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1.14 창원시장의 결단은 환경수도 창원의 승리 by 파비 정부권
  2. 2011.11.11 창원시장님과 약속할 땐 공증을 받으세요 by 파비 정부권 (5)
  3. 2009.03.16 북면온천에서 주남저수지까지 걸어보니 by 파비 정부권 (10)
세계적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 60리 둘레길을 내는 문제로 마창진환경연합의 두 공동의장이 창원시청 정문에서 자리를 깔고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잘 해결되었다는군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우리는 오늘 주남저수지에 갔습니다.

매월 셋째 주에 열리는 <걷는사람들>의 걷기 행사가 한주 앞당겨져 오늘 열렸던 것입니다. 원래는 동판저수지와 주남저수지를 둘러본 다음 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싱겁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 건 아니군요. 박완수 창원시장님께서 통 크게 결단을 해주셔서 문제가 잘 해결된 것이지요. 덕분에 추운 날씨에 단식농성이 장기화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잘 됐습니다. 모두 박 시장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릴 인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맙습니다.

▲ 주남저수지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지난 화요일 창원시청 정문 앞 단식농성장에서 두 분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님과 블로거간담회를 할 때만 해도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그 때문이었던지 신금숙 의장은 얼굴이 창백했습니다.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죠. 박종훈 의장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리고 비도 부슬부슬 자주도 내렸지요. 두 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사실 고생은 신 의장이 더 많이 했습니다. 박 의장은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합류했지만 아무튼 5일을 신 의장이 먼저 했던 것입니다. 다 쓰러져가는 신 의장님 보면서 박 의장님, 속으로 걱정 많았을 텐데, 박 시장님께 고맙다고 하셔야 할 것 같아요. 하하.

동판저수지 주변은 처음 걸어보았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걷는사람들>의 어느 아줌마 회원말씀대로 ‘정말 예쁜’ 저수지였습니다. 동판저수지는 저수지라고 불리지만 저수지 같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뭐랄까요, 아름다운 호수 혹은 우포늪 같은 습지?

저수지 주변에 군데군데 만들어진 단감밭들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변두리로 나와 보니 창원이 기계공업도시요 자건거의 도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단감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단감주산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최근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철새들이 비상하고 단감이 누렇게 익어가는 주남저수지가 창원에 있다는 것은 창원이 명실상부하게 환경수도라는 이름에 하등의 부족함이 없다는 증명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완수 창원시장님이 내린 결단은 매우 존경할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11월 13일 일요일. 주남저수지는 유원지처럼 북적여 걷기도 힘들었다. 새보다 사람 구경?

보통 단체장들은 자기가 한번 내린 결정을 잘 번복하지를 않습니다. 이미 내린 결정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체면 때문에 자존심이 구겨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헤게모니적 관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 시장님께서 “6개월 동안 함께 현지조사를 철저히 해서 결정하자”고 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일 뿐 아니라 그동안 전국 각지의 단체장들이 보여준 관료적 행태에 비하면 매우 존경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욕심을 부린다면 주남저수지 주변 농경지의 친환경화라든지 기존 철새보호에 배치되는 시설물이나 사업의 변경 등 보다 전향적인 대책도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날씨 탓이었던지 휴일의 주남저수지는 마치 유명한 관광지처럼 북적였습니다. 키보다 훨씬 높게 자란 물억새가 거슬리긴 했지만 사람들은 몹시도 즐거운 표정들이었습니다. 단란한 가족들, 손을 맞잡은 연인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진사들… 모두들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웃고 떠들며 주남저수지 둑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정작 새들에 눈길을 주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치 새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새가 있는 주남저수지를 보러 온 듯이 보였습니다. 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가 이날 하루만큼은 왁자한 시장통이 돼버렸습니다.

저의 느낌으로는, 만약 주남저수지를 둘러 60리 길이 생긴다면 마창진환경연합의 말대로 철새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새들은 정신이 없을 터이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반대편에 조용하고 아늑한 피신처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곳에도 길이 생겨 마침내 주남저수지를 빙 두르는 사람들을 위한 잘 정비된 둘레길로 자신들이 포위된다면? 답은 뻔한 것입니다. 우리가 철새라면 어떻겠습니까? 탈출,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철새들 중에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50여 종의 희귀종들도 있습니다.

