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5.25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목소리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5.20 김두관, "합법보다 합리가 더 중요하다" by 파비 정부권 (3)
  3. 2010.05.15 삼진ㆍ구산면 지역에서 만난 선거 민심 by 파비 정부권 (6)
  4. 2010.05.11 전수식 창원시장후보, "행정은 쇼가 아냐" by 파비 정부권 (24)
  5. 2010.05.04 시골마당에서 여는 신선한 선거대책회의 by 파비 정부권 (2)
  6. 2010.04.04 문후보? 문후보가 대체 누구야? by 파비 정부권 (1)

(이 글은 본래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더불사> 소식지 기사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웃긴다고 편집회의에서 짤려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제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그냥 재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내용에 등장하는 현장은 창원(마산) 삼진마을입니다.)  

여기는 더불사 편집장입니다. 본부 나와주세요. 뚜뚜두두~(신호 가는 소리)
아, 연결이 잘 안되는군요.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여기는 편집장, 본부 나와라 오바~

진북면 지산마을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 현역 의원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단다. 공무원들은 법에 하자가 없다며 주민들의 불편은 안중에 없다. 이래서 완장 차면 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여기는 본부, 잘 들린다 오바~)

하하, 이렇게 정석으로 해야 되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현장에서 전하는 6․2 지방선거 소식 생중계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진전면 어딘지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들에서 일하는 농부 한 분과 대화를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잠깐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인터뷰 좀 해주시지요.”
“아, 시끄러~ 바뻐 죽겠는디, 인따부는 무신 인따부고.”
“인따부가 아니고 인터븁니다. 그래도 잠깐만 시간 내주시죠. 네, 6월 2일에 선거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아, 알긴 뭘 알어, 나 그런 거 몰라.”

“아, 네, 그래도 텔레비전으로 소식은 들으셨을 텐데요.”
“우리 집 떼레비 고장 났어. 그래도 시청료는 꼬박꼬박 받아 가두만. 선거? 그기 뭐하는 기고?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아인가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 그런 것도 모르믄서 기자질 한다 말이가? 와, 그런 거 있잖어, 돈 놓고 돈 먹기.”
“네?”
“아, 공천 받을라고 돈 갖다 바치고 그 돈 메꿀라고 또 해 처먹고 그게 선거 아이가. 기자가 그런 것도 모리나.”

“요즘은 그래도 많이 깨끗해진 걸로 아는데요.”
“허허, 이 기자양반, 대개 순진한 척 하는구마. 공천이 사천이란 말도 모리나? 다 늙어 논이나 메는 나도 아는 걸 우찌 똑똑한 그대가 모린단 말고. 그라고 선거해서 의원인지 병원인지 그거 뽑아놔 봐야 말짱 우리하곤 관계없는 기라. 봐라, 지방자친지 천진지 해갖고 좋아진 기 뭐 있노. 만날 우리 농촌이나 파디비고, 이기 사람사는 짓가. 기자양반은 우찌 생각하노?”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선 주민들이 직접 뽑은 참신한 후보도 있다고 그러던데요.”
“그런 기 있었나? 그래도 말짱 꽝인기라. 그래봤자 완장 차면 다 개폼 잡게 돼 있는 기라.”
“그래도 희망을 버려셔야 되겠습니까? 그럴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투표를 하셔야 안 되겠습니까?” “허허, 투표해갖고 그거 하루 일당이라도 나오긋나? 괜히 아까운 시간만 베리는 거 아이가?”
“이번엔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소문이 많던데요.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하는 분들도 많다고 그러고요.”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뭔가 바꿔보자는 열기가 대단하다고들 하던데요.”
“하, 그래? 그래, 이번엔 뭔가 바뀔 거 같드나?”
“어르신 같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야 세상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손자들에게 좋은 고향도 물려주시지요.”
“하긴 것도 그렇다. 그란데 진짜로 뭔가 바뀌긴 바끼긋나? 그람 내도 한 표 행사해야지.”

“네, 어르신, 아무튼 누구를 찍든 투표는 꼭 하셔야지요. 신성한 권리 아닙니까?”
“맞긴 맞는 말이다. 안 그래도 내도 다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우리 집 떼레비가 고장 났어도, 내도 알 건 다 안다.”
“하하, 아깐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시더니 이젠 다 알고 있다고 하시는군요.”
“말이 그렇다는 기지 뜻이 그렇나. 알았다, 내 투표는 꼭 하끄마. 그란데 내 하나 물어보자. 기자양반 보기엔 내가 누구 찍었으모 좋겄노?”

