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6.22 책 좀 읽자 by 파비 정부권 (1)
  2. 2015.06.08 책 안읽으면 박근혜처럼 된다 했더니 by 파비 정부권 (3)
  3. 2012.06.21 권력자들이 책을 불태우려는 이유, 나비효과 by 파비 정부권 (3)
  4. 2009.11.10 불경기와 함께 돌아온 도시락의 추억 by 파비 정부권 (7)

거서기 화법이란 게 있다. 저기 거서기가 거석해서 그러는데 거석 좀 해주라. 고백하자면 나도 가끔 이런 화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화법이 생기는가. 어휘가 부족해서다. 아는 단어가 별로 없으니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는 거서기는 아니라도 똑같은 단어 몇 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돌려쓰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역시 어휘가 부족한 경우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지루하고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이 친구가 특정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하는지 속으로 세어보기까지 한다.

 

요즘 텔레마케팅 요원으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데 그들이 쓰는 말에도 이런 경향은 나타난다. 특히 부분이란 말을 많이 쓰는 것이다.

 

저 고객님께서는 ……하신 부분이셔서요, ……하실 수 있는 부분이신데요. 이번에 저희들이 특별히 ……해드리고자 하는 부분이세요. ……

 

은행창구에 갔을 때도 가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직원을 만난다. 그럴 때면 이 부분이란 단어에 신경이 쓰여서 다른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 부분이란 대체 어떤 부분일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런 사정을 알기나 할까. 얼마 전 우리 딸과 이런 대화가 있었다.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그때는 딸아이의 회심의 일격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금 곰곰 생각해보니 결론은 역시 책 안 읽으면 박근혜처럼 된다는 것이다. 거서기 화법에 대응하여 박근혜 화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화법이라고 부르겠다.

 

그녀의 말을 잘 뜯어보면 군데군데 이렇게 혹은 저렇게, 가 많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밝힌 바처럼 어휘가 부족해서다.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능이 낮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가 어휘가 턱없이 부족하며 그래서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을 읽는다고 그녀의 결점이 어느 정도나 해소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휘력 기르기에는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책 좀 읽자. 물론 나부터. 좋은 아침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TAG 박근혜,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TV 뉴스를 보던 내가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대통령 박근혜의 형편없는 어법을 조롱삼아 던진 농담이었지만, 사실은 진심도 숨어 있었다. 아이들도 수긍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나 그다음 날아든 회심의 일격.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

 

우리 가족의 이런 대화가 꼭 한 나라의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재미 때문에 벌인 못된 취미기만 한 것일까. 물론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래의 이 말씀을 듣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20155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하신 말씀이란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가 확산일로에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14일째 되는 날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는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 또 그 환자들이 있는 시설에 대해서 격리시설이 이런 식으로 가서 되느냐, 이 상황에 대해서도 한 번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고, 치료 환자들과 접촉 가족 및 메르스 환자 가능성이 있는 그런 원인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3차 감염 환자들에 대한 대책,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그리고 접촉 의료기관 상황과 의료진 접촉 환자 및 그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가 확실하게 이번에 알아봐야 되겠다.”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말이다. (여기서 굳이 보통이란 범주로 한정짓는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알아듣는, 예컨데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 같은 특별한 분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박근혜의 어법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녀의 말을 잘 뜯어보면 이런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 이런…… 이렇게…… 저렇게……

 

그녀 스스로도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2012년 1월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시절 그녀가 한 이 말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아마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The busy bee has no time for sorrow - William Blake)를 암송해 인용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생각이 안 나 벌어진 실수라 짐작한다.

 

자질, 능력 이런 것이 있는 분이면 또 이렇게 참고초려해서……

 

참고초려도 마찬가지다. 잠깐 당황해서 발음이 샜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몇 년 동안에 걸쳐서 매번 벌어지는 실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말을 못해도 남들의 지적이 계속되면 고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제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것은 그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그 각오와 그 다음에 여러분들의 그 깊은 마음의 상처는 정말 세월이 해결할 수 없는 정도로 깊은 거지만……”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그렇게 위로받을 수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하신 말씀이다. 나도 정말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듣겠다. 그러더니 급기야 <박근혜 번역기>란 페이스북 페이지가 등장했다. 페이지의 문패는 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패러디한 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이다.



이로써 결론을 내리자.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이 질문과 답변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것.

