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불꽃'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01.24 욕망의 불꽃, 착한 언니가 망친 윤나영 모녀 by 파비 정부권 (11)
  2. 2011.01.09 욕망의 불꽃 대반전, 모든 음모의 근원지가 김영민이었다니 by 파비 정부권
  3. 2010.11.01 욕망의 불꽃, 최악의 악녀 윤나영에 연민을 느끼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6)
  4. 2010.10.04 욕망의 불꽃, 대서양그룹은 현대가의 복사판? by 파비 정부권 (5)
  5. 2010.10.04 욕망의 불꽃, 돌아온 카리스마 신은경 by 파비 정부권 (5)
얼마 전에 우리 동네 김용택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선의를 갖고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착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착하기만 한 사람은 착한 뜻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소노 아야코가 쓴 <착한 사람은 왜 주위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아,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제가 말하는 김용택 선생님은 섬진강에 사신다는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아니라 마산, 창원에서 오랫동안 교육민주화 운동을 하시고 전교조 지부장도 역임하시다 지금은 정년퇴직하신 김용택 선생님입니다.  

그분이 자기 블로그에서 이런 고민을 풀어놓으셨군요. “
착한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학교나 가정이나 종교가 그렇게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가르친 ‘착한사람’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이 고민을 저도 하게 됐습니다. mbc 주말연속극 욕망의 불꽃을 보다 그런 고민이 들었던 것입니다. 
 

▲ 착하지만 늘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윤정숙


윤정숙. 윤나영의 언니입니다. 지금까지는 가련한 윤정숙에게 정말 한없는 연민을 보냈더랬습니다. 그녀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녀는 윤나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착하디착한 모습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거창스러울 뿐 아니라 짜증스러웠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나영과 백인기(혜진) 앞에서 흘리는 눈물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착한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로구나. 여러 사람 죽이는 몹쓸 짓을 하게 될 때도 있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윤정숙. 너의 그 착한 척하는 허영심 때문에 두 모녀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거야.'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윤정숙의 책임이 아닙니다. 모든 사단은 윤나영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녀가 서울에 올라가서 공부는 안 하고 버스회사 경리로 취직해 사장 아들을 꼬시는 데 정신을 판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열심히 공부해 서울의 대학에 합격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나는 반드시 부잣집에 시집가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테야' 이게 어릴 적 그녀의 꿈이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마침내 서울에 올라가 버스회사 사장 아들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장 아들은 날라리였고 그 방면에선 윤나영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윤나영은 고향 울산으로 쫓기듯 내려왔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게 백인기였죠. 윤정숙은 난산 끝에 실신했다 깨어난 나영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윤정숙이 그리 한 것은 윤나영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습니다.

▲ 진실을 말하러 갔다가도 동생이 "자 솔직하게 말해봐!" 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윤정숙이 한마디만 빨리 해주었더라도 엄청남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영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재벌가에 시집가겠다는 꿈은 포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약을 먹고 아이를 지우려고도 했죠. 그러니 착한 윤정숙이 어찌 나영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를 일단 고아원에 맡겼다가 입양하는 형식으로 데려다 키운 것입니다. 


혜진이라고 이름 지은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나영을 쏙 빼닮았습니다. 언젠가 가수가 돼 큰돈을 벌겠다는 야심도 비슷했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출생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고 괴로워하던 혜진은 결국 가출해 백인기가 됐습니다. 가수가 아니라 배우가 된 거지요. 

20 몇 년의 세월을 서로를 모른 채 악착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들듯 살았던 두 모녀는 김민재라는 다리 위에서 원수가 되어 만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김민재는 나영이 낳은 아들이 아닙니다. 사실 이 김민재란 존재가 윤나영과 윤정숙을 불행하게 만든 씨앗이었죠. 모든 계략의 발단. 

그 계략을 짠 것이 김태진 회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의 뜻에 거부하지 않고 따르는 척 하면서 내내 '나는 착한표 모범생이요' 했던 김영민의 속셈이었다니. 그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아무튼, 지금 윤나영과 백인기는 김민재를 사이에 두고 폭발 직전입니다. 

