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4.07.15 월드컵, 2018년엔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7.12 스페인 우승, 실리축구에 대한 토탈사커의 승리 by 파비 정부권 (10)
  3. 2010.07.03 '남아공월드컵' 수아레스, 신의 손 아니라 악마의 손 by 파비 정부권 (70)
  4. 2010.06.23 대한민국 16강 진출, 축구 보다 죽을 뻔 했습니다 by 파비 정부권 (9)
  5. 2010.06.22 월드컵 북한:포르투갈 경기 보다, "북한이나 MB나 똑같아" by 파비 정부권 (4)
  6. 2010.06.19 월드컵 응원전 된 블로그강좌 뒷풀이 소감 by 파비 정부권 (4)
  7. 2010.06.18 허정무와 마라도나의 결정적 차이 by 파비 정부권 (28)
  8. 2010.06.13 낙동강 사진전에서 만난 월드컵의 추억 by 파비 정부권 (1)

독일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몽상적인 희망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나는 독일이 우승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네이마르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을 이긴 것도 그렇지만 독일은 늘 운이 좋고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는 팀인 것만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도 독일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 아니었지만 결승까지 올라갔고 결국 브라질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우리도 조금만 더 힘이 있었고(우리 대표팀은 16강전, 8강전을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악전고투를 했다) 독일처럼 신이 선사하는 운을 조금이나마 나눠가질 수만 있었다면 하고 생각했다. 사실 독일과의 경기는 그 이전의 이탈리아나 스페인과의 경기보다는 훨씬 자신감과 파이팅이 넘쳤다. 내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틀림없이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독일에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술과 조직력 면에서는 한수 앞선 팀이었다. 다시 한 번 내 주관을 피력하자면 한일월드컵 최강의 팀은 스페인이었으며 만약 스페인이 우리에게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가볍게 독일을 이기고 브라질과 결승에서 맞불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결과는 어땠을지 아무도 모른다. 제아무리 호나우도가 버티고 있는 브라질이라도 스페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길게 얘기할 것 없이 결론을 내리자면, 독일의 우승은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망상을 갖게끔 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허황된 망상이기만 할까. 유럽 유수의 유소년 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이강인(얘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라니까 2018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력보다는 코드-code, cord 둘 다-에 휘둘리는 환경이라 더 미심쩍다. 참고로 펠레는 16세에 월드컵에 출전했다)이 공 차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망상은 확신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이승우같은 친구는 리틀 메시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더 그렇다. 실제로 이 선수들의 백넘버가 10, 7번을 달고 뛰는 걸 보면 이게 장난이 아닌 걸 알겠다.

 

하도 어이없는 결과를 보다 위안 삼아 쓴 글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스페인 우승의 원동력, 강하고 빠른 토탈사커
"가장 아름다운 축구의 전형 보여줘!'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그동안 무관의 제왕이란 칭찬 겸 비아냥을 일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관의 제왕. 이 말 속에는 한 번도 월드컵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스페인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팀이며 영원한 우승후보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힘과 조직력에 남미의 기술을 겸비한 가장 이상적인 팀으로 평가 받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8강전에서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등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날의 경기는 내용면에서 완패한 경기였습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맞아 싸울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경기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2002년, 스페인은 앞서 대결했던 다른 팀들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던 태극전사들은 스페인의 기술과 조직력, 속도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런 스페인에게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승부차기에서 결국 이겼다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 팀이 얼마나 강인한 팀이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2010년, 역시 스페인은 강했습니다. 화려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로 그라운드를 장악하는 능력은 2002년에 보던 그것보다 더욱 진보했습니다. 마치 농구선수들이 패싱으로 공을 돌리며 상대를 주눅 들게 하듯 스페인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웠습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골문으로 치고 들어가 여지없이 날리는 슈팅.

물론 네덜란드도 강팀입니다. 그들은 스페인에게 패배하기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네덜란드가 우승했다면 전승 우승이란 금자탑도 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 이래 토탈사커를 구사했고,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 전술을 배웠습니다.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이 압박축구는 현대축구의 대세가 됐습니다.   