“아이고 어르신, 그런 거 제게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어르신 생각하시기에 참으로 주민들의 편에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찍으십시오. 당이니 연고니 그런 거 보지 마시고 사람을 보고 찍으시면 됩니다. 인따부 감사합니다.”
“어이 이 양반아, 인따부가 아니고 인터뷰람서, 지금 늙은이라고 놀리나?”

“아, 죄송합니다. 하하, 아아, 본부 나와라 오바~”

(여기는 본부, 여기는 본부, 어서 말하라.)

“보다시피 이곳은 선거열기보다는 냉해와 쌀값 폭락에 멍든 농심으로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러나 은근히 시골 민심들은 속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마도 이번 선거는 매우 뜨거운 한판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아주 재미있을 거 같다. 떠들었더니 목이 마르다. 막걸리나 한 사발 마시러 가야겠다. 그쪽은 알아서 하도록 하라. 이상 편집장으로부터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목소리였다. 잘 가라, 오바~ 뚜뚜두두~(연결 끊어지는 소리)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와 인터뷰를 마친 블로거들이 창원 팔용동의 어느 막걸리집에 둘러앉았을 때, TV 자막에서는 각 지역 시도지사 유력후보들의 여론조사 결과과 발표되고 있었다. 서울, 경기에 이어 경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가 나오자 모두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이미 이 결과에 대해선 인터뷰 중간에 김 후보의 언론특보로부터 언질을 받았던 바이기는 했다.

여론조사 결과, 김두관 후보가 이달곤 후보를 5%포인트 이상 앞서

김 후보의 언론특보는 이렇게 말했었다. "동아일보에서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후보가 5% 이상 앞섰다. 내일 보도에 나올지 모르겠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판단을 못하고 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김두관 후보가 이달곤 후보를 앞선다?" 여론조사는 그저 여론조사일 뿐이다. 그러나 이건 대단한 반전임에 틀림없었다. 지금껏 야당후보가 이토록 근접하게 여당후보와 다툰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와 달리 시ㆍ도지사 선거는, 특히 경남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정당지지도와 맞물려 결과과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 예외란 것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이 진리처럼 들리는 말은 그러나 지금까지 경남에서는 통하지 않았었다. 열어볼 필요도 없이 단지 안에는 늘 한나라당 당선이란 도깨비방망이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도깨비방망이도 통하지 않는 것일까?

김두관 후보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를 말할 때, 사람들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이장 출신이란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실제 남해에서 이장을 했다. 그리고 남해신문을 창립하여 신문사 사장도 오래 했다. 그리고 남해군수가 되었다. 이장 출신이 군수가 되었다고 해서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의 남해군수 경력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마침내 행정자치부 장관이 되었다.

이장, 신문사 사장, 군수, 장관으로 이어지는 그의 경력은 그에겐 장점임에 틀림없다. 그의 이러한 특별한 경력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좋은 아이디어를 토스해주시면 잘 받아 안을 것이다"와 같은 말을 자주 했다. 말하자면, 그는 "나는 스폰지와 같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사람 같았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지점인데,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김두관 후보의 장점은 스폰지같은 흡수력

아무튼 그런 그의 장점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이것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해지던 비판 아닌 비난과 비슷한 것이다. "대학도 안 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니"와 "이장 출신이 장관을 하다니" 정도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런 단점에 대한 지적들은 허무맹랑하며 터무니없는 것이고 양식있는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낼 뿐인 자충수다.  

나는 늘 누가 누구를 이기기 위한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갑영 예비후보와 김 후보의 문답을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김두관 후보에 앞선 인터뷰에서 김 후보를 걱정하면서 이런 의미의 말을 했다. "지방연립정부가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 그게 바로 진정한 단일화 아니겠는가. 연립 없는 단일화, 묻지마 단일화는 참다운 의미에서의 단일화가 아니란 사실을 아이러니하게도 친박연대의 이갑영 후보가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아쉽게도 미리 예견된 것처럼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무소속으로 야권단일화에 성공한 김두관 후보'의 입지야말로 그의 장점인 스폰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 대해 그의 경험담은 하나의 지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는 내가 "수정만을 매립해 STX를 유치하는 것처럼 경남의 임해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를 메워 공장을 짓는 게 경남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란 나의 질문 끝에 이런 말을 했다. 