윤나영은 어떻게든 김민재로부터 백인기를 떼내기 위해 갖은 회유와 협박, 음모를 동원합니다. 마침내 백인기의 과거가 담긴 비디오도 입수했습니다. 이 비디오에는 한때 연예계에 실제 돌았던 모양이니 머양이니 하는 비디오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 백인기에게 사실을 말하는 윤정숙. 때가 많이 늦었다. 그래도 이 사실을 윤나영에게도 빨리 밝혔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나영의 언니요 백인기의 이모인 윤정숙은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닙니다. 백인기가 혜진이란 이름으로 윤정숙의 딸로 자랄 때도 밝히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나영과 백인기를 만날 때마다 딸막딸막 했지만 결국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눈물만 줄줄 흘리며 "아이다, 별일 아이다. 담에 얘기 하끄마" 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제 백인기의 입에서 김민재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절대 안 된데이, 그래선 안 된데이" 하면서 "니를 낳은 엄마가 바로 민재 엄마, 나영이다" 하고 밝혔던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리게 됐습니다. 이제 백인기가 알았으니 다음은 윤나영 차롑니다. 윤정숙은 윤나영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백인기가 바로 니 딸이다!" 그러나 윤정숙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영을 세워두고 또 입만 움찔움찔 하다 말았습니다. 

윤나영이 짜증을 내며 "내가 그래서 언니하고 멀리하는 거란 말이야. 뭐야, 이게. 사람들 다 보는데 무슨 청승이라고 눈물을 질질 짜면서… 정말 창피하다, 창피해" 하고 말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윤정숙은 한심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두 모녀, 윤나영과 백인기는 마주보며 달리는 기관차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백인기가 자기를 낳아준 생모가 윤나영임을 알았으니…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그녀가 사람의 심장을 품고 있는 이상 생모를 파멸시키겠다고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하나뿐이겠군요. 스스로 생을 버리는 것. 1부의 첫 장면이 그것이었지요.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백인기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윤나영. 그녀는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제발 죽지 않길 바라지만 이 드라마의 어두운 느낌을 고려하면 꼭 줄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기 친딸인지도 모르고 백인기의 음란비디오 스캔들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윤나영. 파멸의 시작이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요? 윤정숙이 혜진이가 어렸을 때 "네 엄마는 나영이란다. 내 동생이지. 넌 내 조카고. 그렇지만 엄마를 위해 나와 단둘이 행복하게 살면 어떻겠니? 그렇게 하자꾸나." 또는 나영에게도 진실을 말해주는 거죠. 그러고는 이렇게 제안하는 겁니다. "아이는 내가 잘 키울게. 넌 가끔 아이를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진실을 밝혔어야 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방법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혜진아. 네 엄마는 나영이야. 그리고 나영아. 혜진이, 곧 백인기가 네 딸이야. 이제 서로들에 대해 잘 알았으니 나머지 문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 나는 너희들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저 제 3자일뿐이야."
 
윤정숙은 그러나 그리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마치 자기가 모든 굴레를 다 뒤집어써야만 한다는 듯이 굴었습니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조카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라는 일일 거라는 생각,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일 거라고,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는 몰라도(그리고 그녀는 실제 착한 사람이고 고마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착한 자기로 인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의 인생이 불행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녀의 한계였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착한 사람보다는 진실한 사람이 되라고 했습니다. 윤정숙의 경우에 어떻게 처신했어야 진실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답이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처지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숨기거나 속이는 것이 진실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용택 선생님이 인용하신 착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다 하는 하나의 해석을 드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다 착한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윤정숙과는 다는 아니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네요.   
  

1. 어떤 일을 당해도 절대로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 않는다.
2. 남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어떤 약속이 있든지 말든지 먼저 들어준다.
3.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으며 그냥 가벼운 말로 넘어간다.
4. 가벼운 말에도 상처를 쉽게 받는다.
5. 장난으로 때리는 것은 똑같이 보복을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화를 내며 때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 만약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을 경우 ‘그냥 해줄 걸 그랬나’는 등의 생각이 들며 마음이 불편해 진다.
7. 잘못을 하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
8.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난다.
9.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남의 처지부터 생각하고 행동한다.
10. 칭찬을 들으면 쑥스러워 하지만 상처를 받으면 그 기억이 오래 남는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는 욕망의 불꽃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물론 드라마 중간에 삼성 갤럭시탭 홈쇼핑이 나와서 그런 건 아니고요. 그거야 이해하죠. 오죽 똥줄이 탔으면 그랬을까, 이해를 해야죠. 까딱하다가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눈먼 시장 다 뺏기게 생겼으니 좀 무리하다 싶은 간접광고였지만,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김태진 회장(이순재) 때문에 놀랐던 거랍니다. 돈 많은 그 늙은 영감탱이가 뭐 어쨌냐고요? 아시다시피 김태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대서양그룹의 회장님이시죠. 아, 그러고보니 이순재 씨 요즘 여기저기서 회장님 하시네요.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휴대폰, 자동차 등등을 만든다는 우리나라 최고 재벌 회장님으로 나오지요, 아마?

