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04 추노, 그들의 예정된 운명은 '한패'였다 by 파비 정부권 (16)
  2. 2010.01.07 추노꾼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 by 파비 정부권 (5)
천지호, "대길아, 너는 이 언니가 꼭 살린다. 나, 천지호야, 천지호~ 알아?"  

이대길이 교수대에 매달렸습니다. 목이 매달려 허공에 떠 버둥거리는 대길의 발아래에는 뾰족한 날을 곧추세우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죽창들이 수북합니다. "대길아!" 하고 외치는 대길의 절규는 결코 죽을 수 없다는 처절한 몸부림, 분노였습니다. 대길은 결코 죽을 수 없습니다. 그에겐 최장군과 왕손이의 생사를 확인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이대길


대길이가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유

세상에 식구라고는 장군이와 왕손이가 전부인 대길입니다. 대길에겐 쉽게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언년입니다. 대길은 기절한 척 속이고 철웅과 태하가 하는 모든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언년이가 안고 있던 아이가 원손이며 좌의정 일파가 원손을 쫓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대길이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윱니다.

천지호도 모든 식구를 잃고 혼자가 됐습니다.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저자의 법도는 천지호가 대길에게 가르친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이 법도라고 부르는 이 원칙은 저자의 패거리들을 단결시키는 중요한 신념인 동시에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은혜를 갚을 능력도 없는 막장인생인 그들이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자존입니다.

천지호는 실로 영민한 인물입니다. 그는 포청에 끌려가서도 죽지 않고 살아나왔습니다. 그는 고문으로 위협하는 오포교를 역으로 협박합니다. 오포교가 원하는 대로 불었다간 뼈도 못 추리고 황천길로 간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황철웅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그가 택한 전술은 36계였습니다. 천지호는 천박한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현명한 인물입니다.

대길을 찾아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눈을 찡긋 하는 천지호


이대길과 천지호는 저자의 패권을 놓고 원수지간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공동의 적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 대길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원수를 갚기 위해 천지호에게 대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천지호는 황철웅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천지호가 대길을 반드시 구해야 하는 이윱니다.

천지호가 대길을 구해야만 하는 이유

물론 천지호에겐 대길을 구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이건 별로 믿을 수 없는 천지호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긴 하지만, 이번엔 그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천지호가 업어 키운 동생들 중에 살아남은 유일한 인물이 대길이기 때문입니다. 식구들이 모두 좌의정 이경식과 황철웅에게 도륙된 그에겐 유일하게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식구는 대길이 뿐입니다. 

처음엔 "별 우스운 소리 다 한다"는 식으로 무시하던 대길도 천지호와 눈빛을 나눈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의 눈에서 진정성을 읽은 것입니다. 타는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에서 분노를 발견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활활 타는 불길 속에 마르지 않는 슬픈 눈물조각을 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그들은 경쟁자도 원수지간도 아닌 확실한 동맹잡니다. 

교수대에서 대길에게 가해지는 뭇매를 몸으로 막는 송태하


그럼 송태하는 어떻게 될까요? 역시 그도 이들과 동맹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집니다. 그의 부하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아마도 곽한섬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하들이 황철웅에게 죽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광재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그는 어이없게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름 없는 선비를 수행하다 죽은 것 밖에는. 

역시 송태하에게도 갚아야 할 원수가 있습니다. 그의 사부를 죽이고 부하들을 죽인 원수, 바로 이대길과 천지호가 이를 갈며 죽이고자 하는 황철웅입니다. 지금은 비록 "명예롭게 죽는 것이 장부이 길"이라는 둥 허약한 소리만 해대지만, 생명을 건지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저자의 법도를 그도 배우게 되겠죠.

