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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17 노회찬 "수도요금, 창원이 서울보다 비싼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2012.12.23 자본주의는 결코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by 파비 정부권 (9)
  3. 2012.12.17 복지재정? 박근혜는 지하경제, 김소연은 재벌환수 by 파비 정부권 (4)
  4. 2012.10.18 김진숙, 그녀의 무기는 직접 만든 똥이었다 by 파비 정부권 (3)
  5. 2012.10.16 대왕의 꿈, 화형장면은 명예살인 미화 by 파비 정부권 (9)
  6. 2012.10.03 사극주인공은 왜 모두 양반이어야 할까? by 파비 정부권 (7)

- 노회찬 "'상수도 요금 인상, 수도사업비용 수혜자 최대 부담'은 시민 위한 창원              시 수도사업 시책으로 부적절"

- 노회찬 "수도법 개정해 '수도요금 지역간 격차해소 국가지원' 의무화 하겠다"

 


창원 성산구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지난 10(생활요금 인하공약으로 <1탄 도시가스요금 인하>, <2탄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발표한데 이어 <3탄 수도요금 인하공약을 발표했다.

 

노회찬 후보는 전국 시도와 시··구 상수도 사업 본부의 상·하수도 요금을 조사한 결과창원시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1(1000)당 650하수도 요금은 1당 370원으로 서울시 상수도 요금1당 360하수도 요금 1당 300원에 비해 상·하수도 단가가 1당 각각 290, 70원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되었다

 

창원시민들의 1인 1일 평균 가정용수 사용량(155.3ℓ *환경부 2014년 통계자료)에 서울시 요금을 적용했을 때창원시민 4인 가구의 경우 현재 보다 월 평균 6,900연 평균 82,800원의 요금을 더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서울시 수도요금과 창원시 수도요금 적용시 창원시 4인가구 한 달 평균 수도 요금 비교>

 

상수도

단가

하수도

단가

물이용

부담금

13,15mm

구경

기본요금

4인가구

한 달 요금

창원시

11

가정용수

평균 사용량

(/)

(A)

(/)

(B)

(/t)

(C)

()

(D)

()

(//)

창원시요금

적용

650

370

170

1,270

23,447

155.3

서울시요금

적용

360

300

170

1,080

16,548


▲ 4인가구 요금 계산식

; 155.3*4*30/1,000*(A+B+C)+D

** 물이용 부담금의 경우 진해구는 톤당 144.7원 (2016년 3월 고지분부터)

 

이어 노회찬 후보는 창원의 수도요금은 창원과 유사한 대도시들보다도 훨씬 비싼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4인 가구 기준 매 월 최대 7,300원 까지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창원과 유사한 대도시와 창원시 수도요금 비교표(2016.3 현재)>

 

상수도

단가

하수도

단가

물이용

부담금

13,15mm

구경

기본요금

4인가구

한 달 요금

차액

(/)

(/)

(/t)

()

()

()

경기도수원시

400

240

166.5

1,080

16,110

7,337

경기도부천시

380

298

170

620

16,423

7,024

경기도고양시

495

338

170

1,090

19,782

3,665

경기도용인시

400

440

170

1,200

20,022

3,424

충청북도청주시

450

290

160

1,000

17,772

5,674

경상남도창원시

650

370

170

1,270

23,447

-


* 4인가구 요금 계산식 위의 표의 계산식과 동일

** 물이용 부담금의 경우 진해구는 톤당 144.7원 (2016년 3월 고지분부터)

 

노회찬 후보는 수돗물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 공공재다이런 공공재를 국민들이 사용하면서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차별적인 요금부담을 지게해서는 안된다

 

창원시민들이 이렇게 서울시민이나 다른 대도시 시민들보다 높은 수도요금 부담을 지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상수도사업소의 경영방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회찬 후보가 밝힌 창원시 상수도사업소의 주요 추진시책중 공기업 역량강화로 경영 효율성 제고에서는 상수도 요금 인상 독립채산의 원칙에 의해 비용의 수혜자 최대 부담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노회찬 후보는 이러한 시책을 추진하다보니 창원시의 수도요금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타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해왔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후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2009~2014년 5년 간 가정용 수도 요금 평균 단가는 전국적으로 평균 9.1% 증가했으며각 시·도의 경우 서울 11.5%, 경기 3.3%, 인천 4.1% 증가했다부천은 8.7%, 용인은 8.0%, 청주는 7.2% 증가하였고 수원과 고양의 경우 오히려 1% 감소하였다하지만 창원은 무려 21.3%나 증가했으며이는 경상남도 시·군의 평균 증가율인 12%보다도 10% 가량 높은 수치이다.