"군수 시절 부군수까지 결재한 서류가 하나 올라왔는데, 그걸 보는 순간 '이거 결재하면 데모대가 바로 쳐들어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 가보고 결재했냐' 하며 직원을 현장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결과는 내 생각 그대로였다. 합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합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게 더 중요하다

합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이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 명언이었다. 이 말을 들으며 3일 전 마산 진북 지산마을에 발생한 민원을 취재하러 갔다가 들었던 말이 기억났다. "골프연습장을 짓기 위해 뒷산을 까뭉개면서 왜 주민들에게 한 번도 의논을 안 하느냐"는 주민들의 반발에 마산시 공무원(고객감동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아마 당시 남해군의 부군수를 포함한 공무원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불과 며칠 전 법과 규정이란 잣대만으로 주민들의 피해나 불편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이런 것은 편의주의가 아니라 복지부동이다)를 보았던 터라 "합법적인 것보다 합리적인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은 실로 가슴에 닿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김두관 후보를 아는 사람들은 위에 내가 질문한 "바다를 메워 공장을 짓는 것이 경남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탐욕이 낳은 이기심이 문제다. 바다를 매립하는 것은 적극 막을 생각이다. 기 조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의논해서 가능하면 친환경기업이 들어오도록 하겠다. 법조문 속에는 이미 강자의 논리가 들어있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 때부터 굉장한 로비를 한다. 법은 제정될 때부터 불공정한 게 들어간다. 임해공단 문제도 합법보다는 합리를 중시해야 한다. 남해안같은 좋은 바다가 어디 있나. 엄청난 자산이다. 보존해야 한다."

'합리'를 중시하는 사고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으로부터 나온 철학

합법보다는 합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는 이처럼 나름 확립된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도가 별로 필요없는 존재 아닌가. STX문제로 마산시와 주민들이 다툴 때도 도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 도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도지사가 되면 무얼 할 생각인가?" 라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중요한 질문을 했다. 주민들 입장에선 시ㆍ군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통합창원시를 비롯한 18개 시ㆍ군을 지원하는 쪽으로 도정방향을 잡겠다. 정말 초유의 실험이 될 것이다. '주민통합지원서비스'란 걸 들어봤는가? 참여정부 때 만든 거다. 진주에 잘 돼 있다. 이게 이 정부 들어서 지원이 완전 끊겼다. 이 정부는 이미 글렀다. 경남도 차원에서 복원할 생각이다. 행정은 세금 받아서 민복을 위해 적절히 분배하는 거다. 돈 벌겠다고 환경 파괴하고 주민 피해주는 게 행정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ㆍ군수들에게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인ㆍ허가권을 잘 써야 한다. 기초단체에서 법해석을 할 때 기계적이 아닌 합목적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김 후보의 이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건 아마도 일선 시장ㆍ군수들도 "합법도 중요하지만 합리가 더 중요하다"거나 "기계적이 아닌 합목적적 법해석"에 대한 철학이 있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마산 진동이나 진전에 취재차 자주 들러 들었던 시골 민심은 의외로 김두관 후보에게 많이 기울어 있었다. 좀 의외였다. 여촌야도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게 모든 시골사람들의 경향이라고 일반화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직 '작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경남에서의 한나라당 지지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1차 TV토론을 본 많은 사람들의 우려도 있다.

김 후보의 장점은 인후지덕, 그러나 보다 예리해져야

김두관 후보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져진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달곤 후보에게 카리스마에서 밀렸다는 게 내가 들었던 대체적인 평이었다. TV토론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잔소리란 것도 맞다. 현직과 전직의 차이였을까? 지득한 정보의 차이? 그러나 어떻든 이달곤 후보가 의외로 논리적인 토론에서 앞섰다는 평이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에 비해 인후지덕한 풍모가 크게 어필했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인후지덕, 앞서 말했던 김 후보의 장점 중 스폰지의 주요한 조건 중 하나다. 옛날로 말하자면 유방과 유비처럼 창업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고 덕목이다. 그러나 현대의 유권자들은 가까이에서 그 인후지덕을 보고 판단할 기회가 없다. 그러므로 TV토론 등에서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 후보 언론특보의 걱정처럼 이것이 거꾸로 김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전통적 보수층의 대대적인 결집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또 반대로 이것은 뭔가 바꿔보자는 신선한 바람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쪽으로 바람이 불든 그것은 김두관 후보 진영의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다. 특히 TV토론에 관해선 후보 참모진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달곤 후보가 갖고 있는 정보력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참모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피땀나는 발품 외에 현재로서 무엇을 더 생각할 수 있을까. 아무튼,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는 사실은 초유의 사태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사상 유례 없이 재미있는 선거가 될 것 같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우리를 무시해? 본때를 보여줄 테다!"

6.2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삼진ㆍ구산지역 시의원 선거구에도 네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역민들의 여론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가보았다. 의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진동면 소재지에서 만난 어느 유권자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된다. 진동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대체 무슨 얘길까? “진동은 인구가 제일 많아. 그런데 한나라당 하는 짓이 뭐야. 진동엔 한명도 공천 안줬어. 이거 잘못된 거 아냐?” 또 다른 이 지역민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세 번이나 시의원 해먹으면서 자기들이 한 게 뭐 있어? 세 번만 해먹고 절대 안 나온다고 해놓고 이번에 또 나왔어. 약속도 안 지키는 사람 무슨 말을 믿어.”

