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07 드라마 전우로 생각해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by 파비 정부권 (14)
  2. 2010.06.20 '전우' 반공드라마일까, 반전드라마일까? by 파비 정부권 (4)
  3. 2010.06.14 '전우'의 전쟁바람에 졸속 막내린 '거상 김만덕' by 파비 정부권













전시작전통제권? 
당연히 우리나라 대통령 관할에 있는 거 아냐?  

요즘 전시작전통제권이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사실 일반인들이야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을 겁니다. 전지작전통제
권(이하 '전작권')? 그거야 당연히 국군 통수권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할 아래 있는 거 아녀?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았을 겁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니라는군요. 전작권은 미군이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에게 작전지휘(통제)을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정전 후 UN사령부로 넘어갔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다시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로 넘어갔습니다. 

작전통제권(작통권)은 평시작통권과 전시작통권(전작권)으로 나뉘는데 평시작통권은 노태우 정권 때 이양협상을 시작하여 1992년 평시작통권 이양에 합의하고 1994년 12월 1일부로 한국 합참의장에게 환수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시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전작권이 빠진 평시작전통제권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적이 우리를 향해 총을 쏘며 달려드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보고 뭔가를 해야 하는 그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연상되는군요.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냉전이 와해된 현재의 정세에서 미군의 대응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아무튼 제가 무슨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전우>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다시 전작권에 대해 생각이 미쳤던 것입니다. <전우>는 제가 초등학교 때 즐겨 보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때는 <전우>, <타잔>, <소머즈> 이런 거 안 보면 동무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 <전우>가 최고였죠. 

21세기에 만든 전우, 기술은 발달했지만 생각은 그대로

주인공이 라시찬이었는데, 그 이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전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21세기판 <전우>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보다 제작기술도 훨씬 발달했고 돈도 많이 들였을 텐데 너무 재미가 없더군요. 전쟁놀이도 한때의 유행이라 그런 것일까요?


게다가 <전우>는 70년대의 반공드라마, <배달의 기수>를 연속극으로 만들었던 그 시대의 <전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세련되긴 했지만 여전했습니다. 이현중 중사는 너무나 훌륭한 선임하삽니다. 그는 자기 목숨도 돌보지 않고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그의 분대원 모두가 그렇습니다. 모범적인 전우들입니다. 

똑같은 시간 이현중 중사의 전쟁 전 애인이었던 인민군 소위 이수경, 그녀는 후퇴하는 유엔군과 국군의 뒤를 쫓아 남하하는 중공군 사령관으로부터 특별한 명령을 받았습니다. 독전대. 독전대란 전방에서 탈영해 뒤로 도망치는 아군을 죽이는 것이 역할입니다. 죽이는 자나 죽는 자나 비참한 일이지요.

세련되긴 했지만, 1975년의 <전우>에서 한 치도 나가지 못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국군과 미군이 저질렀던 민간인 학살도 함께 다루었다면 모르겠지만, 한쪽은 탈영하는 자기 편을 향해 총을 쏘고 다른 한쪽은 부상당한 전우를 살리기 위해 목숨마저 돌보지 않는 그런 설정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고서 7~80년대의 <전우>나 <배달의 기수>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누가 그 말을 곧이 듣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독전대를 지휘하는 이수경 소위는 원래 인민군 대위로 정치군관이었습니다. 뭐 물론 드라마상의 설정이긴 하지만, 중공군에 생포된 박웅 국군 13사단장의 취조와 감시 임무를 맡았다가 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중공군 사령관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이수경 대위는 그 자리에서 소위로 강등돼 최전선 소총수부대로 쫓겨 갑니다.  


군권을 남의 나라에 맡긴 군대, 그런 걸 괴뢰군이라 배우지 않았나?   

