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21 포항에서 맛본 고래고기, 어떤 맛이었을까? by 파비 정부권 (4)
  2. 2009.05.12 신영철 대법관이 마속? 그럼 이완용은 이순신이다 by 파비 정부권 (19)
  3. 2009.03.18 대통령은 잘하는데 밑에것들이 문젠기라요 by 파비 정부권 (6)
경주에 선뎍여왕 답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항에 들렀습니다. 고래를 맛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주답사 첫날 밤, 함께 간 김주완 기자는 경주 보문단지 켄싱턴콘도 방에서 소주잔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포항에 들렀다 갑시다. 포항에 가면 특별한 음식이 뭐가 있지요?”

바다가 거대한 수로 같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섬일까요?

 

“글쎄요. 포항 하면 과메기, 고래 고기, 죽도시장, 뭐 이런 거 아닐까요?” 태종무열왕릉에서 김춘추와 인사하는 것을 끝으로 경주를 떠난 우리는 바로 포항으로 날았습니다. 경주에서 포항까지 연결된 국도가 시원했습니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지척이더군요. 죽도시장 바닷가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댄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커다란 플래카드였습니다.
 
“에잉? 그러고 보니 포항에 유명한 것이 죽도시장이나 과메기, 고래 고기만 있는 게 아니고 이명박이도 있었네.” 누가 한 이야기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서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잡혀간다는 소문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기분은 어떨지 몰라도 바다는 시원했습니다. 마산 앞바다와는 비교가 안 되더군요.

이명박대통령이 다녀간 모양이군요. 그러고 보니 여기가 이명박의 고향이네요.

죽도시장으로 들어서니 제일 먼저 고기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옆에 가던 <거다란닷컴>의 커서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파비님, 저게 무슨 고기지요?” “그런 거 저한테 물어보면 안 됩니다. 저, 산골 출신이거든요. 제가 아는 고기는 고등어, 갈치, 명태가 전부랍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김주완 기자가 뭐라고 가르쳐줬는데 까먹었습니다.

저게 무슨 고기일까요? 넙덕한 게... 넙친가?

  
죽도시장은 정말 거대했습니다. 일견하기에도 마산 어시장의 열 배도 더 커보였습니다. 전국에서 어시장 순위를 매긴다면 메달박스에 들어간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구나, 하고 실감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래 커서님을 좀 보십시오. 감탄하는 모습, 아마 안경을 안 썼다면 동그랗게 커진 눈도 보였을 텐데요. 
  

우와~ 고기도 참 많고 크기도 하다!

어판장 들어가는 입구에 고래 고기를 파는 집이 있습니다. 입구 양 쪽에 두 집이 있는데 그 중 한 집입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주문 받은 고래 고기를 열심히 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주완 기자의 직업적 질문에 답변도 열심입니다. 앞에 쌓여있는 고기들이 모두 고래 고기입니다. 고래 고기 가는 것을 ‘해체한다’고 하던데 크기가 실감나십니까? 

고래 고기 써는 모습. 고기 덩어리 크기를 좀 보세요.


아래 사진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글쎄요. 이거 도대체 뭘까요? 제가 보기엔 인디안 추장이 머리에 쓴 장식 같기도 하고 로마장군의 투구 같기도 합니다만.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고래의 이빨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물고기가 빨려 들어올 때 쓸어 담아 넘기는 역할을 한다고 하던데, 제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고래의 이빨에 해당한다네요. 멋지죠? 그런데 왜 제겐 인디언추장 모자나 로마장군 투구로 보였을까요?


김주완 기자, 사진 찍는다고 바쁩니다. 김주완 기자가 세상사는 기쁨 중에 먹는 기쁨이 최고라고 말하는 걸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도 역시 김주완 기자 못지않은 식도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게 돈이 좀 많이 드는 취미죠. 그러나 사실 따져보면 우리 같은 서민들의 식도락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지요.  

