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실태조사'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3.06.10 여영국 "홀에 작업복이 없잖아예!" by 파비 정부권
  2. 2013.06.07 여영국, "권리금 강탈하는 '갑'" by 파비 정부권
  3. 2013.06.07 여영국, "권리금마저 강탈하는 '갑'의 횡포" by 파비 정부권
  4. 2013.06.05 여영국, "작년은 가을이었다!" by 파비 정부권
  5. 2013.05.13 여영국의원이 말하는 "사장님 먹고살만 합니까?" by 파비 정부권 (1)
  6. 2013.04.16 여영국의원, 자영업실태조사 거 해서 뭐하는교? by 파비 정부권 (1)

우리가 설문지로 “자영업이 전반적으로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가장 큰 원인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역시 가장 많은 응답자(72.3%)가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액 급감”을 들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면접 인터뷰에 응해준 자영업자들은 그 시기를 2010년으로 꼽았는데 거의 일치했다-경기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는데 2010년보다 2011년이, 그리고 2011년보다 2012년이 더 좋지 않았다. 2012년에는 매출이 거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져서 ‘급전직하’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매출 규모를 보면 그 실감이란 것은 더욱 적나라해지는데 한 달 매출이 천만 원이 안 된다는 자영업자가 51%에 달했다. 그 중에서 월 매출이 500만원이 안 된다는 경우는 30%였다.

갈수록 나빠져 … 2012년엔 매출이 삼분의 일 수준 급전직하

실로 믿기지 않는 결과였지만 그래도 이번에 조사한 지역은 창원에서도 사정이 가장 좋은 곳에 속했다. 마산의 어느 아파트단지에서 치킨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잘 아는 분은 보통 하루에 7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10만원이 넘어가는 날은 큰 횡재를 한 기분”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선 묘한 슬픈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도 그녀의 가게 좌우로 치킨호프가 두 개나 더 생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왜 다들 죽는 장사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긴 나도 뭐 아파트단지가 이 정도 되니까 이 정도 장사는 되겠지 하는 기대로 들어왔으니까. 그렇지만 장사를 해보면 꿈 깨는 거지요. 어떤 날은 온종일 파리만 날리는 날도 많아요. 아니 파리도 손님 없다고 안 온다니까. 하하.”

그녀는 15년 전에도 장사를 했지만 하루에 십만 원은 너끈히 팔았는데 지금은 십만 원 팔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다면서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그때 돈 십만 원과 지금 돈 십만 원이 같으냐는 것이다.

부부가 하루 열 두 시간 일해도 최저임금 안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들 죽는 소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매출이 1억 넘는다는 자영업자도 2% 있었다. 매출과 별도로 월 평균 순이익을 묻는 질문에서도 한 달에 2천만 원 가량 번다는 응답이 비슷한 수치로 나왔다. 그러나 비율적으로 이 수치는 크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못된다.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문제는 월 평균소득이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자영업자들이다. 23%가 그랬다. 29%는 100만원 내지 200만원의 월평균소득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두 개의 통계를 병렬시켜보면 51%의 자영업자가 월 평균매출이 천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53%의 자영업자가 200만원 미만의 월 평균소득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 2013 창원 자영업 실태와 대책 자료집 중

우리가 방문한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방금 점심을 먹고 온 국수집도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다. 부인은 국수를 끓이고 남편은 국수를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고 탁자를 닦는다. 한 그릇에 4천원이다-거의 매일 쉬지 않고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하는 그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올 법정최저임금은 4860원이다)으로 따져도 거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홀에 작업복이 없잖아예. 양복입은 사람들 와봐야 소용없어예"

자, 그러면 왜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선 앞에서 답을 내렸다. 경기침체로 매출액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상남동상업지역에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씨의 부인-이들도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한 명의 시간제 알바를 두고 있다-은 이렇게 말한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예. 보이소. 홀에 작업복이 없잖아예. 양복 입은 사람들 와봐야 소용없어예. 작업복 부대가 많이 와야지예. 그래야 안정적으로 장사가 되는 기라예.”

그녀의 말을 뒤집어보면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은 곧 직장인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말이고 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다.

자, 여기서 잠깐 이 글의 1편으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렇다, 구조조정의 파고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소비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직장에서 퇴출된(혹은 퇴직한) 노동자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골목사장이 되어 경쟁자로 변신한 것이다.

어떻든 최소한 내가 실태조사를 한 지역에서 자영업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급감이었으며 작업복 부대(노동자들)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손○○씨처럼 먹는 장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리가 조사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모두가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업종은 ‘유흥업’과 ‘의류업’이었다.