시골이라고 예외 없는 한나라당 공천후유증


일단 나온 자체가 약속을 안 지켰다는 거다. 그러나 진동 버스환승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은 아주 점잖은 사람 아이가. 약속 문제도 있고, 활동이 별로 없었던 것도 맞지만, 그래도 꽤 좋은 사람 아이가?”

일부에서는 지역민에게 아무런 신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천 된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바로 이런 거 아니가?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들 반드시 욕을 보이야 된다.” 경남지역 한나라당 공천후유증이 삼진ㆍ구산지역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진동 고현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천 받았다고 다 됐다고 생각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지들이 그러고도 될 거라고 보나.” 이 말을 듣자 <레미콘반대대책위>에서 내건 플래카드가 생각났다. “노인들이 추위에 떨며 싸울 때 시의원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섬기는 주인은 누구인가?”

플래카드를 본 마을 노인들은 모두 “그래, 그때 그 사람들 아무도 안 왔었지, 우리가 그래 고생할 때도.” 그러면서도 일부 진전 주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진전에는 두 명이 동시에 출마했거든. 한명은 한나라당이고, 한명은 무소속인데 참 난감하네.”

그러면서도 진동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세 번이나 했으면 됐지, 약속도 깨고 왜 또 나왔나” 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도의원에 자리 없어 밀리니까 또 나온 거 아냐?”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진전 사람이면서도 레미콘공장에 대한 입장이 확실히 달랐어. 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아예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거든.”

"주민들의 편에서 무엇을 했고, 앞으로 할 사람인가가 중요해"

진북면에서 만난 한 유권자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우리 지역 문제에 얼마나 주민들 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지요. 진북산단에 주강공장이 들어와 독가스를 내뿜을 때 시의원이란 분들이 대체 뭘 했지요? 우리는 그걸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번에 투표로 확실히 뭔가 보여줘야 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구산면에서 만난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였다. “선거? 나는 그런 거 모른다. 그거 어차피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아이가. 선거는 해서 뭐 하나.”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이 직접 뽑은 후보도 있다고 하던데요.” 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기 있었나? 그래봐야 말짱 꽝인 기라. 의원인지 병원인지 뽑아봐야 어차피 완장 차면 다 똑같은 놈 되는 기라.”

아직도 이렇게 선거에 대한 불신이 크구나 하고 생각하니 한편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열기가 감지되었다는 거다. 주민들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한번 찍어보자는 의지들이 대단했다. “당이니 연고니 그런 거 보지 말고 진짜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지.” 하고 말하는 어느 지역민의 이야기는 변하고 있는 삼진ㆍ구산지역 유권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6.2 지방선거 현장에서 전하는 마지막 목소리는 이렇다. “이번 선거는 엄청 재미있을 거 같다! 매우 뜨거운 한판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통합창원시장후보 블로거 합동인터뷰
"한나라당 시장 후보 경선은 공천을 합리화하기 위한 경선"


블로거 합동인터뷰, 세 번째는 전수식 후보였다. 전수식 후보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사는 마산시의 부시장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실 마산 변두리로 들어가면 시장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건 한 달 전 어느 노인과 나눈 대화이다. 그는 부인이 하는 포장마차 앞 넓은 대로변을 쓸고 있었다.

"청소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선거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 동네 시의원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번이 4선 째인데 그 시의원 이름을 모르신단 말이에요?"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시장이 누군지는 아세요?" "그것도 모르지, 그런 거 내가 알아서 뭐 할건데?" 그는 당연히 국회의원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투표는 할 것이라고 했다. 찍을 표가 너무 많아 걱정이란다.


인지도 차이를 무시한 여론조사 경선, 인정 못 한다

시장도 모르는데 부시장을 알리도 없고, 더구나 전에 부시장 출신이었던 사람을 알리는 더욱 없다. 그러나 전수식은 의외로 유명인사였다. 이건 여담이지만 내가 아는 술집들 중에 전수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런 곳이 정치 뒷담화가 많이 이루어지는 장소란 특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전수식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내가 전수식이란 인물을 알게 된 것은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그는 블로그를 아주 잘 이용하는 정치인 중의 한사람이다. 아마도 경남에선 그만큼 블로그를 잘 활용하는 정치인은 드물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가 이번에 통합창원시장 후보로 나왔다. 그는 한나라당 시장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선을 한다고 했지만, 그건 경선이 아니다. 미리 한 사람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경선이란 절차만 치르는 거다. 현직 시장이 인지도나 모든 면에서 유리한데 그런 식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나." 경선의 방식에 관한 문제는 한나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내 관점으로도 여론조사를 경선의 방법으로 채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의 후보는 당원이 뽑는 게 상식이다. 한나라당이 시장 후보를 뽑기 위한 당원대회를 어떻게 조직할 수 있을지는 나로서도 알 수는 없다. 다만 여론조사에 관해서 한마디 더 하자면, 여론조사란 것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여론을 조사하는 목적보다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조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내 경험이었다. 실제로 나도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벌써 세 번의 여론조사에 응했다. 

