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12.05 허성무 “박근혜 덕에 TV 고정출연 기회 얻어” by 파비 정부권
  2. 2016.12.10 박근혜의 미래를 예언했던 소설, 혜주 by 파비 정부권
  3. 2009.05.15 대통령도 탄핵하던 국회, 신영철은 왜 못하나 by 파비 정부권 (29)
  4. 2008.10.07 잃어버린 10년? 그들에게 이미 국민은 전투의 대상이었다. by 파비 정부권 (29)

박근혜가 천거? 

제목이 좀 거시기합니다.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평생 민주당 사람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키드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웬 박근혜 천거설? 박근혜가 허성무를 추천해서 오늘날 유명 TV논객이 됐다니, 창원에 사는 분이라면 머슨 소리야 이거?” 하시겠지요?



물론 이것저것 다 거세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정리로 말하자면 박근혜가 허성무를 천거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성립이 안 된다는 건 뭐 설명이 필요 없으니 두말 하면 잔소리겠지요.

 

탄핵 표 계산 해보시오

박근혜 탄핵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날이었는데 CBS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생방송을 하자는 겁니다. 모니터를 해보니까 당신이 제일 적합할 거 같더라, 그러는 겁니다. 2시간 생방송이었어요.”

 

처음 받으신 질문이 뭐였습니까?”

 

첫 질문이 탄핵이 될 거냐, 안 될 거냐? 그리고 탄핵이 된다면 몇 석으로 의결이 될 거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산해보니까 확정된 의결수가 한 214석 나오더라고요. 이게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부결 됐을 때 누가 (탄핵에) 부를 했는지 억압이 많을 거잖아요.”

 


허성무 전 부지사는 당시가 회상되는 듯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내에서도 아이다, 나는 탄핵 찬성했다,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한 물증 있다이런 사람이, 그런 정서나 압박을 받는 사람이 10명에서 20명이 나온다, 그래서 230명 정도로 예측했죠.”

 

블로거 중 한분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탄핵 찬성이 234표 나왔습니다. 그 이후 여러 곳에서 불러주지요. 이 모든 게 박근혜 덕택입니다.”

 

한 짓궂은 블로거가 물었습니다.

 

그럼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 감옥에 계신데 혹시 영치금이나 사식이라도 넣어줄 마음이 없습니까? 은혜에 보답하셔야지요.”

 

하하, 그건 그렇지만 꼭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하, 그렇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영치금 넣어줄 생각 없나

허 전 부지사는 대학생이던 젊은 시절 한때 이른바 부산미문화원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료변론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노무현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하고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변호사가 바쁠 땐 문재인 변호사가 대신 변론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사람이 TV토론프로의 정치평론가로 성공하고 그게 다 박근혜 덕이라면서 영치금이라도 넣어줘야겠다는 농담을 하는 시절이 왔다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공덕의 아이러니

아무튼 박근혜가 여러 사람 살리고 여러 사람 도와줍니다. 역사상 박근혜 만큼 아이러니한 인물이 있었을까요?

 

20171128<허성무 초청 블로거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2016년 병신년 새해 벽두에 피플파워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 <혜주>는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마치 무협지 같기고 하고 빨간책 같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문득 퍼져오는 짜릿한 전율에 놀라고 또 놀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가끔 몸의 중심으로부터 솟아오는 열기에 불편하기도 했었다. 소설의 내용 자체가 워낙 축축하고 끈적끈적하고 질퍽거려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혹시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피기도 했다.


소설의 작자는 도대체 이런 음험하고 외설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지어냈던 것일까? 그 자신 이런 경험들을 실제 해보았던 것은 아닐까? 온갖 궁금증이 상상의 나래를 펴고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소설 전체에 가득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병신년이 저물어갈 즈음 현실로 세상에 나타나고야 말았으니 이런 경우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작자는 우주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았던 것일까? 그는 무당처럼 뭔가 계시라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정운현 선생의 소설 <혜주>를 읽고 썼던 서평을 다시 들여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제 오후, 모든 언론 뉴스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 "대체적인 구성과 문장도 매끄럽지 못하다. 너무 촌스럽다거나 속물적인 표현들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 1월 초에 쓴 서평에서는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것들이 이 소설의 힘이었으며 미래의 진실을 미리 써내려가게 한 원천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



조선의 여왕 혜주, 내부자에게 망하다


기묘한 책이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고? 조선에 여왕이 있었던가?