하여간 우리의 김주완 기자, 신이 났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김주완과 커서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저 사람들, 사진 작가들인가?"


커서님 옆에 누워있는 문어도 크기가 장난이 아니군요. 삶아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크아!” 맛있겠습니다.

땅바닥에 누워있는 문어도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일단 어판장을 한 바퀴 돌아본 우리는...

가격을 물어보고 있는 김주완 기자와 커서님. 하얀 스치로폴 박스 한 통에 만원이래요.

다시 고래 고기를 맛보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아래 보이는 고래 고기는 고래의 껍데기 부위라고 하더군요. 역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군침 흘리느라고 ‘정신일도’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주완 기자는 사진 찍느라고 바쁩니다. 그 와중에도 주인아주머니에게 연신 질문을 퍼붓습니다.
 

고래수육 한 접시 가격은 2만원짜리. 고래육회는 본래 2만원짜리로 파는데 양해를 구해 1만원짜리를 시켰다.


그러면서 일어서서도 찍고…,
 

커서님 옆 유리벽에 전화번호 보이시죠? 택배로 전국 어디나 배달도 된다고 하더군요. 택배비는 4000원.


다시 앉아서도 찍고…. 아 참, 빨갛게 보이는 고래 고기는 고래 육회입니다. 소고기 육회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향이 빼어났습니다.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고래 고기를 한 점 씹는 맛은 과연 천상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마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게 된다면 매일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젓가락 들고 먹는 중에도 계속 찍어대는 김주완 기자. 제가 말했습니다. "시사맛객 김주완, 대단해요!"


짓궂은 김주완 기자가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주머니, 이거 고기가 이렇게 맛있으면 모자라고 그럴 때는 없을까요? 그럴 땐 어떻게 하지요?” 주인아주머니가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럴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럴 땐 전국을 돌며 고래를 구하러 다닌답니다. 우리가 이 장사 한지가 50년이 넘다보니 신뢰도 있고 나름 노하우도 있죠.”

“그런데 고래가 자주 죽어주면 좋은데 안 죽어줄 때가 있거든요. 그게 걱정이죠.” 엥? 이건 또 무슨 말씀이죠? 고래더러 자주 죽어달라니…, 고래가 들으면 매우 섭섭하겠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가고 난 다음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이거 전부 자연적으로 죽은 고기들인가요? 늙어서 죽었거나… 자살하진 않았을 테고.”

김주완 기자가 이어서 살짝 말했습니다. “에이, 그냥 죽은 것처럼 꾸며서 슬쩍 잡아다 팔고 그러기도 하겠지요. 언제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뭐, 실수로 그물에 걸려 죽는 고래도 있고 어떨 땐 집단으로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고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일본은 말이에요. 워낙 고래 고기를 좋아해서 국제포경협약에도 절대 가입 안 한다고 하더군요.”

어떻든 고래 고기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거 진짜 칭찬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책 제목도 있었지요? 이렇게 칭찬했으니 제 목으로 넘어간 고래도 춤을 추며 들어갔을까요? 하하…, 결국 우리는 고래 고기 육회를 한 접시 더 시켰답니다. 당연히 소주도 몇 병 더 마셨겠지요.

커서님은 운전하시느라 술을 못 드셔서 꽤나 힘드셨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고래 육회는 소주 한 잔 탁 털어 넣고 젓가락으로 육회를 집어 참기름장에 찍어먹어야 제 맛인데… 흐흐,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커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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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용흥동 | 포항죽도시장번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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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진자료-레디앙, 이창우 화백

신영철이란 이름은 대한민국 사법역사의 오점이다. 법관들에겐 수치스러운 이름이다. 그런 신영철 대법관에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경고·주의 조처 권고’라는 미온적인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전국의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만약 대법원의 의지대로 신영철 파동이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 영원히 법관들은 치욕스런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신들의 판결이 정의와 공평으로부터 나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선 법관들이 대법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 결단이란 다름아닌 신영철 대법관 스스로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그러지 아니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적법절차에 따르는 것이다. 일선 법관들의 움직임으로부터 아직 사법부에서 정의라는 이름이 완전히 축출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잠깐 엉뚱한 시비 하나를 걸고자 한다.