주남저수지 둑방 아래 한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일단의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옆에 세워두고 거한 술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소주박스를 줄줄이 깔아놓고 그 주변에 다시 소주박스를 의자 삼아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리는 모습이 준비를 제대로 해왔습니다.

꼴불견입니다. ‘남의 동네에 관광 왔으면 그 동네의 맛난 음식점에 가서 좀 팔아주는 것이 예의 아니겠느냐’ 하는 따위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바로 코앞이 철새들의 서식지인데 그곳에서 단체로 술을 마시고 떠드는 것이 꼴불견이란 것입니다.

아무튼 제가 보기에 세계적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 와서 철새를 제대로 보고 가는 사람들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주남저수지에 철새가 없다면 오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철새를 자세히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철새가 있으니 오는 사람들이지요.

좀 어폐가 있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진실입니다. 주남저수지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 철새들의 훌륭한 서식지로 보존될 수 있을까요? 환경연합도 무조건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해라(사실은 그렇게 주장하고 싶겠지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6개월이 하나의 모범을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습니다. 이런 표현이 싫다면 음양의 조화야말로 천지의 섭리다, 뭐 이런 말로 대체해도 되겠습니다.

아무튼 신금숙, 박종훈 두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의 단식농성을 풀게 해주신 박완수 창원시장님의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떻든 철새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도 밥을 먹어야 사는 것인데 굶는다는 것은 정말 안 좋은 것입니다.

이번 결단이 람사르의 도시 창원이 한국 최대의 공단임과 더불어 환경도 잘 보존하고 가꾸는 진정한 환경수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단은 박 시장님의 승리도 환경연합의 승리도 아닌 환경수도 창원시의 승리 아닐까 합니다.

▲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식사 중(?)이던 새들이 갑자기 접근한 두 사람에 놀라 한꺼번에 비상하고 있다. 우리에겐 장관이었지만 철새들에겐 비상사태!

이상 주남저수지를 찾는 많은 분들도 철새들의 조용한 식사에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면서 이만 총총...

2011. 11. 13.

Posted by 파비 정부권

“창원시가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글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창원시가 뭣 땜에 250억이나 되는 돈을 들여 주남저수지에다 60리 길을 낸다는 거지요?”

질문을 받은 신금숙, 박종훈 두 공동의장은 할 말이 없었나봅니다. 두 사람은 지금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창원시청 정문 앞 노상에다 스치로폴을 깔고 하루 종일 앉아있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 신 의장은 이미 단식 6일째를 맞았고, 외국 출장에서 다녀온 박 의장은 막 단식을 시작하는 중이었습니다.

신 의장은 이미 눈이 퀭한 게 기력이 쇠진했습니다. 힘들어 말도 못할 지경으로 보였습니다. 하긴 밥을 안 먹으니 말할 기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사실 지금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아니 왜, 250씩이나 들여 그 변두리에 길을 낸다는 건가요?”

11월 8일 오후 7시. 날씨는 한참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날까지도 여름처럼 따뜻했던 늦가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두 사람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밥이 넘어오지 않으니 몸이 스스로 열을 낼 수도 없습니다. 장작이 있어야 불을 때지요.

신 의장이 이날 낮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입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날씨와도 무관하지 않아보였습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있는데다 날씨까지 추워지니 몸에 이상이 없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너무 궁금해서 재차 궁금증에 대한 답을 재촉했습니다.

“돈이 쓰고 싶어서 환장해서 그런 것일까요?”

외국 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차에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단식농성에 합류한 박 의장은 추운 날씨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지요. 그것 외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안색이 파란 신 의장도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시장 하면서 제일 좋은 게 뭐겠습니까? 예산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쓰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재미에 시장질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왕 쓰는 돈 주변 사람들에게 폼 나게 쓰고 싶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걸 도랑치고 가재도 잡고 한다는 거지요.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주남저수지냐는 겁니다. 주남저수지 말고도 돈 쓸 데 정말 많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님은 복지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실 테니까 그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일전에 듣기로, 오동동에 문화광장공원을 조성할 거면 좀 크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에서는 난색을 표했다지요? 이유는 돈이 많이 든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문화광장공원 조성이 옳은지 그른지 그건 잘 모릅니다. 다만 도심에 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러한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예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정확한 것을 기억할 순 없습니다만 그 곤란한 예산이란 것이 지금 주남저수지에 퍼부으려는 예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동동 주민들의 생각은 거기에 공원을 조성하면 오동동-창동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원시는 돈이 없어서 부응을 하지 못한다, 그런 얘기였습니다.