아무튼 깜짝 놀란 이유는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러셨겠지만, 윤나영(신은경)이 못된 악녀라고들 생각하고 있었지요. 사실 윤나영은 악녀가 맞지요. 돈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자기 부모, 형제도 나아가 자기 자식마저도 매몰차게 버릴 여자거든요. 실제로 그녀 때문에 아버지는 죽고 언니는 강간당했으며 딸은 버려졌죠. 


그녀의 내면에 들어찬 욕망에 관한 복잡한 사고구조는 우리가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어떨 땐 연민이 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소름 끼치기도 하고. 그녀의 욕망은 김영민(조민기)의 첫사랑 양인숙(엄수정)이 낳은 아이까지 자기 아이처럼 소유해야겠다는 욕망으로 번지죠. 그리고 그 아이 김민재(유승호)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적이 되었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윤나영에게 김민재는 욕망을 지켜줄 유일한 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죠. 윤나영은 그 유일한 욕망의 끈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양인숙을 살해하기 위해 자동차로 그녀를 치었지만, 양인숙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시 서울에 나타났어요.

윤나영의 지난 20여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세월이었죠. 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아무도 모르게, 특히 시아버지가 모르게 숨겨야 했고 한편으로는 남편을 대서양그룹의 총수로 만들기 위해 온갖 음모와 술수를 다 부렸어요. 남편이 대서양그룹의 총수가 돼야 민재가 그걸 이어받을 거고 그게 바로 자기 욕망의 완성이라고 생각한 거겠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어제 경천동지할 반전이 일어난 거예요. 시아버지가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김태진 회장은 김민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배후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었어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의 아버지와 약속한 혼사는 나영이 아니라 언니였던 거 기억들 하시죠?

윤정숙(김희정). 원래 김태진이 김영민의 배필로 점찍었던 사람은 윤정숙, 나영의 언니였어요. 어떻게 그럼 나영이 영민과 결혼했는가?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차마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열하고 참혹한 것이었죠. 윤나영의 계략에 윤정숙이 강준구(조진웅)에게 강간 당하고, 아버지는 혈압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으니.

풍비박산 난 집안에 덮친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준구는 윤정숙을 지키려다 살인자가 되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윤나영이 꾸민 일로부터 벌어진 사단이었던 것인데, 윤나영은 그 와중에 서울에서 버스회사 사장 아들과의 불장난으로 생긴 아이(이 애가 바로 백인기)를 낳게 되죠.
 
이런 일을 벌여놓고서도 윤나영은 끝까지 김영민과 결혼하기 위해 김태진에게 접근해 모략을 꾸밉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어요. 욕망을 얻은 거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욕망의 불꽃에 불을 붙인 거죠. 양인숙이 낳은 아이를 빼앗으면서까지. 그런데… 김태진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니.

아니, 알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모든 모략을 꾸민 장본인이 바로 김태진 회장이었네요. 윤나영은 자기가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김태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거지요. 김태진 회장이 윤나영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군요.


"첫눈에 니 언니는 안 되겠다 싶었다. 착하기는 한데 이런 상황(양인숙이 영민의 아들을 가진 상황)을 수습할 만한 배짱이 안보였다. 헌데 니가 내 마음에 쏙 닿았다. 니 거 욕심 많은 얼굴이 내 눈에 쏙 들어왔데이. 하모, 니는 해낼 줄 알았다. 고맙데이. 영민이를 구해주고 영민이 얼라도 살려주고."     

세상에 이 무슨 청천벽력. 20년이 넘게 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실제는 내가 범죄자가 아니라 범인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허탈감. 분노할 힘도 없이 밀려드는 망연자실. 김태진의 방을 나온 윤나영, 얼빠진 사람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버님, 고맙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뜻인지?

