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10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by 파비 정부권 (1)
  2. 2010.04.07 동이, 숙종은 구시대와 다른 신세대 임금님 by 파비 정부권 (4)

박훈 변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창원대학교 노동연구센터가 개설한 노사관계현장리더아카데미강의 일정 중에 임금 시리즈 2탄이다. 지난주 첫 번째 시간은 경북대 로스쿨에 이달휴 교수란 분이 강의를 해주었는데 아주 딱딱한 내용을 딱딱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해주어서 신통하게도 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어제 나는 조금 졸았다.

 

내가 졸았던 것은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최근(몇 년 전부터) 평소 자지러질 정도로 피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그 횟수가 잦아졌고 정도가 매우 심해져서 거의 까무러칠 정도로 괴로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박훈 선생님의 강의시간에 그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박훈 변호사는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제인물이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는 영화 속 인물보다도 훨씬 더 고약하고 타인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다. 영화에서처럼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도 소주병을 들고 나발을 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술을 좋아하고 술이 취하면 이른바 개구신 짓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때부터는 욕을 아예 달고 산다.

 

그런 그가 우리 교실에 강의를 하러 온다 하니 슬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전날 그와 술자리에 합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그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의 욕설을 적당히(분위기가 고조되자 당연히 아주 격하게) 버무리며 안하무인을 종횡무진으로 보여주었으므로 과연 그가 제대로 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적부터 땅바닥에 침도 잘 뱉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그렇게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고 욕을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는 자리에선 안절부절 편안하게 앉아 있지를 못한다. 물론 내 탓이지만 그날도 나는 불안, 불편, 불만 이 3불로 인하여 좌불안석이어서 술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 밤 자정이 넘어 집에 와서는 술이 취한 채로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불평을 토로했던 것이다.

 

공자님 말씀은 장난이 아닙니다. 조선 500년 성리학도 장난 아닙니다. 우리 조상님들 바보 아닙니다. ㅠㅠ

 

다음날 보아하니 이게 뭔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할 듯하고 또 실제로 그러하여 다시 다음과 같이 적어 올렸다.

 

내가 좀 얕기는 하지만 대충 생각하기로…… 공자의 사상은 궁극적으로 인을 지향하는 것이며 그 인을 이루기 위해 예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인은 궁극의 지향점인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예가 공자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말씀이 옳은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예를 모른다. 공자께서 인은 어떻게 이룰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말라 하셨다는데 그 말씀이 진실로 옳다는 생각을 한다. 지 꼴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라치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면 될 일이다. 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먼저 예부터 익힐 일이다. 어젯밤 술 먹고 적은 포스팅에 ps. 이런 말 하자니 참 슬프다. ㅠㅠ

 

그럼에도 당사자는 물론 이성철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게 뭔 말인지 여전히 알아듣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아예 작심하고 여기에다 적는다. 박훈 변호사야 세상이 알아주는 통큰 호인이며 기인이사이니만치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사람 산다는 게 꼭 남을 위해 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그렇고, 박훈 선생님은 역시 천재였다.

 

고려대법대를 나온 그가 4년 넘게 영업사원(외판원)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사법시험에 뜻을 두고 공부한지 2년 만에 1, 2, 3차를 각각 한번 만에 합격한 것은 고시 역사상 전설이었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자기소개는 내가 보기엔 진실이었다. 다음날 강의안도 제시간에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떡나발이 되게 술을 마시고도 그의 강의는 유창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욕 잘하고 안하무인이고 예의 없는 박훈을 용서해주는 것이구나, 하고.

 

물론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다는 견해도 있었고 그의 주장에 일부 동의할 수 없다는 학생(정식학생은 아니고 청강생이라고 자기를 규정하지만 그보다는 도강생)도 있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감상평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1.

어제 수업 때 들은 이야기. 자본가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충실한 것을 생산성 강화라 부르며 정당화하는데 왜 노동자들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것을 스스로도 도둑놈 심보라 여기냐는 이야기였음. 근데,

 

더 적게 쉽게 일하고 더 받으려는 것이 도둑놈 심보가 아니라면 더 오래 많이 일 시키고 더 적게 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는 아닌거지. 계급적 당위만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듯. (자본가의 힘이 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계급성을 깨우치자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서도.)

