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3.17 추노, 이경식과 인조를 현대에서 찾는다면? by 파비 정부권 (5)
  2. 2010.03.06 추노, 좌의정 이경식은 중도주의자? by 파비 정부권 (4)
  3. 2010.02.05 '추노' 좌의정 이경식이 원손을 죽이려는 진짜 이유 by 파비 정부권 (16)
"한성별곡에서 정조의 캐릭터는 노무현에 비유되는 장치를 활용한 것"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상태였더라도 사람들은 비슷한 구석을 찾아냈을 것"

오늘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추노' 작가, "곽정환 감독과 작품을 하지 않겠다">, 엥? 이게 뭔 소리람…. 역시 낚시였습니다. "곽정환 당신과 꼭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을 제목으로 잡은 것입니다. 결국 낚시가 맞기는 맞지만 즐거운 낚임이었습니다. 

추노에 이어진 한성별곡의 문제의식 

아래 뉴스의 인용 부분은 제가 임의로 앞뒤를 자른 것입니다. 앞부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곽정환 감독이 천성일 작가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추파를 던졌을 때 천성일 작가는 우선 곽정환 감독의 전작 <한성별곡>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제대로 해석하면 "나는 당신과 꼭 일을 해야겠다!" 이런 말이었겠지요. 
   

기사의 출처는 시사인/ 미디어 다음


<추노>는 보통 드라마들과 달리 초반부터 폭발적인 시청률로 압도적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이유로 많은 시청자들이 <한성별곡>의 곽정환에 대한 기대를 꼽습니다. 천성일 작가 역시 공동작업 요청을 받고 <한성별곡>을 보았으며, 곽정환이란 사람에게 빠졌을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너무 똑같다. 그래서 함께 작업 못하겠다", 라는 독특한 수락은 작가의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잘 보여주는 것이죠.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노무현이었습니다. 곽 감독도 그런 지적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극이란 형식을 빌려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므로 당시 대통령이던 노무현에 비유되는 장치들을 활용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한성별곡>을 봤더라도 사람들은 비슷한 구석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저는 <한성별곡>을 보지 않았으므로 뭐라고 판단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겠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정조를 노무현 대신 이명박으로 오해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한성별곡>에서 이명박은 어떤 인물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그건 <한성별곡>을 보신 분들이 알 수 있겠죠.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노무현, 그럼 추노에서 이명박은 누구?

그런데 짓궂게도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추노에서 이명박을 찾는다면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 분명 <한성별곡>에서 보여준 곽정환 감독의 문제의식은 <추노>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한성별곡>에 출연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추노>에도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최장군도 그렇고 설화, 이경식 등….

그러므로 아마도 <추노>에서도 곽정환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에 비유되는 장치를 설치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약간은 짓궂은 저의 의도대로 <추노>에서 이명박을 찾는다면 어떤 사람이 될까요?

아무래도 이명박은 대통령이니만치 인조에 비유하면 되겠군요. 인조, 그러고 보니 <추노>에 나오는 인조의 이미지가 왠지 이명박과 어울려 보이는군요. 인조와 좌의정 이경식의 대화를 기억하시나요? 뭐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시 들어봐도 섬뜩하지 않으십니까?

"제주도 일은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음~."
"용한 의원을 내려 보냈습니다."
"용한 의원이라~."
"예, 전하. 조용하게 처리될 것이옵니다."
"그대가 수고가 많구만~."

인조에겐 이경식, MB에겐 유인촌?

인조에게 이경식이 있다면 이명박에겐 유인촌이 있습니다. 기자들을 향해 "야, 찍지마. 아 씨발~" 하며 인상을 긋던 유인촌은 이명박의 아바탑니다. 이경식이 인조의 어심을 잘 헤아려 알아서 일 처리를 하듯 그도 이명박의 심중을 잘 헤아려 그렇게 막욕을 한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래도 유인촌을 이경식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조금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경식은 그래도 두뇌 돌아가는 소리도 없이 은밀하게 어심을 해결하는 반면 유인촌은 너무 요란합니다. 가는 곳마다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고 물의를 일으키는 유인촌, 이명박의 아바타라 그런 것일까요?