덕분에 세계 축구는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선수들의 간격은 좁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소위 실리축구란 것을 구사했습니다. 실리축구? 해설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지 않고 반드시 이기는 축구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전술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리축구란 곧 공격보다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비를 탄탄하게 하면서 실점을 피하다가 역습을 통해 승기를 잡는다, 뭐 이런 간단한 전술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리축구를 선보인 나라들은 브라질, 파라과이, 네덜란드, 일본 등입니다.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역습으로 허를 찔러 득점을 챙긴다는 이 매력적인 전술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습니다. 일본도 실리축구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실리축구가 뛰어난 상대의 계속되는 공격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도 명확했습니다.  

아무리 맷집이 장사라도 계속 맞다보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대결이 그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스페인은 토탈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보다 훨씬 발달한 토탈사커로 네덜란드를 압박했습니다.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한 스페인의 계속되는 공격에 네덜란드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물론 무서운 속도와 돌파력을 지닌 로벤의 활약으로 스페인도 몇 차례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네덜란드를 응원하던(두 팀을 다 좋아하면서도 왜 네덜란드가 이기기를 바란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히딩크 때문인 듯) 제 오금이 계속 저렸던 것을 보면 스페인은 분명 무서운 팀이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뛰어난 팀의 매서운 공격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페인과 독일의 4강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서 확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의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경기였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공격은 무력했습니다.

실리축구를 구사한 네덜란드와 토탈사커(요즘은 또 점유율 축구라고도 하더군요)의 스페인, 최종 승자는 토탈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보다 더 좋은 토탈사커로 상대 진영을 집요하게 압박한 스페인 축구의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관전자의 입장에서도 스페인 축구의 승리가 분명했습니다. 오히려 한 골밖에 먹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네덜란드 축구는 너무나 재미없는 축구였을 뿐만 아니라 실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페인 축구는 보기에도 멋진 훌륭한 경기를 했습니다. 자 그럼 대한민국 축구는 어떤 축구를 배워야 할까요? 제가 보기엔 스페인 축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아하니 스페인 선수들, 한국 선수들과 체격 조건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록 브라질에 패하긴 했지만(결코 브라질에 쉽게 질 팀이 아니었습니다) 멕시코가 매우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선수들의 체격 조건도 우리 선수들에 비해 그렇게 나은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인종적으로도 우리와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탈사커를 위해서는 기초적인 개인기가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 선수들은 천부적으로 개인기와는 맞지 않으므로 유럽식의 단순한 힘 축구를 해야 한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영표 같은 선수의 개인기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페인처럼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상대 진영을 흔드는 토탈사커, 빠르게 공격과 수비가 포지션 이동을 벌이며 상대를 교란하는 전원공격 전원수비, 이거야말로 한국 축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역방어로 실점을 줄이겠다는 소극적인 전술은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이기기도 힘들고 유능한 공격수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요즘 우리 집 옆 대학교 운동장에 가끔 나가 학생들이 공차는 모습을 지켜보는데요. 와, 저 학생들 혹시 브라질에서 유학 온 친구들 아냐? 하고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 발전했더군요. 요즘은 동네 축구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 한국 축구가 급속하게 발전할 것이란 징조들이지요. 훌륭한 코칭스태프와 제대로 된 전술만 마련된다면,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이 아니라 4강, 아니 우승도 넘볼 수 있는 강한 팀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전에서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봤습니다.

다만 문제는 들쭉날쭉한 것인데, 그게 글쎄 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잘 하다가 갑자기 팍 스러지고…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월드컵, 도대체 뭘 보고 배울까?

월드컵, 올림픽을 능가하는 지구촌 최대 축젭니다. 우리가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운 축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단결과 협동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 그리고 페어플레이. 페어플레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칙과 편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새벽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우루과이 4강 진출이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짓밟은 대가로 쟁취한 것이란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게 합니다. 연장 후반 15분 몇 초, 가나의 마지막 프리킥을 끝으로 경기는 종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월드컵 4강 기적 일군 수아레스의 손, 그것도 축구다?

그런데 이 마지막 프리킥이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되며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골키퍼까지 제낀 공 앞에는 골문 안에 서 있던 두명의 수비수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첫 번째 슛은 수아레스가 동물적 감각으로 발로 차냈지만, 재차 이어진 헤딩슛은 발을 쓸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습니다.