아무튼 그는 공천을 합리화하기 위한 경선을 연 한나라당에 매우 반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럼 혹시 당선된 뒤에라도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할 생각이 없으십니까?" "글쎄,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거요."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편하게 가려는 잘못된 생각이 내게도 사실 있었지." 편하게 가려는 생각? 그게 무엇일까?


솔직한 토로, "편하게 가려는 마음도 있었지"

이미 독자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것은 한나라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이 지역 정서 탓을 말하는 것이다. "영남의 특성이 있잖아요. 공천만 받으면 시장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게지." 그는 이어 공천심사위가 제시한 공천지침의 첫 번째가 도덕성이고 그 다음이 지역신뢰도, 기여도, 본선경쟁력 순이었는데 거꾸로 제일 끝에 있는 본선경쟁력이 제일 기준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본선경쟁력이란 것도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공정하냐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공천심사위가 이미 누구 한사람을 찍어놓고 공천심사를 했다는 것인데, 이럴 거라면 공천심사위는 왜 필요하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때 인터뷰에 참석한 한 블로거가 이렇게 질문했다. "그럼 정당공천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폐지하는데 동의하느냐?" 

"사실 시장은 살림을 사는 사람인데, 정당공천제와 상관 없죠."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가 필요한가 만가의 문제는 오늘의 논점이 아니므로 이만 하기로 한다. 그러나 일단 전수식 후보는 정당공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폐단도 이번에 상당히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로 좌중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쇼'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떨어져도 쇼는 안하겠다." 이 말은 창원시의 자전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듣다 나온 말이었는데 그는 행정이 지나치게 쇼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전거 도시요? 6년이 지났는데 교통부담율이 얼마나 되죠? 사실 자전거 도시라면 상주를 말해야죠. 거긴 내륙 분지란 장점이 있고, 물론 창원도 분지죠. 그러나 내가 보기에 너무 쇼에 치중한 행정이었어요." 

그리고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면 요란하지 않게 꾸준히 정책을 추진하겠어요. 환경수도 창원이라고 하는데 배출가스가 환경기준에 맞나, 이런 거죠. 어쨌든 나는 쇼는 절대 안합니다. 떨어지더라도 쇼는 안 합니다." 쇼? 참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25년 동안 공직에 몸 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그랬다. 그는 행정 내부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다.

행정이 쇼가 되면 안 돼

로봇랜드 사업, 임시청사, 구청 설치에 관한 문제, 대동제 등 실무에 관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로봇랜드 사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성현 후보와 입장차가 뚜렷했다. 이 부분에 대해 박완수 후보의 입장도 듣고 세 후보의 견해를 비교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박완수 후보가 합동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 때문이다.
 

전수식 후보는 질문에 간결하게 답하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2시간이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아주 효율적인 인물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갑영 경남도지사 후보 인터뷰기에 "매우 솔직한 게 마음에 든다"고 썼었지만, 전수식 후보도 매우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입으로 쇼는 절대 안하겠다고 했으니 그 솔직함이 믿을 만한 것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수정만 주민들이 찾아오면 현 시장처럼 경찰 풀어 막고 안 만나고 그럴 것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주민들과 터놓고 대화하면 안 풀릴 것이 없다. 왜 대화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나라면 피하지 않겠다. 막지도 않겠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풀 자신이 있다." 그는 쇼는 절대 안한다고 했으니 이 말도 믿기로 한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시장이 되고 나면 달라진다.

황 시장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누구라도 만날 것이다. 시장실은 언제든 열려 있다." 그래서 더욱 "떨어지더라도 쇼는 절대 안 하겠다"는 그의 말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쇼 하는 게 제일 싫다!" 이 하나의 말을 듣는 것으로도 매우 유익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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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주민들이 직접 만든 후보의 선거운동, 어떻게 할까?

저는 지금 마산 진전면의 산골마을에 와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추대한 주민후보가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마산
삼진·구산 지역의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강신억 후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강신억 후보는 삼진지역(진동, 진전, 진북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더불어사는내고장운동본부(약칭 '더불사')>의 본부장입니다. 

마산 진전면 대정리. 강신억 후보 선대본 회의가 열리는 미천마을로 가다 빛깔이 너무 고와 한 컷.