그 장면을 보다가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는데, 중공군과 인민군이 막 뒤섞여 붉은 깃발을 들고 돌격하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국군과 유엔군의 공세에 사면초가에 몰린 인민군이라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군관에게 타국의 군 지휘관이(아무리 지원군 사령관이라 하더라도) 린치를 하고 계급을 함부로 강등시키고 배속을 바꾸는 짓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바로 작전지휘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야 뭐 겨우 육군 병장 출신이라 기라면 기고 쏘라면 쏘는 것만 배웠지 작전 따위에 대해선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습니다만,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게 바로 작전지휘권 아닐까 싶군요. 그렇다면 김일성이도 이승만처럼 작전지휘권을 중공군에게 넘겼던 것일까요? 그래서 우리가 어릴 때 북한군을 괴뢰군이라고 불렀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전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작전지휘권 그거 절대 남의 나라에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아무리 쥐를 잡아주는 은혜로운 동물이기로서니 생선가게의 통제권까지 넘겨주어서는 곤란한 일 아니겠는가 말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작전지휘권을 쥔 명나라 도독에게 곤욕을 치루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현대판 이완용도 아니고 어째서 국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주려 하는 것일까요?

국제 관계에서 군권은 국권의 대부분 아니던가요? 이 정도만 하죠. 일제의 조선 통치가 미개한 조선을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도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인데 뭐, 그깟 전시작전통제권인지 뭔지 좀 넘겨줬다고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나저나 KBS가 야심차게 만든 6·25전쟁 60주년 기획특집 <전우>,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드라마계의 레전드 최수종이 나와서 참 좋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재미가 없는 건 없습니다.

최수종이 그렇게 열연을 해도 재미가 하나도 없는 전쟁 드라마, 원인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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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전우>, 반공이냐, 반전이냐!
제작자, "참혹한 전쟁 통해 반전과 평화의 소중함 알려"

일각에선, "반공드라마 부활로 과거회귀 노린다" 의혹















<전우>, 오랜만에 만나는 전쟁영화다. 전쟁영화는 재미있다. 참혹한 전쟁을 다룬 영화를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 잔인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장르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개의 대작 영화들도 주로 이 전쟁을 다룬 영화가 많았다.

우선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 중 기억나는 것은 <진주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있고, 전쟁영화의 교범이라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은 <지옥의 묵시록>도 있다. 이외에도 2차대전을 다룬 영화들, <콰이강의 다리>, <노르망디 상륙작전> 같은 영화들이 모두 전쟁영화다.

그럼 몇 년 전 국민드라마로 각인되며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불멸의 이순신>은 어떨까? 사극이지만 이것도 역시 전쟁드라마 아닐까? 모르겠다.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전쟁드라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아니 한 사람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럼 이 드라마는 전쟁드라마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역시 전쟁드라마다.


굳이 글머리에 미리 이런 사족을 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우>가 방영되기 전부터 일부 사람들은 이 드라마의 방영의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KBS가 정부의 의도에 따라 민감한 시기에 반공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한 의견을 살펴보자.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믿음이 안가는 대응으로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시점에서 반공사상 고취용으로 이런 드라마를 만든 것이 참 어이가 없다. KBS가 무슨 목적으로 현시점에 이런 드라마를 제작했을까? 깊게 생각하게 하는 부문이네…."                                         

그러나 이런 식의 비판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 드라마와 천안함은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천암함 사건이 나기 전에 이 드라마는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갔을 것이다. <전우>는 철저하게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마도 이명박 정부와도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6·25동란, 6·25사변 또는 일각(북한을 비롯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민족해방전쟁, 이름이 그 무엇이든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었다. 60이란 숫자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대단히 의미가 큰 숫자다. 한 갑자가 흘러 새로운 갑자(세상)가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 시점에 한국전쟁을 다룬 드라마가 안 나오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문제는 방영되는 드라마의 제목이 <전우>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전우>는 1975년에 방영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전두환 정권 때인 1983년에 다시 리바이벌 돼 방영되었지만, 원작만한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1975년이란 시대상황과 1983년이란 시대상황이 가져다주는 차이 때문이었을까?  

