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24 욕망의 불꽃, 착한 언니가 망친 윤나영 모녀 by 파비 정부권 (11)
  2. 2010.11.01 욕망의 불꽃, 최악의 악녀 윤나영에 연민을 느끼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6)
얼마 전에 우리 동네 김용택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선의를 갖고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착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착하기만 한 사람은 착한 뜻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소노 아야코가 쓴 <착한 사람은 왜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아,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제가 말하는 김용택 선생님은 섬진강에 사신다는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아니라 마산, 창원에서 오랫동안 교육민주화 운동을 하시고 전교조 지부장도 역임하시다 지금은 정년퇴직하신 김용택 선생님입니다.  

그분이 자기 블로그에서 이런 고민을 풀어놓으셨군요. “
착한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학교나 가정이나 종교가 그렇게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가르친 ‘착한사람’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이 고민을 저도 하게 됐습니다. mbc 주말연속극 욕망의 불꽃을 보다 그런 고민이 들었던 것입니다. 
 

▲ 착하지만 늘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윤정숙


윤정숙. 윤나영의 언니입니다. 지금까지는 가련한 윤정숙에게 정말 한없는 연민을 보냈더랬습니다. 그녀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녀는 윤나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착하디착한 모습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거창스러울 뿐 아니라 짜증스러웠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나영과 백인기(혜진) 앞에서 흘리는 눈물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착한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로구나. 여러 사람 죽이는 몹쓸 짓을 하게 될 때도 있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윤정숙. 너의 그 착한 척하는 허영심 때문에 두 모녀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거야.'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윤정숙의 책임이 아닙니다. 모든 사단은 윤나영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녀가 서울에 올라가서 공부는 안 하고 버스회사 경리로 취직해 사장 아들을 꼬시는 데 정신을 판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열심히 공부해 서울의 대학에 합격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나는 반드시 부잣집에 시집가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테야' 이게 어릴 적 그녀의 꿈이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마침내 서울에 올라가 버스회사 사장 아들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장 아들은 날라리였고 그 방면에선 윤나영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윤나영은 고향 울산으로 쫓기듯 내려왔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게 백인기였죠. 윤정숙은 난산 끝에 실신했다 깨어난 나영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윤정숙이 그리 한 것은 윤나영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습니다.

▲ 진실을 말하러 갔다가도 동생이 "자 솔직하게 말해봐!" 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윤정숙이 한마디만 빨리 해주었더라도 엄청남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영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재벌가에 시집가겠다는 꿈은 포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약을 먹고 아이를 지우려고도 했죠. 그러니 착한 윤정숙이 어찌 나영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를 일단 고아원에 맡겼다가 입양하는 형식으로 데려다 키운 것입니다. 


혜진이라고 이름 지은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나영을 쏙 빼닮았습니다. 언젠가 가수가 돼 큰돈을 벌겠다는 야심도 비슷했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출생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고 괴로워하던 혜진은 결국 가출해 백인기가 됐습니다. 가수가 아니라 배우가 된 거지요. 

20 몇 년의 세월을 서로를 모른 채 악착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들듯 살았던 두 모녀는 김민재라는 다리 위에서 원수가 되어 만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김민재는 나영이 낳은 아들이 아닙니다. 사실 이 김민재란 존재가 윤나영과 윤정숙을 불행하게 만든 씨앗이었죠. 모든 계략의 발단. 

그 계략을 짠 것이 김태진 회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의 뜻에 거부하지 않고 따르는 척 하면서 내내 '나는 착한표 모범생이요' 했던 김영민의 속셈이었다니. 그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아무튼, 지금 윤나영과 백인기는 김민재를 사이에 두고 폭발 직전입니다. 

윤나영은 어떻게든 김민재로부터 백인기를 떼내기 위해 갖은 회유와 협박, 음모를 동원합니다. 마침내 백인기의 과거가 담긴 비디오도 입수했습니다. 이 비디오에는 한때 연예계에 실제 돌았던 모양이니 머양이니 하는 비디오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 백인기에게 사실을 말하는 윤정숙. 때가 많이 늦었다. 그래도 이 사실을 윤나영에게도 빨리 밝혔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나영의 언니요 백인기의 이모인 윤정숙은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닙니다. 백인기가 혜진이란 이름으로 윤정숙의 딸로 자랄 때도 밝히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나영과 백인기를 만날 때마다 딸막딸막 했지만 결국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눈물만 줄줄 흘리며 "아이다, 별일 아이다. 담에 얘기 하끄마" 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제 백인기의 입에서 김민재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절대 안 된데이, 그래선 안 된데이" 하면서 "니를 낳은 엄마가 바로 민재 엄마, 나영이다" 하고 밝혔던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리게 됐습니다. 이제 백인기가 알았으니 다음은 윤나영 차롑니다. 윤정숙은 윤나영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백인기가 바로 니 딸이다!" 그러나 윤정숙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영을 세워두고 또 입만 움찔움찔 하다 말았습니다. 