<2009~2014년 창원과 주요 도시의 가정용 수도요금’ 평균 단가 증가율>

 

2009

(/)

2014

(/)

증가율

(%)

전국 평균

442.6

486.7

9.1%

서울특별시

356.4

402.7

11.5%

인천광역시

478.4

498.7

4.1%

경기도 평균

440.2

455.4

3.3%

수원시

434.6

430.4

-1.0%

부천시

369.1

404.4

8.7%

고양시

446.6

442.2

-1.0%

용인시

339.9

369.3

8.0%

청주시

428.9

462.3

7.2%

경상남도 평균

541.8

615.7

12.0%

창원시

534.6

679.0

21.3%


* 09, 14년도 환경부 통계자료

노회찬 후보는 수도요금의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수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12(수도사업의 경영원칙)의 합리적인 원가산정’ 이외에 수도요금 지역간 격차 해소의무를 국가에 부과하도록 하고75(국고보조 등)의 국가에 의한 수도사업비용 보조 및 융자 항목으로 수도사업 현실화율을 고려한 수도사업비용 지역간 격차해소 지원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노회찬 후보는 “<수도법38(공급규정)과 <수도법 시행규칙25조의2(수도요금 생산원가 등의 공고 방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수도요금 생산원가 공고 의무최소 4년 생산원가 및 요금부과 단가 최소4년 게재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법 이행 실태점검 및 조치를 실시하도록 해 시민들의 시정감시와 참여를 촉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드뉴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정말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만 사랑하세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오늘 우연히 EBS에서 하는 뮤지컬 영화를 보다 눈에 꽂힌 대사였다. 눈에 꽂혔다고 하는 것은 대사의 내용을 자막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니 귀에 꽂혔건 눈에 꽂혔건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영화의 대사다.

“정말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만 사랑하세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대사가 아닌가.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보고자 노력하지만, 늘 불만이었던 것은 한국영화에서 내 심장을 울리는 대사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북에서 내려온 인민군 장교가 강원도 혹은 경북 어느 산골마을 동막골의 촌장노인에게 묻는다.

“거…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뭐를 마이 멕에이지 머….”

촌장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며 단순하다. 인민군 장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결이었지만, 이 단순명료한 답변에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비결을 제대로 완성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뭐를 골고루 마이 멕에이지 머….”

자,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오자. 이 뮤지컬 영화의 제목은 <애니>였다. 1999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이 무대다.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이며 백만장자인 올리버 워벅스의 개인비서 그레이스가 올리버 씨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낼 고아소녀 애니를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뼈대다.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다. 티 없는 아이들의 장난과 웃음과 노래가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에 짓눌린 우리의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해방시켜 밝은 햇살아래 뛰놀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뮤지컬 음악도 경쾌하고 즐겁다. 어쩌면 촌스럽다고 느껴지는 춤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맨 위에 소개한 대사였다. “정말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만 사랑하세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올리버 씨의 개인비서 그레이스가 세계적인 갑부 워벅스를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가볍고 가족적이고 재미있는 영화에 이토록 교훈적인 대사가 나오다니. 어쩌다 우연으로 삽입된 대사였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영화 <애니>는 한 번 더 교훈적인 만족을 주는 친절함을 베푼다. 올리버 씨와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화. 

아이들을 무척이나 귀찮게 여기던—실은 올리버 씨는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 외에 모든 것을 귀찮고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올리버 씨는 애니로 인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던 중 애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미국대통령 루스벨트를 찾아간다. 여기서 나눈 대화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올리버, 이제 그만 생각을 바꿔 내 정책에 동의해 주게.”

