by 파비 정부권 (3)
  3. 2009.07.08 봉쇄수녀들이 수정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13)

엊그제 월요일자 경남도민일보(김훤주 기자)를 보니 보도블록 한 장에 25만 8500원 한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창원에서만 603장을 사서 깔았다고 합니다. 25만 8500원×603장, 계산해보니 155,875,500원입니다. 읽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다시 불러드리면 일억 오천 오백 팔십칠만 오천오백 원입니다. 길바닥에 1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바른 것입니다.

2008. 6. 13. 마산에 STX 유치를 호소하는 마산발전여성모임의 기자회견 @경남신문


마산시청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

대체 무엇으로 만든 블록이기에 한 장 가격이 이토록 비싸단 말입니까?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쓰는 용돈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블록이 창원을 비롯해 마산, 창녕 등 경남과 대구, 부산에 약 6~7천장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영남 일원의 도심 길바닥에 금칠을 한 셈입니다.

저는 오늘 왜 제가 사는 동네에서 길에다 이토록 비싼 금칠을 하나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 내서에 있는 이 보도블록을 만드는 에스엘테크라는 회사의 회장님은 Y라는 여자분입니다. 오랫동안 학교 선생도 하셨다는 이분은 마산 대번일식의 대표이기도 하답니다.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분에 대한 독특하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아무튼 재미는 있을 겁니다.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모두들 들어보셨을 줄로 압니다. 지금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수정마을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마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나다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입니다. 

지난여름, 수정만 주민들과 트라피스트수녀원의 수녀님들이 마산시청에 항의 방문을 갔습니다. 조선소가 들어서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지만, 마산시나 STX는 특별한 보상대책도 없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시장은 만나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시청사 바닥에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 

삿대질을 하다 느닷없이 팔을 붙들며 무릎을 꿇고,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세요?”

이때 바로 이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산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했던 그녀는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찬성파 주민이었던 모양입니다. 고급스런 양장을 입고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났더라는 원장수녀님의 표현을 빌자면 그녀에게 주민이란 이름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수녀원 앞에서 STX 유치찬성파주민들이 확성기 틀어놓고 수녀들에게 성적수치심을 조장하는 욕설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일단의 찬성파 주민들과 함께 나타난 이분은 분기탱천해서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삿대질을 하며 쌍욕을 해대는 이분의 모습을 들어보면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가 아닐까 연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원장수녀님은 난생 처음 쌍시옷이 섞인 온갖 욕설을 듣는 수모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원장수녀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시죠. 

“그 여자가 말예요. 목에 진주를 치렁치렁 감고 나타나서는 나한테 막 욕을 하는 거예요. 난생 그런 욕 처음 들어봤어요. 막 쌍시옷이 나오는데, 어휴~ 그런데 그때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자 이 여자가 돌변한 거예요. 갑자기 내 팔을 꼭 잡고서는,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굉장히 불쌍한 표정을 짓고 말예요.

생각해보세요. 사람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어 욕을 해대다가 갑자기 다소곳한 표정으로 무척 걱정이 많다는 듯이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팔을 잡힌 내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런데요. 그러더니 기자들이 가고 나니까 다시 삿대질을 하고, 쌍시옷을 내뱉고, 세상에 그런 사람 처음 봤어요. 나중엔 너무 우스워 한참을 웃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의 증언에 의하면, 기자들이 나타나자 무릎까지 꿇고 애걸하듯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함께 온 다른 여자들이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하면서 울며 말리고, 아래분 댓글처럼 그야말로 영화 한 편 찍어도 손색이 없을 뻔 했습니다. 기자들이 떠나자 다시 태도가 돌변해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는 대목에선 차라리 연민마저 느껴집니다.)  

수정만을 파헤치자고 주장하는 주민들, 그들은?