신영철이 마속이라고? 천하의 제갈량이 통곡하겠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가 “신 대법관의 행태는 명백히 재판관여에 해당했다”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법을 보여야한다”고 신 대법관의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고 한다.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 읍참마속이라….
우리는 보통 조직 내의 어떤 특정한 사람을 솎아낼 것을 요구할 때 이 읍참마속이란 고사를 자주 인용한다. 그렇다면 마속이란 이 고대의 인물과 신영철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내가 볼 때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비록 마속이 제갈량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고 공명심에 군사를 움직여 크나큰 실책을 범했다고는 하나 그는 촉한의 가장 뛰어난 장수 중 한사람이고 제갈량이 최고로 아끼는 심복이었다. 가정전투에서 대패한 마속은 거점을 상실해 나라를 위태롭게 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묶어 참하기를 청했으니 그 충성심 또한 가히 천하일절이다. 그러나 지금 마속과 비교되고 있는 신영철이란 사람은 어떠한가? 그는 법관의 신분을 망각하고 권력에 아부한 사람이다.


그가 무엇 때문에 일선 재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신속한 재판을 독려했을까? 심지어는 판결의 방향까지 유도하는 듯이 인상을 주면서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대법관으로 영전했다는 사실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그런 신영철을 마속에 견주다니…, 마속이 지하에서 들으면 대성통곡을 할 일이다. 제갈량이 이 소식을 들으면 “내 충심에 따른 결단이 신영철 같은 자에게 비유되다니 내 이럴려고 마속을 죽였던가?” 하고 땅을 치며 통분할 일이다. 


‘읍참마속’ 아니라 ‘일벌백계’라고 해야
신영철 같은 아부꾼에게 「읍참」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법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시킨 신영철 같은 사람을 「마속」과 비교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오로지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결단하기를 촉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김훤주 기자가 늘 주장하는 것처럼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기도 해야 하지만, 적절하게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 탄핵을 주도하는 일선 법관들의 충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에게 감사한다.


다만, 신영철을 마속과 같은 훌륭한 인물에 견주는 것이 언짢을 뿐이다. 신영철은 법관의 양심을 팔았다. 그는 사법부에 마속이 아니라 이완용에 불과하다. 이완용이 절대 이순신에 비교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신영철도 결코 마속에 비교되어서는 안 되고 그럴 만한 가치도 없는 인물이다. 어쨌든 이번 기회가 신영철 같은 인물이 법원에 절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한낮의 도심을 흔들었다. 기다랗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은 한참이 지나도록 그 여운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과 차량들은 모두 한쪽 옆으로 비켜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폰카메라라 사진이 희미하다.

그렇구나. 오늘이 민방공훈련을 하는 날이로구나. 내 평생 길 가다 민방공훈련에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 민방공훈련? 그런 걸 아직도 하고 있었던가?’

 

어린 시절, 민방공훈련 하던 생각이 났다. 정말 죽도록 했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훈련 시작하기 전에 미리 운동장에 집합해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약 10여분 정도를 걸어서 학교 뒷산 후미진 곳으로 가 은폐를 하고 기다린다. 


은폐라고 해야 별 거 없다
. 그저 반별로 모여 앉아 숨을 죽이고 가만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늘처럼 길게 여운을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는 푸른 하늘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숨긴다.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화생방경보의 사이렌은 각각 다르다. 끊어 울리는 횟수, 울리는 시간의 길이 등으로 구별을 하는데 평소에 배웠던 것을 운동장에서 다시 한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모두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납작하게 엎드린다.