<혜주>라는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도 없고 또 저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잘 나가는 공지영이나 전경린, 최근 표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경숙 같은 유명 작가가 아닌 바에야 누가 이런 밋밋한 제목의 책에 손을 내밀까. 그런데 부제가 당돌하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소설은 의외로 속도감이 있었다. 글은 간결하여 짧은 단문들로 채워졌고 거의 은유가 없이 직설적이었다.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할 겨를 없이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시종 연속되는 사건들이 흥분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적절하게 뿌려놓은 성애 장면에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면 그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였다.

혜주는 주인공 혜명공주가 왕이 된 후에 불리는 이름이다. 작명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심오하다. 사실 <혜주>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번쩍 누군가를 떠올렸으며 호기심이 극도에 다다랐다. 혜주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복잡한 성관계로 얽혀있는데 작명처럼 이러한 설정도 독특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혜주가 어릴 적부터 보모상궁에게 방중술을 배웠다는 대목에선 아연해진다. 그리고 민 상궁이 다시 그 예의 방중술을 무극스님에게 전수하고 혜주의 정인으로 삼게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거의 기절할 지경에 이르지 않고 누가 배기랴.

더욱 놀라운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무극만은 민 상궁이 혜주의 생모인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모녀관계의 두 여자를 품으면서 무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단순한 애욕의 포로였을까? 무극은 어떨지 몰라도 혜주는 애욕의 포로였다. 어린 그녀가 어떻게 그토록 빨리 성에 눈을 뜨고 집착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이 책에서 별다른 설명은 없다. 다만 혜주의 생부와 생모의 전력으로부터 그것이 유전 문제가 아닐까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초반부의 혜명공주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달째 폭우가 쏟아져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숨겨둔 정인과의 정사가 그리워 궁궐을 빠져나가 며칠씩 나타나지 않는 여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혜주가 열락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이 한강이 범람하여 두물섬의 마을 한 개가 수몰되고 주민 백여 명이 몰살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급한 보고도 정념에 사로잡힌 혜주를 빼내올 수는 없었다. 닷새의 휴가를 모두 채우고 돌아온 여왕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한다.

“청년들은 헤엄쳐 나왔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나요?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

자, 이쯤 되면 천하에 우둔한 사람이라도 상상력은 한군데로 모아진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두물섬 참사가 잊혀갈 즈음 이번엔 역병이 돌아 수많은 백성이 죽어나간다. 시체가 쌓여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만 조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 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 게 제대로 된 표현일 것이다. 결국 반정이 일어나고 혜주는 폐주가 되어 쫓겨날 운명에 처한다. 때는 혜명공주가 왕좌에 오른 지 4년째 되던 해. 이 또한 의미심장한 메타포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투박했다. 명쾌한 설명이 없는 설정들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갑작스런 사건 전개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어이없는 대사들에 실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왕비가 회운사에서 시중을 드는 무극스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리 공주와 짝을 맺어주면 참 좋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대목은 실로 난센스 아닐지. 어려서 고아가 된 무극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천출인 것이다. 대체적인 구성과 문장도 매끄럽지 못하다. 너무 촌스럽다거나 속물적인 표현들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그러나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혜주>는 힘이 있었다. 박진감이 넘쳤다. 재미있고 다음 장면의 기대로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아무리 지고한 사상이 담긴 글이라도 재미가 없어 읽히지 않으면 그뿐이다.

<혜주>에는 시대를 엿보게 하는 무수한 장치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다름 아닌 노천이란 책사였다. 그는 이른바 3인방의 한사람으로 여왕의 심복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의혹투성이다. 두물섬 참사에 대한 대책을 묻는 혜주에게 그는 이렇게 간한다.