아무튼 어제는 참으로 놀랄 노자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김영민. 그는 지금 매우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바로 양인숙의 기둥서방 송진호(박찬환) 때문인데요. 이 작자는 원래 양인숙의 기둥서방이면서 김영민에겐 오라비라고 속였던 거예요. .

제가 이 부분은 정확하게 몰라서 그러는데 아마도 양인숙과 이 송진호란 놈이 서로 짜고 대서양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에게 접근한 건지도 모르죠. 눈치를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이 자가 김영민에게 다시 접근해서 이렇게 말했군요. "유전자 검사 그거 한번 해보라고. 혹시 알아? 김민재가 아니라 송민재일지도."

이거 갈등 안 될 수 없는 부분이죠. 원래 아버지란 존재는 원초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 제도적 산물이라고 언제가 제 블로그에서 말한 적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부성이란 사회적 관계를 빼면 별 게 없다는 거예요. 모성처럼 직접 자기 배로 키우고 낳은 게 아니니.

그래서 저는 어떤 분이 제게 "만약 새끼가 애비를 안 닮으면 어떻게 되겠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애들이 아버지를 주로 닮는 것은 이유 있는 생존 본능이야" 하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매우 일리 있다고 믿는 편이랍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두고 "아이고, 얘는 아빠는 하나도 안 닮고 엄마만 닮았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생각이 없는 멍청이거나 아니면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못된 사람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버지란 존재에겐 제 자식이 어떻든 발가락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아무리 김영민이 심성이 착하고 신사도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에 갈등 안한다면 이상한 사람 아닐까요? 그는 역시 보통의 남자였습니다. 송진호의 한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힙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절대 그럴 리 없어!" 하는 마음과 "혹시 정말로 그렇다면?" 하는 마음이 서로 싸웁니다.

그런데 제가 놀라운 장면이라고 했던 건 이게 아니었어요. 그 갈등의 중간에 아들 김민재가 방으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윽한 사랑의 눈길로 민재를 바라보죠. 그러다 김민재를 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이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미안하다, 민재야. 아버지는 한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대서양그룹의 오너가 되는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버진 모든 걸 희생한 거야. 엄마두 너두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이었다."

남편을 대서양그룹 오너로 만들려는 윤나영의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룹에 출근하는 것일 뿐, 착하기만 하고 아무런 욕심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섬뜩하네요. 말없이 자기 욕망을 챙기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하나하나 준비해왔다는 말인데요. 그리고  그 꿈은 곧 달성될 듯이 보이네요. 

김영민의 형들과 형수들은 헛된 꿈에 젖어있지만, 김태진 회장은 이미 김영민에게 대서양그룹을 넘기기로 마음을 정했으니까요. 아무튼, 김태진이나 김영민이나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기야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사람들치고 안 무서운 사람 없지요. 하다못해 노름판의 꾼들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김태진 회장은 어째서 다른 모든 아들, 손자를 제껴두고 김영민의 아들 김민재만 그토록 좋아라 할까요? 둘이서 영상통화 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태진 회장의 처 강금화(이효춘)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보는군요. 

"그렇게 민재가 이쁘슈, 민재가? 그 많은 손자 손녀 다 놔두고, 왜 민재만 이뻐하세요? 옆에 두고 기른 애도 아닌데." "자기가 그걸 어찌 아노?" "영민이를 이뻐하시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영준이보다."

저도 그게 신기하네요. 그저 김영민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다른 이유는 없이? 여하간 불쌍한 건 죽은 윤나영의 아버지네요. 윤나영의 아버지는 김태진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였죠. 그래서 김태진이 자기에게 받은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자기 딸을 며느리 삼겠다고 한 줄 알았는데.

처음에 혼사가 오갔던 건 윤나영의 언니 윤정숙이었죠. 그래서 윤정숙과 김영민이 선도 봤고요. 그런데 김태진의 속마음이 그런 줄 알았으면, 또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우리 영민이 처로는 니 둘째딸 나영이가 어울린데이. 그렇게 하자" 이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요?

엉뚱하게 김영민과 양인숙의 불장난, 그 불장난을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에 윤나영이 동분서주 한 꼴이 됐고, 애꿎게 윤나영의 아버지 윤상훈(이호재)과 강준구가 죽고 윤정숙은 평생 홀로 사는 여인이 됐으며, 윤나영이 남몰래 낳은 딸 백인기(서우)는 불행한 삶을 살다 김민재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게 글쎄 원점이었군요.
 