길 양쪽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면 마침내 화생방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아이들은 배운 대로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나머지 손으로는 두 눈을 가린 다음 입을 반쯤 벌린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엄청난 폭발음과 폭풍에 의해 내장이 손상될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과 귀를 가렸던 손을 풀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어린 마음에도 전쟁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던가!

 

가만, 오늘이 3 16일 현재시간이 오후 2. , 그러고 보니 민방공훈련 요원들이 도로 곳곳에 2명씩 조를 짜서 서있네. 이걸 어쩐다지?’ 이미 모든 차량들과 사람들은 4~50m 간격으로 도로 양쪽에 포진한 노란 모자를 쓴 요원들에게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것일까? 아득한 옛날,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나 했던 소꿉장난 같았던 민방공놀이를 아직도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어시장 옆 대우백화점 정문 앞 벤치에서는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걷기를 즐겨 하는 데다 곧 낙동강 도보탐사에 나설 계획이 있었던 나는 훈련 삼아 걸어서 어시장까지 가는 중이었다. 마침 날씨도 매우 화창했다. 걷는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였다.

에라 모르겠다. 약속시간도 다 돼가는데 어서 가자.’

해제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얼마를 가는데 민방위 모자를 쓴 공무원인 듯한 아저씨가 호각을 크게 불며 이쪽으로 비켜서 제자리에 서세요. 가시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 계세요하면서 길을 막았다. 노란 모자에 호각을 불며 길을 제지하는 걸 보자 순간 나도 모르게 열이 확 뻗쳤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길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다니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 따위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바빠서 가야겠어요.” 

 

그러나 노란 모자의 공무원은 계속해서 길을 막으며 왜 협조를 안 하느냐고 훈계를 하듯 다그쳤다한번 감정이 격앙되자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 아니 협조를 할 것이 따로 있지. 민방공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설마 내 먹고 사는 일 보다야 급할까. 어렵게 시간 내준 친구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아저씨. 이렇게 사람 길 막고 이 땡볕에 세워 놓으려면 의자라도 갖다 놓으시던지, 아니면 어디 식당이나 다방에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돈이라도 주시던지, 뭔 조치를 해주셔야 될 거 아닙니까? 돈 줄래요? … 이명박이 이거 말이야. 나라 경제 다 망쳐놓고 이제 사람 길까지 막네….”

 

참나,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어디 이명박이가 민방공훈련을 만들었던가. 그러나 한번 미운 털이 박힌 놈은 무슨 짓을 해도 밉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노란 모자의 제지를 뿌리치고 내 갈 길로 나섰다. 그러나 이내 그 노란 모자의 공무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나.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인데. 자기도 맡은 바 임무를 책임지지 못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더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공무원을 마치 직장부하 다루듯 한다니 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한쪽 옆에 길게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건물 옆으로 붙어 모여 있었다. 아예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들 통제에 익숙하게 잘 따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허허나만 바보 됐군. 미친놈처럼 소리나 지르고….

 

마침 앞에 마산시청 건물이 보였다. 시청 민원실로 들어가 컴퓨터나 좀 만지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허탕이었다. 이미 민원실은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만원인데다 컴퓨터도 자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짜증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제경보 사이렌이 길게 울려 퍼졌다. 20분이 이렇게 지루하다니…. 부랴부랴 시청을 빠져 나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시청 뒤 철길을 넘었다. 이 철길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폐선으로 방치돼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어시장이다.

 

그런데 가만 아,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철길 옆에서 노점상 아주머니와 단속 나온 시청공무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철거반원들이다.


아니 이 양반들은 하필 민방공훈련 시간에 노점상 단속 나온 거지? 길 가던 시민들에겐 길도 막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들은 그 귀한 민방공훈련시간에 노점상 단속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시내버스든 화물트럭이든 승용차든 모두 운행정지 시켜놓고 자기들은 노점상하고 전쟁 벌이고 있었단 말이지. 노점상 단속반은 총알도 비켜가나?’


