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2.28 정리해고 농성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by 파비 정부권 (7)
  2. 2009.09.20 치킨을 공짜로 주는 교회, 어떻게 생각하세요? by 파비 정부권 (24)
  3. 2009.06.23 장로대통령 닮은 장로장관의 막말 by 파비 정부권 (6)
  4. 2008.09.23 이명박요? 하나님이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깁니꺼? by 파비 정부권 (5)

웬 농성장에 크리스마스트리냐고요? 사실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황금연휴를 맞아 사방이 고요한 이곳에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나는 불빛이 있습니다. 바로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이 만들어 정문 앞에 달아놓은 ‘정리해고박살’이란 네온사인(네온사인도 아닌데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군요) 불빛이 그것입니다.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들에겐 크리스마스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 리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크리스마스는 이들에게 매우 불편한 날입니다. 남들은 가족들과 따뜻한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이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합니다. 예수의 탄생으로 온 세상이 은총을 받은 듯 환하지만, 이곳만큼은 어둡고 쓸쓸합니다.


올 크리스마스는 3일 동안의 황금연휴가 되다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저녁이면 지원 방문을 오던 지역 노동자(주로 노조간부들)의 숫자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들도 황금연휴를 함께 즐겨야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휴일도 없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농성장을 지켜야 하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마음은 더욱 차갑기만 합니다.


그래도 비록 회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물론,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말하지만, 그 경영상 이유란 게 대체 뭔지―쫓겨나 난장에서 떨며 밥을 먹고 대열을 지어 노래를 부르는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회사 정문 아스팔트 위에 술자리를 펼쳐놓고 술잔을 들며 어느 노동자가 말합니다.


“야~! 크리마스트리... 멋지네.”

“일마야, 크리스마스트리가 예 어디 있단 말이고?”

“저 안 있나.”

“오데.”

“저 정문 옆에 담에 안 만들어 놨나.”

“어? 그라고 보니 저거 진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이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나이 지긋한 노동자 한 분이 그럴 듯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저게 아마도 우리 눈에는 ‘정리해고박살’이라도, 남들이 지나가면서 보면 희미한 게 무슨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일기다.”


그 시간 이곳 밖에서는 주님의 은총을 찬미하는 노래가 성당과 예배당의 담장을 넘어 온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었겠지요. 또는 상남동과 창동의 번쩍거리는 거리를 왁자한 웃음들이 누비고 있었겠지요. 그러나 삭막한 이곳에서도 은총과 웃음은 역시 만들어지고 있었답니다. 그건 누구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쁨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정리해고자들이 회사정문 도로변에서 식사중이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님은 미리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일자리 창출보다 중요한 게 없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고 하는군요. 신년사란 게 보통 연초에 발표하는 게 보통일 테지만 이렇게 미리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하는 걸 보면 대개 똥줄이 탔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겠다고요?


그럼 이명박 대통령님, 아니 이명박 장로님, 여기 이곳 회사로부터 아무런 잘못도 없이 정리해고 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농성하는 현장으로 한번 와보세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세요. 정말 그렇게 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소망교회 목사님을 대신해 이명박 장로님은 진정 하나님의 종이라고 말씀드리지요.


교회에 가서 ‘나는 주님의 종’이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주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장로님은 대림그룹 회장님과 꽤 친하시다지요? 옛날에 같은 업계에서 함께 일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이런, 그런 장로님한테 되지도 않을 부탁을 했으니 저도 참 바보로군요. 가제는 게편이라는데.

그렇다고 제가 감히 장로 대통령님을 가제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는 얘기지. 통 가제가 아니라는 거 잘 알거든요. 어쨌든 당신이 믿는(다는) 주님이 사랑하는 그 ‘사람들’을 향해 칼부림만 하는 당신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룩하게 기도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는군요. 아, 정말 속이 불편하네요. 찬물이라도 마셔야할까 봐요.


아무튼 대림자동차 정리해고반대 농성장에는 아직도 크리스마스트리가 빛나고 있습니다. 이 빛이 지역 노동자들과 진보적 시민단체들과 정당들의 연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만약, 그리하여 정리해고를 철회시키지 못한다면 정리해고의 칼바람은 지역 노동사회로 확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짓을 보면 쌍용차에서 배운 경험을 이곳 창원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아닌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시범케이스가 확실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림자동차 경영진은 25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강제퇴직, 정리해고의 방식으로 길거리로 내몰아놓고도 자기들끼리 부서별 회식을 만들어 흥청망청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군요. 