공을 손으로 쳐내는 수아레스. 사진=뉴시스


순간 수아레스의 손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공을 쳐냈습니다. 만약 수아레스가 마라도나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건 내 손이 아니었어요. 신의 손이었죠!" 마라도나의 신의 손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수아레스의 신의 손은 탈락이 결정된 우루과이의 운명을 뒤집어 4강에 올려놓고 말았습니다.

혹자는 이것도 축구라고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손으로 공을 쳐낸 행위를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반칙에 이은 퇴장으로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가나가 페널티킥 실축을 한 것도 그저 불운 탓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그런 최소한의 이해심마저도 어렵게 했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은 심판들의 어처구니없는 오심 행진으로 오심월드컵이란 오명을 안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지독한 건 이전에 없이 발달한 할리우드 액션이 유독 많았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할리우드 액션이 거짓으로 파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었다면, 이젠 자기가 잘못해놓고 그걸 덮어씌우는 것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브라질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카카를 퇴장시킨 코트디부아르의 케이타는 압권이었습니다. 카카 선수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겁니다. 강도가 집 주인에게 담 넘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물어내라고 생떼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런 경기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멍청히 서 있다가 자기에게 달려와 부딪혀 넘어진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에 퇴장 당하는 카카


현대축구에선 지능적인 반칙도 실력?

세상에 난무하는 음모와 협잡을 보며 "그래, 그것도 세상이야!" 하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비약이 좀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빨라진 현대축구만큼이나 반칙도 지능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현대축구를 압박축구란 말로도 대신합니다. 수비수와 공격수가 동시에 와 하고 올라갔다가 와 하고 내려오는 게 현대축구의 특징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비수는 하프라인을 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오버래핑이란 말이 생긴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영표 선수가 오버래핑의 대명사였죠. 센터포드, 센터하프, 풀백, 라이트 윙, 레프트 윙 하는 포지션들은 거의 고정된 자기 위치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의 압박축구는 세계 축구를 변화시켰습니다.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이 독특한 축구 스타일은 오늘날의 빠른 축구를 탄생시켰습니다. 문제는 심판들입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빨라진 현대축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심판들은 과거에 하던 그대로 느릿느릿 경기장을 걸어 다니며 권위를 뽐내기만 할 뿐입니다.

경기는 빨라지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빨라진 만큼 경기장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에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흩어져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러 명의 선수들이 뭉쳐 혼전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그만큼 심판들이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런 현실은 선수들의 지능적인 반칙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마치 심판 몰래 반칙을 잘 하는 것도 실력으로 평가 받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우루과이와 한국의 8강전 경기 전에 한국 언론들은 수아레스에 대한 경계령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수아레스의 할리우드 액션을 경계하라!"  

날로 지능화되는 반칙, 이대론 안 된다

수아레스는 이미 그런 선수로 알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수아레스가 정직하고 공정한 페어플레이어였다고 하더라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손으로 쳐내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페어플레이를 생각하는 선수였다면 최소한 그렇게 쉽게 손이 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손보다는 머리가 나갔겠지요.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축구가 얼마나 반칙으로 오염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매 경기마다 반칙이 난무하고 심판들의 오심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져도 진 것이 아닌 우스꽝스런 대회가 되고 있습니다. 더없이 추악해진 월드컵에서 수아레스의 신의 손이 가벼운 해프닝이나 귀여운 에피소드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빨간 딱지 레드카드. 이걸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로 갈수록 지능화되고 야비해지는 반칙들, 지구촌 축제를 추악한 월드컵으로 만드는 그라운드의 범죄행위에 대해 빨간 딱지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할까요? 아울러 할리우드 액션으로 심판을 속이고 승패의 운명을 뒤바꾼 행위들에 대해서도 사후에 밝혀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수아레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박주영이 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주영도 우리나라에선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겁니다, 수아레스처럼. 다른 모든 지구인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범죄자를 향해 기꺼이 기립박수를 치며 찬양하겠지요.

"와우, 최고야. 승리를 위해선 비열한 반칙도 영웅적 행동일 뿐이야."


"무조건 이기면 최고야!" 수아레스, 우루과이선 영웅?