“자네가 잘못 생각하는 걸세. 그 많은 돈을 왜 그런 곳에다 쓰나. 산업화를 발전시키는데 돈을 쓰는 게 미국의 미래를 위해 훨씬 도움이 될 걸세.”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힘들어하고 있네. 뉴딜정책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자는 걸세.”

“나는 뜨거운 가슴만 있고 머리는 텅텅 빈 그런 바보 같은 정책에 결코 찬성할 수가 없네.”

올리버 씨는 완강하게 거부의 뜻을 밝혔지만 영화가 주는 뉘앙스로 봐서는 틀림없이 루스벨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애니의 사랑이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만 사랑하는’ 백만장자 워벅스를 ‘뜨거운 가슴’만 있고 ‘머리는 텅텅 빈’ 뉴딜정책을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1시간 30분짜리 이 영화에서 교훈적이지만 너무나 짤막한 이 두 개의 에피소드를 무심코 지나치고 말테지만, 나처럼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주제였다.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돈과 권력과 자본주의는 당신들을 사랑하지도 않을뿐더러 당신들을 짓밟고 마침내는 당신들을 망치고야 말 것이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참 세상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봅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집권여당 대통령후보의 말을 들을 땐, ‘아, 우리나라 정치가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이런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이 아니라 ‘스트롱맨스 도터(독재자의 딸)’란 표지제목으로 한국정치에 모멸감의 똥물을 끼얹은 미국기자였습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그의 눈에 남한국민은 “어버이 수령님”을 외치며 광분하는 북한인민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박근혜는 그 미국기자의 비웃음에 답이라도 하려는 듯 국민을 일러 자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식으로 호명된 국민들… 그렇군요. 송해라는 늙은 꼰대(!)가 박근혜후보 지지연설에서 “효도의 도리 있다면 박근혜의 한 풀어주자”는 괴상한 효도론을 다 주절거리는군요.

허허. 세상 말셉니다. 대명천지에 대통령선거하면서 “대통령은 어머니요, 국민은 그 자식” 얘기가 나오고, “효도의 도리로 박근혜를 찍자”는 사람마저 나오고 보니 종래에 이 나라가 망하지 싶습니다. 오호 통제라!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그래,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방법이란 게 대체 뭐지?’ 아하,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지난 2차 대선토론에서 그랬잖습니까?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재원 만들겠다!”

아, 그래요, 그렇군요.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양성화를 잘못 말한 거라고 변명했지만, 활성화나 양성화나 제 보기엔 차이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마약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거 하고 양성화시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죠?) 그 말속에 이토록 심오한 뜻이 있었습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지요.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듣습니다.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국가 만들겠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기괴한 발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웃음이나는군요.

하지만 저는 박근혜의 엉터리 같은 말 중에도 꼭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명의 국민도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떡해서든 복지재원을 마련해서 복지제도를 확립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역시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마니’입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박근혜의 지하경제활성화론은 사실 복지 안하겠다는 소리와 진배없습니다. 활성화시킬 지하경제도 뚜렷하게 없거니와 그걸로 재원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죠. 답은 재벌에 있습니다. 

기호5번, 노동자대통령후보 김 소연, 그녀는 말합니다. “재벌들 주머니 털어서 복지재원 마련하겠습니다.” 원래 재벌들의 주머니란 것이 국민들 주머니 털어서 만든 것이니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편적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문재인후보도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고, 증세의 핵심은 부자증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이 구호가 처음 나왔던 게 10여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제 최소한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권진영에선 보편화된 구호가 됐습니다.

아무튼 노동자대통령후보를 표방하는 김소연의 공약이 가장 화끈하지 않나요? “재벌들 주머니 털어 복지재원 마련하겠다.” 이보다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약은 없지 싶군요. 박근혜와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김소연, 역시 노동자대통령후보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진숙씨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 온 사람들을 향해 타워크레인에 높이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를 보기도 했고, <소금꽃나무>란 책을 통해서도 그녀를 보았고, 최근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그녀의 사진을 통해서도 그녀를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물론 지면을 통해서 그녀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워낙 강성한 이미지 탓에 적이 놀랐다) 자그마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기대한 그대로였다. 우렁우렁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당찬 목소리였다.