실로 대반전이었습니다. 욕망의 불꽃의 근원지가 윤나영이 아니라 김영민이었으며 또 이를 덮으려는 김태진의 계략이었다는 것. 더 큰 충격은 김영민은 이미 아버지를 따라 울산으로 내려가 윤나영과 윤정숙 자매를 만나던 순간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어쩐지 세상 고민 혼자 다 안은 사람처럼 얼굴에 늘 시름이 가득 하더라니.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욕망의 불꽃의 주인공은 단연 신은경이죠. 유승호와 서우도 있지만, 아직 신은경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연륜이 있는데. 조민기 역시 발군의 연기자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이 드라마에선 신은경을 빛나게 해주는 역에 머무르는 것 같네요. 뭐랄까, 신은경을 위한 배경이랄까요….

신은경, 아니 윤나영이라고 해야겠군요. 윤나영은 지독한 악녀지요. 세상에 저토록 사악한 여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에다 악녀라고 불리는 것조차도 그녀에겐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악행을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우선 자기 언니를 강간하도록 강준구를 충동질한 악행이 있지요.

결국 강준구는 언니를 강간했고, 대서양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조민기)과 혼담이 오가던 언니 윤정숙의 인생은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강준구는 진심으로 윤정숙을 사랑했죠. 정숙을 보호하려던 강준구는 싸움에 휘말리며 살인죄를 저지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윤나영. 목적을 위해선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윤나영의 음모가 발단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나영의 아버지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으니 천륜을 저버린 것이었지요. 나중에 나영은 직접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목숨처럼 아끼는 아들 민재의 생모 양인숙을 자동차로 치어 죽인 것이지요.

물론 그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대서양가 근처에서 찻집을 운영하며 몰래 민재를 만나고 있지요. 당연 민재는 그녀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비극은 나영이 자기가 낳은 아이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낳자마자 죽었다는 소리에 안도하는 윤나영.

그녀라고 사람의 감정이 없지는 않겠죠. 죽었다고 하자 잠깐의 안도가 있은 뒤에 다시금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와 오열합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아, 저이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하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나 아무래도 그녀에겐 인간의 본성보다 악마적 본능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어제 그랬죠. 정숙이 고아원에서 데려다 길렀다는 혜진이가 자기 딸이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그녀는 다시금 절망적인 상태에서 절규합니다. 그녀의 절규는 위기감과 낭패감 때문이었죠. 그러나 잠시 후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다시금 잠깐의 안도에 뒤이어 인간적 슬픔이 그녀를 지배하는 모습.

그러더니 언니에게 악을 쓰며 "네가 그럴 수 있느냐"며 책임을 따집니다. 아, 그녀는 딸이 살아있었으며 10여 년을 살다가 다시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그 상황에서도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떠넘기는 고도의 술수를 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그 술수는 자기 마음의 짐을 덜어보려는 뜻도 들어있었을 테지요.  

그리고 나영은 정숙에게 선포합니다.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테야. 이걸로 우리는 끝이야. 앞으로 절대 찾아오지도 마." 그러나 정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혜진을 찾아 나영에게 돌려주고 용서를 빌고 싶은 심정이지요. 아이를 찾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마침내 정숙은 혜진이의 행방에 대해 실마리를 찾았나 봅니다. 나영의 저택 앞에 찾아간 정숙. 나영이 왜 찾아왔냐고 짜증을 내지만 혜진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희망에 찬 얼굴로 말하는데, 순간 나영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이렇게 소리치고야 마는군요. 

"아니 그 앨 찾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토록 조심해왔던, 자신의 이중적 면모를 들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언니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순간적으로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나영의 언니는 천사네요. 순간적으로 나영의 속마음을 알아챘을 법한데도 모른 척 넘어갑니다. 

▲ 뉴욕의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양인숙을 자동차로 치어 살해하는 윤나영


윤나영, 이렇듯 가면을 쓰고 20년 넘게 대서양가에서 자신을 숨기며 살았습니다. 죽음보다 더 외롭고 지친 영혼을 안고 그렇게 살았던 것이지요. 밤마다 알콜을 친구 삼아 낮의 고통을 위로하며 말입니다. 모두들 잠든 밤이 되면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으니 그때야말로 그녀에겐 가장 편한 순간이겠지요. 