축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단결과 협동정신은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처럼 패거리문화, 폭력적 이기주의, 집단적 최면상태 등을 야기하는 역기능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 편이면 어떤 비열한 반칙을 해도 용서를 넘어 고무 찬양해야 한다는….

그래서 축구에서만이라도 최소한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실로 부질없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은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아무튼 수아레스는 우루과이에선 영웅 대접 받게 생겼네요. 남아공 월드컵,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를 줍니다. 파이팅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8강전 상대는 우루과이, 무난히 8강 진출할 듯!
  

이미지=미디어다음

                                                                                       














심장마비로 죽을 뻔 했습니다, 축구 보다가. 이렇게 애가 타는 경기는 처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16강전 나이지리아전이 최대 승부처였던 거 같습니다. 우루과이와 멕시코전 보니까 별거 아니더군요. 8강까지 무난히 갈 거 같습니다. 아무튼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현관문을 열고 찬바람을 쐰 덕분이지요. ㅎㅎ


우루과이는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강팀입니다. FIFA 랭킹도 16위로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멕시코와 경기 하는 걸 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처럼 압박축구,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을 이용하는 한국형 축구를 구사한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팀입니다. 승률을 따지면 6:4로 한국이 우세하다고 봅니다.

자, 8강전에서 우루과이 가볍게 물리치고 4강전으로 Go!!!

창원 상남동 거리 응원 (그리스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에이, 노래 못 틀게 하기는 명박이도 마찬가진데 뭘"

사진=연합뉴스

















북한, 포르투갈에 7:0 대패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크게 졌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지는 경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5:0으로 진 적이 있었지요. 물론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에 9:0으로 진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헝가리 하면 요즘은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치지만, 1950년대엔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죠. 아쉽게 결승전에서 서독에 2:3으로 역전패 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아무도 헝가리가 우승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엔 전설적인 영웅 푸스카스가 있었습니다. 푸스카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아직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 전쟁의 포화속에서 갓 벗어난 애송이 대한민국이 0:9로 졌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포르투갈에는 호날두가 있죠. 호날두가 과연 레전드 푸스카스와 비교할 만한 선수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숩니다. 메시에게 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헝가리는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과 두 차례 격돌했는데, 서독 선수들의 집중 마크로 말미암아 푸스카스는 큰 부상을 입었고(이때 헝가리는 서독을 8:3으로 완파했지만, 다시 만난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경기엔 결장하게 되었죠. 후일 펠레도 집중 마크로 인해 큰 부상에 시달리곤 했는데, 회의를 느낀 펠레는 축구를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어? 북한도 월드컵 나왔네"

아무튼,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계적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포르투갈을 맞아 그 정도 선전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다가 아내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어? 북한도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었나? 어떻게 월드컵 나왔지?"

이 말을 들은 저는 기가 막혀서(사실 뭐 그럴 거까진 없지만. 원래 여자들이란 축구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무지한 게 보통이니까) 이렇게 받아쳤답니다.

"아니, 북한이 우리나라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전 하는데 평양엔 한국팀이 절대 올 수 없다고 버텨서 결국 제 3국에서 한 거, 거기가 홍콩이었던가, 그것도 모르나?"
 
"나는 모르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평양에 오는 건 뭐라 안 하는데, 다만 애국가는 틀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지. 왜 국제 경기할 때마다 시작하기 전에 국가 틀어주잖아. 서울에서 북한과 경기할 때는 북한 국가 연주 했지. 그런데 평양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참 황당하더구만. 아주 나쁜 놈들이지."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평양 경기는 제3국에서 했다. 사진=연합뉴스


허정무가 북한 대표팀 감독처럼 북한 기자들에게 행동했다면?

"에이, 명박이는 더 나쁜 놈인데 뭐."
 
"뭐라고? 와 명박이 나쁜 놈이고."

"명박이도 노래 못 틀게 하잖아. 무슨 행사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못 틀게 한다던데."

"하긴 그도 그렇네. 그래도 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서울에서도 인공기 걸리고, 북한 애국가 연주하고 하는데 저그는 와 못 하게 한단 말이고. 얼마 전에 북한 대표팀 감독 인터뷰 사건도 하나 있었지. 우리나라 기자가 "북한팀은~" 어쩌구 하면서 질문을 하니까 이랬다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북한이란 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만이 있을 뿐이지요. 다음 질문 하십시오.' 