주민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졸라대는 일에는 돈이 모자라 사업을 축소해서 최소규모로 예산을 편성하고 시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에는 어떻게든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서 물리력으로 일을 강행하는 이유는 또 대체 무엇일까요?

아, 그러고 보니 마산만에 인공섬을 만들 계획에 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될 예정이랍니다. 저는 처음에 제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인공섬이라니. 설마. 그러나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앞의 바다에 돝섬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섬을 만든다는 겁니다.

저는 앞으로 바다를 볼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앞이 확 트여 돝섬과 마산만이 훤하게 보였었지만 이제는 대형 아파트와 빌딩들이 가려 군데군데 바다가 보이기만 할 뿐이니 차라리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거대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는 게 홀가분할지도 모릅니다.

이 섬이 완공되면 우리 같은 시민들의 알량한 조망권 따위는 문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답니다.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보고자 애쓰는 창동, 오동동 상인들이 다 죽는 거지요. 물론 창동, 오동동 상인들만 죽는 건 아닙니다. 다른 지역 상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이것도 지금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있습니다. 창원시는 한 발 물러섰습니다. 상가와 아파트는 안 짓겠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걸 누가 믿을 사람이 있습니까? 인공섬 저지를 위한시민대책위의 한 인사에게 전화를 건 어느 담당공무원은 “안 한다는데 자꾸 그러면 고소할 수도 있다”고 그랬다는군요.

그렇지만 주남저수지의 예에서 보듯이 창원시(장)의 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각서를 쓰고 공증을 하지 않는 한 말이지요. 무슨 얘기냐고요? 창원시장은 2008년에도 마창진환경연합측과 약속을 했습니다. 주남저수지에 더 이상 길을 내는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요.

그래서 환경연합은 람사르문화관 앞과 그 오른편 제방까지의 철새탐조용 길 외에 더 이상의 공사는 없다는 말을 믿고 37일간의 농성을 풀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암암리에 공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250억 원을 추가로 들여 주남저수지를 빙 두르는 60리 둘레길을 완성하겠다는 창원시의 계획을 알고 주남저수지를 둘러본 마창진환경연합 관계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하지 않기로 철썩 같이 약속했던 나머지 공사가 모두 완공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환경연합이 4대강사업 반대에 모든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 슬그머니 공사를 다 해버린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크크 하고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정치인 말을 믿다니 차라리 고양이가 생선엔 절대 손 안 댈 테니 생선가게를 맡겨달라는 말을 믿는 게 낫지요. 요즘 창원시 다시 째자니 말자니 하는 소란만 해도 그렇습니다. 믿을 걸 믿어야지요.

아무튼 이번엔 마창진환경연합의 두 공동의장이 죽을 각오로 나섰습니다. 완전백지화가 목표랍니다. “주남저수지에 둘레길을 내면 철새들이 다 떠납니다. 주남엔 50여 종의 멸종희귀조류가 있습니다. 이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이들보고 다 죽으라는 얘깁니다.”

주남저수지에 60리 둘레길을 내는 이유는 뭘까요? 돈 쓰자는 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다른 이유가 없으면 안 되지요. 거기에 철새가 있어섭니다. 사람들이 더 가까운 곳에서 철새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일 겝니다. 그래서 환경수도는 더욱 빛나는 겁니다.

그러나 이걸 어쩌죠? 그렇게 해서 철새도래지에 사람들이 들끓으면 철새들이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그러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실컷 보여주나요? 철새들이 “오우,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진도 막 찍어주고 그러니까 정말 좋아요” 그럴까요?

하하, 박완수 시장님.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그건 정말 오산이에요. 철새들은 모두 떠나고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거구요, 세계적 철새도래지는 그저 황량한 저수지로만 남을 거예요. 그럼 시장님이 들인 250억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아니 5백억일 수도 있겠군요. 이미 반절은 몰래 완공했다니까요.