윤나영이 짜증을 내며 "내가 그래서 언니하고 멀리하는 거란 말이야. 뭐야, 이게. 사람들 다 보는데 무슨 청승이라고 눈물을 질질 짜면서… 정말 창피하다, 창피해" 하고 말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윤정숙은 한심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두 모녀, 윤나영과 백인기는 마주보며 달리는 기관차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백인기가 자기를 낳아준 생모가 윤나영임을 알았으니…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그녀가 사람의 심장을 품고 있는 이상 생모를 파멸시키겠다고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하나뿐이겠군요. 스스로 생을 버리는 것. 1부의 첫 장면이 그것이었지요.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백인기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윤나영. 그녀는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제발 죽지 않길 바라지만 이 드라마의 어두운 느낌을 고려하면 꼭 줄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기 친딸인지도 모르고 백인기의 음란비디오 스캔들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윤나영. 파멸의 시작이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요? 윤정숙이 혜진이가 어렸을 때 "네 엄마는 나영이란다. 내 동생이지. 넌 내 조카고. 그렇지만 엄마를 위해 나와 단둘이 행복하게 살면 어떻겠니? 그렇게 하자꾸나." 또는 나영에게도 진실을 말해주는 거죠. 그러고는 이렇게 제안하는 겁니다. "아이는 내가 잘 키울게. 넌 가끔 아이를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진실을 밝혔어야 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방법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혜진아. 네 엄마는 나영이야. 그리고 나영아. 혜진이, 곧 백인기가 네 딸이야. 이제 서로들에 대해 잘 알았으니 나머지 문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 나는 너희들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저 제 3자일뿐이야."
 
윤정숙은 그러나 그리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마치 자기가 모든 굴레를 다 뒤집어써야만 한다는 듯이 굴었습니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조카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라는 일일 거라는 생각,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일 거라고,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는 몰라도(그리고 그녀는 실제 착한 사람이고 고마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착한 자기로 인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의 인생이 불행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녀의 한계였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착한 사람보다는 진실한 사람이 되라고 했습니다. 윤정숙의 경우에 어떻게 처신했어야 진실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답이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처지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숨기거나 속이는 것이 진실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용택 선생님이 인용하신 착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다 하는 하나의 해석을 드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다 착한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윤정숙과는 다는 아니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네요.   
  

1. 어떤 일을 당해도 절대로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 않는다.
2. 남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어떤 약속이 있든지 말든지 먼저 들어준다.
3.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으며 그냥 가벼운 말로 넘어간다.
4. 가벼운 말에도 상처를 쉽게 받는다.
5. 장난으로 때리는 것은 똑같이 보복을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화를 내며 때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 만약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을 경우 ‘그냥 해줄 걸 그랬나’는 등의 생각이 들며 마음이 불편해 진다.
7. 잘못을 하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
8.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난다.
9.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남의 처지부터 생각하고 행동한다.
10. 칭찬을 들으면 쑥스러워 하지만 상처를 받으면 그 기억이 오래 남는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욕망의 불꽃의 주인공은 단연 신은경이죠. 유승호와 서우도 있지만, 아직 신은경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연륜이 있는데. 조민기 역시 발군의 연기자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이 드라마에선 신은경을 빛나게 해주는 역에 머무르는 것 같네요. 뭐랄까, 신은경을 위한 배경이랄까요….

신은경, 아니 윤나영이라고 해야겠군요. 윤나영은 지독한 악녀지요. 세상에 저토록 사악한 여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에다 악녀라고 불리는 것조차도 그녀에겐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악행을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우선 자기 언니를 강간하도록 강준구를 충동질한 악행이 있지요.

결국 강준구는 언니를 강간했고, 대서양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조민기)과 혼담이 오가던 언니 윤정숙의 인생은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강준구는 진심으로 윤정숙을 사랑했죠. 정숙을 보호하려던 강준구는 싸움에 휘말리며 살인죄를 저지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윤나영. 목적을 위해선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윤나영의 음모가 발단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나영의 아버지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으니 천륜을 저버린 것이었지요. 나중에 나영은 직접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목숨처럼 아끼는 아들 민재의 생모 양인숙을 자동차로 치어 죽인 것이지요.

