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9.23 동이,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 by 파비 정부권 (4)
  2. 2010.08.18 동이의 첫아들 영수, 죽음으로 엄마를 살렸네요 by 파비 정부권 (3)
  3. 2010.08.04 <동이> 장무열,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 by 파비 정부권 (3)
장희빈의 죽음에는 장무열의 공도 꽤 큽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 장무열이란 어떤 인물인지 우리는 감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오직 최철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급조된 인물이죠.  

그런데 급조된 장무열이 실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동이 첫회에 등장했던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장익헌은 같은 남인 출신인 오태석의 계략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 계략에는 장희빈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라마는 묘사했었지요.

그런데 아직껏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뭐 그냥 그 정도로 사건 내막의 대강을 짐작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장무열이란 사람, 참 비열한 인간입니다. 아니, 비열하다 못해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 손을 잡았습니다. 오태석, 장희빈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최철호 대신 나타난 이 당찬 한성부서윤(지금은 더 출세해서 병조참판까지 올랐네요)이 뭔가 큰 일을 낼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눈에 힘주며 목젖을 세우는 정도가 그가 하는 일의 전부였죠.

그런데 자기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손을 잡고 권력을 탐하며 병조참판까지 오른 장무열이 이번엔 장희빈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하긴 출세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술잔을 드는 인간이니 그깟 배신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테지요. 그렇지만 명예가 중요한 시대에 이런 인물이라니 참으로 당혹스럽군요. 

그나저나 장무열은 왜 장희빈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요? 장희빈과 장희재의 하는 꼴이 너무 우스워서? 그건 아무래도 아닙니다. 그거야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아는 바이지만, 그런 것쯤은 괘념치 않았던 것이지요. 장희빈이 동이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글쎄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무열은 자신을 철저하게 믿습니다. 실제로 그는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정치가 무언지를 압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 설 때를 알며 말할 때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압니다. 그런 그는 자기 정도면 동이파를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그래야 자기 공이 빛이 나는 법입니다.

강한 적을 물리쳤을 때 장수의 기쁨은 배가 되고 전리품도 푸짐한 법이며 논공행상에서도 수위에 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무열은 이길 자신이 있으며 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장무열은 장희빈을 버리고 말을 갈아타려 하는 것일까요?


세자 때문입니다.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는군요. 위질이 무슨 병입니까? 말하자면 고자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말입니다. 기가 찰 일입니다. 왕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후손을 번창해서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후궁을 많이 두는 거죠. 왕가가 끊기면 안 되니까요.

드라마에서는 위질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자도 제대로 배출되지도 않을 나이의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것도 우습지만, 도대체 그게 어떤 병일까 궁금하여 검색창을 두드려보았습니다. 고자니 불임이니 하는 말은 없고 다음과 같이 돼 있네요.

'감각(感覺)을 잃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질병(疾病)'

이것 말고는 더 이상의 단서가 없으니 위질이 진짜 고자 비슷한 병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추석 명절이기도 하고 이런 걸 가지고 물어보자니 좀 그렇군요. 대충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불러내 슬쩍 물어보는 방법이 있긴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못되는군요.

아무튼 장무열로서는 다른 어떤 모험이나 위기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돌파할 자신감이 있지만,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고 하는 이 중대한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입니다. 후사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숙종에게 달리 아들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연잉군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폐세자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종묘사직을 위해 너무나 당연지사. 그러므로 장무열이 장희빈이란 말을 버리고 동이란 말로 갈아타려고 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지요.

다만, 이 동이란 말이 고집이 세서 등에 태워주지 않으려 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허나 장무열 같은 쓸개도 간도 없는 인간말종들은 동이가 명분을 내세워 거부하는 따위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니까요. 동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겠지요. 이러면서 말입니다.

'어? 이 아줌마가 왜 이러는 거야? 보통 이러면 다 넘어오는데, 거 희한하네!'


그러나 여러분.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는 실은 딴 데 있답니다. 그것은 세자가 고자여서도 아니고, 장희빈이 망할 것이라고 여겨서도 아닙니다. 장무열이 배신 때린 진정한 이유는 그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이 욕심 앞에 간도 쓸개도 없습니다. 장희빈이면 어떻고 동이면 어떻습니까? 

요즘도 이런 사람들은 눈에 띄게 많습니다. 혹시 오늘 테레비 화면에서도 이런 사람을 보신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눈에도 그런 사람들은 보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이런 자를 박쥐에 비유했는데, 현대 정치판에서는 철새정치인이라 불리는 분들이 또 이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군대 가기 싫다고 생이빨을 뽑는 사람도 아마 이와 비슷한 사람일 겁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특수한 신분을 이용해 군대 빠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욕심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장무열처럼 배신 때리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합니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장무열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군요.