'먹는 장사'는 양반, 유흥업/의류업 손님 80~90% 줄어

다른 업종들이 평균적으로 전년도에 비해 고객이 줄었다는 응답이 60~70%인데 비해 유흥업은 95%, 의류업은 82%가 고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당장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유흥업은 37%, 의류업은 23%나 됐다. 일반음식업은 13%였다.

아마도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제일 먼저 이 두 개의 업종이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불요불급한 소비는 자제한다는 것. 여담이지만 그럼에도 숙박업(모텔)이 경기불황기에 도리어 영업이 잘 된다는 보고는 매우 의외였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숙박업, 학원업, 병의원, 고급룸살롱 등은 제외하고 생계형 자영업을 위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물론 최근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애 학원은 안 끊는다!”던 신화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역시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서 커다란 의문이 하나 생겼다. 매출액이 이토록 급감하고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23%-부부 둘이서 운영하면 1인당 5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라!-나 되는데도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솟는다는 것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임대료… 권리금과 임대료의 물고 물리는 생태계

내가 이글의 2편에서 35평짜리 1층 매장 임대료(월세)가 850만원 한다는 가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체 그 자영업자는 어떤 배짱으로 한 달 월세를 850씩이나 주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일까?

하지만 오늘 내가 잘 아는 어느 공인중개사와의 대화를 통해 의문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도 턱없이 비싼 거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왜 들어가느냐? 새 건물이니까 그렇죠. 새 건물이니까 일단 권리금이 없잖아요. 이 동네에서 그 장소에 그 규모에 그 업종으로 장사하려면 적어도 권리금을 1억5천, 2억 줘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임차인 입장에서는 권리금 대신 비싼 임대료 주고 들어간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고 적당한 기회 봐서 권리금 받고 팔아넘기면 비싼 월세 준 거는 충분히 뽑을 수 있다, 이런 계산이겠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가 알아듣기 쉽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여기 상업지구에 1층 매매가가 천오백에서 4천까지 한단 말이에요. 2층은 5백에서 8백, 3층부터는 4백에서 6백, 스카이라운지는 5백에서 6백, 이런 식으로. 임대료는 대충 매매가의 60% 내외 선에서 결정돼요. 그러면 보세요. 제일 비싼 4천짜리라 하더라도 2천4백이죠. 그럼 35평이라 치면 8억4천이죠. 보증금 1억 내면 나머지 7억4천이 월세가 되는 건데, 환산하면 740만원이에요. 850만원이면 비싼 거죠. 게다가 거기는 최고 좋은 자리도 아니고 B급인데. 각지도 아니고.”

아하, 권리금과 임대료의 물고물리는 생태계가 이제 약간은 이해될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생태계란 것은 강자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갑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일 뿐이다.

실태조사 초기에 해물찜 식당을 운영하는 여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내가 장사를 하는데 건물주들이 계를 하는 거예요. 우리 가게에 온 거지.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야, 절대로 임대료는 얼마 이하로 하면 안 된다.’ 뭐 자기들끼리 담합하는 거지. 그 사람들끼리도 서로 정보 공유해요. 권리금 털어먹기 그것도 마찬가지야. 야, 저 집에는 어떻게 해먹었다더라, 그러면 야, 나도 해봐야겠다, 당장 그렇게 되는 거지 뭐. 인간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에요?”

경기침체에 비싼 임대료 상납, 마지막엔 권리금마저 강탈 당하고

그랬다.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경기침체다. 그리고 작업복 부대의 이탈이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자영업자들은 판로(31%)와 더불어 비싼 임대료(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영업자들은 1차로 경기침체로 인한 판로의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2차로 쥐꼬리만큼 번 돈을 다시 건물주들에게 비싼 임대료로 상납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권리금마저 강탈당하는 자영업자마저 생긴다. 이것이 오늘날 자영업자들의 운명이다.

우리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조사지역의 월평균매출액은 1638만원인데 비해 임대료(월세)는 778만원에 달했다. 평균순이익은 299만원. 매출액을 발생시키기 위한 매출 원가의 절반 이상이 임대료로 나간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므로 개별 자영업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액임대료를 내는 자영업자 상위 15%를 뺀 나머지를 평균했더니 월 평균임대료는 133만원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월평균매출액도 대폭 떨어질 것이므로 효과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버킹검이 아니라 임대료였다. 허나 어쩌랴. 탐욕이 가득한 상식을 뛰어넘는 임대료가 지뢰처럼 버글거리지만 거기 가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없다. 그리하여 오늘도 다리가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창업자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한다. 이건 무슨 해병대 정신도 아니고, 실로 참담하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자. 우리가 실태조사를 위해 캠프를 상남동상업지역에다 차렸는데, 그 사무실 바로 옆에 우리 팀이 즐겨 모이던 멸치쌉밥집이 있었다. 거기서 멸치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여독을 풀곤 했었는데, 실태조사가 진행되던 중에 그 집이 사라졌다.