송태하와 이대길의 공통점

위기에 처한 언년이 혹은 김혜원

그에게도 살아야 할 이유는 많이 있습니다. 원손을 보위해야 하는 것은 소현세자와의 의리를 지키는 일이면서 스승의 유지를 받드는 일입니다. 또 혁명을 하고자 하는 그에게 원손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김혜원을 지키는 일도 그의 몫입니다. 대길에겐 지켜야 할 언년이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대길과 태하는 공유하는 목표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세상을 바꾸려면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혁명의 나침반도 같습니다. 반상의 구별이 없는 세상, 양반도 없고 노비도 없는 세상,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계급적 차별이 철폐된 세상입니다. 다만 현실에서 몸으로 체득한 대길에 비해 태하의 평등사상은 교육을 통해 주입된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대길과 송태하 그리고 천지호는 한배를 타야 할 운명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들의 운명에 힘을 실어줄 중요한 변수가 두 개 더 있습니다. 하나는 노비당입니다. 이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지금껏 해오던 방식으로 양반을 죽이고 재물을 털어 주체역량을 확대하는 일에만 계속 몰두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대길과 태하의 운명을 감지한 노비당의 당수가 연대를 통해 공동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요. 대길과 철천지원수인 업복이의 반발이 보통이 아니겠지만, 원기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역시 조직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초복이로부터 "손은 잡을 때 잡고 놓을 때 놓으면 되는 것"을 배운 텁니다.
 

교수대에 선 대길을 바라보는 업복이. 그들의 운명은?


대길과 태하를 구해주는 것은 누구일까?

노비당이 어떤 진로를 택하든 확실한 것은 대길과 태하의 운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리란 사실입니다. 어쨌든 그들이 타격하고자 하는 적은 동일하니까요. 그럼 다른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월악산 영봉의 짝귀입니다. 최장군과 왕손이가 월악산으로 갔으니 이제 이들도 곧 세상에 등장할 때가 됐습니다. 

어쩌면 모르겠습니다. 짝귀 일당이 나타나 대길과 태하를 구출하는 의외의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천지호가 제 아무리 "나 천지호야, 천지호~" 하며 큰소리 쳐도 결국 허풍일 공산이 큽니다. 천지호는 이제 천하에 외톨입니다. 그에게 남은 건 저자에서 삶의 방식으로 배운 악다구니와 복수에 대한 일념뿐입니다. 

그러므로 천지호가 대길을 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감옥에 갖힌 대길을 찾아간 천지호가 숨겨둔 돈을 달라고 요구했지요. 그리고 대길과 눈빛을 교환했고, 대길은 천지호의 진심을 알아챘을 터입니다. 그렇다면 대길이 천지호에게 돈을 숨겨둔 장소를 일러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돈으로 대길 등을 구출할 팀을 구성했을 수도 있지요. 

이리 되었든 저리 되었든, 우리는 대길과 태하가 누구에겐가 구출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아니 천지호까지 포함해서 한패가 될 것임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한패가 될 것이란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사실은 <추노> 홈피에서 대길이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런 가능성을 감지했던 거죠.  

그들이 한패가 되는 것은 예정된 운명

몇 차례 인용한 이 사진에 단 멘트, "이들은 과연 한패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가능성은 옆에 보여드리는 사진을 통해 번개처럼 뇌리에 박혔던 것입니다. 물론 이 사진을 통해 그들이 한패가 된다는 것을 눈치 챘다고 말하는 것은 약간 난센습니다. 대길과 태하가 사이좋게 찍은 이 사진은 휴식시간에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기사가 우연히 찍은 것일 뿐일 겁니다. 그러나 이 또한 알 수 없지요. 

비록 우연한 기회에 찍은 사진이지만,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했을 수도 있습니다. 암암리에 이들의 운명을 슬쩍 미리 보여주려는 장난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만약 제가 연출자였더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장난기를 통해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중의 하나가 아니겠는지요. 하하~

각설하고, 아무튼 대길과 태하, 천지호가 한패가 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앞으로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

                                                                                                                       제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ook!사이판 총기난사 피해자 박재형 씨에게 희망을 주세요. ☜클릭
Posted by 파비 정부권
단 1부 만에 세상을 평정한 <추노>의 힘은?

<추노>가 단 1부 만에 세상을 평정한 듯이 보입니다. 여기엔 단연 장혁의 공이 으뜸입니다. 장혁이란 배우가 누굴까? 자주 보아왔던 배우지만, 제게 그리 큰 흔적을 남긴 배우는 아닙니다. 뭐랄까, 좀 느끼하다고나 할까, 하여간 제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죠. 그런 제가 보기에도 장혁이 맡은 대길이란 추노의 캐릭터는 참 매력적입니다.