 

2.

노동 강도와 임금 인상에 대한 인식에 비해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자각이 부족하며, 이는 잔업, 철야, 당직 등으로 더 얻게 되는 자본의 달콤함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도 쉽게 타협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는 적극 동의. 고액(?) 전문직 노동자인 내 경우만 보더라도 그러하니. 일년에 단 한번, /일을 포함한 휴가 5일 이외에는 토요일도 한번 쉬지를 못하는데다 격주로 1주일씩 응급 환자 대기(한달에 한번 오프 외에 일년 353일 응급 대기하는 과도 있음.)까지 해야 하니...,(, 보기에 따라 배부른 소리일 수 있음은 미리 인정합니다..ㅡㅡa)

 

3.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좀 지루했음. 씨발놈, 개새끼가 난무하는 격한 강의를 기대했거만..ㅡㅡa , 덕분에 주저없이 중간에 토껴서 양꼬치 먹었다는..^^a


[계급]

더 짧게, 더 약하게 일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으려 하는

노동.

더 오래, 더 강도 높게 일 시키고

더 낮은 임금을 주려는

자본.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자본가 계급만 있다.

노동 계급은 아직 없다.

 

(이 부분 <계급>은 강의 후 감상에 젖은 박훈 선생님이 쓴 시임)

 

그런데 원호야. 내가 볼 때 원호가 잘못 이해한 거야. 박훈은 자본을 도둑놈이라 한 적이 없어. 단지 멍청하게 제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도둑놈 심뽀라고 까대는 노동자들의 몰계급성을 말한 것일 뿐. 자본은 자본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고 노동은 노동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 한쪽은 그걸 지나치게 잘 하는데 한쪽은 안 그렇거든. 한쪽은 투철한 계급투사인데 한쪽은 고리타분한 양반행세를 하고 있는 거야. 도리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야. 우리가 사는 사회는 봉건사회도 아니고 공산주의사회도 아니거든. 자본주의,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지.

 

그리고 원호야. 사실은 그 각론에서 임금산출 공식 따지고 계산하고 그게 일선노동자들에게는 가장 눈이 반짝거릴 공부고 졸음이 멀리 달아날 시간이거든.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진짜로 돈보다 중요한 거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좀 과장법을 써서 말하긴 했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눈을 반짝이더냐고. 돈 계산 시작하니 말이야. 그래서 노사아카데미에서도 임금론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거 아니겠냐고. 결국 자네가 처한 처지가 달라서야. 문제는 그것뿐이라고.

 

쓰다 보니 엉뚱한 데로 화살이 돌아갔다. 아무튼 박훈 선생님의 강의는 매우 유용했다. 너무나 피곤에 절은 나머지 좀 졸긴 했지만 나는 그의 강의 내용을 십분은 아니라도 구분은 이해했다. 그리고 박훈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도 이해했다. 그만큼 노동법에 대해, 경제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이는 대한민국에 없지 싶다. 누구라도 그의 강의를 듣게 된다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그의 강의내용을 왜 소개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있을 수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강의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위에 있는 그의 시 <계급>에 다 들어있다. 그것만 이해하면 임금 전체를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 졸다 보니 강의실 현장 사진을 못찍었다. 그라고 원호야, 어제 강의 마칠 시간에 태풍에 빗발이 심해져서 양꼬지 무러 못 따라붙있다. 미안타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임금님으로 나온 지진희, 구세대 임금님들과 확실히 다른 차별성 과시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 나오는 지진희가 요즘 화젭니다. 지진희를 처음 보았던 것이 언제였지요? 드라마 대장금이었군요. 장금이의 영원한 후견인으로 뭇 여인들의 로망이었지요. 그런데 그 지진희가 이번엔 임금님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동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숙종이라 불리우는 임금님의 말투나 행동거지가 문젭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왕이란 어떻습니까? 기품 있는 말투, 반듯하고 근엄한 그리고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그렇죠,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왕의 말씨는 뭔가 달랐죠. "경들은 들으시오!", 뭐 이런. 