그래서 우리나라 기자들은 질문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더군. 거 북한이라고 좀 부르면 어때서. 자기들은 꼬박꼬박 남조선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아, 우리는 지들을 북한이라 부르고 저그는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면 되는 거지. 만약 허정무가 북한 기자들이 "남조선 팀은~" 어쩌구 했다고 그렇게 갈기면 좋겠냐고."

괜히 열 냈더니 아내가 꼬랑지를 내리더군요. "하긴 그 말도 맞다. 그라모 둘 다 나쁜 놈이네."

경기를 다 보진 못했습니다. 후반전 초반에 벌써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볼 흥미를 느끼지 못한데다가 저는 연속극 동이를 보아야 했거든요. 나중에 확인하니 7:0으로 졌더군요. 이미 경기 내용으로 보아선 몇 골 더 먹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 4:1로 졌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덜 나빴다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졌을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밥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그냥 '심하게 져서 안타깝네!' 하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살려면 더 부드러워져야 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늘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아무래도 먼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6·25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군요. 며칠 있으면 바로 그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비록 분단은 되었다 하더라도 전쟁만은 없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제 마음가짐도 말입니다.

이상 월드컵 보다가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뭐 그렇게 완전 삼천포로 빠진 건 아니지 싶습니다. 다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고요. 통일이 되려면 좀 더 부드러워져야 된다, 그런 이야기고요. 그건 북한팀 감독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세상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야 통일은 고사하고 함께 사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경블공/백인닷컴 6월 블로그 강좌 뒤풀이는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월드컵 응원과 함께!!

월드컵, 역시 지구촌 최대의 축젭니다. 6월 17일 오후 7시 30분, 마산운동장 주변은 붉은 옷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잡은 어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뒤를 따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그런 밤이었습니다. 월드컵은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에게도 빨간 옷을 입히고 말았습니다. 

이 시간, 저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열리는 블로그 강좌 뒤풀이에 쓰일 맥주와 소시지 등 안줏감을 사기 위해 홈플러스로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홈플러스는 경남도민일보 바로 옆에 있고, 그 건너편에는 마산공설운동장이 있습니다. 마산공설운동장에서 단체 응원전이 펼쳐질 모양입니다. 시내버스도 온통 빨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미 6월 17일(목) 오후 7시에 경블공(경남블로그공동체)/백인닷컴이 주최하는 <시민을 위한 무료 블로그 강좌>를 열기로 계획하고 공지까지 한 사항이었으므로 대한민국 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있다고 해서 날짜를 연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블로그 강좌와 월드컵 응원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 강의 중인 백인닷컴 대표 김주완 기자


물론 월드컵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진보적 이념을 경향으로 가진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합니다. 저도 그 열광하는 사람들 중 한명입니다. 월드컵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은 월드컵의 상업주의와 사람들의 지나친 광기를 걱정합니다. 

상업주의는 모르겠으나 지나친 광기에 대해선 그야말로 지나친 걱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 말하자면, 촛불도 광기가 아니냐고 공박했을 때 무어라고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촛불집회에 백만이 모이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월드컵에 백만이 모이면 광기라고 깔아뭉개는 것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상업주의도 그렇습니다. 과거 동유럽이나 소련에서 스포츠는 국가가 관여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동구권에 스포츠 강국이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소련과 동독, 유고연방(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으로 분열), 헝가리 등은 축구 강국이었습니다. 아직도 헝가리의 푸스카스는 펠레와 더불어 최고의 공격수로 꼽힙니다.

소련의 야신은 골키퍼의 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월드컵은 최고의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수여합니다. 축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화 된 측면도 있지만, 이처럼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1960년대 이전, 영국 축구는 그리 강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영국 프로 축구는 오늘날의 프리미어 리그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영국 축구의 붐이 리버풀에서 일어났습니다. 리버풀은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 같은 곳입니다. 조선소의 도시지요. 그리고 비틀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이름은 아직도 리버풀 사람들의 가슴에 선명합니다. 리버풀 구장에서는 비틀즈의 응원가가 울려퍼졌고, 리버풀FC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비틀즈가 부른 리버풀 응원가의 가사 중에는 "일어나라 노동자여~" 같은 구절도 들어 있다고 몇 년 전 어느 다큐에서 보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리버풀이 조선소의 도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리버풀FC의 부흥, 이것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 노동계급 출신 비틀즈. 세계 축구를 평정했던 7~80년대에 비해 초라한 오늘날의 리버풀FC는 리버풀 사람들로 하여금 그때를 더 그리워 하도록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인근의 조선소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란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었군요. 20대 초반의 퍼거슨이 조선노동자들을 이끌고 파업의 선봉에 섰었다고 하니 그 모습이 과연 상상이 가십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하, 그래서 퍼거슨의 조직 장악력이 대단했군!"