어느 날 문득 보았더니 멸치횟집은 사라지고 국수집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집도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내놓았다는데 잘 안 나가는 모양이다. 하긴 이런 일쯤이야 병가지상사가 아니고 상가지상사다.

▲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 포럼에서 발언하는 여영국 의원

<추신> 오늘 3회로 이야기를 끝내려 했으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글의 편성도 영 어설프다. 준비 없이 쓴 탓이다. 여하튼,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기로 한다.

사실 이 글도 진주의료원 사태 등 숨가쁜 도의회 일정에 잠시 짬을 내 쓸 수 있었던 글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자영업실태조사 종합보고서도 만들어야 하고, 그걸 토대로 의정보고회도 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를 대중화하기 위해 르뽀 형식의 책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회만 더 쓰기로 한다. 3회에 걸쳐 쓴 글에 대한 종합이라고 해도 좋고, 후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엊그제 5월 21일, 사단법인 경남고용포럼과 함께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실태조사 보고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이야기다. 아무쪼록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을 바란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한없는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은 노동자들의 다른 얼굴이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스스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다름 아니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여영국 경남도의원(진보신당)이 5월 21일 도의회에서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여 경남 창원지역의 자영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과정에서 여의원이 만났던 자영업자들의 사연과 현실, 고민을 ‘자영업 실태조사기’라는 이름으로 4차례 게재합니다. 이 기획기사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기획기사이며 <레디앙>과의 협의하에 여영국 의원의 연재글을 이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파비>

☞ 레디앙기사 바로가기 

지난 겨울은 지독히도 추웠다. 설사가상으로 창원에는 거의 10여년 만에 폭설까지 내렸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내가 창원에 온 게 1983년 봄이 오기 전이었으니 그 이후로는 처음이었을 거다.

몇 년 만에 내린 폭설에 온 시가지가 하얗게 점령 당해 거의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시내버스들은 10km 이하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었으며 승용차는 물론이고 택시들도 아예 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리는 텅텅 비었다. 한때 세상을 마비시켰던 눈덩이들이 그 이후로도 동네어귀나 아파트의 후미진 그늘에서 열흘 가까이 녹지 않고 버텼으니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던가.

그 겨울에 나는 마음마저 동토의 호수처럼 꽝꽝 얼어붙었을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두툼한 목도리를 두르고 검은 장갑 낀 손으로 왼쪽 옆구리에서 설문지 한 장을 꺼내 들이미는 나를 보며 말했다.

▲ 어느 식당이 철거되는 모습. 옆의 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고, 수고 많습니더. 그래야지예. 이런 거 진작 했어야지예. 그렇지만 우린 이미 늦었습니다. 다음 주면 문 닫고 나갑니다. 우리 쫓겨난다 아입니꺼.”

그녀는 ○○○○○라는 이름의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녀는 말했다.

"아이고 수고 많습니더, 근데 우린 쫓겨납니더"

“내가 여기 장사한 지 l0년쨉니다. 들어올 때 권리금 1억 주고 들어왔지예. 그때 1억이면 큰돈이었습니더. 그런데 나가라카는 깁니더. 우리는 장사 더 하고 싶은데, 그냥 나가라카이 참 돌겠네요. 우리만 그런 기 아이고 우에 집도 나가라카는데, 저 집은 더 억울하지예. 젊은 여자들이 이자 장사한 지 4년밖에 안됐는데, 거도 권리금 1억 넘게 줬을 건데. 우리보다 평수도 두배나 넓고 하이.”

결국 그녀는 얼마 안 있어 문을 닫았다. 그녀의 남편과 함께 직원 한명을 고용해 10여년 가까이 장사를 했지만 나올 때는 이사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어느 찻집에서 다시 만난 그녀가 말했다.

“주인이 그러는 거라. 원상복구할라믄 돈도 많이 드는데 고마 집기 저런 거는 내가 팔아서 할게. 그래 우리 남편도 그러는 거라. 고마 다 주삐라. 욕심부리지 말고 다 주고 나가자. 그렇지만 그게 되나. 너무 억울해서 내가 철거하는 사람을 만났지. 계산을 뽑아보니까 답이 안 나오는 거라. 바닥이 온돌인데 이거 다 걷어내고 합판이며 벽돌 뜯고 하면 1톤 트럭이 열 몇대는 와야 된다카데. 그래 고마 다 하이소 카고 나와뿌다 아이가. 지돈 10만원은 아까버서 벌벌 떠는 사람이 남의 돈 1억은 어찌 그렇게 하는지.”


