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1.12 부모 바꾸는 꿈 누구든 꿀수 있어, 황금빛내인생 by 파비 정부권
  2. 2012.02.28 무신도 피하지 못한 출생의 비밀 by 파비 정부권 (2)
  3. 2011.04.25 마이더스에도 등장한 출생의 비밀 by 파비 정부권 (3)

자식이 바뀌었다.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바뀌었다. 드라마 얘기지만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간혹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황금빛내인생 21, 벌써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서지안이 가짜 딸이라는 것이 들통나고 서지안의 부모는 서지수(실제는 최은석)의 친부모에게 무릎 꿇고 눈물로 사죄하지만 분노한 지수의 부모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서지안의 엄마는 왜 서지수가 아니고 서지안을 최은석이라고 속였을까? 드라마를 본 이라면 주지하듯이 서지안의 부모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진실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누가 은석이냐고 다그치는 은석의 엄마 앞에 당황한 서지안의 엄마는 서지안을 지목했다.

 

순간적인,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빚어진 실수였을까? 75분의 1초의 지극히 짧은 시간에도 엄마는 결코 착오를 일으키지 않는다. 세상에 엄마만큼 완벽한 아가페가 존재할까. 서지안의 엄마는 지안과 지수를 똑같이 쌍둥이로 사랑한다. 그러면 왜?

 

왜 그랬을까? 엄마는 알았던 것이다. 지수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행복을 찾을 줄 알았던 반면 지안은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머리 좋은 지안은 늘 현실에 불만족했으며 언젠가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안쓰러웠던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지안이에요!” 하고 외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식이 바뀐 것이다. 반대로 지안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바뀌었다. 며칠의 고만이 따랐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지안은 새로 생긴, 정확히 말하면 원래의 부모 곁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당연히 이 결정에는 명분이 있었다. 부잣집 딸로 들어가 신데렐라가 되는 이기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명분... 벌써 몇 회나 지났으므로 그 명분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안은 어떤 명분을 찾아 28년 동안 키워준 부모 곁을 떠나 새로운 부모 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 21회 마지막 장면에서 서지안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선택한다. 물론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 죽게 되면 50부작 드라마는 이어질 수가 없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21회까지 오는 동안 줄곧 그녀가 가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불안에 떨며 언제 진실이 드러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지안이 가짜 딸이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한편 지수가 진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도 있었지만.

 

왜 그랬을까?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그런 꿈을 한번쯤은 꾸어봤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뀌는 꿈. 부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꿈에서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신데렐라가 되는 것보다 돈 많고 멋진 진짜 부모가 나타난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나는 드라마들이 유독 출생의 비밀에 집착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대중적인 정서를 간파한 상업적 판단에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이루지 못한 꿈인 것이다. 드라마가 그걸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드라마 속에서 꿈은 이루어지고 평안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 기억의 한 편린일 뿐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처럼 윤리에 어긋나는 꿈 따위는 꾸지도 않았겠고 당연하게도 기억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하지만 지안은 너무 힘들었고 그때 진짜로 부모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그녀는 오늘 죽었다. 그녀에게 죄가 있을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

무신. 오랜만에 사극 같은 사극을 보는 듯해(물론 더 지켜보아야겠죠. 광개토태왕도 처음엔 그랬지만 엉터리사극이 됐습니다) 매우 흐뭇합니다. 주인공 김준은 노예 출신입니다. 최충헌의 가노였던 김준의 아버지는 아마도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은 핏덩이 때 절에 맡겨져 수법스님의 손에 자랐습니다.













김준은 절에서 무예를 배웁니다. 마치 소림사의 승려들이 수행의 한 수단으로 무술을 익히는 것처럼 고려의 승려들도 무술을 익혔던가봅니다. 아마도 이런 설정은 장차 무신(武神) 김준과 대몽항쟁에 선도적으로 나서게 될 승군의 알리바이로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준은 절에서 행복했습니다. 그곳은 속세에서 벗어난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그저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월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은 오누이처럼 자랐지만 그들의 가슴속엔 오누이 이상의 감정이 싹텄습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최향의 군대가 들이닥친 것입니다. 고려의 정예군은 마치 점령군처럼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오, 세상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고려군이 아니라 마치 거란군이나 일본군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김준(절에서는 무상스님이라 불렀음)과 월아는 고려군에 끌려갔습니다. 김준은 모진 고문을 받고 처형될 위기에서 최우의 딸 송이의 도움을 받아 죽음만은 면한 채 노역장으로 끌려갑니다. 월아 역시 최우 집안의 가노가 됐습니다.