세상 참 더럽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오늘밤 이곳에선 여전히 크리스마스트리가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우리 딸애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작년에 1학년에 갓 입학했을 때는 가끔 엄마를 대신해서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곤 했었는데요. 놀랍게도 저보다 먼저 아이를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답니다. 그분들은 학교 인근 교회에서 나온 신도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사탕이 잔뜩 들려있었고 이것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거 먹고 요 위에 ○○교회 보이지? 그리로 가렴. 그럼 과자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준단다. 자, 어서 빨리…"


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느님을 사탕 하나에 팔 수 있지? 사탕 얻어먹고 교회에 나오는 아이를 보고 예수님이 기뻐할까? 자기를 사탕에 팔았다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학교 교문 안에까지 들어와서 사탕을 나눠주며 자기 교회 홍보에 열심인 그들을 나무라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는 딸의 손을 잡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오는 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왠지 딸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글쎄 제가 왜 미안하고 부끄러웠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저는 학교 안에까지 들어와 사탕을 나눠주는 그분들이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딸애가 더 희한한 걸 들고 왔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을 보십시오. 여러분은 이게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처음에 통닭집에서 광고용으로 돌린 홍보전단으로 생각했습니다. 명함과 같은 두께에 명함의 세 배 정도 되는 크기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제작비용이 만만지 않아 보이는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군요.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치킨 쿠폰 5장을 친구들과 함께 가져오면 원하는 치킨을 한 마리 드립니다.

I ♡ Jeasus! 너를 초대할께~
○○교회 유초등부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빅 이벤트 소개도 있었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저도 가끔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앞에서 커피를 나눠주는 그분들을 가끔 만난답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일회용 물티슈 등도 공짜로 나눠주는 그분들은 늘 웃는 얼굴로 "우리 교회 나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지만 역시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장난기가 발동한 제가 그분들에게 이런 타박을 준 일도 있습니다.

"이런 거 나눠준다고 사람들이 교회 다니겠어요? 그러지 마시고 이명박 장로나 회개 하라고 하시는 게 훨씬 선교에 도움이 될 텐데요. 여러분들 아무리 고생하셔도 이 장로님 헛발질 때문에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 듣는 건 어쩔 수 없다니까요."

가끔 허락도 없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든지, 대한민국의 절간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기도한다든지 하는 사람들 때문에 교회에 대한 썩 좋지 않은 감정으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변함없이 도서관 앞에서 선교운동을 하는 그분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하고 감탄을 하곤 했답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요? 아무리 선교운동도 좋지만 아이들에게까지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치킨 쿠폰 5장을 친구들과 함께 가져오면 원하는 치킨을 한 마리 드립니다." 이 말은 5명을 모아서 오라는 말이로군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벌써부터 얄팍한 상술을 가르치는게 과연 신의 뜻인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환경부장관은 뭐하는 사람일까요? 글쎄요, 글자만 봐서는 환경을 뭐 어떻게 하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환경을 보존하자는 부서의 장관인지 환경을 개발해서 잘 활용하자는 부서의 장관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확실한 건 환경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부서의 장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의미가 애매한 정부부처는 환경부 외에도 노동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노동부장관이라 하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부서의 장관인지, 노동자들을 잘 활용해서 자본가들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보탬이 되도록하자는 부서의 장관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부장관과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건설부장관(국토해양부) 같은 환경부장관
그런데 어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매우 부적절한 장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군요.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하나님 사랑 나라사랑 자연사랑 기도회 및 특강’에서 4대강 정비사업 반대론자들에게 막말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MB정부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왜 믿지 않느냐며 무지는 폭력이라고 신랄하게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처구니없는 비유를 하나 들었군요. “무지한 반대론자들이 초등학교 과학선생처럼 따져 묻는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4대강 정비사업에 토를 다는 무지한(!) 반대론자들을 초등학교 과학교사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만의 장관의 눈에는 초등학교 과학교사들은 따져 묻기를 좋아하는 무지한(!) 부류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작년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진주에서 여교사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1등신부감은 예쁜 여자선생님, 2등신부감은 못생긴 여자선생님, 3등신부감은 이혼한 여자선생님, 4등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고 했던가요? 나중에 문제가 되자 교사들이 우수하다는 뜻이었지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었지요.


"무지한 대운하 반대론자들이 초등학교 과학선생처럼 따져 묻는다" 
글쎄요. 이번엔 초등학교 과학 선생님들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된다면 이번에도 교사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고 어디까지나 초등학교 과학교사들이 우수하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할지, 아니면 “그래, 제발 무식한 초등학교 과학선생들처럼 따져 묻지 말라는 그런 말이었어!” 하고 솔직하게 나올지 궁금해지는군요.