어쩌다 자신의 이중성이 들통나는 순간이 생기면 당황하는 순간은 찰나, 어느 틈엔가 평정을 찾고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윤나영이었습니다. 그녀는 늘 현숙하고 친절하며 부지런하고 이해심 많은 대서양가의 며느리였습니다. 게다가 아무 욕심도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맹탕'입니다. 

그러니 위의 동서들도 그녀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주변을 속이면서 나영은 하나하나 대서양을 삼킬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꿈은 부잣집 며느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꿈은 남편을 대서양그룹의 총수로 만들어 아들 민재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욕망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그 끝없는 욕망을 위해 나영은 가면을 쓰고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들 잠든 밤이 되면 타는 목을 타고 넘는 술만이 그녀의 괴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그녀는 정말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지독한 악녀임을 알면서도 그녀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의 불행을, 그녀의 아픔을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보듬기 때문일까요? 그것 때문만일까요? 정말 그렇습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을 수없이 저질렀음에도 쉽게 그녀를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 무엇 때문일까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신은경이 윤나영의 이중적 면모를 유감없이 잘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로 신은경이 아니라면 누가 윤나영이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요?

▲ 가면의 두 얼굴, 윤나영


그러므로 윤나영이 저지른 숱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것은 모두 신은경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이제 양인숙(엄수정)도 등장했고, 양인숙의 기둥서방이며 비열한 건달 송진호(박찬환)도 등장했으며, 나영의 첫사랑 박덕성도 나타났으니 윤나영의 번민은 더욱 깊어지겠군요.  

그러나 버스회사 사장 아들 박덕성을 만난 자리에서도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네요. 오히려 박덕성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고 바로 위 동서 남애리(성현아)와의 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니 정말 섬뜩합니다.

아무튼 사상 최악의 악녀 윤나영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며 그녀를 쉽사리 비난하지 못하고 도리어 측은지심을 발동시키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공신은 누가 뭐래도 신은경입니다. 그녀의 신들린 연기에 윤나영의 영혼까지 사로잡힌 듯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불행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듯 하니, 앞길이 구만 립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욕망의 불꽃 홈페이지에서 대서양그룹 가계도를 살펴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거 완전히 현대가의 복사판이잖아! 그러니까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로군요. 그러고 보니 역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도 현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살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도 원래 이 현대의 성장배경을 드라마로 만든 <야망의 세월>로 정치적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셨죠. 그때 이명박 역을 한 사람이 '아, 씨바!'로 유명한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이명박으로선 자신의 아바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기고만장이 하늘을 찔렀지요.

아무튼 일개 드라마가 결국 일국의 대통령도 만들어내는 처지고 보면 드라마의 위력은 가히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현대가와 이명박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한번 더 있었죠. <영웅시대>란 드라마였는데, 2004년에 방영됐죠. 이때 이명박 역은 유동근이 했습니다. 그로선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죠. 유인촌이 그보다 먼저였다는 게.


그런데 왜 많은 재벌가들 중에 유독 현대가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것일까요? 삼성도 있고 엘지도 있고 야구방망이로 직접 나이트클럽 종업원들을 훈계했다는 회장님도 계신 한화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저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야 엿장수 맘대로란 말처럼 피디나 작가 맘이겠지요.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나름 그럴 듯한 이유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현대야말로 토건으로 성장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극적인 기업이란 거지요. 정권과 가장 유착하기 좋은 기업이 또한 토건 아니겠습니까. 건설업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비자금일 정도니까요.

대기업들이 너나 없이 앞다투어 건설회사를 차리는 이유도 실은 알고 보면 비자금 조성이 가장 손쉽다는 유혹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토건을 일으켜 산을 엎고 강을 뒤집어 돈을 버는 것만큼 손쉬운 일도 잘 없는 것입니다. 군부독재가 지배하던 시절에 건설회사가 가장 번성할 수 있는 이유지요. 

욕망의 불꽃 제2회가 맞이한 시대는 군부독재가 끝나고 바야흐로 민주정이 시작되려는 시점입니다. 체육관에서 소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던 것이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뽑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이순재)이 장관 사돈을 만나 이런 식으로 말하지요. 