▲ 격구. 알고보니 사람 죽이는 경기.

격구장. 로마의 검투사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던 콜로세움보다도 더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격구장. 수법스님의 탄식처럼 아귀가 따로 없습니다. 마상에서 목이 잘린 채 떨어지는, 격구선수라고 해야 하나요?, 노예의 모습은 실로 처참해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김준이 이 격구경기에 자원했습니다. 경기장 가운데에 공을 놓아두고 이 공을 먼저 상대편의 골대에 집어넣으면 이기는 격구는 그러나 말이 경기이지 두 팀으로 나뉜 전사들이 상대편을 모두 죽여야만 이길 수 있는 전쟁터보다 더 지독한 죽음의 시합입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말을 탄 선수들이 노리는 것은 공이 아니라 상대편 선수들입니다. 장대를 높이 들어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선수의 목과 가슴과 머리를 향해 일격을 가합니다. 내가 먼저 적을 치지 않으면 내가 죽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자원한 자들로만 격구경기가 치러진다는 것입니다. 로마의 검투사들처럼 자의와는 상관없이 목숨을 내놓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원자들로만 격구팀이 구성됩니다. 경기에서 살아남아 한 가지 소원을 얻기 위해 자원하는 노예들.

김준이 격구대회에 나선 이유도 한 가지 소원을 얻기 위해섭니다. 무슨 소원? 바로 월아를 다시 수법스님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입니다. 그와 더불어 노예로서의 삶이 아니라 자존감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고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송이의 어머니가 월아를 기억하고 월아의 어머니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격구장은 김준에게 있어서는 빠스카의 신비를 달성할 수 있는 신성한 곳입니다. 이 경기를 통하여 김준은 인간이 아닌 노예의 삶을 뛰어넘어 당당한 하나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격구를 통해 김준은 자신과 월아를 구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호 통제라! 김준의 이 눈물겨운 구원행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던져 구원하고자 하는 월아가 노예출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어엿한 사대부가의 여식이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당대 최고권력자 최우의 부인과 절친한 가문의 딸.

이럴 수가. 무신에도 출생의 비밀이 끼어들고 말았습니다. 김준과 월아, 송이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고려 최씨 무신정권의 고명딸과 노비가 벌이는 연적관계가 참 볼 만하겠다 생각했는데, 김준이 상대할 것으로 보이는 두 여인이 모두 양반가의 여식들입니다(하긴 뭐 김준 자신도 무상스님이 아니라 노예 김준으로 밝혀져 초장부터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 월아, 김준, 송이

그렇지, 그럴 리가 없었지, 어떻게 주인공이 노비 따위와 사랑을 나눌 것인가! 어쨌거나 아쉽지만 드라마 무신에도 결국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습니다. 약방의 감초. 모든 인기 있는 드라마들에 어김없이 나오는 전가의 보도.

무신 다음 시간대에 배치된 신들의 만찬에도 역시 이 출생의 비밀은 등장합니다. ‘실제역사가 스포일러로 작용해 흥미들 돋우고 있는’ 빛과 그림자에도 이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습니다. 카이사르의 말을 한번 흉내 내볼까요? “빛과 그림자, 너마저도!”

아마도 월아를 최우 부인의 곁에 두어 장차 김준을 두고 송이와 경쟁관계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이긴 합니다만 출생의 비밀 같은 거 말고 뭔가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노예 출신인 김준이 노비가 아닌 양반귀족출신 여자들과 엮여야만 멋있어지는 걸까요?

월아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출신성분이 사대부귀족이 아니라 김준과 마찬가지로 노비였다면 김준의 바람대로 수법스님 곁으로 돌아가 편안한 여생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을…… 안타깝게 됐습니다. 왜 애꿎은 나를 사대부가의 딸로 만들어 피곤하게 하는 거야, 나 그냥 노비 할래!

아무튼 250억대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는 대작 무신도 출생의 비밀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이더스도 동참한 출생의 비밀?