이번엔 '김연아가 자기를 회피한 동영상'을 편집해(ps; 나중에 동영상을 직접 보니 편집한 게 아니라 실제 장면이더군요) 올린 네티즌을 찾아내 고소했답니다. 남들이 보기에 자기가 성추행을 한 걸로 오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인데, 남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던데 본인만 성추행 오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혹시 진짜로 그럴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명박도 마찬가지로 인조와 비교하긴 약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인조는 조선조 사상 가장 무능했던 임금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 하나는 무척 셌던 모양입니다. 정묘호란으로 강화도까지 도망가는 수모를 겪고서도 반청 정책을 일관했으니까요.

추노에 숨어있는 MB는 누굴까?

그리고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치욕까지 겪게 됩니다. 아마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테지요. 그래도 그는 청에 대한 반감을 버리지 않습니다. 만약 전해오는 소문이나 <추노>에서 보여주는 추리처럼 소현세자 독살설이 맞는다면 그는 반청을 실천하기 위해 봉림대군을 세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독도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일본을 향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는 식으로 얘기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어찌 되었건 곽정환 감독의 스타일로 보면 틀림없이 <한성별곡>처럼 <추노>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숨어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게 누굴까요?

오늘 위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추노> 홈페이지 기획의도에 실린 문구가 생각나네요. 상당히 감동을 주는 문구였던지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늘 생각나는 명언입니다. 정말 명언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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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원손을 풀어주자는 것도 충심이요, 그 반대도 충심 아닙니까?
이제 그만 전교를 내리시어 정국의 혼란을 바로잡아주시길 간언하나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표현 중에 중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도, 참 좋은 말입니다. 이쪽에 치우치지도 않고 저쪽에 치우치지도 않는다는 뜻이겠죠. "나는 아주 공정하다!" 말하자면 이런 따위의 자화자찬인 것입니다. 중도를 잘못 해석하면 자칫 박쥐같은 회색주의자로 오해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이 중도는 매우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김응수 만큼 이경식 역에 잘 어울리는 사람도 드물어 보인다. 그를 보면 진짜 간교한 사람의 참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중도주의자 이경식?

바로 이런 중도주의자가 드라마 <추노>에도 있습니다. 권력의 실질을 잡고 있는 좌의정 이경식입니다. 그가 잡고 있는 권력의 기반은 어심입니다. 그는 어심을 잘 읽습니다. 어쩌면 어심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공작이 성공한 때문에 임금의 마음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어심을 잘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정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면 조용히 듣고 있던 그는 논쟁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 임금에게 늘 이렇게 간하지요. "이 말도 충심이고 저 말도 충심인 바, 그만 전교를 내려 주시지요." 17부에서도 이런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물소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자 조정에선 당파 간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친청파는 원손의 유배를 해제하고 청과의 교역을 재개해야 한다고 하고, 반청파는 청에 굴복해 원손을 사면하는 것은 굴욕외교라고 주장합니다. 이때도 역시 좌의정 이경식이 결론을 내리지요. "전하, 원손의 사면을 주장함도 충심이요 그 반대 역시 충심 아닙니까? 전교를 내리시어 정국의 혼란을 바로 잡아주시기를 간언하나이다." 

임금이 어떤 전교를 내렸는지에 대해선 드라마에서 명확한 언급이 없습니다. 다만, 다음에 이어지는 이경식과 박종수의 대화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종수는 이경식의 수하인데 형조에 무시로 드나드는 걸로 보아 형조판서나 참판쯤 되는 걸로 보입니다만, 확실하게 그의 신분을 보여준 예는 없습니다. 

까메오 비슷한 인조역의 김갑수. 역시 음흉한 인물이다. 김갑수와 김응수, 이들이 아니라면 누가 이 역할들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심이란 게 무얼까

"물소뿔 가격이 세 배 이상 뛰었고 곧 열 배 이상 폭등할 것이 자명한데, 원손을 사면하고 교역을 풀라니요?" "어심을 읽으시게. 아, 그래야 그대가 좌우찬성에 오르실 거 아니신가?" 좌우찬성은 삼정승에 이어 오정승이라 불리는 의정부의 일원입니다. "제가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원손의 사면은 양보가 불가능한 일 아니신가? 그러나 그걸로 군사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을 피하지 못하실 게야." 