그녀는 천부적인 말꾼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의 3대 구라로 백기완, 황석영 등을 말하지만, 그녀야말로 구라 중에 구라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강연은 매우 유쾌했다. 우선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은 연신 그녀의 코미디 같은 연설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저 웃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그녀는 유도했다. 아니 유도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는 것이 옳겠다. 그녀의 말솜씨는 개콘의 그 어떤 개그맨보다도 뛰어난, 더 웃긴 구석이 있는 구라였으므로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이었다.

▲ 경남여성회 강당(남산복지회관)에서 열린 김진숙 초청 강연회. 제목은 <여성과 정치>. 10월 17일 오후 5시부터 7시.

그러나 나는 눈물이 났다. 1주일 전에 입은 교통사고로 꿰맨 안면부위가 다 낫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므로 크게 표가 나지 않았던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일부러 안경을 꺼내 써보기도 하고 남 모르게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물론 내가 남들보다 좀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그래서 연속극을 보다가도 곧잘 우는 사람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게 무어람? 이렇게 유쾌하고 통쾌하고 재미있는 강연에 눈물이 흘러내리다니. 하지만 여러분, 여러분이 이 강연을 직접 들었다면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그녀의 말 속에는 너무나 슬프고도 애달픈 사연들이 분노의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한때 이른바 귀족노조의 조합원이었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23명이나 죽어나자빠져야 했던 사연이, 12시간 맞교대에 가족들에게도 잊혀진 존재가 되어 한해 20명씩 과로사로 나자빠져야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사연이, 사상 최고의 흑자에도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맞아야 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사연이,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아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애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얼마 전에 독일에 다녀왔다고 했다. 독일은 주당 근로시간이 33시간이다. 독일은 이미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에 주당 48시간 노동제가 정착된 나라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는 주당 노동시간이 48시간이다. 그러나 48시간 노동제가 지켜지고 있는가?

정규직은 몰라도 천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48시간 노동제는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그들에게 그런 것은 없다. 법정최저임금제도? 그것도 책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실상은 매년 국가가 정하는 법정최저임금이 바로 법정최고임금이 되는 것이다. 한 나라가 선진국인가 아닌가는 그 나라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보면 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아니며 후진국이라고 불러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

김진숙씨는 독일을 떠나기 전에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줄 요량으로 볼펜을 사기 위해 상점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놀러갔던 것이 아니므로 낮에 일과를 보고 저녁에 사려고 하니 모두 문을 닫고 파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말에 따르면,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도 존중해주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말엔 교통비가 싸진다고 했다(우리는 반대로 주말에 뭐든 비싸다). 평일에 일할 거 일 하고 놀 거 다 놀고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쉬는 것이다. 문만 열면 공원이 펼쳐져 있으니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독일놈들, 정말 놀 줄 아는 민족인가보다.

그녀는 (물론 농담이었을 테지만) 한국여자들 조사해보면 대개가 독일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할 거라고(혹은 한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웃겼다. 아, 말이 나온 김에 그녀의 독일여행 에피소드 하나만 더 소개하도록 하자.

김진숙씨를 비롯한 일행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우리나라에서처럼 폴리차이(경찰)가 출동했다. 봉고차 비슷한 차량에 한 열 명 정도가 출동했는데, 반은 정복차림의 경찰관들이었고 반은 반바지 같은 편한 복장을 한 이른바 사복경찰이었다. 음, 여기도 우리하고 똑같구나. 집회를 여니 곧바로 경찰이 출동하는구먼.

“뭐 불편하신 건 없습니까?” 경찰이 물었다. “그래, 당신들이 불편합니다.” “당신들이 우릴 불편해해도 우린 떠날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임뭅니다. 혹시 당신들의 집회에 불만을 품고 방해하거나 해를 입히려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불편합니다.” 그랬더니 이들은 길 건너 저편에 서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이쪽을 지켜보기로 했던 모양이다.