 

아무튼 대통령이라고 해서 꼭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달변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의 지식을 가지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본은 해야 되지 않나. 최소한 국민들이 알아듣는 수준의 말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우리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우리는 그녀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참 답답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중국의 전국시대를 종식시킨 진시황은 분서갱유를 단행했다. 그가 갱유, 즉 역사상 유례없는 대학살을 자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서에 대해서만큼은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분서로 인하여 진시황 이전의 수많은 위대한 문명들이 잿더미 속에 사라졌다. 

인류 문명을 향한 치명적 테러는 진시황만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 세계에서도 이런 분서가 예외 없이 저질러진 시대가 있었다. 기원 2~4세기 초기 기독교는 신성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갈등과 대립이 치열한 시기였다. 그노시스파로 불리는 영지주의는 당대 세계의 중심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가톨릭을 위협했다.

책을 불태우려는 사람들, 책이 가진 나비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로마 황제의 승인을 받은 가톨릭이 승리했고, 그노시스파의 모든 종교적 저작물들은 이단이란 이름 아래 망각의 불길 속에 내던져졌다. 20세기에 이르러 이집트의 동굴에서 2천 년 동안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노시스의 파피루스가 발견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 신국론과 고백록으로 중세 기독교 세계관의 기초를 닦은 아우구스티누스도 처음엔 그노시스파(마니교)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세기 후반의 대한민국에도 분서는 예외 없이 행해졌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책을 소지하고 있다가 불심검문, 압수수색 등에 의해 교도소로 간 사람들이 많았다. 교도소란 사람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곳이란 뜻이다. 최근엔 국방부에서 금서목록을 만들어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었다.

18세기 조선에서도 예의 이 분서는 어김없이 행해졌는데, 당시 조선에는 정치에서 소외된 남인들을 중심으로 천주교가 널리 퍼지고 있었다. 이에 체제적 위협을 느낀 조정은 천주학 관련 서적에 대한 대대적인 분서를 단행했다. 천주교 관련 서적을 가지고 있다가 발각되는 날엔 책과 함께 목이 잘려나갔다.

그러나 역시 가장 악명 높은 분서는 근세기 중국에서 벌어졌다. 문화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홍위병들의 이 잔혹한 테러가 처음 시작한 곳이 유서 깊은 소림사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오쩌둥이 공산당원들의 자녀들을 불러 모아 홍위병을 처음 조직한 곳이 바로 소림사였던 것이다.

495년경에 세워진 소림사는 중국 선불교의 발상지다. 소림사를 창건한 달마는 특정한 자세로 벽만 바라보면서 수행에 정진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고자 했다. 후에 이러한 선법은 《벽암록》이란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동양세계에 선불교가 꽃피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누구도 금지할 수 없는 자유가 존재하는 곳, 깊숙한 정신세계

《벽암록》이 추구하는 선이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유한 힘과 그 힘의 원천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화혁명의 광풍은 《벽암록》을 추종하는 선승들을 무력으로 제압했지만, 승려들은 '그들의 정신세계 속으로 깊이 침잠해서 홍위병은 절대 얻을 수 없는 자유, 그리고 마오쩌둥조차 절대 금지할 수 없는 자유에 도달했다.'

책 vs 역사 - 10점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추수밭(청림출판)

볼프강 헤를레스는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이다. 1950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태어난 그는 빌 게이츠를 비롯한 유명한 경영자들을 불러 자기 프로그램에 담는 등 매우 정력적인 활동을 벌였을 뿐 아니라 다수의 정치서적, 실용서, 소설을 집필했고,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로도 유명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자신이 쓴 책 《책 vs 역사 》에서 '책이 만든 역사' 혹은 '역사가 만든 책'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역사는 책을 만들었지만, 책은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 모든 책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헤를레스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수백만 독자가 읽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러나 이 소설은 역사까지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은 책의 가공할 힘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는 역사를 만든 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판매량을 잣대로 책의 영향력을 가늠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엄청난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코란》은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세계를 바꾼 책 중에는 인류의 기억에서 거의 사라진 작품도 적잖이 있다." 