이분은 최근에 수정만 매립지 근처에 땅을 샀다고 합니다. 계약금만 내고 아직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는데 원장수녀님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이곳에 공단허가를 낼 계획이었는데, 요즘 조선 경기가 안 좋아 망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후 가두행진하는 수정만 주민들


트라피스트수녀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석곡이란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도 산업단지가 곧 조성될 것이라고 합니다. 쇼트와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이곳에 6만 7천여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쇼트와 도장작업이 엄청난 분진과 공해를 유발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업체가 땅과 모텔 건물을 사서 이곳에 들어와 주민이 된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라고 합니다. 석곡은 안골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산 너머에는 뒷골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마산만 매립용 석산이 개발될 예정입니다. 수정마을은 매립지에 STX 조선소만 들어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선소와 관련된 온갖 공해유발 업체들이 조용한 수정마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단지간소화특례법에 따라 이제 산골에 공단 만드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의 그녀가 원장수녀님에게 “수녀님, 마산의 눈물을 아십니까?” 한 것이 이유 없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마산의 눈물을 아냐고? 너희들 목에 걸린 욕심의 눈물 말이냐?”


어쩌면 그녀의 목에 걸린 진주가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장수녀님도 그러셨습니다. “날더러 마산의 눈물을 아느냐고? 보니까 그 여자 목에 치렁치렁 매달린 진주알들이 눈물인가 봐. 마산의 눈물은 무슨, 자기들 욕심의 눈물이겠지.” 원장수녀님은 다시 그때가 생각났는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지난 여름 땡볕에 1인 시위 중인 수정만 주민. 찬바람 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수녀님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마산시청 앞을 지나는데, 수정만 할머니 한 분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에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이 날립니다. 시장의 눈에는 이 모습이 보이기는 할까요? 아마 부자의 목에 걸린 진주로 만든 눈물은 보여도 찬바람에 날리는 할머니의 하얗게 샌 머리칼이 보일 리가 없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군요. 세상이 참 말셉니다. 그나저나 수정만을 STX에 내주기 위해 국회에 거짓문서까지 위조해 제출한 황철곤 마산시장님, 지금 심경이 어떠실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수정만 매립지에 STX조선소가 입주하는 데 반대하는 수정만 주민들이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입니다. 이 월드 베스트 사기꾼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황철곤 마산시장과 STX그룹입니다. "월드 베스트 STX"란 기업홍보용 구호를 패러디한 이 데모구호는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몰라도 참으로 기발합니다. 


수정만 주민들의 데모구호, "월드 베스트 사기꾼" 

그러나 데모구호는 어디까지나 데모구호일 뿐입니다. STX가 제아무리 월드 베스트라고 우겨도 아무도 월드 베스트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처럼, 수정만 주민들이 아무리 마산시장을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여도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사기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산시장이 정말로 사기꾼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라면 마산시민들은 사기꾼을 시장으로 뽑아 시청에서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도록 방조한 공범이 되는 셈입니다. 만약 이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해외토픽감이죠. 시장과 수십만 시민들이 공범으로 법정에 서는 진풍경은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겁니다.

그런데도 <수정만STX유치반대대책위원회(이하 수정만대책위)> 주민들은 마산시장이 진짜 사기꾼이 맞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들이 옷 위에 걸쳐 입은 조끼에는 어김없이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들이 데모할 때 들고 있는 피켓에도 마산시장은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라는 붉고 푸른 글자들이 선명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몇 개월 전, 가톨릭 마산교구청에서 천막농성 중인 수정만대책위를 찾았을 때 함께 농성 중인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마저도 마산시장은 지독한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수녀는 황철곤 시장이 확실히 사기꾼이라는 확증을 갖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영적 삶을 맹세한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이유