역시 박종수는 이경식의 수하답습니다. 이경식이 어심을 읽는다면 박종수는 이경식의 마음을 읽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건으로 이 논쟁을 덮어버리면 되겠습니까?" "그럴만한 일이 있으시겠나?" "역모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황판관이 잡아온 자 중에 조모라는 선비가 있습니다. 원손을 찾는 일은 차치하고 역모부터 추궁하신다면." "허허허허~ 떠날 때 다 된 이 늙은이가 무얼 아시겠나, 흠흐허허허~" 

우리는 이 대화를 통해 이경식이 반청파의 입장에 서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반청파의 우두머리이면서 마치 중도주의자인 척 행세하며 뒤에서는 어심을 조작하기 위해 모략을 꾸밉니다. 그가 말하던 어심이란 결국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조작된 이데올로기였던 것입니다. 

용골대의 명으로 송태하를 구하는 청나라 무사들.


물론 청나라도 두 손 놓고 가만있지는 않습니다. 용골대가 원손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조선과의 외교적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살과 피를 희생하면서까지 송태하를 구한 것이 오로지 송태하와 나눈 의리 때문이었을까요? 송태하를 대신해 죽은 용이라는 청나라 무장의 최후를 보면 그들이 나눈 의리가 꽤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경식이 읽거나 만드는 어심은 근본주의

그러나 용골대의 심중에는 다른 계산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경식은 이런 용골대의 계산까지 꿰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선비는 이토록 영악한 이경식에게 끝내 굴복해 투항하고 말겠지요. 그리고 이경식의 손에는 혁명세력의 명단이 쥐어질 것입니다. 이런 정황을 모르는 송태하는 우직하게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고 말입니다.  

아무튼 역사는 이경식 같은 인물의 손을 들어줍니다. 이경식은 어심을 잘 읽는 인물이고 또 어심을 잘 만드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대의 어심은 청에 빼앗긴 자존감을 되찾는 것이며, 이에 기반해 성장하는 근본주의입니다. 이경식은 이 어심에 기생해야만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이런 어심을 만들기 위해 역모사건 같은 것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이런 그가 "이것도 충심이요, 저것도 충심이다. 다 나라를 위하고자 하는 일 아니겠는가!" 하고 연막을 치며 중도주의자 행세를 하는 것은 반대파의 피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탄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토록 무서운 중도의 실체를 알았을 때는 이미 한 차례 격랑이 세상을 쓸고 지나간 뒤가 되겠지요.    

옛날에 황희란 정승이 있었지요.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도적인 사람의 표본이었던 듯싶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황희가 밭을 갈던 농부에게 물었지요. "저 두 마리 소 중에 어느 놈이 일을 더 잘 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황희를 이끌고 한쪽 귀퉁이로 가 귀에 대고 소근거렸습니다. "사실은 저 누렁이가 일을 훨씬 더 잘 한다우. 검정소란 놈은 농땡이지요."  

농부에게서 중도의 진정한 뜻을 깨우친 황희 정승

이 말을 들은 황희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농부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았다고 하지요. 후세의 호사가들은 "그리하여 황희는 가장 위대한 정승이 될 수 있었다!" 라고 말합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그는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훌륭한 중도주의자였다" 이렇게 되겠지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여기엔 "때만 되면" 중도를 표방하는 인물들이 모여 정치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황희가 정말 중도주의자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에게도 분명 당파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세종의 등극에 반대하다가 모든 관직을 박탁 당하고 유배를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반대파였던 세종이었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중도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은 농부가 아니라 세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황희는 중도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도의 진정한 뜻을 깨닫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컨대 그는 좌파이면서도 우파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반대로 우파이면서도 좌파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이 중도입니다. 검정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누렁소만 편애한다면 결국 검정소는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누렁이만 고생하게 될 겁니다.   

그걸 아는 것이 농부의 지혭니다. 이경식이 읽는다는 어심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의 이칩니다. 중도개혁이니 중도보수니 하는 말들을 무시로 내뱉는 오늘날 정치인들은 어느 범주에 속할까요? 자신의 주관을 분명히 하면서도 상대를 포용할 줄 알았던 황희? 겉으로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뒤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이경식?