책과 역사 사이에는 사람이 있다. 헤를레스는 어떤 책은 금서가 되고 또 어떤 책은 불태워지는데, 이런 행위를 하는 자들은 책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불에 타 사라지는 것은 그저 잉크와 종이일 뿐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도 없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고, 생각은 자유로우며, 생각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활자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이 선정한 역사를 만든 책 50권의 구성에 불만을 가지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이 책의 저자가 활자 틈새 곳곳에 숨겨놓은 가치관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마도 어쩌면 헤를레스는 유럽 중심주의나 루터교에 경도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헤를레스는 지나치게 마르크스나 마오쩌둥을 비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은 얼마든지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을 자유가 있으며 그럴 권리도 있다. 만약 어떤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경향성에 대해 불평하면서 책을 고른다고 한다면 우리가 읽을 책은 세상에 한 권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책은 독자가 읽으면서 새롭게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다시 쓰는 것이다.

그 점만 잘 유의해서 본다면 이 책은 실로 유용한 책이다. 책을 대하는 독자들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500년 전 탄생한 공자의 《논어》를 설명하면서 1899년 중국에서 발생한 비밀결사 대원들의 철도 습격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헤를레스의 화술은 역시 그가 유능한 저널리스트임을 실감하게 한다. 

한번들 읽어보시라. 그러면 어떤 분서나 금서로도 막을 수 없는 책의 위대한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성경 첫 구절에 의하면 태초에 말이 있었다고 한 것처럼 인류 역사를 만들어온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서적들의 배후엔 어떤 본보기와 선구자, 갖가지 상상과 아이디어, 유례를 알 수 없는 신화와 전설'이 숨어 있을까?  

단, 헤를레스의 관점을 탓할 생각은 버리고, 독자 여러분이 가진 생각의 그물에 활자의 물고기를 걸러 가면서 차분하고 천천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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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도시락.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도시락에 얽힌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동무들과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몰래 도시락을 까먹던 일, 겨울이면 난로 위에 서로 먼저 도시락을 얹어놓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경제위기와 함께 돌아온 도시락의 추억

체육시간이면 남의 도시락 반찬을 훔쳐 먹기 위해 몰래 교실로 기어들던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 도시락이 요즘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북하우스>가 펴낸 남진희 글 『직장인 도시락 전략』은 이렇게 말한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
카테고리 요리
지은이 남진희 (북하우스, 2009년)
상세보기

요즘 혼자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어떤 메뉴가 좋을지 의논하며 삼삼오오 몰려나와 점심을 먹는 모습이 많이 줄어든 반면, 편의점에 앉아서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거나 샌드위치를 사다가 사무실에서 홀로 먹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이처럼 혼자서 식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비절약’이라고 한다.

경제위기. 유사 이래 최고의 불경기는 직장인들의 식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도시락 문화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잃어버렸던 추억을 다시 살린다는 것도 좋은 일이고, 동료들과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며, 무엇보다 자유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이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뜻은 좋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다양하게 소소한 행복을 도시락에 싸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직장인들이 넘어야할 현실의 벽은 높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여든일곱 가지에 달하는 도시락 반찬들을 뒤적이다보면 일단 눈이 즐겁다. 세상에, 이렇게도 많은 종류의 도시락 반찬들이 있었단 말인가. 그저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기만 했던 갖가지 반찬들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살아오면서 한 번씩은 만났을 것들인데도 어쩐지 처음 보는 것처럼 생경한 반찬도 있다.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행복하다. 사람이 누리는 기쁨 중에 먹는 기쁨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산수를 여행하면서 먹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란 말이 실감나리라. 그러고 보니 어찌 직장인에게만 도시락 싸는 기쁨이 행복일쏘냐. 주말 산행에도 빠질 수 없는 게 맛있는 도시락의 즐거움이다.

4가지 유용한 도시락 전략

김밥 하나로 통일된 산행 점심이 직접 싼 도시락으로 대체된다면 자연의 공기가 얼마나 더 풋풋할 것인가. 이 책은 도시락 싸기 비법을 알려주기 전에 먼저 도시락에도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락을 싸는 단순한 행동도 반복하면 삶의 전략이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전해주는 유용한 4가지 도시락 전략이란 무엇일까?

첫째, 식비절약이다. 하루 점심값 5천원과 커피 값 3천원을 한 달로 치면 약 20만 원이지만, 1년이면 240만 원을 절약하는 셈이 된다. 점심값만 따로 저축해서 여행펀드를 만들거나 노트북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식당에서는 아무래도 가정에서보다 좋지 않은 재료를 쓰거나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많이 쓴다. 
도시락을 싸면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을 내 입맛에 맞게 적당한 양 만큼 선택할 수 있다. 식당에서처럼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많이 먹을 필요도 없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칼로리 조절도 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건강을 위해선 도시락이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이어트로 체중을 조절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셋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식당과 메뉴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책은 본다든가 외국어 학습으로 자기계발을 이끌 수도 있다. 사무실 주변의 조용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또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뉴스를 보거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다.