유신과 5공이라는 엄혹한 시대적 조건은 비슷했지만, 이미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생활방식이 달라졌던 것이다. 만약 지금 70년대의 <월튼네 사람들>이나 80년대의 <전원일기>와 같은 드라마를 방영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모르긴 몰라도 낮은 시청률에 고전하다 중도하차란 운명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원작 <전우>는 철저한 반공드라마였다. 인민군은 뿔 달린 도깨비이며,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괴물이다. 이에 비해 국군은 인민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간직한 구원자다. 그러니까 <전우>는 반공 혹은 멸공에 입각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정권안보 무기였다. 아마도 그래서 신작 <전우>에 대한 거부반응이 먼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MBC의 <로드 넘버원>에 대해선 별다른 비토가 없는 것을 보아도 1975년의 <전우>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전우>에 대한 거부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암함 사태나 이명박 정권의 반북정책을 예로 들면서 마치 이 드라마를 정권홍보 드라마 정도로 격하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전우>는 기획의도에서 이렇게 밝혔다.

6·25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비극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이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6·25전쟁이 발발한 지 꼭 60주년을 맞는 2010년 오늘, 드라마 <전우>를 기획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아울러 <전우>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라는 의도가 있음도 추가로 밝혔다.

전쟁터는 난장판이다. 돌격명령을 받고 달려가는 병사의 머릿속이 충성심으로 꽉 차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서 달려가" 라는 고참과 간부들의 고함소리와 떨어지는 포탄과 총성. 그 속에서 병사는 그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달려 나갈 뿐이다. ………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꿈도, 이상도, 명예와 도덕도, 전장엔 존재하지 않는다. 블랙홀처럼 전장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한다는 본능만이 존재할 뿐이다. 바로 그런 전쟁의 참상을 통해 우리는 반전과 평화라는 인류 최고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시커먼 구정물을 보아야만 작은 옹달샘의 깨끗함을 깨닫듯이, 드라마 <전우>는 참혹한 전쟁의 모습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소중함을 말할 것이다.

우선 1부를 본 소감을 말한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반공드라마의 혐의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장면. 인민군과 중공군이 뒤섞여 깃발을 세우고 돌격해오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중공군과 인민군이 부대의 편제도 무시하고 뒤섞여 돌격하는 장면도 우습지만, 총을 든 전장에서 깃발을 들고 돌진하는 장면도 난센스 중의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중공군이 쓰는 함화공작이란 전술은 북한군에서도 채용해 쓰고 있는데, 밤이 새도록 함성과 횃불, 북 등으로 심리전을 한 다음 동이 트기 전에 총공세를 하는 것이다.

함화공작까지는 잘 표현했지만, 양국의 군대가 뒤섞여 깃발을 들고 진격하는 장면은 실로 코미디였다. 임진왜란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과거 우리가 배웠던 소위 중공군의 인해전술로부터 얻은 상상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정도는 작은 옥에 티로 크게 걸고넘어질 만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작자의 입장에선 그렇게 전투장면을 만드는 것이 더 멋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고증도 필요하고 리얼리티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스타일이란 것도 있지 않겠는가.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어쨌든 우리가 할 일은 좀 더 지켜보는 것이다. 

기획의도의 말처럼 "시커먼 구정물을 통해 작은 옹달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런 드라마인지, 아니면 처음에 일부에서 의심했던 것처럼 "시커먼 구정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그런 드라마가 될지.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드라마 제작자도 그걸 충분히 알고 있다.