경찰들은 모두 줄 지어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자 마치 ‘빠이빠이’ 하는 모양으로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이쪽도 함께 ‘빠이빠이’ 해주었음은 물론이다. 실로 한국에선 결코 상상하기 어려운 경찰과 집회현장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이었다.

독일이라고 해서 경찰의 무력진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 각국의 시위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경우를 우리는 가끔 본다. 하지만 이들이 쌍용자동차 노조 진압장면 사진을 보고 하는 말을 들어보면 우리가 얼마나 별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훌리건이냐?” 하얀 화이바를 쓰고 몽둥이를 든 경찰특공대를 일러 하는 말이다. “저들은 테러범이냐?”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일러 하는 말이다. 이 대화에는 물론 농담이 섞여있었을 테지만 그러나 진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노동자가 테러범이거나 경찰이 테러범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이명박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교민사회에서 시위를 했다. 경호원들이 이들을 제지하며 끌어내자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아니라 경호원들을 잡아갔다. 당황하는 그들을 향해 폴리차이가 말했다. “당신들은 집회신고를 하고 정당하게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방해했으니 범법자요.” 신문에도 났으니 모두 아는 이야기다.

아무튼, 김진숙씨는 이런 슬픈 이야기들을 매우 유쾌하게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강연이 열리고 있는 경남여성회 강당(남산복지회관)엔 웃음이 넘쳐났다. 나도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려 고생하긴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김진숙씨는 정말이지 대단한 연설가였다.

아마도 만 명을 앞에 모아놓고도 얼마든지 울리고 웃길 수 있는 능력이 그녀에게 있지 싶었다. 그녀는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하기 전에 부산에서 버스안내양을 몇 년 했었다. 요즘 하동 등지의 지자체에서 ‘추억의 안내양’이란 이름을 달고 부활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 버스안내양(그 전엔 버스차장이라 불렀다)의 인생이란 것은 막장 중에 막장이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버스 문고리를 잡고 삐죽이 튀어나온 승객의 엉덩이를 아랫배로 힘차게 밀어 넣으며 한손으로 버스 옆구리를 탕탕 두드리면서 “오라이” 하고 외치는 추억의 버스안내양을 상상해보라. 가만 생각해보니 그녀가 부산에서 버스안내양을 하던 시절, 나는 부산에서 스포츠머리를 한 학생이었으니 어쩌면 그녀와 내가 한번쯤은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삐죽이 튀어나온 내 엉덩이를 그녀의 아랫배가 밀어붙였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 그녀가 한진중공업에서 용접공으로 배 만드는 일을 하다 해고되고, 노동운동가가 되고,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되고, 수백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309일 동안을 버티다 내려왔다. 

309일 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끌어내리기 위해 공격해오는 용역과 경찰들을 그녀는 어떻게 막았을까? 똥이었단다. 직접 만든 똥. 타워크레인에 고립된 한명의 여자를 공격하다 똥을 얻어맞고 후퇴하는 건장한 용역들을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완벽한 농성에 대책없는 공성이다. 

연약한 여자의 몸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조되는 무기생산을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에 식사공급을 중단시켰다니……, 실로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떡대 같은 용역과 경찰들의 공성작전을 혼자 몸으로 막아내고 훌륭하게 농성을 성공시켰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경남여성회 강당의 메인 벽에 붙여진 강연회 제목을 보니 ‘정치와 여성’이다. 여성이 정치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김진숙씨이야말로 제대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누구보다 존경받는, 누구도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해낸 그 용기야말로 가장 훌륭한 여성정치의 모범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요즘 박근혜씨가 여성정치인으로 그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씨가 김진숙씨였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청와대 금고의 돈도 없고, 남에게 빼앗은 장학회의 이사장 자리도 없이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찬바람 씽씽 부는 영도다리 위에 선 가난한 한 여자에 불과했다면, 그녀는 버스차장도 하고 선박용접도 하면서 노동운동가의 길로 갈 수 있었을까?