마이더스에도 출생이 비밀이 등장했다. 나는 지난주에 하는 일 없이 바빠 드라마를 한편도 보지 못했다. 해서 일요일 시간을 내어 드라마들을 몰아서 보았는데, 물론 <마이더스>도 보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이더스>다. <마이더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돈에 환장한 사람들 뿐. 오로지 김도현의 연인 이정연만이 그런 부류들로부터 자유로운 순결한 영혼이다. 그래서 그녀의 직업은 간호사인 것일까.

정연의 따스한 손길 탓이었든지, 아니면 유인혜로부터 배신당한 아픔을 겪은 탓이었든지, 김도현은 인간의 마음으로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누군가가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 위해 돌진할 때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던 그는, 이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면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30년간 유필상의 밑에서 유씨 집안을 위해 봉사했던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 최국환, 그도 고백한다. 늦게야 깨달았다고, 유씨 집안의 아들인 것으로 착각했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한 존재였다는 것을, 그저 이용물이었으며 언제든 버려질 존재라는 것을.

김도현이든 최국환이든 그들이 깨달은 것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돈, 자본의 탐욕을 위해 필요할 때에만 필요한 소모품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은 이미 폐기됐으며, 또 한사람은 언제든 폐기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때문에 김도현이 유인혜에게 복수하고 인진그룹을 와해시키려는 목표에 최국환도 동승했다. 물론 최국환의 목적은 따로 있다. 인진그룹의 드러난 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숨겨진 비자금을 챙기려는 것이 그의 의도다.

헌데 이 와중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인진그룹 유필상 회장의 첩과 최국환의 비밀스런 관계. 아마도 최국환은 자기 상전의 여자와 관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방불명되었는데(유필상에게 버림받고 어디론가 사라진 것), 최국환이 몰래 만나왔단다.

그런데 그 사라진 유필상의 첩의 딸이 바로 김도현의 배다른 동생이 만나고 있는 막돼먹은 여자인 듯하다. 유필상에겐 세 명의 여자로부터 자녀들이 생긴 듯한데, 본부인으로부터 유기준, 유성준 형제가, 그 다음 첩으로부터 유인혜, 유명준 남매가, 그리고 세 번째의 막내딸 유미란.

유미란을 바라보는 최국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글쎄 나만의 느낌일까? 유미란이 최국환의 딸이라는 강렬한 의혹. 흩어진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면 이렇게 된다. 최국환은 유필상의 첩과 사랑에 빠졌다. 아니면 원래 최국환의 여자였던 유미란의 생모를 유필상이 차지했든가. 또 아니면, 어떤 알지 못하는 흑막이...

그리하여 낳은 유필상의 딸 유미란이 실은 최국환의 딸이라는 것.

▲ 유필상에게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아양을 떠는 유미란, 이를 쳐다보는 최국환의 표정에 뭔가 비밀이 숨겨진 듯 보이는데...

아무튼, 짐작하는 바에 의하면, 유미란의 생모는 어딘가에 살아있으며 최국환과 계속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어쩌면 힘을 합쳐 유필상의 숨겨진 비자금을 양성화해 가로챌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국환은 볼수록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음흉해 보이기마저 하는 그의 표정, 알듯 모를 듯 지어보이는 야릇한 웃음 뒤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어쨌거나 나의 이런 짐작이 맞는다면 <마이더스>에도 예외 없이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게 되는 셈.

최근 방영되고 있는 거의 모든 드라마들에서 출생의 비밀이 다루어지고 있다. <웃어야 동해야>가 그렇고, <가시나무새>가 그렇고, <신기생뎐>이 그렇고, <짝패>가 그렇다. 아, 그러고 보니 <로열패밀리>에도 출생의 비밀은 예외 없는 소재다.

또 있다. 얼마 전 종영한 <욕망의 불꽃>도 그랬고,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 그 외 <호박꽃 순정>, <49일>,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 여기 다 적기도 힘들다. 이 ‘출생의 비밀’ 행렬에 마침내 <마이더스>도 동참하게 되는 셈.

물론 유미란이 최국환의 친딸이란 사실이 밝혀진다는 전제 하에. 과연 유미란은 최국환의 딸이 맞을까? 전직 배우였다는 유필상의 애첩, 유미란의 생모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바야흐로 최국환의 진면목이 드러나려는 순간...

어쨌거나 인간세계에서 ‘출생의 비밀’만큼 좋은, 아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없는 것 같다. 너도나도 ‘출생의 비밀’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걸 보면.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