아주 득실거립니다 그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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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영수가 죽었습니다. 결국 죽고야 말 것을 알았기에 모두들 조마조마했을 테지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갑자기 홍역에 걸려 돌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란 것을 안 이상 살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신유년의 검계가 소위 '양반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검계란 반체제 조직을 만들고 무장까지 갖춘 것은 결코 당시 정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반역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신경 써야한다면 너무 재미없게 될 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아무튼, 동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동이 스스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검계의 수장을 도피시키려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동이의 착한 심성 때문입니다.

임금의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녀의 처소나인들이 모두 한성부에 붙들려갔기 때문이지요. 한성부서윤 장무열. 야비하지만, 실로 당찬 인물입니다. 감히 임금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것도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을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치적으로 확실히 독립된 검찰입니다. 뭐 판관 포청천쯤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알다시피 그는 판관 포청천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은 아닙니다. 야심이 뼛속까지 사무친 장무열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도 손을 잡는 비정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기네 당파가 위험에 빠지자 같은 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임금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 장무열, 그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된단 말입니까? 결국 장무열이 가야할 길도 장희빈이나 장희재처럼 죽음뿐이겠군요. 역시 일전에 썼던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에서 조선시대는 고지식하리만치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늘 '법도'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었지요. 장무열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이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걸로 생각했던 동이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양반연쇄살인사건'의 전모도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검계 수장 게둬라의 임무는, 동이의 성씨 찾아주기? 

그나저나 동이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검계 수장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장무열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을 마감한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습니다. 정말 이름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게뒀음' 좋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게둬라가 왜 나타났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둬라는 동이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최효원의 딸 최동이. 찾아보니 해주 최씨더군요. 해주 최씨. 매우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동이의 아버지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나중에 영의정에 추증됩니다. 물론 이는 다 동이가 아들을 잘 낳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동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함정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동이에게 사약을 내릴 것을 주청합니다.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검계 수장의 딸 동이는 자신들의 원수입니다. 반상의 체제를 부정하는 검계의 딸이 후궁으로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크나큰 위협입니다. 

아마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영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모든 스토리는 픽션일 뿐이며, 따라서 영조도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후일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마치 어머니의 위기를 눈치라도 챈 듯 아들 영수가 병에 걸린 것입니다. 홍역. 마진이라고도 하고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 요즘은 이 증상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로서야 백신이 없으니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걸린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홍역.

시름시름 앓던 왕자 영수는 급기야 죽고 말았습니다. 온 궁궐이 슬픔에 잠겼고 거리의 백성들도 통곡해마지 않았습니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저는 아, 저렇게 해서 동이를 위기에서 구할 생각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왕자를 잃은 동이를 죽이자고 달려들 간덩이가 부은 신하들이 있겠습니까. 

영수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동이를 천씨에서 최씨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제작진이 어떻게 동이에게 최씨 성을 돌려줄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동이가 제 성을 찾기 위해선 두 명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고, 하나는 동이의 아들 영수였습니다.

게둬라는 동이의 정체를 밝히며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아들 영수는 그런 동이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이 갖는 공통점은 동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선 벌써 이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비극의 마지막 1년이 다가오다

사가로 내쳐진 동이를 못 잊어 밤에 찾아온 숙종은 동이에게 다시 왕자 금(후일 영조)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아들이 생긴 동이, 시름을 잊고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마음의 병엔 세월만한 약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망각이란 것입니다.

곧 동이는 궁궐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리고 후궁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빈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흔히 왕의 부인을 일러 비빈이라 하는데, 비는 왕후요 빈은 후궁의 최고 지위인 것입니다. 6년 세월이 흘렀다면 때는 서기 1700년, 왕자 금은 일곱 살입니다. 그리고 장희빈이 사사되기 딱 1년 전입니다.
 
파란이 일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다 동이를 위해 죽은 아들 영수의 덕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영수에게 묵념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신 왕자마마를 위해 일동 묵념~ 딴 딴따단, 딴 딴따다, 아, 이건 결혼행진곡이군요. 묵념할 때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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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에 마침내 검계가 다시 등장했네요. 검계를 재건한 사람은 동이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게둬라’. 동이를 일러 천민의 왕이라고 할 때는 저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습니만, 왜냐하면, 그리 보면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정희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모양을 흉내 내는 MB도 천민의 왕일까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 검계 수장이 되어 나타난 어릴 적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 재건된 천민들의 비밀조직 검계의 수뇌 회의 장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 장희빈과 손잡은 장무열, 그의 속셈은 뭘까?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 죽어가면서도 동이에게 수신호를 남긴 아버지 장익현을 장무열은 설마 잊기로 한 것일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혹여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나 동이가 수신호의 비밀, 8, 5,10, 5의 비밀을 밝혀내게 되고, 그것이 장익현 영감의 죽음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비밀(결국 장희빈과의 관련성 정도이겠지만)을 들추어내는 계기가 되어 장무열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면? 그래서 장희빈과 오태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면?

아무튼 지금으로선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장무열이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배를 타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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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