저는 원래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을 특히 좋아해서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불멸의 이순신 기억나시죠? 김명민이 열연했던 이순신 장군, 가장 이순신 장군다운 이순신이었죠. 저는 그때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불멸의 이순신을 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휴게소로 직행했답니다.

그리고 휴게소 식당에 설치된 대형 PDP를 통해 장군을 뵌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고서야 다시 차를 몰고 목적지를 향합니다. 참으로 충성스러운 시청자였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보다 그때가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대장금 할 때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대본미리보기 서비스를 찾아보곤 했답니다. 요즘은 그런 서비스를 안 하더군요.  

아무튼 사극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제 기억 속에도 도대체 지진희 같은 왕은 없었습니다. 지진희는 뭐랄까요, 말하자면 신세대 왕입니다. 그의 말투나 행동, 사고방식은 완전 파격입니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 임금님을 보면서 "어, 저런 임금도 있었네?" 했지요.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그랬습니다. 왕이란 어려서부터 임금들만이 즐겨 쓰는 말투를 배우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맞아, 임금이란 그들만이 쓰는 특별한 말투, 특별한 행동을 배우는 거야. 그리고 신하들은 임금 앞에서 써야 하는 특별한 말투, 특별한 행동을 배우는 거고.

뭐 이런 거죠. 과인이 깊이 생각해보건대 그대의 말이 옳소,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시오, 황은이 망극 하옵니다, 통촉 하옵소서, 아, 정말 우리는 틀에 박힌 이런 대사들을 수십 년 동안 들어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진희가 임금이 되어 나타나서는 이걸 완전히 깨부수어 버렸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임금이란 사람이 말을 저따위로… ㅠㅠ

"전하 경연 후에 의정부와 6조 당상관들의 국정상주가 있사옵니다. 또한 3사의 대간들도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궁에 떨어진 운석 때문이겠지. 모두 한 자리에 부르게. 한 번에 처리해야겠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읍소하는 신하들을 향해 이렇게 가볍고 시원하게 말을 던진 숙종은 옆으로 물러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궁녀들에게 "어, 그래, 음" 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합니다. 그리고 이어 또 다른 궁녀들을 향해 역시 손을 흔들며 "어, 별일들 없지? 흠흠~" 하며 지나갑니다. 햐, 참 신기한 왕입니다. 궁녀들한테 인기 만점이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임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저런 모습이 사실은 실제와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어떻게 임금들이라고 매일 쓰기 거북하고 듣기 거북한 그런 말만 입에 올리며 살았을까, 오히려 탓할 자 없는 임금이니 자기 쓰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뭐 그렇게 말입니다.

도리어 우리가 그동안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사극 속의 임금님 모습을 진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지요. 아무튼 새로 임금님이 되신 지진희 전하의 파격적인 캐릭터는 상당히 성공적인 듯합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놀란 감탄사들이 들려오는군요. 어떤 분은 아예 허당 숙종이란 별호까지 붙여주셨네요. 허당이라, 꽤 괜찮은 이름입니다.

허당, 허당, 거 참, 역시 아무리 불러 봐도 멋지네요. 허당~, 신세대 임금에게 딱 어울리는 별칭입니다. ㅋㅋ, 마지막으로 임금님의 대화를 한 번 더 들어보시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 몰라도 제겐 참 매력적인 임금님입니다. 저런 임금님 모시고 일하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 거 같습니다만.
 

"성균관 유생들의 권당(동맹휴학)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지방의 유생들까지 합세하여…"
"몰려온 유생들이 수백이라고?"
"예, 전하."
"근데,  임금을 만나러 왔는데 설마 맨손으로 온 건 아니겠지. 저들이 진상품으로 무얼 가지고 왔는지 알아보게."

이때 임금과 도승지(요즘 대통령실장)의 대화를 옆에서 기록하며 따라가던 쫄따구 승지가 깜짝 놀라 "예?" 하고 눈이 동그래지자 우리의 신세대 숙종 임금님 지진희가 이렇게 말하지요.

"농이네. … 이 친구 몇 년짼데 아직 내 농도 못 알아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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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