연산홍이 도시를 붉게 물들이던 4월 중순, 그녀는 세무서를 찾았다. 너무 억울했던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놔두어서는 다음 사람이 또 다음 사람이 당할 거라는 생각에 세무서에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정의를 세워야지. 바꿔야 되는 기라. 이기 하나의 풍조가 되면 사회에 악이 그득히 차고 문란해지는 기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권리금도 내놔라 할 처지도 안 되니깐. 그냥 장사만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될 긴데 말이다. 할 거는 없고 내가 매달 월세 250만원씩 냈는데 세무서에는 아마 80만원만 낸 걸로 돼있을 거라. 엊그제 아는 이에게서 전화도 왔어요. 당신이 신고 안하면 당신도 같은 범죄자라고 하면서, 빨리 해라 하는 기라.”

그녀는 동병상련의 2층 삼겹살집 젊은 여사장도 설득해서 함께 세무서에 가서 탈세혐의로 건물주를 고발했다.

그 이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녀들이 쫓겨난 건물은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변 부동산업소의 말을 들어 보니 대형 체인점이 들어올 거라고들 말한다.

"갑이 나가라 하면 을은 나갈 수밖에"

이런 일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상남동 지역에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쫓아내고 새 임차인을 들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허, 저 집 또 쫓겨나는구먼!” 할 정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어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상남동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옛 동지요 형제와도 같은 선배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저도 곧 나가야 된다. 쫓겨나는 거지.” 그 집은 상남동에서도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일식형 횟집이었다.

나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내부 시설도 시설이지만 규모가 으리으리한 게 보통이 아니었었다. 옆에서 거드는 친구의 말이 가슴시리도록 아프게 다가왔다. “갑이 나가라 그러면 힘이 있나? 을이 나가야지. 할 거라곤 전에 그 할매처럼 꼬장 부리는 거밖에 없어.”

자,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권리금과 높은 임대료에 있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수단으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쫓아내고) 새로 임차인을 들이는 수법을 쓰는 것은 어쩌면 고전적인 방법이다.

새로 생긴 옆 건물에선 한 달 월세가 850만원인데 나는 300만원밖에 못 받고 있다 생각하면—이건 실제상황이다. 나도 잘 아는 그분이 왜 850씩이나 월세를 주고 장사를 하는지 그걸 이해 못한다. 목도 그리 썩 좋은 것도 아니고 1층이라지만 평수도 35평 남짓이다—아무리 돈이 많은 건물주라도 억울하게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임차인 내쫓고 새 임차인한테 권리금 뜯고

그런데 더 쇼킹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건물주들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예를 든 횟집과 삼겹살집도 그런 예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였다. 내 선거구인 대방동의 아파트단지에 사는 한 자영업자는 감자탕 식당을 시작하면서 권리금을 1억4천만 원을 주었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2년 만에 몽땅 날렸다.

그런데 이이는 지난 1월에 만났을 때만 해도 권리금은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왜냐하면 권리금을 건네준 이가 바로 건물주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예의 횟집과 삼겹살집 사장님들을 만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을 만나게 되면서 문제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고 그에게 연락해서 술을 한잔 하자고 했다. 어렵게 나타난 그는 한껏 풀이 죽어있었다.

“다 날렸습니다. 한 푼도 못 준다 카데예. 이사비라도 좀 주라 했더니 그것도 안 준다 그러고. 따지니까 바로 명도소송장 날라오는데, 계산 바로 나오데예. 그래서 마 내가 돈 들여서 장만한 집기며 뭐며 다 놓고 나왔다 아입니까. 그거 철거하려면 돈이 더 드니께. 허허.”

근 20년 가까이 직장생활하며 알뜰히 모았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건만 그는 허허 웃으며 “다시 벌면 되지요”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그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부산 인근 어느 신도시의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공고 출신인 그의 친구들이 인근 공단에서 자그마한 공장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다시금 보란 듯이 일어설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장전문 부동산을 해보겠다는 건데, 그의 재기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여영국 경남도의원(진보신당)이 5월 21일 도의회에서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여 경남 창원지역의 자영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과정에서 여의원이 만났던 자영업자들의 사연과 현실, 고민을 ‘자영업 실태조사기’라는 이름으로 4차례 게재합니다. 이 기획기사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기획기사이며 <레디앙>과의 협의하에 여영국 의원의 연재글을 이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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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지독히도 추웠다. 설사가상으로 창원에는 거의 10여년 만에 폭설까지 내렸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내가 창원에 온 게 1983년 봄이 오기 전이었으니 그 이후로는 처음이었을 거다.

