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합창페스티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9.20 청소년합창단은 왜 조용하고 가녀린 노래만 선곡할까 by 파비 정부권 (3)
  2. 2011.09.18 부러운 청춘들의 합창, 젊음은 곧 자유 by 파비 정부권 (2)

사실 저는 합창이라 하면 성당 성가대밖에 알지 못합니다.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맞춰 울려퍼지는 웅장한 미사곡은 그 자체로 사람을 경건한 천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합창에 쓰이는 반주는 반드시 파이프오르간이라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산아트홀에서 맞이한 합창-미사곡 외에 처음 들은 합창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교실에서 합창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합창이라고 해야 할는지는 모르겠고-은 좀 실망스러운 편이었다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피나는 노고와 열정은 이해하지만 소리는 저를 그렇게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앞 편의 글에서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이 매우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호들갑을 떨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준 경남도민일보에 고마움을 은연중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장중을 압도하며 몸의 힘을 빼앗아가는 합창에 대한 선입견이 충족되지 못한 것만 빼고는.

▲ 경남도민일보 주최 제12회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의 마지막 모습

하지만 아무튼 이날 합창페스티벌에 참여한 5개의 고등학교 합창단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부드러운 선율의 혹은 감미롭고 차분한 화음만으로 합창곡을 구성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만약 낭랑18세라든지 티아라의 가요와 같은 격식을 깨는 파격이 없었다면, 힘찬 율동과 비보이의 날렵한 몸짓이 없었다면 저는 정말 졸았을 것입니다.

잘 정렬된 합창단원들의 대오로부터 흘러나오는 가지런하고 통일된 목소리. 거기에 담당 음악교사가 원하는 레퍼토리. 참여한 합창단들이 만들어내는 선율이 비슷했던 이유가 혹시 합창은 이런 것이야 하는 관념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아니면 학생들은 이런 아름답고 가녀린 노래만 불어야 한다는 뭐 그런.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파이프오르간과 더불어 장중을 압도하는 웅장한 미사곡에만 제가 익숙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저야 뭐 학창시절에 이런 합창페스티벌 같은 것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딱 한번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트럼펫 연주회에 간 적이 있었지만,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었던 터라 기억나는 그날의 트럼펫 소리는 빽빽거리기만 했을 뿐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악선생님이 한 학기 동안 내내 똑같은 음악만을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1주일에 음악이 1시간인데 음악실로 가서 30분 동안 눈을 감고 이 음악을 듣고는 나머지 20분 동안 콩나물 대가리 수업을 하는 겁니다. 주페의 경기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지금도 가끔 그 선율이 머리를 맴돕니다.

그렇게 그 선생님께서 음악 감상하는 법을 가르치신 것 같은데 역시 저는 제대로 배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합창단이 들려주는 선율을 잘 소화해내지 못하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곡이라도 관객들이 졸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래서 내년에도 13회가 이어질 텐데, 선곡을 할 때 관객 입장에서 신경 써주시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선곡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인기 짱인 ‘나는 가수다’에서도 선곡이 굉장히 중요하더군요. 아무리 실력 있는 가수라도 선곡이 별로면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저는 지난주에 바비 킴이 1등 했을 때, 이미 선곡에서 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전문평가단이라 할 매니저들의 분석도 같았고 결과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합창곡들이 좀 맥이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워 17일 성산아트홀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은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귀에 익숙한 가요와 아이돌 메들리를 합창으로 엮어내는 파격적인 무대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어느 합창단이 불렀던 낭랑18세처럼 가장 좋을 나이의 완연한 꽃들로 가득한 객석도 무지 좋았고, 하하.

하긴 뭐 서클 수준의 합창단을 만들어서 베토벤교향곡 9번인가요? ‘합창’을 부르라고 하면 좀 무리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선곡이 좀 맥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피아노 소리도 맥없이 들렸고…. 내년에는 조용한 선율의 합창곡과 더불어 힘찬 노래도 섞어서 불러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뭐 내년에도 저를 초대해 음악을 들려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ps; 음, 그중에서도 마산고 합창단이 부른 ‘최진사 댁 셋째 딸’은 정말 좋았습니다. 가사가 드라마처럼 계속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좋았고요. 남학생들의 힘찬 화음도 좋았고. 남자들끼리만 모아놓아도 노래를 잘하던데요. 아무래도 남녀 화음이 제일 좋을 테지만, 따로 떼놓아도 괜찮더군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부럽다. 재기발랄한 젊음이 부럽고 얼굴 만면 가득한 웃음이 부럽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부럽다. 어쩌면 그렇게들 예쁠 수가 있는지 눈이 부셨다. 젊음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그래서 청춘예찬도 나오고 낭랑18세도 나온 것이 아니겠나.

아, 그러고 보니 이날 합창페스티벌에서는 낭랑18세도 울려퍼졌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만 이내 그것이 진짜 낭랑18세인 것을 확인하고는 몹시도 기뻤다. 그렇다. 합창단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노래만 부르란 법은 없다.

고리타분하다고 말하면 음악 선생님들 입장에선 조금 섭섭할지는 몰라도 관객의 입장에선 천편일률적인 이른바 명곡의 음률을 따라간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날 페스티벌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전적인 명곡의 아스라한 음률과 현대판 아이돌의 경쾌하고 왁자한 리듬의 조합. 물론 그들은 프로가 아니었다. 그러나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간간이 튀어나오는 부조화가 오리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엄숙하고 장중한 바로크 음악만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던 독일의 귀족들이 젊은 모짜르트의 기괴한 화음을 처음 접했을 때, 그들이 느꼈던 것은 무엇일까. 저것도 음악이야? 그러나 모짜르트의 천재성과 저돌적이고 격정적인 젊음에 보수의 벽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비유가 꽤 비약되긴 했지만, 아무튼 왜 합창단은 낭랑18세나 티아라의 노래를 부르면 안 되는가. 그런 점에서 이날의 합창페스티벌은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 합창대회에서도 대중가요를 부르는 팀이 나오면 어떨까?

9월 17일 오후 5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12회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은 그 넓은 대극장이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게다가 온통 낭랑18세들로 가득한 성산아트홀. 일찍이 이토록 내 눈이 호강한 적이 있었던가.

창원중앙여고, 창원여고, 창원대암고, 창원명곡고 합창단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대극장 공기를 찢어내듯 울리는 함성들. “○○○ 예쁘다!” 역시 여학생들의 거침없고 즉흥적인 애정표현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동무에 대한 사랑을 내뱉음에 거리낌이 없는 그들. 

그것도 너무 부럽다. 왜 나는 한번도 “○○○ 예쁘다!” 하면서 살지를 못했을까. 여학생이 없는 마산고 차례가 다가오자 살짝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여학생들의 재기발랄함에 남학생들도 기가 죽을 수 없다는 듯이 힘찬 목소리가 장중을 흔들었다. “○○○ 멋지다!”


마산고 합창단은 젊은 피로 만들어내는 격식의 파괴가 어떤 것인지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혁명적인 실험모델과 기존 합창단의 정체성을 잘 버무린 훌륭한 무대를 그들은 창조했다. 남학생들로만 이루어진 합창단에 보내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인 객석이 보내는 뜨거운 함성.

청소년합창페스티벌에 대한 마지막 감상은 다시 한번 이 한마디다. “정말 부럽다. 격식을 파괴할 수 있는 젊음이 부럽고,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열정이 부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복한 모습이 부럽다. 실로 청춘예찬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