“(괘념치 마시옵소서.) 백성들은 마구간 누렁소나 뒷간 똥돼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은 나면 죽고 죽으면 또 태어나는 법이옵니다. 부디 성심을 굳건하게 보지(保持)하시옵소서.”

그랬던 노천은 혜주가 폐주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삿갓을 쓰고 대중들 속에 숨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폐주의 패망은 그의 운명이요, 그를 망하게 한 것은 내 소임인 것을…….”

그는 ‘내부자’였던 것일까? 노천은 본디 술객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이 있었다. 그런 자를 내부자로 배치했다는 것은 이 소설의 작자 또한 신통력이 있다는 뜻이렸다. 소설 <혜주>는 영화 <내부자>가 개봉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었으니 영화의 감독과 교감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실로 흥미로운 일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영철 대법관 사태를 바라보며 나는 5년 전을 생각했다. 2004년 3월, 대한민국은 역사 이래 초유의 사태에 휘말렸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다. 당시 탄핵을 주도한 것은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었다. 탄핵의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발의연월일 : 2004년 3월 9일 
발의자 : 유용태, 홍사덕 외 157인

       헌법 제65조 및 국회법 제130조 규정에 의하여 대통령 노무현의 탄핵을 소추한다.
탄핵사유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줄곧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법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습니다.

  둘째, 자신과 측근들 그리고 참모들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셋째,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습니다.


노무현이 같은 것(!)도 대통령이 다 되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은 월드컵 4강 신화보다도 더 극적인 것이었다. 사실 2002년이 오기 전에 아무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노무현도 대통령이 다 된”다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런 노무현을 보며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사실 “노무현이 같은 것(!)도 대통령이 다 된”다며 혀를 찬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아버지였다. 아마 시골 동네의 분위기가 그러했던 모양이다. 상고 밖에 못나온 위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니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고려대 상대를 나오고 현대그룹에서 회장까지 역임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일까?


그러나 결과는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국민이 개고생이다”란 유행어가 대변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대 출신 대통령이 나라경제 말아먹은 걸 상고출신 대통령들이 살려놓았더니 다시 고대 출신 대통령이 말아먹는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아버지가 이런 현실을 보고 이번엔 무어라고 말씀 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나는 당시(지금도) 노무현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노무현의 탄핵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위에 게기한 것처럼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매우 추상적이다. 국법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부당한 행위를 해서 국법질서를 교란시켰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도 않다.


노무현이 탄핵이면 이명박은 벌써 단두대로 갔어야 
더 우스운 것은 두 번째 사유다. “측근과 참모들이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 번째 사유는 그야말로 코미디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트렸습니다.” 고인이 된 이주일이나 김형곤이 살아오더라도 이정도로 웃기지는 못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로 얼마나 많은 농민들을 울게 만들었는가, 또는 비정규직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았는가가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아니다. 나는 그의 정책에 반대해 거리에서 팔을 흔들었을지언정 그의 지지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내가 보기에도 그의 재임시절 낮은 성장을 말하는 건 분명 코미디다.


그의 재임시절 국민소득 2만 불을 돌파했던 대한민국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이후에 다시 그 아래로 추락했다는 비참한 사실을 굳이 여기서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깟 국민소득이 얼마인지 지표 따위가 궁금한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이 대통령 시절 당했던 탄핵사유가 지금 이명박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인가? 그러나 보시다시피 1번부터 3번까지 이명박에게 해당되지 않는 사유는 단 하나도 없다. 특히 세 번째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죄는 역대 어느 정권도 따르지 못한다. 이 정도면 탄핵이 아니라 고대의 방식대로 목을 내놓아야 할 일이 아니던가?


대통령도 탄핵하던 국회가 대법관 나부랭이 하나 어쩌지 못하다니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판결이 아닌 e메일로 말하는 판사’ 신영철 대법관의 탄핵을 논의하기 위해 범야당의 대표회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각 당의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일단 자유선진당은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자유선진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발의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모여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적 입장이다.