더불사는 이제 창립한지 갓 1년이 된 단체입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어떤 단체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전면 레미콘 공장, 진북면 주강공단, 쓰레기 매립장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공해성 공단이나 유해시설을 설치하려는 마산시의 의도에 맞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맞서 싸우면서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더불사이기 때문입니다. 


수의사 출신의 농부가 데모꾼을 거쳐 시의원이 되려는 까닭은?

그리고 또 더불사는 자기 마을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구산면 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지 문제로 몸살을 앓자 그쪽 마을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부패한 관료사회와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기업의 결탁으로부터 피해 받는 모든 사람들은 한편이라는 생각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 더불사요 그 회원들입니다.

수의사 출신의 농부 강신억 본부장은 이미 7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사실 저는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고, 70이나 되신 분이 무슨 영광을 보려고 나오셨을까?" 그러나 그런 생각은 더불사 총회에서 한 그분의 몇 마디 연설을 듣는 순간 접어야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시청과 기업들의 횡포에 마냥 투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직접 시의원도 되고 시장도 돼야 되겠더라."

구산삼진지역 4개면 청년회 축구대회에서 참가 선수로부터 막걸리를 받는 모습


강신억 본부장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왜 시의원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우리 주민들이 더 이상 데모 같은 거 그만 하고 않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왜 우리를 이토록 피곤하게 괴롭히는가. 내가 나가서 여러분들 데모 좀 안 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 거기에 참석하신 어느 할머니도 그러시더군요. "우리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가만 내비리만 도."


글쎄 이건 참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가만 내버려 두라는 게 그분들의 요구였던 것입니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마을에 왜 레미콘이니, 주강공장이니, 쓰레기 매립장이니 하는 걸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느냐는 것입니다. 뭘 잘해 줄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살던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는 어느 할머니의 발언(!)이 제겐 실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골집 마당에서 여는 신선한 선거대책회의, 유쾌한 선대본부장의 감동 선거운동

하긴 공기 좋은 농촌마을에 독가스를 내뿜는 공해공장과 쓰레기 매립장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 농촌마을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 도시인들의 편리와 기업들의 이윤과 표가 많은 도회지 사람들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 선출직 시장과 시의원들 때문입니다. 인구가 적은 농촌마을의 민심이 그들에게 보일 리도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농촌의 민심이 직접 추대한 강신억 본부장을 보기 위해 진동면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진전면 미천마을에서 선거대책본부 회의 모습


그러나 그는 사무실에 있지 않았습니다.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하기 위해 진전에서도 깊숙한 산골마을 미천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미천마을로 들어갔더니 마침 강신억 후보 선대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산골마을 어느 집 마당에 둘러 앉아 있었는데, 저는 이런 선거대책회의를 예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보기 힘든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었습니다.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은 경남대 안차수 교수였습니다. 그는 매우 젊고 유머가 넘치는 교수 같지 않은 교수라고 합니다. 그와 실제로 대화를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정말 격의 없는 교수였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을 법한 권위나 체면 따위는 아예 안드로메다에 이주 보낸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매우 매력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아마도 강신억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가 봅니다. 그러므로 저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강신억 후보도 매우 훌륭하지만, 저렇게 유쾌한 분이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으니 안 될 일도 되겠군." 하하, 좀 난센스 같은 말이긴 합니다만, 재치 넘치는 안 교수의 유머들이 생각나서 저도 한 번 재미를 떨어봤습니다.

안 될 일도 될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들

아무튼, 이토록 정겨운 선거대책회의를 본 일이 있으십니까? 이렇게 선거운동 하면 정말 재미도 있고 밥맛도 좋아질 것 같지 않습니까? 딱딱한 책상보다 이렇게 시원한 자연 속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아가면서, 그러다 저편 서녘하늘을 붉은색으로 수놓는 저녁노을도 보아가면서 '당선'을 논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실제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보였습니다.


강신억 후보의 가슴에 "주민이 추대한 후보" 문구가 선명하다.


그러나 세상에, 이 회의가 끝나고 진전의 어느 한우소고기 전문점으로 식사를 하러 갔지 뭡니까. 갈비탕을 한그릇씩 먹었겠지요, 물론 소주와 맥주도 몇 병씩 들어 오고요. 진전마을의 소고기 식당들이 요즘 유명하다고 하더니만, 진짜 벅적벅적 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밥은 그냥 공짜로 주는 거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돈을 만 원씩 거두지 뭡니까. 20명 쯤 되는 참석자들이 모두 돈을 만 원씩 내더군요. 