그러나 어떻든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이만의 환경부장관에게 4대강 살리기의 폐해나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마이동풍 이상으로 부질없는 짓인 줄은 잘 알겠지만, 그러나 제발 장관쯤 되는 사람이 함부로 막말 좀 그만하라고 충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도 부질없는 짓이 분명하겠지만 말입니다.


나경원 의원이나 이만의 장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도대체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걸 배웠을 리가 없지요. 뭐 그냥 말실수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실수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뼛속까지 뿌리 깊게 박힌 오만한 우월주의가 아니면 선생님들을 그런 식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운하는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회복하는 일"
<하나님 사랑 나라사랑 자연사랑 기도회 및 특강>에 함께 참여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여러분의 도움으로 10년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장로 대통령을 세울 수 있었다”며 “녹색성장은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치켜세웠군요. 박진 의원도 이 자리에서 “4대강 살리기는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업”이라며 녹색성장을 칭송했다는데요.
 

우측 두번째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기사/사진 = 오마이뉴스


참, 사람들 하는 짓을 보아서는 누가 무식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건 무식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광신도들 수준 아닙니까? 이명박이가 하는 일은 모두 하나님의 진리라고 부르대는 꼴들이라니…. 대운하 사업예산 15조보다 훨씬 상회하는 22조원을 들여 뭘 살리겠다는 것인지 그 저의가 빤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게 다 돈 때문 아닐까요? 이명박은 건설회사 회장 출신입니다. 그에게 건설회사들은 가족이겠죠. 그는 이미 대통령이 될 때부터 대운하든, 4대강 살리기든, 또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4대강을 파헤쳐 공사를 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이를 건설사 출신 특유의 불도저 기질로 끝까지 관철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똑똑하신 장로면 마음대로 막말 해도 되나
오로지 공사와 돈, 그게 최종 목적지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만의 장관. 대운하를 반대하는 국민들과 과학교사들에게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막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네 장로 대통령은 “마사지 걸은 못생긴 여자가 더 좋다. 못 생긴 대신 그만큼 서비스를 잘 한다”며 막말을 하시더니…
 똑똑한 장로님들은 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아 그러고 보니 장관님도 장로님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ㅠㅠ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게 있어 도서관에 들렀다 나오는데 입구에서 아주머니들이 차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면서 일부러 쫓아와서 한 잔 하라며 건넨다. 시원한 생강차다. 그러지 않아도 도서관 1층에 있던 문화전시장이 폐쇄되고 거기에 마산시보건소장과 직원들 사무소가 들어오고 북적거려 짜증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차를 마시려니 아주머니 한 분이 팸플릿과 물티슈를 나누어주며 말을 건넨다.

“교회 안 다니시면 우리 교회 한 번 나와 보세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내가 잽싸게 말을 끊었다.

“아주머니. 수고 많으신데요. 이런데 나와서 이러실 게 아니라 이명박이나 정신 차리도록 기도 하이소. 요즘 이명박이 땜에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 듣는 거 모릅니꺼?”

“하나님이 사람을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낍니꺼?”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거들었다.

“아지매들 선교운동 한다고 이래 고생해봤자 뭐 합니까? 높은데서 헛지랄 한 번 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인데. 아지매들 고생한 거 이명박 쇼 한 번 하고 나면, 천만 명이 개독교라고 욕하는 걸로 돌아온다 이말 아닙니까.”

“그러니 교회에 돌아가셔서 제발 이명박이 정신 좀 차리라고 하나님께 기도 올리는 게 훨씬 선교에 보탬이 될 겁니다.”

타박을 줘놓고도 돌아서려니 미안했다. 생강차까지 한 잔 얻어먹고 할 소리가 아닌 듯싶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이게 다 대통령 잘 못 만난 탓이다. 사람 하나 잘못 뽑아놓으니 나라가 온통 난리법석이 아니냐 말이다.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들이 누구를 대통령으로 찍었는지는 정녕 알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개신교 신도들이니 당연히 자기네 장로를 찍지 않았을까 하는 야속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속 좁은 인간이다. 차나 한 잔 얻어먹고 말 일이지 무엇 하러 선교에 열심인 기독교 신도들 앞에서 이명박 타령은 늘어놓았을까?