몇 년 만에 내린 폭설에 온 시가지가 하얗게 점령 당해 거의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시내버스들은 10km 이하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었으며 승용차는 물론이고 택시들도 아예 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리는 텅텅 비었다. 한때 세상을 마비시켰던 눈덩이들이 그 이후로도 동네어귀나 아파트의 후미진 그늘에서 열흘 가까이 녹지 않고 버텼으니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던가.

그 겨울에 나는 마음마저 동토의 호수처럼 꽝꽝 얼어붙었을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두툼한 목도리를 두르고 검은 장갑 낀 손으로 왼쪽 옆구리에서 설문지 한 장을 꺼내 들이미는 나를 보며 말했다.

▲ 어느 식당이 철거되는 모습. 옆의 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고, 수고 많습니더. 그래야지예. 이런 거 진작 했어야지예. 그렇지만 우린 이미 늦었습니다. 다음 주면 문 닫고 나갑니다. 우리 쫓겨난다 아입니꺼.”

그녀는 ○○○○○라는 이름의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녀는 말했다.

"아이고 수고 많습니더, 근데 우린 쫓겨납니더"

“내가 여기 장사한 지 l0년쨉니다. 들어올 때 권리금 1억 주고 들어왔지예. 그때 1억이면 큰돈이었습니더. 그런데 나가라카는 깁니더. 우리는 장사 더 하고 싶은데, 그냥 나가라카이 참 돌겠네요. 우리만 그런 기 아이고 우에 집도 나가라카는데, 저 집은 더 억울하지예. 젊은 여자들이 이자 장사한 지 4년밖에 안됐는데, 거도 권리금 1억 넘게 줬을 건데. 우리보다 평수도 두배나 넓고 하이.”

결국 그녀는 얼마 안 있어 문을 닫았다. 그녀의 남편과 함께 직원 한명을 고용해 10여년 가까이 장사를 했지만 나올 때는 이사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어느 찻집에서 다시 만난 그녀가 말했다.

“주인이 그러는 거라. 원상복구할라믄 돈도 많이 드는데 고마 집기 저런 거는 내가 팔아서 할게. 그래 우리 남편도 그러는 거라. 고마 다 주삐라. 욕심부리지 말고 다 주고 나가자. 그렇지만 그게 되나. 너무 억울해서 내가 철거하는 사람을 만났지. 계산을 뽑아보니까 답이 안 나오는 거라. 바닥이 온돌인데 이거 다 걷어내고 합판이며 벽돌 뜯고 하면 1톤 트럭이 열 몇대는 와야 된다카데. 그래 고마 다 하이소 카고 나와뿌다 아이가. 지돈 10만원은 아까버서 벌벌 떠는 사람이 남의 돈 1억은 어찌 그렇게 하는지.”


연산홍이 도시를 붉게 물들이던 4월 중순, 그녀는 세무서를 찾았다. 너무 억울했던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놔두어서는 다음 사람이 또 다음 사람이 당할 거라는 생각에 세무서에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정의를 세워야지. 바꿔야 되는 기라. 이기 하나의 풍조가 되면 사회에 악이 그득히 차고 문란해지는 기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권리금도 내놔라 할 처지도 안 되니깐. 그냥 장사만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될 긴데 말이다. 할 거는 없고 내가 매달 월세 250만원씩 냈는데 세무서에는 아마 80만원만 낸 걸로 돼있을 거라. 엊그제 아는 이에게서 전화도 왔어요. 당신이 신고 안하면 당신도 같은 범죄자라고 하면서, 빨리 해라 하는 기라.”

그녀는 동병상련의 2층 삼겹살집 젊은 여사장도 설득해서 함께 세무서에 가서 탈세혐의로 건물주를 고발했다.

그 이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녀들이 쫓겨난 건물은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변 부동산업소의 말을 들어 보니 대형 체인점이 들어올 거라고들 말한다.

"갑이 나가라 하면 을은 나갈 수밖에"

이런 일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상남동 지역에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쫓아내고 새 임차인을 들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허, 저 집 또 쫓겨나는구먼!” 할 정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어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상남동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옛 동지요 형제와도 같은 선배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저도 곧 나가야 된다. 쫓겨나는 거지.” 그 집은 상남동에서도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일식형 횟집이었다.

나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내부 시설도 시설이지만 규모가 으리으리한 게 보통이 아니었었다. 옆에서 거드는 친구의 말이 가슴시리도록 아프게 다가왔다. “갑이 나가라 그러면 힘이 있나? 을이 나가야지. 할 거라곤 전에 그 할매처럼 꼬장 부리는 거밖에 없어.”