노점상 아주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돼 보이는 두 명의 단속반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3일 후면 저기 만들어놓은 저리(컨테이너를 개조한 판매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로 옮긴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뜯어가는 기고. XX들아. 그거 그냥 거기 안 나둘끼가. 어이~”

 

한참을 드잡이를 하던 시청 단속공무원들은 결국 파라솔 몇 개만 달랑 트럭에 싣고 떠났다. ‘아니 이 양반들이 하려면 확실히 하던지 기껏 파라솔 두 개 뜯어가려고 여기 왔나? 장사 하는 아지매 속 다 긁어놓고 고작 파라솔 두 개 뜯어 싣고 간단 말이야? 혹시 민방공훈련 피할까 하고 들어왔다가 시비 한 번 붙고 가는 거 아냐? 참 웃기는 인간들이군.’

노점상 아주머니는 단속반들이 가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상도 말로 욕을 ‘개 끌듯이’ 퍼붓고 있었다. “아니 조노므 시끼들이 저기 인간들이가. 대통령은 우야든지 서민들 먹고 살게 해 주끼라꼬 고상하는데, 조노므 문디 자슥들은 저그가 머라꼬. 아이고 나쁜노무 시끼들…”

그러다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보고 대뜸 외쳤다. “아이, 그란데 댁은 뭡미꺼. 뭔데 아까부터 옆에서 사진을 찍고 그람미꺼? 댁도 저놈들하고 한팬교?”

단속반이 갔는데도 계속 자리에 주저앉아 욕만 해댄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지매 편이라요. 이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쟈들 욕 좀 해줄라고 안 그럽니까? 하하저는 마 확실히 아지매 편 맞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금새 표정이 바뀌며 마침 잘 됐다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있다 아임미꺼. ,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노점상들 먹고 살게 해 줄끼라꼬 다 풀어준다 안 했습니꺼. 그기 곧 내리 온다 카데예. 여 시장도 올매나 우리 같은 사람 걱정해 줌미꺼. 그란데 그 밑에 있는 노므 인간들이 그런 것도 모르고우에가 아무리 잘하면 뭐함미꺼. 조노므 자슥들이 죽일 놈들인 기라요. 조놈들이….”


아니 이건 또 무슨 엿 바꿔 드시는 말씀이란 말인가?
 아무리 바빠도 이런 소리 듣고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아줌마. 거 있다 아임미까. 저 공무원들이야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고요. 진짜 나쁜 놈들은 웃대가리들입니다. 이명박이 그 인간이 제일 나쁜 인간이지요. 아줌마, 청계천 들어보셨지요? 이명박이가 얼마나 자랑 합디꺼. 그 꼴난 청계천 만들라고 노점상들 다 쫓아냈지요. 쫓아내다가 안 되니까 우쨌슴미꺼? HID, 북파공작원이라고 들어보셨지예? 그 사람들 불러다 다 쪼가 냈단 소리 못들었심꺼? 진짜 나쁜놈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시겠심미꺼? 마산시장요? 고마 말로 마입시더.”

아마 노점을 이리로 옮길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 편이라고 하던 사람이 영 엉뚱한 소리를 하니 김이 좀 샜나 보다. 그러나 그래도 자기 편이라는데 달리 뭐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일 테고. 입맛만 쩍쩍 다시면서 그건 아일 긴데예. 설마 그럴라고예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일장연설이 시작되려고 한다
. 노점상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동지를 만난 듯 그 동안 못다한 한을 다 풀어낼 태세다. 아이고, 이러다간 약속시간 늦겠다. 나는 얼른 아주머니에게 아지매, 그럼 많이 파이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노점상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등뒤로 달려든다. 아주머니 목소리가 참말로 우렁차다.

 

아이씨요. 우옛든가 마이 좀 도와 주이소예~”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