하느님 앞에 한 점 부끄럼 없이 고결한 삶을 살기로 맹세한 수녀님들마저 마산시장과 STX가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시민들을 우롱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대체 무얼까요? 지금까지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마산시장은 수차례 수정만대책위와 수녀들과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심지어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수녀들이 마산시장을 거짓말쟁이에다 사기꾼이 분명하다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아무리 세속을 떠나 스스로를 봉쇄한 채 영적 삶을 살기로 한 수녀들이라도 뻔히 보이는 사기행각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마산시와 STX는 이주보상에 관해 서로 다른 말을 해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마산시는 이주보상비는 STX가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이고 자기들은 행정적 지원만 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STX는 이주보상비 등 모든 문제를 마산시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주장합니다. STX조선소의 수정만 입주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것은 주민들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책위(좌)와 강기갑의원실(우)에 보낸 공문. 결재란 형식이 다르고 문서번호 등도 수기로 작성됐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 것입니다. STX에 가면 마산시장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마산시장에게 가면 STX에 가서 알아보라고 말하는 꼴입니다. 둘이서 짜고 사람 골병 들여놓고 책임을 서로 미루며 결국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겠다는 심보와 하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것도 수정만대책위의 입장에서 보면 고도의 사기행각인 것입니다.

국감에 제출된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란 명백한 문서

그런데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수정만대책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마산시장이 사기꾼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음 아니라 문서를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마산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형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인데, 문서형식에 관해 따로 규정을 두어 통일된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정만대책위가 마산시로부터 받은 공문도 모두 통일된 양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기갑 의원실에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한 문서 중 하나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다른 문서와 달리 통일된 양식으로부터 일탈된 문서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조작된 문서라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원장수녀는 급히 강기갑 의원실로 하여금 마산시로부터 해당 문서가 속한 기간의 문서목록을 제출받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그 문서목록이 도착한 때는 마산시의 저열한 문서조작행위가 폭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허위문서였던 만큼 문서목록에 그 문서의 이름이 있을 리 없었던 것입니다.  

강기갑 의원실이 받은 문서목록대장에 "수정마을민원해소대책통보"란 제목의 공문은 없었다.


조작된 해당 허위문서의 제목은 바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 통보>였습니다. 내용은 가) 수정마을 386세대 중 이주희망자 이주보상, 나) 마을 발전기금 40억 원 기탁, 다) 트라피스트수녀원 이전, 라) 기타 요구 및 지원사항 별도협의,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산시장과 부시장 비전사업본부장의 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에 허위문서를 만들어 내는 마산시, 무슨 배짱일까?  

그리고 이 공문의 수신처는 수정마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종균, 박석곤, 김종인으로 되어 있었지만, 대책위는 이런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 공문은 다른 문서와는 달리 통일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의 국감 문서 제출 요구에 급하게 날조한 문서가 분명했습니다.

수신자가 받은 바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문서보관파일에도 없는 문서가 갑자기 국감자료로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되었으니 이는 귀신도 곡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문서 수발신 대장을 제출받도록 강기갑 의원실에 조언한 원장수녀의 기지에 의해 마산시의 사기행각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원장수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트라피스트수녀원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강기갑 의원실에도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금 강기갑 의원실로부터 팩스를 받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월요일이면 마산시장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함께 간 김훤주 기자가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로 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문서로 증명하게 된 마산시장의 얼굴 표정이 궁금합니다. 그 표정도 월드 베스트일까요? 그 표정을 볼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역사에 길이 남을 표정일 게 분명한 데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 허위문서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그건 그래도 문서를 날조한 마산시장의 공입니다. 

허위문서로 확인된 한 가지, "마산시장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

허위문서에 기재된 수정마을 민원 해소대책이란 것들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정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같은 것을 사전에 마련하고 통보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마산시가 말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거짓말이란 사실은 진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확인한 한 가지란 다름 아니라 마산시장이 바로 월드 베스트 사기꾼이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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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봉쇄수도원입니다.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합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봉쇄생활을 하며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 이곳 수녀들의 삶이며 기쁨입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기도만 하며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삶이라 해도 밥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노동을 해야 합니다. 