그리하여 '농촌주민들이 직접 만든 주민후보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는지' 취재하러 갔던 저도 만 원을 각출당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여기 선거대책위원들은 밥 먹을 때도 이렇게 밥값을 따로 각출하나 보네. 야유, 밥 정도는 그냥 사주면 안 될까?" 덕분에 저도 계획에 없던 만 원을 내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선대본부장님도 참 유쾌한 분이고, 선대위원들도 저토록 자발적인 열의들이 대단하신 걸 보고 앞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하면 이렇습니다. "안 될 일도 되겠네!"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그들은 거꾸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될 일이 아니에요. 이미 되는 일을 뛰어다니면서 확인시키는 게 우리 일이죠. 무소속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걸 이번에 알 게 될 거예요."

"주민들이 직접 만든 후보의 힘이 어떤 건지 똑똑히 보게 될 거라 그 말이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람들은 왜 대충 말하면 다 안다고 생각할까?

며칠 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아내가 막 열을 냈다. "낮에 ○○○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글쎄 문 후보가 내일 마산에 올 건데 점심을 같이 하자는 기라. 마산에 있는 사람들 모아가지고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나? 그런데 도대체 문 후보가 누고? 내가 문 후보라 그러면 다 알 거라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건지 원. 내 참 기분 나빠서." 


아내는 아마도 문 후보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말했으리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내려와 점심을 하자고 하지도 않았을 터이고, 부산의 문재인 후보(그는 내가 알기로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도 않은 줄로 안다)가 와서 점심을 먹자고 하지도 않았을 터이다. 그럼 문 후보는 누굴까? 이 동네에서 문씨 성을 후보 앞에 붙일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문 후보가 민주노동당 문성현 통합창원시장 후보인 줄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화를 건 상대방은 왜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가 마산에 와서 여러분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와 줄 수 있겠느냐?" 하고 정중하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아내는 여태껏 어느 정당에 속했던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어떤 정당의 당원도 아니다. 그런 아내에게 그저 문 후보라 호칭하면서 당연히 지지의사를 갖고 참석해줄 것으로 간주하고 전화를 거는 것은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행동이 매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 후보>란 표현 속에는 "당신은 이미 우리 후보를 잘 알고 있으며,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별 일 없다면 내일 꼭 참석해서 함께 점심을 먹자" 라고 하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어쩌면 이는 별다른 의미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겐 실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끔 나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

나와 잘 아는 블로거 중에 어떤 분도 나를 만나면 가끔 이런 비슷한 실수를 하곤 한다. 그는 내가 과거에(더듬어보면 진짜 까마득한 태고 때 이야기다) 노동운동을 좀 했고, 그런 연유로 그쪽 사람들을 좀 알고, 또 그래서 당연히 지금도 그때와 다름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분이 실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 걸로 착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차를 타고 마산 내서읍을 지나가다가 송순호 시의원 후보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마치 "당신이 지지하는 송순호 후보가 저기 걸려 있네. 어서 봐!" 하는 식으로 보채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민주노동당 싫어해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철천지원수쯤으로 생각하죠. 특히 민노당 후보로 나오는 송순호나 문순규 같은 사람은 제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큰 사람이에요. 제게 칼을 들이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린 자들이죠. 며칠 동안 기분 안 좋겠군요." 

아마 그분은 무척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러니까 그날 그분의 오해로 인해 내가 받은 불쾌함이 그분의 탓은 절대 아니다. 그분은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까. 그분은 지금도 내가 민노당을 왜 그토록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지 아리송할 것이다. 사실 나는 민노당을 아주 싫어한다. 한나라당보다도 더 지독하게 미워한다. 

그럼 나는 왜 민노당을 그토록 미워하게 되었는가?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사파들이 장악한 당이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큰 이유가 안 된다. 주사파는 늘 우리 곁에 있었고, 그들과 함께 투쟁하기도 했고,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으며, 그들로부터 늘 주체사상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경외심을 들어왔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할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새삼스럽게 주사파 때문에 민노당이 밉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실제로 민노당을 만들 때도 그런 주사파들과 함께 했었던 것이고, 그 주사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2002년 이후에 노회찬(당시 민노당 사무총장) 같은 인물은 대대적인 개방정책을 썼던 것이 아니겠는가.  

실상 주체사상을 일러 "민족의 절반이 믿는 생활철학"이라고 강변하는 속칭 일심회 사건의 이정훈 민노당 중앙위원이나 최기영 사무부총장의 법정 태도를 보며 민족의 절반이 믿는다든지, 생활철학이라든지 하는 말은 인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믿을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믿는 신앙의 힘이 너무 지나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가 믿는 것을 믿고 있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가끔 저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주체사상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매우 존경하는 것으로 오인해서 그들의 신앙고백을 들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자신이 주체총서를 다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김일성 회고록을 읽은 연후에야 비로소 주사파에 입문했노라고 감회가 아주 새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이 자리엔 현재 진보신당 마산시 위원장을 하고 있는 이장규씨를 포함 대여섯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날 그가 왜 그런 고백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당혹감이란. 