1975년 식 <전우>는 웃음거리만 될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돈 안 되는 일을 80억이나 들여 할 리가 없는 것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해할 수 없는 졸속 마무리 '김만덕', 뒤이은 전쟁 대작드라마 '전우'

조선 정조 임금 때의 제
주 상인 김만덕의 일대기를 다룬 <거상 김만덕>이 막을 내렸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상인 김만덕을 다룬 대하드라마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싱거운 실망만 안겼습니다. 어쩌면 마치 훌륭한 도덕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고 하면 지나친 악평일까요? 그러나 어떻든 막판에 드는 느낌은 그것이었습니다. 잘 만든 도덕 드라마.

김만덕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KBS 역사스페셜을 통해 처음 대중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만덕은 조선시대의 여성이었습니다. 김만덕이 높게 평가되는 지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조선이었다는 것. 그런 김만덕이 제주 최고의 상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김만덕은 한성을 비롯한 조선의 내륙은 물론 청나라와 러시아에까지 분점을 두고 무역을 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당시 제주 여인들은 출륙금지령으로 인해 뭍에는 나갈 수 없었을 터인데도, 드라마에서처럼 앉아서도 천리를 보는 혜안을 가진 그녀의 재주가 부럽기만 합니다.


<거상 김만덕>은 초반에 야심차게 출발했습니다. 시전 상인 강계만과 강유지, 그리고 오문선과 김만덕의 갈등을 통해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가 너무 갈등에만 치우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거상 김만덕>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갈등만 하다가.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만덕은 초지일관 부처님이고, 오문선은 끝까지 야차처럼 행동하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개과천선 했습니다. 마지막회에. 그것도 하나뿐인 아들을 만덕에게 맡기고 제주를 떠나는 것입니다. 실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야흐로 6·25동란 60주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   

다음 주부터는 1970년대에 방송되었던 <전우>를 리메이크한 <전우>가 방영된다고 합니다. <전우>.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추억의 드라맙니다. 이미 고인이 된 라시찬과 "짠짜라잔짜~ 짠짠♬" 하면서 시작되던 음악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구름이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질러 앞으로 간다."


추억이 새롭겠지만, 이 드라마는 철저한 반공드라마였습니다. 말하자면 <대한늬우스>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드라마였지요. 가끔 <지금 평양에선>이나 <통일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정권안보용 드라마를 보면 이 <전우>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 <전우>가 리메이크 되어 다시 등장한다고 하니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도대체 21세기에 만드는 <전우>는 어떤 식일까? 30여 년 전의 <전우>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꽤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아쉬워하는 것은 <거상 김만덕>이 전쟁 드라마의 기획에 밀려 부랴부랴 공중파에서 탈락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실제로 <거상 김만덕>은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 태안 앞바다에 대량의 기름을 쏟아 붓는 사고를 치고도 사람 죽어가는 꼴을 구경만 하고 있는 삼성 같은 재벌이 뻔뻔하게 활보하는 비정상의 시대에 이 드라마는 보여줄 것들이 많았습니다.

김만덕을 알기 전에 조선의 뛰어난 여성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은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정도였지요. 이들은 신사임당을 제외하곤 모두 비운의 운명을 살다간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세상이 그들에게 부정적이었으며 그들도 세상에게 부정적이었습니다.

<거상 김만덕>에서 할매(고두심)가 오문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네 그릇을 알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라. 그리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성공하는 법이다." 아마 이 말은 김만덕에게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김만덕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여성으로 조명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전쟁 바람에 사라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졸속 마무리에 놀라 돌아보니 거기에 <전우>가 있었습니다. 하긴 KBS나 MBC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니까 한국전쟁 60주년이란 호기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MBC도 <로드 넘버원>이란 전쟁 드라마를 곧 시작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전쟁이지만, 또 제일 재미있는 것도 전쟁 이야깁니다. 졸속으로 어영부영 막을 내린 <거상 김만덕>을 아쉬워하면서도 <전우>와 <로드 넘버원>을 기다리는 저도 참 희한한 족속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참~

<전우>가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아니면 30여 년 전 <전우>처럼 하나의 반공드라마로, 그리하여 뿔 달린 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이데올로기 선전물에 불과할 뿐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비극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