자,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권리금과 높은 임대료에 있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수단으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쫓아내고) 새로 임차인을 들이는 수법을 쓰는 것은 어쩌면 고전적인 방법이다.

새로 생긴 옆 건물에선 한 달 월세가 850만원인데 나는 300만원밖에 못 받고 있다 생각하면—이건 실제상황이다. 나도 잘 아는 그분이 왜 850씩이나 월세를 주고 장사를 하는지 그걸 이해 못한다. 목도 그리 썩 좋은 것도 아니고 1층이라지만 평수도 35평 남짓이다—아무리 돈이 많은 건물주라도 억울하게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임차인 내쫓고 새 임차인한테 권리금 뜯고

그런데 더 쇼킹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건물주들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예를 든 횟집과 삼겹살집도 그런 예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였다. 내 선거구인 대방동의 아파트단지에 사는 한 자영업자는 감자탕 식당을 시작하면서 권리금을 1억4천만 원을 주었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2년 만에 몽땅 날렸다.

그런데 이이는 지난 1월에 만났을 때만 해도 권리금은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왜냐하면 권리금을 건네준 이가 바로 건물주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예의 횟집과 삼겹살집 사장님들을 만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을 만나게 되면서 문제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고 그에게 연락해서 술을 한잔 하자고 했다. 어렵게 나타난 그는 한껏 풀이 죽어있었다.

“다 날렸습니다. 한 푼도 못 준다 카데예. 이사비라도 좀 주라 했더니 그것도 안 준다 그러고. 따지니까 바로 명도소송장 날라오는데, 계산 바로 나오데예. 그래서 마 내가 돈 들여서 장만한 집기며 뭐며 다 놓고 나왔다 아입니까. 그거 철거하려면 돈이 더 드니께. 허허.”

근 20년 가까이 직장생활하며 알뜰히 모았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건만 그는 허허 웃으며 “다시 벌면 되지요”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그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부산 인근 어느 신도시의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공고 출신인 그의 친구들이 인근 공단에서 자그마한 공장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다시금 보란 듯이 일어설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장전문 부동산을 해보겠다는 건데, 그의 재기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여영국 경남도의원(진보신당)이 5월 21일 도의회에서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여 경남 창원지역의 자영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과정에서 여의원이 만났던 자영업자들의 사연과 현실, 고민을 ‘자영업 실태조사기’라는 이름으로 4차례 게재합니다. 이 기획기사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기획기사이며 <레디앙>과의 협의하에 여영국 의원의 연재글을 이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파비>

☞ 레디앙 기사 바로가기  

“작년이 가을이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문학적인 표현이 소고기국밥이며 선지국밥을 마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내게 늘 “동상, 동상이 없으면 이 창원이 어찌 되겄노? 동상 없으면 이 동네 망해도 벌써 망했을 기다” 하며 어깨를 툭툭 치는 그녀가 환갑을 넘긴 지가 어언 언제인지 가물거리니 말 그대로 할머니다. 그러나 그녀는 직원을 두 명이나 거느린 어엿한 자영업자였다(두 명의 직원 중 한명은 남편이지만).

나는 처음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작년이 가을이라니. 이 할마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람?’ 그러나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분노가 가슴에 찬만큼 말도 많은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던 것이다.

“동상, 이자 상남시장은 다 죽은 기라. 작년은 가을이라.”

그렇구나. 작년은 가을이었구나. 바야흐로 쌩쌩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이 닥치고 보니 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는 작년은 그저 가을이었구나. 자영업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가게를 방문한 나에게 할머니 같은 그 누님은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쩌면 내년에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작년이 이승이었는 기라.”

▲ 여영국 의원의 도의회 발언 모습(출처는 경남도의회)


내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자영업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는 본래 노동자 출신이며 평생을 노동운동을 업으로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흔히들 자조적으로 말하는 기름밥을 먹으며 살았다. 하루 열두시간의 힘든 노동은 나를 노동운동가로 만들었다.

나는 삽십여 년 넘게 노동운동을 본업으로 하며 살았다. 마창노련(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과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이 나의 거처요 삶의 터전이었다. 모든 사고와 행동과 양식은 여기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노동문제야말로 한국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지요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생각을 바꿨다. 문득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세계야말로 노동이 안고 있는 모순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을 보았던 것이다.

이른바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고 찾아간 곳은 자영업 시장이었다. 마치 1960년대의 엑소더스처럼 농촌으로부터 탈출한 예비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포화상태를 가져왔던 것처럼 이들은 자영업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일터 잃은 노동자들의 엑소더스- 자영업 시장

이미 그 이전에도 한국의 자영업 시장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밀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시장은 수용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변 동종업체와의 경쟁을 꼽았다.