추노 대길, 장혁을 위해 마련된 캐릭터

추노 대길은 실로 장혁을 위해 마련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추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우와~ 장혁이 저렇게 멋진 배우였던가?" "장혁이 저토록 연기가 뛰어난 배우였던가?" 어쩌면 '껄렁거리는' 기질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대길의 역할에 장혁이야말로 최고의 적임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추노 대길이 장혁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으리라는 상상도 그리 오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추노 대길이 먼저 존재하고 다음에 장혁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대길 역에 정우성, 고수, 이준기, 강지환이 거론되었다고 합니다. ('미디어다음/마일리데이'에서 인용) 

그러나 정우성은 영화배우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강지환은 눈에 독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제됐고, 고수와 이준기는 고사했습니다. 결국 최지영 책임프로듀서가 처음부터 낙점하고 있던 장혁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득해 기용한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마치 장혁을 위해 마련된 듯한 추노 대길이 탄생한 것입니다.

노오란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압록강 변 만주 땅에 나타난 세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첫 화면은 마치 오래된 무협영화를 보는 듯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광야의 먼지를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걷어내자 장혁의 날카로운 눈매와 꽉 다문 입술이 나타났고 추노의 카리스마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미 이 첫 화면으로 대길은 뭇 사람들을 장악한 것입니다. 사실은 저는 어제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저녁에서야 집에서 컴퓨터로 재방을 보았습니다. 어제는 회식자리가 있어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탓입니다. 그런데 한 후배는 10시가 되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제게 말했습니다. "빨리 가서 <추노>나 봐야겠어요." 

추노의 성공, 우선은 감독보다 눈빛 하나로 세상을 장악한 대길의 공

그는 곽정환 감독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곽정환이 만들었다고 하면 무조건 본다는군요. 이 후배는 대형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친구가 좋은 영화 혹은 드라마라고 하면 일단은 인정해주고 들어가는 편이죠. "음, <추노>가 그렇게 훌륭한 드라마였군. 그럼 나도 꼭 봐야지." 

물론, 그 후배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저는 이 드라마를 보았을 겁니다. 어차피 <아이리스> 후속으로 나오는 이 프로를 보게끔 되어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런데 역시 <추노>는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곽정환 감독이 만든 드라마라서 멋진 게 아니라 장혁이 만들어내는 추노 대길이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시나리오나 연출에 관해서는 더 지켜보아야겠지요. 

그러니 일단 단 1부로 세상을 평정한 이 위업은 결국 장혁의 공로인 셈입니다. 여기엔 대길을 빛나게 하는 다른 또 다른 추노 성동일의 역할도 컸습니다. 역시 성동일에게도 그를 위해 마련된 것이 분명한 추노 천지호가 있습니다. 왕년에 자기 휘하에서 졸병질을 하던 대길에게 밀린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 바로 천지홉니다. 

냉혹하고 야비하며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인간성이라곤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추노꾼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배우 성동일로 인해 추노 대길은 더욱 빛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뛰어난 주연 뒤에는 반드시 뛰어난 조연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림 속의 인물도 훌륭한 배경이 있어야 더욱 멋지게 그려지는 법이죠. 


대길과 더불어 <추노>를 이끌고 갈 쌍두마차 오지호는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재 음모에 휘말려 검으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조선 최고의 무장에서 관노 신분으로 전락해 쥐죽은 듯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곧 그에게 소현세자의 피맺힌 서찰이 전달되면 그의 녹슨 칼에도 광채가 일겠지요. 

또 다른 주인공 오지호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장혁은 더욱 빛나게 될 것 

작년 한해를 풍미했던 <선덕여왕>은 현대 정치사를 고대 신라에 옮겨놓은 것 같은 각본으로 대성공을 연출했습니다. 선덕여왕이나 미실은 단순히 고대 신라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호흡하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 시대의 언어로 말함으로써 커다란 공감을 불러냈습니다. 인터넷은 온통 <선덕여왕> 천지였지요. 

장혁도 그리 할 수 있을까요? 1부에서 만난 장혁이라면 충분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노 대길의 눈을 통해 쏘아져 나오는 장혁의 강렬한 눈빛,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벌써 세상이 평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제 곧 오지호와 쫓고 쫓기는 대결이 벌어진다면 그 평정된 세상에 다시금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추노 대길과 쫓기는 노비 송태하, 언년이 김혜원의 대 추격전이 빠져들게 될 당쟁의 소용돌이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지…, 오늘 밤이 기대됩니다. 
                                                                                                                           블로그  구독+은 yogi Qook!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