김주완 기자의 블로그 강좌가 끝나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월드컵 한-아르헨전 시청을 했다.


우리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 4:1로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기거나 최소한 비기기라도 했다면 이날 블로그 강좌와 월드컵 응원전을 결합한 기획은 대성공이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월드컵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승리 앞에서는 기쁨이 앞섰을 것입니다. 

맥 빠진 블로거들이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건배할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날 블로그 강좌와 더불어 만들어진 월드컵 응원전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전반 막판에 이청룡 선수가 한 골을 넣었을 땐 환호성으로 경남도민일보가 떠나갈 듯했습니다. 그 골이 아니었다면 후반전을 다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강좌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 월드컵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양팀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면 훨씬 재미있는 응원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아무튼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조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차기 경블공 총무를 하실 분은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후반 막판, 한 골을 넣자 환호성이 터졌다. 후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쉬웠지만, 후일을 기약.


아르헨티나에 지긴 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이기면 됩니다. 아, 이건 사족이지만, 어제 술 마시면서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이긴 게 가장 잘 됐다고 하신 분들,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리스를 이겼다는 사실 때문에 잠시 착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리그전이란 점을 잊고 말입니다.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이김으로써 우리가 나이지리아를 이겨도 '경우의 수'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무조건 대량 득점으로 크게 이겨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지면 간단한 문제지만,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죽기 살기로 아르헨티나전에 임할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블공 회원님들. 김천령님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못 온다고 연락이 오셨으니 되었고요. 연락도 없이 참석 안 하신 회원님들은 총무의 강력한 파워 삐침의 공격을 피할 수 없으리란 점을 밝히면서 이만 <시민을 위한 무료 블로그 6월 강좌>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소감이 오락가락한 것은 아르헨티나에 너무 큰 점수 차로 진 충격으로 뇌에 약간의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오니, 널리 양해를 바랍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안아주는 감독 마라도나와 불평하는 감독 허정무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만난 허정무와 마라도나




























아르헨티나에 4:1이라는 큰 스코어 차이로 허무하게 지고 난 다음 어느 술집에 앉았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막말을 해대며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듯 소주나 막걸리를 연신 들이켜 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아니 한참 잘 나가나는 차두리를 왜 뺀 거야? 오범석이 오늘 영 아니더만. 차두리한테 뭔 감정 있는 거 아이가?" 

월드컵 같은 분위기에서는 테이블은 달라도 모두 한편입니다. 제가 그들의 말자리에 끼어들어 허정무 감독을 변호했습니다.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원래 허 감독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유럽팀을 상대할 때는 힘이 좋은 차두리, 남미팀을 상대할 때는 영리한 오범석을 넣겠다고요." 

그러나 제가 생각해도 그날 오범석을 선발 기용한 것은 실책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오범석의 플레이는 평소의 그답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개인기 앞에 오범석은 위축되었고 지나치게 들떠 있었습니다. 차분하게 공격 루트를 차단할 생각보다 섣불리 달려들어 공을 빼앗으려다 반칙을 내주기가 일쑤였습니다. 

차두리가 투입되었다고 해도 메시, 이과인, 테베스가 포진한 아르헨의 막강 공격진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두리는 상승세였습니다. 그리스전 승리의 공을 나눌 때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다음에 차두리를 꼽을 정도로 차두리의 컨디션은 최상이었습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문제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이 아니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이미 차두리-오범석 투입에 관한 허정무 감독의 전술을 들어 알고 있었고,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전술을 썼더라도 아르헨을 상대로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와 1차전에서 이겼지만, 그때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감독은 허정무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차두리의 경기 내용에 매우 만족해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우리는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걸 그렇게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말해야 했을까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했던 말과도 다른 말입니다. 그는 분명히 유럽팀을 상대할 때는 차두리를, 남미팀을 상대할 때는 오범석을 써서 전술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차두리 대신 오범석을 기용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두리가 상처받을 수도 있는 말을 했을까요?