지난 대선 때 일이 생각났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늦도록 집에서 뒹굴다가 투표 마감시간이 다돼서 아내와 함께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그리고 바로 집에 올라와 TV를 켜니 이명박이 당선됐단다. 금방 투표하고 왔는데 이명박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니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

“에이, 소주나 한 잔 해야지.”

슈퍼에 가려는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아는 선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야, 부권아. 너 지금 좀 나와라.”

“형님. 왜 그러십니까?”

“야, 잔말 말고 나오라면 나와 임마.”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마침 잘됐다 싶어 옷을 주워 입고 택시를 탔다.

“야, 나 집 나왔다.”

엥?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도대체 형님이 나이가 몇인데 가출이라니….

“아 씨 오늘 선거일인데도 우리는 공장에 출근해서 일하고 왔잖아. 공휴일이라도 무급이니까. 그런데 아 이거 젠장…, 마누라가 장모님 손잡고 투표장에 가서 이명박이 찍고 왔다고 밥상머리에서 떠들잖어. 아 그래서 열 받아서 확 엎어버리고 나와 버렸어.”

이 선배의 부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당시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노골적인 이명박 장로의 당선을 기원하는 기도와 설교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였던 터라 안 봐도 뻔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엄연히 종교의 자유도 정치의 자유도 보호받는 나라다.

“형님, 그렇다고 그러시면 됩니까? 형수님 의견도 존중하셔야 되는 거지요.”

“야 물론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렇게 피똥 싸고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무슨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다 안다. 지들 기독교 장로라니까 무조건 찍어주는 거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찍었으면 찍었지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그 형님은 나와 함께 이틀을 여관에서 자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또다시 열심히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싸움은 원래 물 베기라고도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대통령 일을 가지고 오래 간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리고 이번 여름에 그 형님과 우리 가족이 함께 남해안 해수욕장에 1박으로 피서를 다녀왔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이들 여섯 명은 이명박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시끄럽기는 했지만 노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정말 신기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땐 어디 감히 대통령 함자를 함부로 부를 수 있었던가. 반드시 각하를 뒤에 붙여야 했음은 물론이다. 만약 그리하지 아니하다 발각되면 바로 영창 간다고 했다.

그련데 나는 영창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형수님이 무서워서 안절부절 했다. 그러나 막상 형수님은 앞자리에서 눈을 꼭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그 형수님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야 이놈들아. 니들 자꾸 그러면 혼난다. 집에 가서 회초리 맞을 준비들 해라. 어디 감히... 대통령님은 나라의 아버지 같으신 분인데. 어떻게 아버지한테 그런 되지도 않는 쌍소리를 한단 말이냐.”

일순 아이들이 잠잠해졌다. 그러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조용히 말했다.

“에이~ 아버지는 아니지.”

조용하던 아이들은 다시 힘을 얻어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 사람은 평화를 위해 나름 무척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형수님께선 촛불 때문에 의기가 소침해진 탓도 있을 터이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이글을 쓰면서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아까 생강차를 나누어주던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 말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그래 지어놓으신 걸 우짤낍니꺼?”

도대체 그 지어놓은 사람이란 것이 보통명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이란 고유명사를 말하는 것인지, 또 그렇게 지어놓았다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인지, 잘 만들었다는 것인지 못 만들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왜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장애인 복지예산 삭감에 항의해 한나라당 안홍준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삭발농성하는 장애인들.
             플랑카드 위쪽에 "독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란 구호가 적혀있다. 독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만 먼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복지와 인권부터 지켜주는 게 순서 아닐까? 내가 보기엔 독도
             지킨다는 말도 헛말로 들린다. 제 국민 하나 못 지키면서 무슨... 
             <자료사진;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9월 22일자 관련기사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은 우리 목숨">

뉴스를 보니 온통 정부가 세금을 깎아준다는 기사 천지다. 무엇이든 깎아준다면 좋은 일일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국민들은 불안과 불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부자들에겐 돈을 벌고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고충을 충분히 헤아려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깎아주고 가까운 시일 내에 아예 폐지해 버리겠단다. 18만 가구가 혜택을 본단다. 그바람에 2조 23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단다. 덕분에 지방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걱정들이 대단하다.  

그래서 대신 부족한 세금을 서민들의 재산세율을 올려 보충하겠단다. 아울러 복지예산은 대폭 축소해 불필요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단다. 그 첫 신호탄으로 장애인 활동보조인 예산을 팍 깎아버렸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도 장애인을 가장 먼저 보살피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독실한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가난한 자와 장애인들 살아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게 되었으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하느님 도대체 이일을 우짜실 깁니꺼?”

2008. 9. 23 추분,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