실제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위해 우리가—자영업 실태조사를 위해 나는 사비를 털어 <창원자영업실태조사위원회>란 조직을 구성하고 실무자도 고용했다—둘러본 대부분의 상가들은 동종업종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된,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2년 8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6만4000명 늘었다”고 밝힌 통계청의 발표를 토대로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38.4%에 이른다. 새로 늘어난 일자리 10개 가운데 약 4개가 자영업 관련 종사자란 말이다.

특히 “그 지난달엔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2%나 됐다”고 하니 거의 절반이 자영업에 취업을 한 셈이다.

취업자 두 명 중 한 명은 자영업

여기에 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나쁜데도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은퇴 이후 창업 이외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가 사실상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여영국 의원의 실태조사 자료 중


한편 2012년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개인사업자별 업태별 폐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2만9669명으로 2010년에 견줘 2만4163명(3%)이 늘었다.”

이는 전체 자영업자 수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로 여섯 명 중 한 명이 폐업을 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사실상 서비스업 등에 고용되어 일하는 자영업자가 89만 명, 신규사업자가 21만5천명(2010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폐업비율은 20%에 달해 다섯 명 중 한명 꼴로 문을 닫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세청은 여기에 덧붙여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내수부진까지 겹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 2013년 국회에는 훨씬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이 폐업했다는 보고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섯 명 중 한 명이 폐업

그리고 며칠 전 경남고용포럼과 함께 연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 사장님 먹고 살만 합니까?>란 주제의 정책토론회(5월 21일,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내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그대로 확인되었지만 그러나 실상은 훨씬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규모 공단이 위치한 공업도시란 특징 때문이었을까? 전직 회사원이 창업자의 40%에 달했다.

이들이 아무런 기술도 없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을 반영하듯 가맹점 비율은 전국평균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16%를 넘어섰다. 당연히 창업비용이 높았다. 1억2700여만 원. 소상공인진흥원이 조사한 2010년 창업비용 평균금액 6500만원을 훌쩍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렇듯 창업비용은 높은 반면에 창업기간은 채 6개월이 안 된다는 비중이 전체 응답자의 60%에 달해 전직 회사원들, 현장으로부터 퇴출된(혹은 퇴직한) 노동자들이 가맹점을 선호하면서 이런 현상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만들었다.

‘작업복부대’가 유니폼을 벗고 ‘골목사장’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들이 우리가 작년 9월 27일부터 시작해 6개월 동안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문지를 돌리고 면접 인터뷰한 결과를 다시 2개월여에 걸쳐 분류하고 통계내고 분석한 그래프들 위에 뿌연 안개를 걷어내며 쏟아지는 햇살처럼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장님 먹고 살만 합니까?

경남도의원 여영국과 경남고용포럼이 함께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이라는 주제를 놓고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위 토론회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정글과도 같은 자영업 생존현장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의원이 직접 설문지를 옆구리에 끼고 상남, 사파, 대방동 지역의 생계형 자영업 3000(전체 5000여개)여개 중에서 1500여군데를 방문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비난도 들었습니다.

"이런 거 하면 뭐 달라지는 거 있소?"

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느껴졌습니다만, 그래도 "아니, 의원님이 이렇게 직접 돌아다니면서 조사도 하고 하시다니 신선(혹은 신기)한 모습이네요. 열심히 하이소." 할 때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막상 해놓고 보니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전국에서 이런 시도가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과 격려를 보내줄 때 큰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 작업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모아지는 의견들을 토대로 2차, 3차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과 그 여정을 더욱 밝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때는 2013년 5월 21일(화) 오후3시, 경남도의회 대강당 (3층)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신 허정도 박사님이 좌장을 맡고, 여영국 경남도의원과 경기개발연구원의 김군수 연구위원이 발제토론을 하고, 이어서 정성기 경남대교수, 김정근 외식업 성산구지부장, 서유석 창원대교수, 신용성 소상공인진흥원 전문위원이 지정토론을 합니다. 사회는 경남고용포럼 간사님이시고 창원대사회과학연구소의 일원이신 신영규 선생님께서 봐주시겠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많은 참여 바랍니다.

물론 저도 참석합니다만, 아마 물병 나르고 그런 일을 할 것 같습니다. 토론회가 끝나면 저녁식사 자리도 마련됩니다. 오랜 미풍양속에 따라 반주가 준비됨도 당근이고요.

^-^;;



Posted by 파비 정부권

내일 모래 목요일 밤 10시 50분 KBS1 <뉴스인사이드>에서 역사적인 방송을 합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나가도 괜찮은지 모르겠네. 아무튼 일단 일은 저질러놓고 보는 거니깐.