"장관 사돈, 이제 우리 대서양도 이미지라는 걸 해봐야겠어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군부독재가 끝났으니 이제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다네요. 그러면 군부독재 덕에 재벌된 나같은 놈들, 몽둥이로 된통 맞게 되겠지요? 이렇게. 그러니 인상도 바꾸고 또…거, 있잖아요. 돈은 얼마가 들던지… 내가 원하는 건, 허허~"

이런 시대극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돈과 여자, 술, 음모와 계략 이런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재벌이 바로 현대가인 것입니다. 현대가 현대건설이란 토건회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 투박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정권유착으로 기업을 일으킨 김태진 대서양그룹 회장


어쨌든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님, 현대그룹의 창업주 회장님을 진짜 쏙 빼닮았네요. 울산에다 공장을 차리신 것도 그렇고…, 토건회사를 발판으로 정권과 유착해 문어발 확장을 하신 면도 그렇고… 직접 안전화를 신고 현장을 누볐다는 현대의 회장님처럼 직접 지프를 몰고 현장을 누비는 것도 그렇네요. 

그러나 무엇보다 쏙 빼닮은 게 따로 있었습니다. 뭐냐고요? 바로 다양한 성품과 내력을 지닌 풍성한 자식들입니다. 벌써 큰아들 김영대와 배다른 동생들인 김영준, 김영민이 등장했고 곧 인기 여배우와 김태진 사이에서 난 고명딸 김미진과 생모를 모르는 아들 김영식이 등장할 전망입니다.  

이 정도 풀로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뭐 제작비 여건상이라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기로 하지요. 그런데 수많은 재벌들을 제쳐두고 왜 하필 현대가를 찍어 대서양그룹과 연결시키느냐고요? 현대가 아니라도 위에 든 쏙 빼닮은 예들은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있을 텐데 말이죠. 

글쎄요. 그게 왜 그럴까요? 그동안 워낙 현대가 이 방면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다보니까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은 아닐까요?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무의식. 중학교 때 국어시간에 배웠던가? 어떤 골목에서 매일 같은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는. 


▲ 그래도 김태진 회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와의 의리는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네요. 그야 저도 모르지요. 누구도 그랬을지는.


아무튼, 대서양그룹의 김태진 회장. 10년도 더 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울산까지 내려온 그의 순수한 마음은,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만드네요. 그래서 대서양그룹의 미래는 현대가에 내린 불행과의 인연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긴 불행과 인연을 맺으면 또 어떻겠습니까. 윤나영처럼 어떻게든 돈 많은 집안에 시집 가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꿈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윤나영. 정말 무서운 여자네요. 돈 앞에 친언니도 아버지도 모두 버렸군요. 어쩌면 언니로선 더 잘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와 살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 아, 그런데 그게 또 그렇지 않군요. 혹시나 싶어 잠깐 욕망의 불꽃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더니 강준구(조진웅)는 윤정숙과 부부가 되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나영의 언니 정숙이겠죠)를 지키려다 살인을 저질러 사형수가 된다네요. 허걱~

그러고 보니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형제의 난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언급되어 있네요. 암튼^^ 아무리 봐도 이거 현대가의 복사판이 거의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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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은경, 참 오랜만이군요. 신은경은 한때는 좋아하기도 하다가 또 한때는 싫어하기도 한 그런 연기자였습니다. 아니, 조폭마누라에서의 신은경은 제겐 별로였습니다만 나머지는 대체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조폭마누라에서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신은경은 매우 특이한 캐릭터를 가진 연기자로 제게 기억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우선 생김새부터가 그렇죠. 어떨 땐 공주처럼 보이기도 하다가 또 어떨 댄 선머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매우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기다가도 어떨 땐 아주 귀엽습니다. 

뭐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운 건 사실이네요. 이거 뭐 잘 아는 지기도 아닌데 반가운 척 하려니 좀 거시기 하긴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욕망의 불꽃에서 신은경이 보여줄 윤나영은 실로 신은경의 카리스마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역이란 사실을 똑똑히 보여준 첫회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애가 죽었다는 소리에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리는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습니다. 윤나영(신은경)은,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애비도 모르는 자식'을 임신했습니다. 애비도 모르다니? 저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도 눈을 부릅뜨고 똑똑히 화면을 지켜보았지만, 그런 장면은 없었거든요. 