축구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공이 둥글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축구는 늘 의외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개인기, 전술, 조직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을 중요하게 꼽는 것도 바로 축구를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허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선수를 향해 이렇게 내뱉은 것입니다. 

"야, 차두리. 너 하는 그게 축구야? 나는 네가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허정무 감독은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할 테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차두리는 엄청남 모욕감에 치를 떨었을 겁니다. 만약 그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감정을 안 느꼈다면 그는 분명 도에 달통했거나, 아니면 세상에 떠도는 소문처럼 로봇일 게 틀림없습니다. 

이런 지점은 상대편 아르헨티나의 감독 마라도나가 보여주는 모습과 확실하게 대비됩니다. 마라도나는 세상이 다 아는 악동입니다. 특히 기자들에게 그는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기자들을 향해 험담을 넘어 독설을 퍼붓길 주저하지 않는 그의 행동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그가 내정되었을 때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이 우려하며 반대했던 것도 다 마라도나가 평소에 보여준 기행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마약복용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들을 기다리게 해놓고 뒤늦게 나타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사과를 베먹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우물우물 사과를 먹으면서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확실히 그는 기인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기 자신을 그저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마 그는 정말로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라도나는 박지성에게도 이렇게 살가운 애정을 과시했다. 사진=멀티비츠


이런 마라도나가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애정은 실로 감격스럽습니다. 그는 훈련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그리고 때때로 선수들을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연출인지, 진심인지는 마라도나의 표정을 통해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수염에 뒤덮인 그의 얼굴을 뚫고 나오는 것은 애틋한 후배들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자기 선수들을 아끼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라도나의 스킨십을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진심으로 마라도나를 존경하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마라도나는 그들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롤 모델인 셈이지요.

아무튼 우리는 술을 마시면서 그렇게들 말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앞으로 대표팀 감독은 모두 마라도나처럼 잘 안아주고 하는 사람을 뽑게 될 거야. 잘 안아주는 감독이 최고의 감독이란 소리지." 이건 우스개로 한 말입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런 마라도나가 존경스럽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기자회견에 나가 "○○○, 너 어제 하는 거 그거 아주 못마땅했어. 너는 최악이야!" 하고 말하는 것과 모든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스킨십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감독, 이 둘 중에 누가 더 뛰어난 감독입니까? 어제 술자리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소위 '빠따'로 선수들 군기를 잡는 대한민국 체육 지도자들에 대한 험담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이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허정무와 마라도나의 지도 스타일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감독을 향해 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중이니까요.  

ps; 아,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마라도나가 월드컵 경기장에 나올 때 양복을 입고 나타났지요? 마라도나가 양복 입은 모습 본 사람은 그동안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마라도나가 양복을 입었을까요? 바로 딸 때문이라는군요.

그의 딸이 마라도나에게 "아빠가 양복을 입고 월드컵 경기장에 선 모습을 꼭 보고 싶어!" 그랬다는군요. 마라도나, 정말 의외의 사람이지요? 딸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제 생각이지만, 양복 입는 일) 할 줄 아는 마라도나, 정말 사랑스런 사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대한민국, 이번에도 뭔 일 내는 거 아녀?

6월 12일 오후 4시, 창원시 상남동 분수공원에서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전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했을 때 미리 도착한 김훤주 기자와 경남도민일보 김두천 기자가 열심히 사진을 꺼내 널고 있었습니다. 널고 있었다고 하는 것은, 양쪽 나무에 마치 빨랫줄처럼 줄을 걸어 거기에 사진 판넬을 매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남동 근처 창원시청 앞 광장에는 벌써 붉은 옷을 입은 젊은 무리들이 떼를 지어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날 저녁 8시 30분부터 월드컵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리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들뜬 축제분위기를 보노라니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8년 전에는 붉은 옷을 입고 창원 정우상가 뒷골목을 누볐던 기억이 있습니다.