넷째, 친목 도모에 유용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나중엔 점심시간이 친목 도모의 장이 될 것이다. 도시락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개인의 성향이나 가족사까지도 빠짐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고 신뢰가 쌓일 것이다. 

점심 도시락으로 맺어진 우정과 신뢰는 저녁시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주말농장에 놀러 갈 수도 있다. 작은 친목은 나아가 평소 교류가 없던 부서의 직원들과도 친해지게 되어 인맥 쌓기에도 도움이 된다. 식비절약으로 출발한 도시락이 건강과 자투리 시간과 친목을 통한 인맥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도시락은 생활의 즐거움

이 책은 ‘소소한 이유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여 지금은 도시락 마니아가 된 5명의 도시락 고수들’이 들려주는 도시락 생활의 즐거움도 소개한다. “밥 먹고 남는 시간에 아이를 위한인터넷 쇼핑을 한다”는 김혜원 주부는 웹 디자이너다. 출판사기획편집자인 박상경 씨는 “몸은 물론 마음도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한다. 

점심식사후의 산책을 통해 하루의 활력소를 찾았다거나, 점심값을 아껴서 스노보드복을 구입했다는 도시락 마니아들. 그러나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온라인 마케터 원동령 씨의 인터뷰에선 공감과 희망이 함께 묻어났다. 그리고 이 책은 짤막하게 여러나라의 점심 풍경과 도시락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역시 도시락 천국이다.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집 떠날 때 가져가는 오니기리에서 시작된 일본의 도시락은 이제 현대인에게 매우 필요한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집에서 음식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네모난 도시락 하나면 한 끼가 만족스럽게 충족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책상을 제외한 네 발 달린 것은 모두 먹는다는 중국은 직접 싸기보다는 주문형 도시락이 주종을 이룬다. 아침도 점심도 모두 사먹는 외식의 나라 베트남, 실용의 나라 미국의 점심 풍경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음식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의 점심풍경은 또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 

『직장인 도시락 전략』은 본격적인 도시락 싸기 비법을 알려주기 전에 <식재료&밑반찬 장보기 노하우>부터 소개한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선 우선 기본부터 익혀야 하는 것이다. 오이나 당근, 버섯을 고르는 방법을 신선한 사진과 함께 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장보기의 달인이 되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과 함께 꿈꾸는 미래는 행복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건어물 그리고 양파, 달걀, 두부, 대파&쪽파 등 기본식재료 역시 친절한 사진 설명과 더불어 어떤 것이 신선하고 좋은 것인지 알려준다. 대표 볶음 밑반찬, 대표 젓갈, 대표 장아찌, 대표 김치를 각 4가지씩 익히고 나면 이제 우리는 도시락을 싸기 위한 준비를 반은 한 셈이다. 

이어지는 집으로 배달되는 인터넷 밑반찬집과 도시락 용기 쇼핑몰에 대한 소개, 초보에게 꼭 필요한 도시락 쉽게 싸는 요령 10가지는 초보 도시락 마니아들을 위한 정보다. 거기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두고 먹는 반찬, 시판 양념장을 이용한 스피드 반찬까지 보았다면 아무리 초보자라도 도시락을 싸기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야 이 책의 독자들은 도시락 싸기 비법을 실전처럼 전수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 비로소 87가지 각양각색의 도시락들이 맛깔스런 그림들과 함께 펼쳐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α로 확 달라지는 스페셜 도시락까지 배우고 나면 여러분은 드디어 도시락 고수다. 

이 책은 요리책이다. 그러나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경제전략이 숨어있는 요리책이며, 인맥의 가이드이며, 행복의 안내자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받아보고 ‘이걸 읽고 어떻게 후기를 쓰지?’ 하고 걱정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가장 찾기 쉬운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들고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즐거운 책이었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을 통해 도시락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저자의 말처럼 ‘추억과 정은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힘’이다. 그리하여 여러분 중 누군가가 추억의 담장을 넘어 지금 당장 도시락 싸기를 마음먹었다면  물질적, 육체적 이득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상상해보라. 그대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직장인 도시락 전략
카테고리 요리
지은이 남진희 (북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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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