쓸 데 없는 상상이지만 그리 생각하니 과연 김진숙씨야말로 대단한 여성이요 정치인이다. 그녀가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인 것이다. 김진숙씨는 10월 1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여성회 강당에서 강연을 마친 후 8시부터 시작하는 강연회를 위해 곧바로 창원대학교로 떠났다. 바쁜 하루였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유신의 누이 화형식 장면을 보면서 저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랍세계의 명예살인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뒤에 김춘추와 결혼해 문무대왕의 어머니가 된 그의 누이 문희에 대한 고사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너무나 유명하지요.

김유신은 왜 누이를 화형에 처하려 했을까요?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는 김유신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나옵니다. 흔히 하는 말로 고뇌에 찬 결단입니다. 김춘추를 살릴 것이냐, 김문희를 살릴 것이냐의 기로에서 김춘추를 선택한 것이죠. 왜?

김유신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은 삼국통일을 일구어낸 신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입니다. 삼국통일이 진정한 삼국통일인가에 대해선 저로선 수긍하기 어려운 바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러나 어쨌든 김유신은 민족통일의 대업을 일군 영웅입니다.

따라서 드라마는 김유신으로 하여금 천륜에 따른 인정보다는 대의에 따른 결단을 내리도록 설정을 한 것입니다. 그럼 왜 김유신은 동생 문희를 화형에 처하려 한 것일까요? 드라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사와는 좀 다른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사진. 어느 블로그에서 떠서 자른 자료사진임.

김유신은 김춘추와 삼국일통의 대업을 이루기로 약속합니다. 김유신에게 이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선 김춘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유신은 아마도 김춘추야말로 자손이 귀한 진평왕의 뒤를 이어 왕좌에 앉을 유일한 인물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김춘추가 자기 동생과 간통을 했습니다. 이는 물론 김춘추의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문희가 미리부터 작심하고 김춘추에게 접근해 일을 벌인 것입니다. 하룻밤 풋사랑이었지만 문희는 임신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를 알게 된 김유신과 가족들은 누구의 아이냐고 따집니다. 그러나 김춘추의 안위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문희는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외조부 숙흘종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손녀를 사려둘 수 없다고 펄펄 뜁니다.

문희를 임신시킨 상대가 김춘추임을 눈치 챈 김유신은 고민에 빠집니다. 누군가 하나는 죽여 사태를 봉합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죽일 수도 없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함께 지고 나갈 필생의 동지 김춘추를 죽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결국 김유신은 대의를 택했습니다. 동생 문희를 죽이기로……. 그러나 결국 김유신이 내세운 화형의 이유도 외조부 숙흘종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으므로 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몇 년 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우리는 신라의 개방된 성문화를 접하고 매우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나친 면도 없지 않았으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인 성문화와는 다른 적극적인 성 관념을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고무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조선시대에도 없었던 부녀자 화형식이라니요?

고사에선 그래도 김유신이 김춘추와 사돈을 맺을 계략으로 꾸민 일이라 귀엽게 봐주고 넘어갔지만, 이 드라마가 만든 설정은 그야말로 야만적이며 끔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문희를 화형에 처하는 것은 오늘날도 횡행하고 있는 이슬람세계에서의 명예살인과 하등 다르지 않습니다.

김유신의 신라군이 쳐들어오자 아내와 자식들을 직접 칼로 쳐서 죽이고 황산벌로 향한 계백장군의 이야기를 매우 감동적으로 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는 계백장군의 위인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계백이 왜 훌륭한 사람일까?

그가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서 신라의 5만 대군을 맞아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대목이 감동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뻔히 질 걸 알았다면 아내와 가족을 죽이고 전장으로 향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은신처를 골라 가족들을 피신시켰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부여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로 보낸다면 설사 자신이 죽는다하더라도 가족들은 살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누가 계백에게 아내와 자식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니 그저 한숨만 나왔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대로 문희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 공주 시절의 선덕여왕이 나타났고 이어 김춘추가 나타나 자신이 문희와 통간한 장본인이라고 고백함으로써 화형은 중지됩니다.

그러나 아무튼, 이 드라마가 화형식을 미화시킴으로써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구실로 자행하는 명예살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을 저지른 혐의는 그대로입니다. 