축구광인 저는 심지어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대 미국의 경기를, 아니 대한민국 대 미국의 경기를(아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란 고유명사로 널리 부르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직접 보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꼬박 밤을 새워 줄을 섰습니다. 애석하게도 워낙 뒷줄이라 표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9만 원짜리 표를 40만 원이나 주고 밀거래를 해서 대망의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게 되었는데, 후반전 막판 최용수 선수가 바로 제 눈앞에서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을용 선수의 기막힌 드리볼과 재치 있는 패스로 최용수는 노마크 찬스를 맞았지만, 너무나 당황했던지 그만 똥볼을 날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아아, 얼마나 억울하던지. 그 한골이었다면 대한민국은 미국을 2:1로 이기고 16강행을 확정짓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고, 저는 그 역사적인 순간에 입회인 중의 한명이 되었을 것입니다. "야, 용수야, 피 같은 내 돈 돌리도!" 창원으로 돌아오는 내내 핸들을 잡은 제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할 수가!"

나중에 최용수가 헛발질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았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실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TV에서 보이는 최용수의 실수는 헛발질이 아니라 그저 많은 실수 중의 하나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제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은 완벽한 헛발질이었습니다. 역시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며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며칠 후,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인천은 워낙 먼 곳이라 도저히 갈 수 없었으므로 우리는 정우상가 뒤 어느 술집에 모였습니다. 10여 명의 30대들이 모두 붉은 티를 입고 앉은 모습이 꽤나 가관이었지만, 아무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역시 그룹을 짜 모여 앉은 20대들이 오히려 우리를 부러워하며 응원을 보낼 정도였지요.

대한민국은 프랑스, 브라질과 함께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포르투갈에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포르투갈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당황해하는 피구의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어 보였습니다. 박지성이 마침내 골을 넣었을 때, 술집은 흥분의 함성으로 무너질까 두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파 위에서 펄쩍펄쩍 날뛰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친구들,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16강 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굳어졌고, 포르투갈에 동정심을 느낀 친구들이 "야, 운재야, 그냥 한 골 먹어줘라!" 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지요. 모두들 그때는 제발 미국이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입니다.


이건 무슨 반미주의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깁니다. 그 자리에서 함께 빨간 옷을 입고 격정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은 건축업자이거나 부동산업자, 혹은 술집 주인, 팬시점 사장,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의 종류를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아마도 누구라도 미국이 탈락하기를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안톤 오노 때문이었습니다. 이 재수없게 생긴 일본계 미국인이 어떤 이념적 경향성이나 이데올로기의 세례도 받지 못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반미주의자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미국전에서 골을 넣은 안정환과 그의 동료들이 만든 안톤 오노를 조롱하는 골 세리머니는 아직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잘 알고 존경하는 어떤 분은 이 당시의 서울광장을 "광기로 뒤덮였다!" 라고 자신의 책 서문에서 적었는데, 그 광기의 붉은 옷을 8년이 지난 2010년 6월 12일 창원 상남동 분수공원에서 다시 만났지만 제 눈에 그것은 광기가 아니라 약동하는 생명이었습니다. 그 젊음이 한없이 부러워서 한참을 서서 구경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4시간이나 남았지만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창원시청 광장이나 상남동에선 붉은 옷의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낙동강 사진전을 펼쳐놓고도 제 눈은 그 붉은 물결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8년 전이었다면 얼마든지 저 붉은 물결 속에 함께 어울리련만, 이제는 그럴 용기가 없어진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면서. 

전반전에 한 골, 후반전에 한 골, 2:0 승리는 2002년 폴란드전을 다시 보는듯하여 뭔가 심상찮은 예감으로 몸을 떨게 합니다. 이러다 대한민국, 이번에도 진짜 뭔 일내는 거 아냐? 친구의 말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어쩌면 2002년 그 비싼 암표를 사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갔던 저도 폴란드전 승리로 고무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0년 6월 17일, 뭔가 심상찮은 예감이 꼭 실현될까요? 3:1로 대한민국 승리!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3:0이라 하지 않고 굳이 3:1이라 한 것은 그래도 리오넬 메시 선수를 영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 막아도 한 골 정도는 내 줄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튼 대한민국 3:1 승!! 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