대통령도 탄핵하던 국회가, 그것도 특별한 사유도 없이 -겨우 상고밖에 못나온 대통령이 하는 ‘짓거리(!)’가 매우 불쾌했던 점이 사유라면 사유일 수도 있겠다- 다수의 힘을 국민의 이름으로 밀어붙이던 국회가 대법원장조차도 분명한 재판권 침해라고 밝힌 범법자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결국 투표를 잘못한 국민의 탓이라고 하겠지만)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신영철이 저지른 행동은 틀림없이 ‘헌법상 재판권독립을 침해한 것이고, 이는 사법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것’으로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기가 소속된 정당 자랑을 좀 하였기로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고 국법질서를 문란케 했다며 탄핵까지 하던 국회가 아니던가?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 헌법이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권 개입은 분명한 범죄행위다. 따라서 이는 형사적 처벌대상이다. 재판정에서 약간의 소란만 부려도 당장 법정모독죄로 감옥에 가야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신영철에게 탄핵이란 매우 호사스런 대접이다.


판관 포청천이었다면 신영철에게 개작두를 대령시켰을 것
송나라의 명판관 포청천은 중죄인을 처단하는데 두 개의 작두를 사용했다. 하나는 개작두요, 다른 하나는 용작두다. 개작두는 파렴치범에게, 용작두는 지체가 높거나 정치적인 사형수에게 적용했다. 지체가 높더라도 그 범죄행위가 매우 반사회적일 경우에는 가차없이 개작두를 대령시켰다. 포청천이 시공을 초월해 존경받는 이유다. 


만약 포청천이라면 어땠을까. 그라면 신영철에게 개작두를 대령했을까, 용작두를 대령했을까? 그러나 어찌되었든 신영철은 작두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어떠한가. 탄핵조차도 발의할 수 없단다. 대통령도 탄핵하던 그 기개는 어디로 가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전횡을 막으라고 주어진 의회 고유의 권리마저 포기한단 말인가.  


이 지경이라면, 이명박이는 둘째 치고 대법관 나부랭이 -판사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하나 어쩌지 못하는 국회부터 탄핵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늘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보수파들, 특히 한나라당에 말한다. 제발 당신들이 좋아하는 법과 원칙, 그거 좀 지켜라.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나는 노무현을 찍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 감격해서 동이 트도록 오징어를 뜯으며 맥주를 마셨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당선방송을 보고 또 보았다. 노무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노무현이 검사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TV 앞에 앉았을 때, 나는 또다시 오징어를 뜯고 맥주를 마시며 분개했다. “어떻게 쥐어준 권력인데 그따위 허접한 검사들을 모아놓고 손수 칼을 쥐어준단 말이냐.”

봉하마을 주민이 된 노무현=경남도민일보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인터넷검열'을 보며 드는 단상(斷想)

그리고 대통령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조중동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마침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국회에서 탄핵되었을 때, “거봐라, 칼 쥐어주었더니 그 칼 내다버리고 잘하는 짓이다.”하면서 조롱했다. 어쩌면 허탈감과 배신감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무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김대중 정부에 이어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들이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미FTA는 그가 추진한 정책 중 최악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수많은 농가가 타격을 입고 국민건강이 위협받는 것도 그 출발은 노무현 정부에 있었다.

한편, 반대로 노무현이 민주주의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대통령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였고, 대중적 참여의 적나라한 모델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정치의 발달에도 한 몫 기여했을 것이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실험은 바로 노무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역시 나는 여전히 노무현의 팬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들이 한나라당으로부터 진보니 좌파니 하는 오해를 받든 말든 그건 상관없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시장자유주의가 내가 생각하는 분배의 정의를 통한 선의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에 이들이 방송국을 장악하고 인터넷까지 검열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나라당에게 잃어버린 10년이란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그들은 그토록 민주주의가 불편했던 것이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하고 참여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거짓 선동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