차라리 고사에 나온 대로 김유신이 김춘추와 사돈을 맺기 위해 쇼를 벌인 것 정도로 만들었다면 몰라도, 이 드라마에서처럼 삼국통일 대업의 동지인 김춘추를 구하기 위해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를 씌워 여동생을 화형에 처하려 했다는 김유신의 행동은 지독한 난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은, 난센스가 아니라 최악의 범죄행위라고 해야 옳겠지요.

ps;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화형쇼” “실감나는 눈물 펑펑 오열 연기” 따위의 연예기사 제목들이 나오는데요. “눈물 펑펑 오열 연기”는 인정해주더라도 “화형쇼” 대목에선 이 기자분들이 드라마는 제대로 보기는 보고 기사를 쓰는지 그게 의심스럽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그분들도 다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의>, 초반 첫 회가 매우 감동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앞으로도 꽤 괜찮은 사극일 거라는 기대가 듭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이 이전에 상당히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었던 모양으로 여기저기서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사상이 울퉁불퉁하다 못해 왼쪽으로 기우뚱한 사람은 “어느 누구든지 의원 한번 못보고 죽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강도준의 포부를 그야말로 이 시대의 이슈인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벌써 조선 중엽에 선조들이 꿈꾸었다고 제멋대로 해석하여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괜찮은 드라마일 것 같은 예감이 듦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옥에 티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본래 거의 모든 사극들은 주인공의 출생에 관해선 마치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주인공은 고귀한 신분을 타고났다는 설정이 그런데요. 천민의 자식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평민의 자식이 주인공이 되는 예를 사극에서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오죽했으면 신분적으로 천한 기생에서 거상의 반열에 오른 김만덕조차도 출신이 서울 양반집 딸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부모가 되는 양반은 역모에 휘말리거나 당쟁에서 패퇴해 몰락함으로써 죽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의>도 그렇습니다. 주인공 백광현은 실존인물로 글자도 알지 못하는 미천한 인물이었는데 말의 병을 치료하는 마의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침술에 능하고 종기를 치료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내의원 의관에 발탁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말을 치료하며 얻은 오랜 임상경험으로 침술에 달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종기를 절개하여 치료하는 이른바 외과적 수술기법을 최초로 개발하고 보급했다고 합니다.

글자를 모르니 당연히 의서도 보지 못했을 백광현이 이루어낸 경지란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아마도 그는 천재였을 것입니다. 무협지 식으로 말하자면 백년에 하나 날까 말까한 기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마의>는 주인공 백광현의 운명을 실로 무협지처럼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의 생부인 강도준은 나노라하는 명문세가 출신에 대과에 장원급제한 수재였던 것입니다. 거기다 강도준은 의술에 천부적인 자질을 지녀 읽지 않고 통달하지 않은 의서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기재 중의 기재입니다. 백광현의 생부를 천하의 기재로 만듦으로써 백광현이 의서를 한 번도 읽지 않아도 천재적인 의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운명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하긴 뭐 그게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상투적이긴 해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익숙한 스토리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아도 설득하기가 쉽습니다. 사람들을 몰입시키기가 수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상놈의 자식보다는 양반의 자식이 폼도 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마의>라면 얼마든지 이따위 상투적인 공식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소현세자의 죽음의 비밀을 얽어놓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굳이 역적으로 몰려 죽은 강도준의 아들이 아니라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뱃사공의 아들이라도 별 탈이 없지 싶습니다만.

아무튼 저로서는 백광현이 천민 출신이어도 얼마든지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양반 핏줄로 만들어야 했는지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백광현이 명의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양반의 핏줄을 타고나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다음주 혹은 다다음주엔, 혹은 언제이든지, 백광현의 양부가 백광현 앞에 무릎을 꿇고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정말이지 너무 자주 봐오던 장면이라 오글거릴 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제 아들이 아닙니다. 도련님의 진짜 아버님께서는 대제학 대감댁의 장남이셨습니다. 대과에 장원급제하시고도 유의가 되어 백성을 돌보고자하셨던 훌륭하신 분입니다. 도련님은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의술을 익혀 훌륭한 의원이 되셔야만 합니다.”

에그, 밥이나 먹자!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