채널 9번이고요. 꼭 시청해주세요. 혹시 바빠서 그 시간에 술집 등지에서 외근 중이신 분들은 스마트폰으로 DMB방송 시청하시면 되겠습니다. ps; 음, 확인해보니 지역(경남)방송이라 DMB에 나올지 모르겠다는군요. 

▲ 설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여영국의원

아, 내용이 뭐냐고요? 그렇군요. 내용도 말하지 않고 그저 무조건 채널 고정하라고만 했으니 황당하시겠어요. 네, 내용은 이렇습니다. 경남도의회 여영국 의원이 창원지역 자영업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위에 사진 보이시죠?

작년 9월 27일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약 6개월에 걸쳐 작업을 했고요. 4월 한 달 동안은 실태조사 빈도분석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실태조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실무 준비하는데 약 3개월 소요됐고, 1월, 2월 두 달 동안 여영국 의원과 제가 상남동, 사파동, 대방동 등지를 돌며 상인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물론 문을 열지 않은 곳은 못 만났습니다. 그리고 학원이나 병원, 고급룸살롱 등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제외하고 일반음식업, 휴게음식업, 이미용업, 의류업, 유흥업, 기타서비스업 등을 위주로 만났거든요. 상남동 상업지구에서는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중심상권으로 갈수록 주인들이 없더군요.

종업원에게 “사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한 달에 두세 번 오시면 많이 오세요” 하는 대답이 대부분이었고, 자주 오더라도 “1주일에 한 번 온다”고 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부산, 대구, 창원 등지에 이런 점포를 일고여덟 개는 갖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기업형 자영업자라고나 할까요?

설문조사를 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니 이런 거 하면 뭐합니까? 만날 정부니 무슨 기관이나 하면서 와서 조사해가도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습디다. 지들 일거리 만들어 월급 받아가려고 하는 짓 아닙니까? 싫어요. 못해줍니다” 하면서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우리는 그런 게 아니고요. 사비 털어서 지역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들어보고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충정에서 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해도 못 알아듣고 계속 불평을 토로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는 겁니다.

어떤 분은 정말 피곤한 표정으로 무릎에 담요를 깔고 앉아 일어나지도 않은 채 퀭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제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보시면 알 거 아닙니까? 이게 전붑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하겠습니까?” 하는데 실로 할 말이 없더군요.

물론 대부분은 호응이 좋았습니다. 아이고 이런 건 밑에 사람 시키시지 뭐한다고 의원님이 직접 다니시는교?” 하면 여의원은 “제가 아랫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전부 윗사람뿐이다 아입니까” 라고 응수하는 등 내내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음, 말이 길어졌군요. 아무튼 이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KBS 송현준 기자가 알고서 그 과정을 취재를 해서 방송을 하고 싶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여영국의원이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육성증언 등을 담아 내일모래 밤 10시 50분에 KBS 1방송을 통해 방영되게 되었답니다.

▲ 슈퍼마켓 사장님을 인터뷰 하고 있는 KBS 송현준 기자와 여영국 의원

아직 설문조사 결과를 집계 중이고요. 빈도분석표까지는 나왔습니다만, 실태조사보고서가 나오려면 2주일 정도는 더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포럼에서 토론회가 준비되어 있고, 창원자영업실태조사위원회가 주최하는 좌담회, 자영업협회 초청토론회 등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께는 심층인터뷰를 한 내용을 토대로 책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책이 재미가 있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제목은 미리 정했어요. <굿바이 개미지옥>. 여영국의원도 바쁜 중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좋을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4월 18일 목요일 밤 10시 50분, KBS1 <뉴스인사이드>, 꼭 시청해주세요. 채널 9번입니다. 끝으로 여영국의원의 자영업 실태조사 출사표 비스름한 변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주절주절 두서없는 글 마치겠습니다. 충성!

(......) 나는 이 빛의 도시에 대해, 정확히 말하면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어내는 자영업자들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영업의 대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동화 속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지, 반면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실패와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운 절망의 늪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통계를 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래 나는 노동자였다.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흔히들 자조적으로 말하는 기름밥을 먹으며 살았다. 하루 열두시간의 힘든 노동은 나를 노동운동가로 만들었다. 나는 이십여 년 넘게 노동운동을 본업으로 하며 살았다. 마창노련(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과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이 나의 거처요 삶의 터전이었다. 모든 사고와 행동과 양식은 여기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노동문제야말로 한국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지요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생각을 바꿨다. 문득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세계야말로 노동이 안고 있는 모순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을 보았던 것이다. (......)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