괜찮다구요? 철새들이 하나도 없어도 사람들은 올 거라구요? 아, 낚시꾼들은 오겠군요. 하루 종일 앉아 물고기를 기다리다가 지치면 시장남이 만들어주신 수백억대의 길을 한 바퀴 돌면서 다리에 생긴 근육에 감사를 드릴지도 모를 일이군요. 세계적 낚시꾼 도래지…!

오늘이 벌써 단식농성 9일째네요. 저는 어떤 경우에도 단식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당연히 권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분 의장님. 이왕 단식투쟁 시작하셨으니 뜻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꼭 창원시장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이 철회되길 바라마지않습니다. 그러나 꼭 명심하실 것이 있답니다. 이번엔 그냥 농성 푸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서면으로 약속 받으시고 필요하다면 공증사무소에서 공증도 받아놓으시길 바랍니다.

“세상에 믿을 놈 한 놈도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창원시장은 지금까지의 예로 보아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되기 때문이지요. 그건 그렇고 시장님. 돈 쓸 데가 별로 안 보이시나본데요. 잘 찾아보세요. 돈 쓸 곳 무지 많답니다. 당장 제가 사는 마산만 해도 돈 좀 쓰라고 아우성들이지 않나요?

이날 간담회는 창원지역 블로거 6명과 함께 신석규 전 마창진환경연합 의장, 임희자 사무국장, 감병만 부장 등이 동석했는데 정말로 추웠습니다. 겨우 1시간 반쯤 앉아있는데도 죽겠더군요. 가을이 물러가고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려는 것인가요.

시청 본관 옥상에선 철새들이 주남저수지에서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이 담긴 환경수도를 자랑하는 전광판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밝게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러니지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라는 곳에서 낙동강 걷기 답사 계획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계획은 10회에 걸쳐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산 황지에서부터 을숙도까지 걸어서 탐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낙동강 등을 따라 걷는 것에 관심이 있던 나는 얼른 회원가입을 했다. 특히나 정부의 대운하사업이 4대강 물 살리기란 미명을 덮어쓰고 그 야욕을 멈추지 않는 터에 낙동강을 걸어서 탐사해본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도보훈련에 나서다

나는 어려서부터 걷기를 즐겼다평소에는 작은 산을 서너 개씩 넘어 지름길로 다니다가도 갑자기 걷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일부러 신작로를 따라 걸었다. 협곡을 따라 길게 뻗은 신작로는 학교에서 집까지 족히 40리가 넘었다. 지금도 걷기를 즐겨 해서 웬만한 바쁜 일이 아니면 시내까지 걸어서 간다. 걸을 때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걸을 때 나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북면온천에서 동쪽으로 길을 접어들면 마산삼거리다. 주남저수지까지 16km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낙동강 천삼백 리를 걸어서 답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미리 훈련을 하기로 했다. 배낭을 쌌다. 그런데 배낭에 무얼 넣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이렇게 일부러 계획을 하고 나서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빈 배낭을 매기도 그렇고 해서 걷기 전도사 신정일 선생의 「섬진강 따라걷기」를 ‘폼’으로 한 권 넣었다. 그리고 20번 버스를 타고 북면으로 갔다. 북면에서부터 주남저수지까지 걷는 것이 1차 훈련의 목표였다.

날씨는 매우 싱그러웠다들판에서 불어오는 봄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완연한 봄이었다. 하늘에 태양은 적당한 온도의 빛으로 도보여행훈련 첫날을 배려해주었다. 들판을 바라보며 길을 걷자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군대시절, 가끔 똥차를 끌고 며칠씩 훈련소를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일에 나는 서슴없이 손을 들었었다. 감옥보다 답답하고 지긋지긋한 내무반을 벗어나는데 똥차가 대수일소냐!

한적한 시골길의 풍요로웠던 추억

그렇게 부대 내무반을 탈출해 천국으로 향했다. 똥차를 타고서…. 선탑자인 중사와 나는 이곳에서 더 이상 서로를 갈구는 괴로움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훈련소를 돌아다니며 무거운 고무호스로 오물을 퍼 담아야 하는 동지일 뿐이었다사람들이 보인다, 진짜 사람들이아가씨도 보이고 할머니도 보인다. 봄날의 아지랑이를 밟으며 우리는 넓은 논산평야를 가로질러 달린다그랬다. 그때도 봄이었다마치 마을 잔칫집 가마솥에서 김이 피어 오르듯 들판에선 아지랑이들이 어지러이 피어 올랐다.
 