농성장의 수녀들. 오틸리아 수녀님, 원장수녀님, 스텔라 수녀님 순. 소주병은 김주완 기자와 제가 먹은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 묵상, 노동, 휴식과 다시 노동, 그리고 또다시 기도와 묵상, 이런 단순한 생활이 1년 365일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수도원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합니다. 외부의 기부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급자족이 원칙입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은 신이 허락한 가장 고귀한 행위 중의 하나입니다. 

이분들은 노동을 통해 쨈도 만들고 묵주처럼 교회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고 해서 이것들을 내다 판 돈으로 생활을 합니다. 그런 수녀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STX조선소가 수정만 매립지에 입주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봉쇄수녀들이 세상이 나오기 전 하루 일과는 어땠을까요?  

아래 시간표는 스텔라 수녀님이 가르쳐 준 일과표입니다.

취재 갔다가 밥도 얻어 먹었다. 돼지수육은 직접 키운 건데, STX가 들어오면 이것도 이제 없다고 많이 먹으란다.


새벽 3시 반, 기상
3시 50분, 밤기도(독서의 기도)
5시 반, 아침기도와 묵상
6시 반, 아침미사
7시 20분 , 아침식사
8시 20분, 삼시경(기도)
8시 40분, 작업(노동)
11시 20분, 휴식 
11시 50분, 육시경(기도)
12시 10분, 점심식사 및 자유시간
14시, 구시경(기도)
14시 20분, 작업(노동)
16시 40분, 휴식
17시 10분, 저녁기도
18시, 저녁식사
18시 40분~ 19시 40분, 집회(이때 공동체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한다고 함)
19시 40분, 끝기도
20시 20분, 소등대기
21시, 취침

저도 10년 전쯤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레지오 단원이었던 저는 같은 단원들과 함께 주일(일요일) 새벽부터 차를 몰고 수정만으로 갔더랬습니다. 온 세상이 아직 까만 이불에 덮여 잠을 자고 있을 그 시간, 우리는 정말이지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는 수녀들의 노래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 기도소리에 천국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녀님들이 이렇게 세상에 나와 수정만 주민들과 마산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서울까지 올라가 노상데모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속세의 일에는 인연을 끊고 오로지 신에게 바친 인생을 살던 분들로서는 매우 의외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와 함께 원장수녀님과 오틸리아 수녀님을 인터뷰 하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시와 STX 측에서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다른 곳에 더 좋게 지어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수정만 주민들보다 특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은 이들이 로마교황청에 있는 수도원 총장으로부터 받은 세가지 원칙 중의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그 세가지 원칙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원칙은 봉쇄를 풀도록 허가해달라는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요청에 진상조사차 로마에서 온 수도원 총장이 수녀들을 개별 면담한 결과 정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첫째, 주민들이 받지 않는 어떠한 특혜도 받아서는 안 된다.

둘째,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 전체가 합의한 방법으로 함께 행동해야하고, 대외활동은 선출된 세사람만이 전담하도록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톨릭은 원칙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매우 보수적인 조직입니다. 가톨릭이란 말의 의미도 보편, 유일과 같은 뜻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보편된 교회로서 오로지 하나란 뜻입니다. 그런 조직에서 봉쇄를 풀도록 허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수도원 역사상 봉쇄를 푼 것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재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어느 수도원이 내전지역으로부터 난민들을 탈출시킬 목적으로 봉쇄를 풀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로마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로마에서 두번째로 봉쇄를 푸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수정만 주민들의 처지를 난민의 처지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으로 간주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로마의 수도원 본부 총장은 직접 수정만을 찾아 주민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내린 결론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봉새를 풀되 반드시 위의 세가지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봉쇄를 풀고 세상에 나가 세상의 일을 하되 절대 신의 뜻에 어긋나거나 교회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봉쇄수녀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수정만을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분들은 수정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결코 이전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봉쇄수도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절대로.

하루 빨리 수정만 사태가 해결되어 수녀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도 예전처럼 고요한 새벽을 타고 흐르던 수녀님들의 노래소리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라틴말로 하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천상을 걷는 경험을 다시금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 빨리요…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