그런데 제 눈엔 이경식 같은 인물만 득실거리는 것으로 보이니 참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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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나라를 사랑하는 만큼 그에 따른 대가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 법이지. 대가? 바로 재산 아닌가."
"용골대가 온다고? 청국과 전쟁을 하자는 중론이 일겠구만. 그러니 자네는 열심히 물소뿔을 모으시게나."

<추노>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물론 그는 권력욕에 가득 찬 간교한 인물입니다. '전반적으로다가(!)' 느껴지는 분위기로 보면 아마도 소현세자 독살에도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세자빈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세 원손들을 제주도로 귀양 보낸 것도 그의 작품이었을 겁니다. 


반정의 씨앗 원손 이석견을 죽여라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반정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원손을 죽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황철웅이 이 일에 투입되었습니다. 황철웅은 송태하의 동료이지만, 늘 태하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점이 그에겐 참을 수 없는 콤플렉습니다. 이런 콤플렉스가 생기게 된 데에는 가난한 그의 집안 환경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에겐 노모가 있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홀어미로 자신을 키운 노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은 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윱니다. 그런 그에게 송태하는 자기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입니다. 무관으로서 송태하 못잖은 자긍심으로 충만한 그이지만, 내면에 또아리를 튼 콤플렉스는 늘 그를 괴롭힙니다. 그런 황철웅을 너무나 잘 아는 좌의정 이경식은 이를 적절히 이용합니다.

황철웅이 원손을 죽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난 후, 청국에서 사신이 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바로 병자호란 때 청군 사령관으로 조선에 침입해 소현세자를 볼모로 끌고 갔던 용골댑니다. 용골대는 소현세자 사후에 소현의 장남 이석철을 아깝게 여겨 인조에게 데려다 기르게 해달라고 청했던 점으로 미루어 소현세자와는 매우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현세자가 로마 가톨릭과 서양문물을 접하게 된 데에도 용골대의 역할이 꽤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발달한 서양문명에 감동한 소현세자의 친청 행보는 인조와 서인정권의 눈에는 가시였겠지요. 특히 삼전도에서 당한 치욕을 잊지 못하는 주전파들에게 소현세자는 도저히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전쟁에는 경제 문제가 깔려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이를 빌미로  3년 만에 쳐들어온 후금에 패해 강화조약을 맺었습니다. 후금이 쳐들어온 표면적인 이유는 중립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을 폐위시킨 것이 발단이었지만, 실상은 명을 정벌하기 위해 배후를 쳐야 한다는 전략과 경제교류의 단절로 인한 심한 물자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정치는 경제의 집중적 표현이다!"라는 말을 상기해보면 "모든 전쟁의 원인은 경제 문제다!"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모든 전쟁이 경제가 근본적 이유인 것은 아닙니다. 남미에서는 축구경기에서의 다툼이 분쟁으로 비화되고 전쟁까지 벌이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러나 대부분 전쟁의 밑바탕에는 경제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묘호란이라고 부르는 후금(청)의 1차 침공은 형제의 맹약을 하는 정도로 가볍게 끝났습니다. 인조가 강화도로 피신하는 난리를 겪긴 했으나 수도가 함락되는 수모까지는 겪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 다시 쳐들어온 청나라 군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신하의 예를 올리는 치욕을 당하게 됩니다.  

이때의 치욕은 평생 인조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을 겁니다. 일국의 왕이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적국의 왕에게 무릎을 꿇고 신하의 예를 올렸다는 것은 실로 참기 어려운 치욕이지요. 이를 역사는 삼전도의 치욕이라 기록했으며 이 전쟁을 일러 병자호란이라 부릅니다. 호란, 오랭캐가 일으킨 난이란 뜻입니다. 주전파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지요.  

"용골대가 온다고?
그러니까 물소뿔을 모아야지"

"아무 걱정 말고 자네는 물소뿔이나 열심히 사들이시게나"


아무튼, 용골대가 온다는 소식에 놀라 어쩔 줄을 모르는 같은 당파의 대신에게 이경식은 말합니다. "무에 그리 걱정이신가? 사신 접대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시고." "용골대 대장군은 소현세자와 막역지우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제주에 있는 원손을 만나자 할 텐데, 하, 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올습니다." 