그 아지랑이들 속에서 한 명의 농부와 한 마리의 소가 밭을 갈고 있었다. 그게 밭이었는지 논이었는지는 기억나지도 않지만,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닐 터. 나는 그때 소를 끌고 한가롭게 밭을 가는 그 농부의 주변에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에 흠뻑 취했다. , 아지랑이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아지랑이가 이토록 평화로울 수 있다니. 나는 그 농부와 소가 하염없이 부러웠다. 옆에서 선탑 중사는 핸들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아싸~ 호랑나비♬ 한마리가~♪”
   

지금은 그때처럼 소를 끌고 밭을 매는 풍경을 구경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이맘때면 들판을 가득 적시고 남을 봄의 정취는 여전하다봄은 풍요를 기약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수풀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봄볕 가득한 들판 한가운데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는 풍성한 가을을 약속한다이제 사람들은 저 들녘에 희망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  

도보자 앞으로 돌진해오는 쉼 없는 차량행렬. 이들을 피하느라 걷기는 계속 중단된다.


길은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은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다. 길은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동차만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진 차도일 뿐이었다. 차라리 자동차 전용도로란 표지판이라도 달아놓았다면 이런 불평은 없었으리라. 자동차전용도로엔 말 그대로 자동차만 다닐 수 있다. 만약 자동차등록법상 자동차가 아닌 것이 다니게 되면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곳이라면 당연히 자동차 외에 자전거나 사람이 다닐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이는 역설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특혜를 받는 자동차보다 일반도로에서는 사람이나 자전거가 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도로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다. 이런 도로에 사람이 다니다가는 언제 ‘로드 킬’ 신세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처음에 이 위험천만한 국도를 걸으며 나는 ‘어? 이게 아닌데! 하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불평은 곧 ‘불안’으로 다시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앞에서 달려오는 차들은 두려움 같은 건 없어 보였다. 배낭을 짊어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별 볼일 없어보이는 사내쯤이야 별로 신경 쓸 일이 있을 일도 없을 터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바빠 보였다. 편도 1차선의 국도 내리막길에서 그들은 속도를 줄일 겨를도 없이 내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어떤 차는 내 어깨를 스칠 듯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괘씸한…, 한비야의 여행기에서 마치 일부러 자신을 향해 돌진하듯 스쳐 지나갔다는 트럭들 이야기가 생각났다. ‘설마 그럴 리야 있을라고. 그저 다들 바쁜 탓일 게다
.’

대문과 도로가 딱 붙은 길가의 집. 대문 나서기가 무섭겠는데…


계속되는 도로공사, 그러나 ‘걷는사람’을 위한 공사는 없다

북면에서 동읍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올라서니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 4차선 산업도로 공사 중인 모양이다. 잘려나간 고개마루가 횡하다. 이렇게 잘려나간 고개마루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가히 대한민국은 토건공화국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내가 아는 교포들은 한국의 도로를 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조선족이면서도 중국인의 자부심을 배운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웬만해서 한국에 대해 칭찬하는 걸 본 일이 없다. 대국인의 자존심은 서울조차도 별스럽다. 그들에겐 상해가 있고 북경이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대한민국의 도로에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대한민국의 도로사정이라든가 그 도로를 닦는 기술수준은 세계 수준급이라는 걸 그들 대국의 자존심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느낀 대한민국의 도로에는 사람을 위한 흔적도 토건왕국의 자존심도 없었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도로공사 현장에도 사람을 위한 공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에 도보자의 자존심이 끼일 자리는 없었다.

 

시골길에는 사람만 없는 게 아니라 대중교통도 자주 다니지 않아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나 버스라도 오면 주남저수지까지 타고 갈 심산이었다. 아무리 훈련도 좋지만, 목숨까지 위태로운 도보훈련은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버스도 오지 않았다. 내가 걷는 두 시간 동안 북면으로 가는 30번과 본포 방향으로 가는 40번 버스가 지나갔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을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지도를 보니 봉곡저수지다. 이제 저기를 지나면 산남저수지와 주남저수지가 나온다. 다리에 힘이 솟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사라지니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힘차게 걸었다. 이내 용산마을에 도착했다.