지난 대선 내내 한나라당이 외쳤던 구호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그들이 잃어버렸다는 것은 정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권을 잃어버린 것이 마치 나라를 빼앗기고 독립투쟁이라도 하는 양 국민을 선동했다. 그것은 한나라당 외의 정치세력은 모두 악이라고 호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BBK주가조작, 위장전입, 탈세의혹을 뚫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됐다. 사진=오마이뉴스


이 어처구니없는 선동질은 주로 경상도 땅에서 주효했다. 이 선동질의 선두에서 나팔수 역할을 한 것은 물론 다름 아닌 조중동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마치 집단최면상태에 빠진 것처럼 분기탱천했고, 선거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연신 외치며 결전에 임했다. 그들은 바야흐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지난 10년 동안, 특히 연이어 대선에 패배한 이후 지난 5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이를 갈고 복수심을 불태웠는지는 정권을 탈환(?)한 이후의 행보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이전 정권에서 진행해왔던 모든 정책들을 뒤집어버렸다.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며 진보세력과 대립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몰아 붙였다. 그나마 민생안정용으로 만들어놓았던 개혁적 제도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판이고 일부는 이미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질 운명에 처해있다.

전 세계가 산업화와 개발바람에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자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때, 거꾸로 나라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을 파헤칠 대운하 구상을 하고 있다. 당장 저항에 주저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엄청난 개발이득을 노린 재벌과 집권세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난관이 봉착해도 반드시 실현시키려고 할 것이란 점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모든 노력들도 ‘퍼주기’란 이름으로 폄하하고 양측의 정상이 약속하고 서명한 합의서까지 파기하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는 재협상 가능한 쇠고기협정조차 거부하는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나라가 이런 정부를 신뢰하고 조약을 맺고 교류를 하려고 하겠는가?

한순간, 촛불이란 장벽에 부닥치긴 했으나 이제 그들은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도 장악했고, 곧 가장 껄끄럽던 사이버공간마저도 함락이 눈앞에 보인다. 마침 벌어진 유명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은 그들에게 호재다. 이런 기회를 놓칠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보다 인터넷을 평정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호시탐탐 인터넷을 장악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지만, 촛불이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촛불이 잦아들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재까지 겹쳤다.

여론을 장악하고 영구집권을 꿈꾸는 한나라당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최진실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인터넷검열제’란 칼을 들었다. 그들이 이 새로운 전투에서 한 번 더 승리한다면 국민들의 입마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괴벨스가 했던 것처럼 라디오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자기들 말만을 들으라고 할 것이다.

여론장악과 선동정치로 독재자로 군림한 히틀러


안타깝게도 이와 같이 지난 1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느끼는 격세지감은 단순한 감상의 수준을 넘어 시나브로 현실을 압박하고 고통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칼을 함부로 내다버린 노무현을 조롱하던 그 순간도 어느덧 낡은 앨범 속의 추억으로나 기억하게 될 것이 분명할 듯보인다.

진보진영의 어느 인사는 이 격세지감의 시기를 히틀러의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며 그리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 이유를 “히틀러가 살던 시대와 달리 한국 사회의 지배자인 대자본은 지금 방식으로도 충분히 지배 지속 가능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당독재’의 가능성이야 높지만, 그것은 파시즘이 아니라 한국판 자민당 시대의 개막이지 않을까?”(진보신당 이재영-레디앙) 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글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히틀러도 처음부터 파시스트가 되려고 작정하고 그리 되었을까?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화가를 꿈꾸었던 그가 희대의 독재자가 되리라고 처음부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히틀러가 죽고 난 후에 연합국 진영의 많은 정치가들도 그의 타고난 선동술과 대중장악력에 대해 연구했다는 걸 보면 시사 하는바가 크다. 전두환이나 이명박이 언론을 장악하는 기술도 알고 보면 원조는 바로 히틀러가 아니겠는가.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검열제를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며 전운戰雲을 감지한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그들에게 국민은 이미 전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2008. 10. 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