"어허, 그리 대가 없으셔서 어찌 정치를 하시려나. 아무리 청국 사신이라 하나 조선의 내정까지 간섭할 권리는 없으시네." "그 일을 꼬투리로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올지도 모르잖습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지." "허면?" "청과의 전쟁을 하자는 중론이 생기지를 않겠나? 그래서 자네가 물소뿔을 모으시는 것이고. 제주 일은 걱정치 말고, 맡은바 소임만 잘 해주시게."   

업복이의 총에 맞아 죽은 박진사가 죽기 전에 5만 냥짜리를 단돈 천 냥이란 헐값에 이경식에게 넘긴 물건이 무엇이었던가요? 물소뿔이었습니다. 이경식은 지금 물소뿔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전국에 있는 물소뿔을 모두 독점하겠다는 심산이지요. 그럼 왜 물소뿔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요? 물소뿔은 활을 만드는데 필수 소재입니다. 말하자면 핵심 군수물자지요.

"청과의 전쟁을 하자는 중론이 생기지를 않겠나? 그래서 자네가 물소뿔을 모으시는 것이고. 제주 일은 걱정치 말고, 맡은바 소임만 잘 해주시게." 무서운 사람입니다.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주전파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아닙니까? 전쟁준비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이 독점한 물소뿔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겠지요.

서인정권의 반청주의는 효종의 북벌계획으로 나타나

결국 역사는 이경식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인조가 죽고 등극한 다음 왕은 세손이 아니라 봉림대군이었습니다. 봉림대군은 소현세자의 아우였지만, 세손을 제치고 왕이 되었기 때문에 수대에 걸친 정통성 시비의 원인이 되었지요. 그 결과는 2차에 걸친 예송논쟁과 피비린내 나는 당파싸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효종은 소현세자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등극하자 친청세력을 몰아내고 김상헌, 송시열 등 서인계 대청강경파를 중용합니다. 송시열은 모두들 아시는대로 서인의 영수로서 예송논쟁의 주역입니다. 특히 효종의 북벌계획 중 송시열이 천거한 이완을 어영대장으로 임명하여 군사양성 임무를 맡긴 것은 매우 파격적인 군인사정책으로 가장 성공적인 군사강화책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지요.  

오래 전에 이완 대장과 송시열, 효종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이 방영되었던 적이 있었지요. 너무 오래 전 어릴 때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세 사람이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처럼 보여 매우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효종이 너무 일찍 죽어 북벌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이완과 송시열이 애통해하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선합니다.

이석견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현세자의 아들로 후사를 남겨 소현세자 세계(계보)를 이루었다.


그럼 <추노>에 등장하는 좌의정 이경식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붕당의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중도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실은 서인계 대청강경파를 대표하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송시열이나 김상헌 같은 인물과는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우리가 듣고 배운 송시열이나 김상헌은 만고에 충신인데 어떻게 이경식 같은 인물과 비교를 하느냐고요?

좌의정 이경식이 원손 이석견을 죽이려는 진짜 이유는?

글쎄요. 2백 년 동안이나 서인정권이 장기집권하는 동안 서울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던 영남과 호남의 선비들이 자기 집 개 이름을 시열이라 지어놓고 볼 때마다 "시열이 이놈, 시열이 이놈" 하면서 때렸다고 하니 혹 옛날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 <추노>를 즐겁게 보면서도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한 것은, 결국 이경식 일파가 승리할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그리하여 송태하와 곽한섬, 이광재 등이 겪게 될 슬픈 비운의 예감 때문에, 업복이와 노비당이 준비하는 혁명이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의 희생양이 될 것 같은 불길함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 거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물론 결말이 제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권선징악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겠지요. 뭐 아무튼, 제 눈에 이경식은 참으로 특이한 인물입니다. 아니 너무나 뻔한 권력자의 더러운 모습을 드라마에서 공공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신기해서 특이하게 생각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우리는 이경식 같은 인물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아 참, 좌의정 이경식이 원손을 죽이려는 진짜 이유에 대해선 답도 안 내고 끝낼 뻔 했군요. 표면적으로야 반정의 씨앗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겠지요.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딴 데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소견일 뿐입니다만. 제가 생각할 때 이경식이 원손을 죽이려는 진짜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섭니다. 물소뿔 장사를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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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