 

용산마을 입구는 산남저수지와 주남저수지를 좌우로 가르는 커다란 제방이었다. 왼쪽에서는 강태공들이 늘어서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내려가 보았더니 망태기에 들어앉아있는 붕어란 놈들의 씨알이 꽤 굵다. 주남저수지에서는 허가 받은 어로행위 외에는 금지되지만 맞붙어있는 산남저수지는 낚시도 할 수가 있다.

주남저수지와 맞닿은 산남저수지의 강태공들. 씨알 굵은 붕어가 꽤 잡혔다.

 
금 긋기식 행정으로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이 보호될까?

편리한
금 긋기 식 행정은 여기에도 있었다. 소벌(우포늪)을 탐방할 때도 이런 경우를 보았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는 낚시를 할 수가 있고 아래는 금지되었다. 그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그럼, 다리 가운데는?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씨알 굵은 붕어들을 보자 나는 매운탕과 소주가 생각났다. 어쨌거나 주남저수지와 제방 하나로 경계를 가르는 이곳 산남저수지에는 철새가 한 마리도 없었다.

 

주남저수지에는 아직 게으른 철새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니면 먹을 것을 다 못 챙겨먹어서 아직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던 것일까? 저수지 한쪽 물위에 모여 앉아 연신 물속으로 고개를 쳐 박으며 먹이를 잡아먹거나 자맥질을 하고 있는 오리들이 무척 한가롭게 보였다. 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저들도 태양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떠날 준비를 서두르게 될 것이다.

 

주남저수지를 돌아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을 지나자 동판저수지가 다가왔다. 오래된 버드나무(?)들이 물속 깊이 뿌리를 박고 있었다. 물속에 둥지를 틀고서도 저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물위를 한가로이 유영하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이는 백로가 한없이 부럽다.

 

주남저수지 입구에 잘 만들어진 인도, 이 정도 성의라도

 

마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호삼거리로 향했다. 주남저수지에서 가호삼거리까지 나가는 길에 빨간색으로 치장된 예쁘장한 인도가 인상적이었다. , 이곳은 이렇게도 도보자를 위해 길을 준비해두었구나! 다른 길도 모두 이 정도의 성의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나는 왠지 그 계산된 성의에 되레 불쾌한 마음이 되었다.

주남저수지 입구 도로의 보도. 좀 좁긴 해도 이 정도면 대단히 준수하다.

 1번 혹은 2, 3번 번호판을 단 마이크로 버스가 차례로 세대나 지나갔다. 나는 처음에 저 차들이 무슨 차일까? 학생들이 많이 탄 걸 보니 학생들 전용버스인가보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똑 같은 1번 번호판을 붙인 커다란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차, 저게 바로 소위 마을버스라는 것이었군 하고 깨달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렸다.

 

그러나 이 동네는 버스가 자주 다녔다.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한대씩 다니는 것 같았다.(창원역이 종점) 다섯 번째로 내게 다가온 버스는 1번 마이크로 버스였다. 처음 타보는 마이크로 시내버스가 신기하다. 달리는 승차감도 색다르다. 괜히 기분이 좋아 기사 아저씨에게 버스가 참 좋다고, 자주 타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걷기운동, 살빼기와 미용에도 특효약 아닐까… 

 

하여간 운동은 잘했다. 다음날 이 버스를 타고 주남저수지를 한 바퀴 더 돌았다. 이렇게 이틀 운동을 하고 오늘 목욕탕에 갔더니 글쎄,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이틀에 2킬로그램씩 곱하기 5하면 열흘이면 10킬로그램을 뺄 수 있다는 무식한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 산수는 그저 산수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걷기운동을 열심히 하면 변비에도 아주 특효라고 한다. 변비는 미용에 매우 안 좋다. 그렇다면 이로부터 ‘미용에는 걷기운동이 최고다!’ 이런 결론이 나온다. 바꾸어 말하면 ‘많이 걸으면 예뻐진다!’ 이런 말이렷다. 그래서 앞으로 걷기운동 임상결과를 여기에다 밝혀볼까 한다. 그러나 어떨지는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란 속담도 있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악담도 있으니까….          파비

주남저수지 전경. 아직 떠나지 못한(않은?) 오리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를 가르는 둑방에 핀 화사한 꽃들

열심히 작업 중인 꿀벌과 꽃의 사랑 또는 공생? 사랑하면 같이 사는 거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