물론 그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대서양가 근처에서 찻집을 운영하며 몰래 민재를 만나고 있지요. 당연 민재는 그녀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비극은 나영이 자기가 낳은 아이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낳자마자 죽었다는 소리에 안도하는 윤나영.

그녀라고 사람의 감정이 없지는 않겠죠. 죽었다고 하자 잠깐의 안도가 있은 뒤에 다시금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와 오열합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아, 저이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하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나 아무래도 그녀에겐 인간의 본성보다 악마적 본능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어제 그랬죠. 정숙이 고아원에서 데려다 길렀다는 혜진이가 자기 딸이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그녀는 다시금 절망적인 상태에서 절규합니다. 그녀의 절규는 위기감과 낭패감 때문이었죠. 그러나 잠시 후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다시금 잠깐의 안도에 뒤이어 인간적 슬픔이 그녀를 지배하는 모습.

그러더니 언니에게 악을 쓰며 "네가 그럴 수 있느냐"며 책임을 따집니다. 아, 그녀는 딸이 살아있었으며 10여 년을 살다가 다시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그 상황에서도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떠넘기는 고도의 술수를 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그 술수는 자기 마음의 짐을 덜어보려는 뜻도 들어있었을 테지요.  

그리고 나영은 정숙에게 선포합니다.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테야. 이걸로 우리는 끝이야. 앞으로 절대 찾아오지도 마." 그러나 정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혜진을 찾아 나영에게 돌려주고 용서를 빌고 싶은 심정이지요. 아이를 찾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마침내 정숙은 혜진이의 행방에 대해 실마리를 찾았나 봅니다. 나영의 저택 앞에 찾아간 정숙. 나영이 왜 찾아왔냐고 짜증을 내지만 혜진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희망에 찬 얼굴로 말하는데, 순간 나영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이렇게 소리치고야 마는군요. 

"아니 그 앨 찾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토록 조심해왔던, 자신의 이중적 면모를 들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언니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순간적으로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나영의 언니는 천사네요. 순간적으로 나영의 속마음을 알아챘을 법한데도 모른 척 넘어갑니다. 

▲ 뉴욕의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양인숙을 자동차로 치어 살해하는 윤나영


윤나영, 이렇듯 가면을 쓰고 20년 넘게 대서양가에서 자신을 숨기며 살았습니다. 죽음보다 더 외롭고 지친 영혼을 안고 그렇게 살았던 것이지요. 밤마다 알콜을 친구 삼아 낮의 고통을 위로하며 말입니다. 모두들 잠든 밤이 되면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으니 그때야말로 그녀에겐 가장 편한 순간이겠지요. 

어쩌다 자신의 이중성이 들통나는 순간이 생기면 당황하는 순간은 찰나, 어느 틈엔가 평정을 찾고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윤나영이었습니다. 그녀는 늘 현숙하고 친절하며 부지런하고 이해심 많은 대서양가의 며느리였습니다. 게다가 아무 욕심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맹탕'입니다. 

그러니 위의 동서들도 그녀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주변을 속이면서 나영은 하나하나 대서양을 삼킬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꿈은 부잣집 며느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꿈은 남편을 대서양그룹의 총수로 만들어 아들 민재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욕망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그 끝없는 욕망을 위해 나영은 가면을 쓰고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들 잠든 밤이 되면 타는 목을 타고 넘는 술만이 그녀의 괴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그녀는 정말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지독한 악녀임을 알면서도 그녀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의 불행을, 그녀의 아픔을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보듬기 때문일까요? 그것 때문만일까요? 정말 그렇습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을 수없이 저질렀음에도 쉽게 그녀를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 무엇 때문일까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신은경이 윤나영의 이중적 면모를 유감없이 잘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로 신은경이 아니라면 누가 윤나영이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요?

▲ 가면의 두 얼굴, 윤나영


그러므로 윤나영이 저지른 숱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것은 모두 신은경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이제 양인숙(엄수정)도 등장했고, 양인숙의 기둥서방이며 비열한 건달 송진호(박찬환)도 등장했으며, 나영의 첫사랑 박덕성도 나타났으니 윤나영의 번민은 더욱 깊어지겠군요.  

그러나 버스회사 사장 아들 박덕성을 만난 자리에서도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네요. 오히려 박덕성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고 바로 위 동서 남애리(성현아)와의 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니 정말 섬뜩합니다.

아무튼 사상 최악의 악녀 윤나영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며 그녀를 쉽사리 비난하지 못하고 도리어 측은지심을 발동시키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공신은 누가 뭐래도 신은경입니다. 그녀의 신들린 연기에 윤나영의 영혼까지 사로잡힌 듯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불행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듯 하니, 앞길이 구만 립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