그런데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서 비로소 주사파에 입문했다고? 거기에도 무슨 인증 절차 같은 것이 있나?" 그는 지금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인지 뭔지 하는 통일운동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또 어떤 분은 심지어 내가 왜 주사파가 아닌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

전과 지금의 내가 달라진 이유는? 대단히 개인적인 문제

한 2년 전에 잘 아는 분이 상을 당해 문상을 갔을 때였다.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떤 분이 내게 물었다. "아니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이 바뀐 거야? 요즘 왜 그래? 전에는 안 그랬잖아." 전에는 안 그랬다고? 천만에.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가 내게 그렇게 의아심을 가질 만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갓집의 상주나 그 어떤 분이나 모두 주사파였다. '였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도 주사파인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그들은 주사파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자주 어울렸고, 그들이 모인 단체가 지리산에 MT를 갔을 때도 따라 갔었고, 그리고 그 깊은 산중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일성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평양군중의 매스게임을 함께 보았었다.

물론 벌벌 떨면서 보았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했었지만. 그랬으니 그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상갓집에서 그 의아심이 담긴 말을 들었던 그때, 나는 민노당 내 주사파를 향해 매우 적대적인 의사표시를 자주 하곤 했었다. 주사파는 아니라도 주사파에 꽤나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태도가 그는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전이나 지금이나 아주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이 분명히 하나 있다. 전에는 주사파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인 적이 없었다. 주사파를 그렇게 달가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배척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들과 내가 친분을 가지고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나는 그들을 원수처럼 생각한다. 그들을 마치 근본주의적인 기독교도나 무슬림처럼 세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암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다원주의 이런 것들과 주체철학은 절대 융합할 수 없는 것이다. 유일무이하다고 믿는 주체사상, 그것이 곧 전체주의 아니겠는가.

사람은 때로 거창한 일보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건다

그런데 앞에서 나는 이런 것들도 내가 민노당을 미워하는 이유의 하나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진짜 내가 민노당을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개인적 원한의 문제였다. 그리고 전과 지금이 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의외로 사소한 일이 거창한 일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민노당은 동일한 문제를 두고 내게 최소한 세 번의 상처를 입혔던 전과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거꾸로 내가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민노총 성폭력 사건 때처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전교조 여교사가 경찰에 고소했을 때 일각에서 뭐라고 했던가? "어떻게 적들에게 동지를 팔아넘길 수 있나." 

나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었다. 그렇게 내 상처에 마지막 세 번째로 소금을 뿌렸던 인물 중 하나가 함안에서 민노당 지방의원 후보로 나온단다. 이름이 빈지태다. 언젠가 거리에서든 찻집에서든 어디서든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침을 뱉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해오던 그가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한단다. 자주 상상 속에서 친절한 금자씨처럼 깊고 으슥한 폐교를 꿈꾸게 만들던 그들이…. 

어쨌거나 이런 나를 잘 아는 ○○○씨가 나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문 후보가 내일 마산에 갈 텐데 함께 식사를 하자" 하고 제안을 한 것은 난센스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는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는 그런 일 따위는 지나가던 개에게 한 번 물린 일로써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나의 상념과는 달리 아내가 화를 냈던 것은 자기가 왜 문 후보라고만 하면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마 ○○○씨는 그냥 문 후보라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 같은 인맥 범주에 들어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게 아니다. 정확하게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 라고 했어야 옳을 일이다. 

말은 정확하게, 주어, 술어 빼지 말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인맥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을 말하자면 소위 진보 또는 운동권 출신이란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인맥을 많이 따진다. 이 계통보다 인맥을 강조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파벌이면 김길태라도 용서가 된다. 그렇다면 통합시장 후보 중에 나는 어떤 인맥을 따라야 할까? 문 후보? 전 후보? 허 후보? 아니면 박 후보?

일단 문 후보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를 미워할 이유는 없지만 일단 민노당 후보라면 별로다. 그럼 전 후보? 그는 나의 학교 선배라고 하니 우리나라 최대 병폐 중 하나인 학연으로 치자면 단연 1등이다. 허 후보? 심정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긴 하지만, 일단 안 나오신다고 하니 더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럼 박 후보? 가만, 후보 중에 박씨도 있었던가?

아무튼 그렇고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니 선거운동 하시려면 과거의 인맥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마시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시라, 그런 얘기다. 그리고 가능하면 정중하게, 주어, 술어 그런 것 중에 하나라도 생략하지 말고 정확한 어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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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