버스회사 사장 아들 이세창이 윤나영의 첫사랑 박덕성으로 나오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세창도 참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늙었을까요? 왕년의 미소년 이세창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군요. 하긴 나하고 몇 살 차이도 아니니 그럴 만도 하지요. 저는 사실 거울 보면 더 심하거든요. 머리 환경도 엉망이고. 

암튼^^* 실례~ 

이 박덕성이란 친구가 윤나영의 애인인데요. 윤나영을 그냥 노리개감으로 데리고 놀았던 모양이네요. 떼낼려고 깡패들을 고용했나봅니다. 박덕성과 헤어진 윤나영이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가다가 이 깡패들을 만난거지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여러 명의 깡패들 앞에서 어쩌겠어요? 

발로 차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배를 걷어차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윤나영, 정말 독한 여자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깡패 한놈을 부여잡고 다리를 이빨로 물어뜯더군요. 휴~ 그러나 결국 깡패들의 구두발에 윤나영도 그로키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 다음 깡패들은 쓰러진 그녀 위에다 돈 보따리를 풀었지요. 


"분수를 알아야지.니 주제에 어딜 사장님 아들을 넘봐. 이거는, 사장님께서 특별히 주시는 퇴직금이야. 너, 또 말썽 피우면 그땐 아주 작살을 내버릴 거야. 알았어!!" 

세상에, 나도 감쪽같이 속았지 뭡니까. 깡패들을 사주한 것이 박덕성의 아버지였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그 일을 시킨 것은 버스회사의 사장이 아니라 그 사장의 아들인 박덕성 본인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인면수심이. 

그러나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윤나영도 처음엔 박덕성의 아버지가 시킨 일로 알고 있었지만, 박덕성이 대화 중에 실수로 자기가 시킨 것이란 사실을 들키고 말았죠. 윤나영.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요? 그녀는 즉시 짐을 싸 고향 울산으로 내려갑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그녀의 몸은 예사 몸이 아니었습니다. 다친 곳은 얼굴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불룩한 배. 그녀는 임신을 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가 박덕성의 애를 배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토록 독하디 독한 윤나영이 시골행을 택했을까?' 하고 의문을 품었지요.

물론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그렇게 순순하게 물러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윤나영은 박덕성의 아버지를 찾아갔고,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물러날 윤나영이 아닙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윤나영의 필생의 꿈은 부자집 며느리가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오호, 통제라! 윤나영은 애비도 모르는 자식을 임신했던 것입니다. 윤나영이 절규하듯 그녀의 언니 앞에서 외칩니다. "어떻게 애비도 모르는 애를 낳을 수 있지? 이 애를 어떻게 죽일 수는 없을까? 언니는 간호원이잖아. 어떻게 해봐. 난 이 애를 낳으면 안 돼. 난 부자집에 시집가야 한단 말이야!"

(윤나영은 분명 깡패들에게 맞기만 했을 뿐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윤나영이 박덕성에게도 분명히 말했지요. 그런데 그녀가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짜 그때 동네 깡패들에게 당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과거를 버리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일단 패스^^)

그러나 이미 아이는 잉태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결국 언니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 아이를 낳게 되는데 의사가 큰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안 그러면 산모도 태아도 위험하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핏발 선 눈으로 절대 안 된다고 외치는 윤나영.

결국 죽음의 절벽 끝에서 윤나영은 아이를 낳았습니다.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윤나영, 제일 먼저 아이는 어떻게 됐냐고 묻습니다. 마치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아이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야심가 윤나영의 욕망이 교차하는 얼굴 표정으로.


언니는 아이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안도와 슬픔이 엇갈리는 윤나영. 그러나 곧 이어 절규합니다. 두 눈에 핏발이 곤두선 채로. 실로 섬뜩한 장면이었습니다.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리얼했습니다. 역시 신은경의 카리스마는 무서웠습니다.

신은경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언니는 거짓말을 한듯이 보입니다. 윤나영은 딸을 낳았고, 그 아이가 나중에 윤나영과 김영민(조민기 역)의 아들 유승호와 사랑에 빠질 운명인 모양입니다. 당연히 김영민은 윤나영의 소원처럼 부자집 아들이겠지요?
 
돈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빚어낼 한 재벌가의 불행한 인간사를 어떻게 잘 그려낼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MBC가 좋은 드라마를 내놓았습니다. 100억원이나 들인 김수로는 정말 기대 이하였지요. 이번에 김수로가 구긴 체면을 살려줄 수 있을런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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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