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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2 거상 김만덕이 살아서 삼성 이건희를 보았다면? by 파비 정부권 (6)
  2. 2008.04.23 삼성의 '행복한 눈물', 태안 주민의 '비통한 눈물' by 파비 정부권
사람 살리는 김만덕, 사람 죽이는 삼성

<거상 김만덕>, 드디어 이미연이 출연했습니다. 명성황후 이후 무려 8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그녑니다. 명성황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워낙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지라 기대가 보통이 아닙니다. 연기력으로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최명길조차 이미연의 명성황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연기자 이미연, 최고의 여성 김만덕에 적격

중도에 하차한 이미연을 대신해 최명길이 명성황후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겐 이미연이 명성황후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최명길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불꽃같은 연기자라면, 이미연은 은은하고 고고하며 품격이 느껴지는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드러나는 정중동의 카리스마입니다.  


그러므로 <거상 김만덕>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것은 자연스럽고 반가운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미연이 보여주는 조용한 힘에 압도당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김만덕은 매우 훌륭한 여성입니다. 조선시대에 그런 여성이 있었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허난설헌도 있고 황진이도 있고 신사임당도 있지만 김만덕에 필적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들이 개인적 삶의 주변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요절하거나 자식들과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신의 재주를 닦아 후세에 남기는데 인생을 바쳤다면, 김만덕은 평생을 통해 이룬 부를 아무 미련 없이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은 휴머니스트였습니다. 

휴머니즘, 김만덕의 휴머니즘과 그녀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장 잘 표현해줄 사람으로 이미연이 선택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물론 김만덕에게 돈을 버는 기술과 더불어 휴머니즘을 가르쳐줄 할매로 고두심이 선택된 것 또한 아주 잘 된 결정입니다. 이미연의 고고한 품격을 만들어줄 인물로 고두심만한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김만덕이 삼성그룹 회장이었다면?

그러나 저는 처음에 <명가>, <부자의 탄생> 등과 더불어 KBS의 부자찬양 프로젝트에 김만덕이 끼인 것을 보고 내심 불쾌했습니다. KBS가 스스로 친기업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집중 기획한 거 아니냐는 혐의가 짙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김만덕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만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공해주는 시사엔 기쁨도 있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그리하여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오늘날 김만덕이란 사람이 있어서 삼성그룹의 회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삼성그룹 회장을 보았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삼성특검에 출두하는 이건희. 유죄판결 받은 그는 곧 사면됐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은 어땠습니까? 자기들이 일으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했지요? 발뺌하기 바빴습니다. 삼성이 흘린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섰을 때, 삼성은 행복한 눈물로 세상을 웃기고 있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삼성과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한 태안군민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군민이 기름유출로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비관해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TV 다큐 프로(MBC 시사매거진 2580)를 보았더니 글쎄 또 다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립니다.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던 태안군민들 중 상당수가 암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데 자기 모든 것을 내놓은 김만덕과 비견되는 삼성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기름유출 방제작업으로 인해 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름에 노출된 후 5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암 등 질병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름유출 사고가 주민들의 암 발병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라고 하는군요. 하긴 정부야 누구 대리인처럼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게 당연하겠죠.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건희를 부랴부랴 사면했던 정부가 아니던가요.

자결한 한 태안군민의 영결식 @이미지는 "태안사진"에서 인용


아무튼 김만덕이 오늘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서 삼성을 보면 무어라고 할까요? 저는 그것이 못내 궁금하답니다. 사람을 살렸던 거상 김만덕, 사람을 죽이는 거대기업 삼성. "내가 번 돈은 모두 제주도민에게서 나왔으니 다시 그들의 손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했다는 김만덕을 반대로 삼성의 이건희라면 무어라 할까요? 

"아 그분 참 훌륭한 분이에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위대한 기업인이지요." 이렇게 말했을까요? 실로 아름다운 이미연과 존경할 만한 삶을 살다간 거상 김만덕을 보면서 삼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커다란 불행입니다.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는 100억 원대를 호가한다는 <행복한 눈물>을 거실에 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었지요.  

행복한 눈물은 있어도 고통을 함께할 눈물은 없는 삼성

그러나 그들에겐 태안주민들의 고통 따위에 흘릴 측은한 눈물은 한 방울도 없나 봅니다. 어쨌거나 김만덕을 본받아 "삼성의 재산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왔으니 다시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하는 이건희를 본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풀만 먹고 살라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정녕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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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삼성의 '행복한 눈물', 태안 주민의 '비통한 눈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란 그림이 요즘 세간의 화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는 이 그림은 용인 에버랜드의 창고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리히텐슈타인은 밝은 색채와 단순함, 추상표현주의 등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가한 뉴욕 출신의 작가다. 또 그는 저급한 미국의 대중만화를 소재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그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중심부로서 자본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의 대중매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미국인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 팝아트의 거장이다.


리히텐슈타인은 밝은 색조와 뚜렷한 윤곽선을 통해 슬픔의 상징인 눈물을 거꾸로 행복한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만화적 형태가 가지는 단순함은 그림 속의 여인이 흘리는 눈물의 행복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정말 진품이 아니라 사진만 보아도 눈물이 흐르는 여인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런 것이 삶에 지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물론 아니다. 

얼마 전, 삼성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안주인들이 비자금으로 600억 원대의 해외 미술품을 사들였다고 폭로했다. 그가 제시한 목록 속에는 100억 원을 호가한다는 ‘베들레헴 병원’과 함께 이 그림도 들어있었다.


엊그제 삼성특검팀 수사관들이 용인 에버랜드 창고를 압수수색해서 목록 속의 그림 일부를 발견함으로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행복한 눈물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직 특검이 홍 씨가 직접 운영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의혹을 사는 가운데 이 그림이 도대체 어디에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행복한 눈물을 놓고 삼성과 특검이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태안에서는 세 사람의 아까운 생명이 세상을 등졌다. 이들에겐 ‘행복한 눈물’은 고사하고 ‘비통한 눈물’을 흘릴 힘도 없었다.


정부와 삼성의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태안군민대회에서 심상정 민노당 대표(현 진보신당 상임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바로 심 대표 앞에서 한 군민이 몸에 불을 붙였다. 태안의 한 수산업체 대표였다는 그이도 이제 더 이상 눈물을 흘리며 행복과 슬픔을 따질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23일 서울역 광장에 모여든 태안 기름유출 피해 어민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며 시커멓게 죽은 수산물과 어구를 내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한 어민의 절규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어서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끝이면, 너희도 끝이다”며 오열하는 이들의 눈에는 검은 눈물이 흘렀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에서는 부처 간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등 이유를 대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삼성에서도 눈치만 보며 묵묵부답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홍라희 씨의 거실에 걸려 있었다는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은 지금 어디에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태안군민들의 죽음을 불사한 분노의 함성소리에 세상에 나서지도 못하고 어느 으슥한 곳에 숨어 남몰래 행복한 눈물을 감추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안에서는 ‘죽음의 눈물’이 바다를 검게 적시고 있다.


/정부권 (마산시 월영동)

2008. 1. 18(금) 경남도민일보 3.15광장란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