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1.24 헤르메스, 메르쿠리우스, 머큐리 by 파비 정부권
  2. 2009.08.22 역설의 퍼즐,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by 파비 정부권 (5)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아내 헤라 몰래 한 님프와 외도를 하여 낳은 아들이다. 그는 전령이며 소매치기이며 재담꾼이며 거짓말쟁이이며 발 빠른 여행자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마이아를 떠나 모험에 나섰는데 자기 재주를 십분 발휘하여 아레스의 칼,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아폴론의 황금 뿔이 달린 하얀 소 50마리 등을 훔쳤다.


그는 제우스 앞에 나아가 웅변가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했고 신들의 전령에 임명되었으며 올림포스 열두 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베르베르에 따르면 대신 그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러나 영악한 헤르메스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때로 깜박 잊고 진실을 다 말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헤르메스는 독창적인 악기를 만들기도 하고 설형문자를 발명하기도 하는 등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이런 재능 탓이었던지 그는 계약의 성사나 사유재산의 유지를 관장하는 신인 동시에 도둑들의 신이기도 한 모순적인 지위를 얻게 되기도 한다.


헤르메스라는 이름은 돌무더기라는 그리스어 헤르마에서 유래되었다고 믿어지는데 돌무더기는 그리스에서 경계 혹은 이정표를 나타낸다. 그는 길과 관련된 모든 것, 도로와 교차로, 시장, 선박 따위를 관장하는 신이며 여행자의 길 안내도 그가 맡았다. 죽은 자를 하계, 즉 하데스로 인도하는 것도 그의 책임이었다. 그는 또 점성술사의 신이기도 했다.


헤르메스 역시 다른 신들처럼 여신 혹은 님프, 인간과 결합하여 여러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아우톨리코스이다. 이 아우톨리코스의 손자가 오디세이아의 영웅 오디세우스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오디세우스를 뛰어난 지혜, 언변, 기략, 용기, 인내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그의 증조부 헤르메스처럼 교활한 모사꾼이다. 그는 트로이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려는 미르미돈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잔재주와 계략으로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뱀에 물려 렘노스 섬에 버려진 필록테테스와 그의 활과 화살이 없이는 결코 트로이를 정복할 수 없다는 예언자의 점괘에 따라 그를 데려오기 위해 파견되어 일을 성사시킨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이 끝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 세월 방황과 모험을 겪고서야 비로소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와의 재회가 허락되고 이타카 왕의 지위도 되찾게 된다. 10년에 걸친 표류는 신들의 저주가 결정한 운명 때문이었지만 어쩌면 헤르메스로부터 전해진 유전자 탓은 아니었을지.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처럼 이중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헤르메스의 로마식 이름은 메르쿠리우스이다. 영어식 이름은 머큐리이다. 내가 머큐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고급 미제 자동차 때문이었다. 아마 1993년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어떤 재판 때문에 부산고등법원에 한 달에 한번 정도 출석해야 할 일이 있었다. 보통은 시외버스를 타고 사상터미널에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 법원에 갔지만 가끔 친구 차를 타고 갈 때도 있었다.


정수 차를 타고 갔을 때였다. 친구 차는 경차의 대명사로 이름을 떨치던 티코였는데 부산 법원 근처는 아시다시피 차를 댈만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재수가 좋았던지 몇 바퀴를 돈 끝에 겨우 한 곳을 찾아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니 떡하니 티코보다 크기가 세배는 됨직한 대형 세단 한 대가 앞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머큐리였다.


건물 경비를 부르고 잠시 후 머큐리 기사가 왔다.


“아니 건방지게 감히 우리 변호사님 주차하는 자리에 티코가 대?” 
“하루 종일 쓴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게 너거가 전세 냈나? 너거만 여기다 대라는 법이 있나? 뭐 티코가 어째? 운전기사 주제에 눈은 높아가지고.”


성질 더러운 정수의 입에선 쌍욕마저 나올 태세였다. 그러자 이번엔 그 고명하신 변호사님께서 내려오셨다.


“뭐꼬. 누가 여기다 차를 대라고 했노. 차 빼주지 마라.” 
“아 씨발 진짜 이거 엿같네. 외제차도 오데 순 고물딱지 같은 거 하나 가지고서는. 알았다, 그래 함 해보자.”


친구는 당장 112에 전화를 걸었고 순찰차가 출동했고 양쪽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순경은 다른 문제는 일단 알아서들 법대로 하시면 될 일이고 자기는 머큐리에 딱지부터 떼야겠다며 스티커를 꺼내들고 변호사에게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뭐 그 다음 일은 상상들 하시는 대로다. 법집행을 잘 아는 변호사는 당장 꼬리를 내리고 차를 빼도록 지시했고 운전기사는 투덜거리며 차를 뺐으며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티코를 몰고 현장을 떠났다. 머큐리의 주인과 그의 머슴은 도둑놈 같은 인상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헤르메스처럼 교활하고 영악하지도 언변에 능하거나 머리회전이 빠르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알라딘에서 받은 책 제목이다. 무슨 이런 섬뜩한 책 제목도 다 있단 말인가. 사람을 먹으면 안 된다니. 그럼 사람을 먹는 사람들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물론 이건 나의 기우였다. 섬뜩한 제목과 달리 책은 처음부터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33개의 퍼즐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퍼즐은 "생각이 많으면 공주를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어느 왕국이 있다. 이 왕국에는 왕과 왕비가 있다. 왕과 왕비에겐 아리따운 공주가 있다. 그리고 똑똑이 왕자와 안똑똑이 왕자가 있다. 똑똑이 왕자는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남자답지도 못하지만, 대단히 영리하다. 안똑똑이 왕자는 그 반대다. 문제가 있다. 문제는, 왕이 아리따운 공주가 똑똑이 왕자와 결혼하길 원한다.
그러나 왕비는 안똑똑이 왕자를 지지한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공주의 마음은? 그녀는 현명하게도 그녀의 사랑이 누구에게나 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녀의 속마음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왕비가 제안한다. "구혼자들에게 과제를 내야겠어요." 왕이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요. 수학 퍼즐로 합시다. 가령 직각삼각형의…." 왕비가 반대한다. "어림없어요." 수학 문제를 내면 안똑똑이 왕자가 불리할 게 자명하다. "두 사람은 용을 죽여야 해요. 용을 쓰러뜨리고 먼저 돌아오는 구혼자가 우리 딸과 결혼할 수 있어요."
물론 왕은 이 제안이 못마땅하다. 그가 좋아하는 후보가 십중팔구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때 공주가 끼어들어 옵션을 제시한다. "둘 중 한 명은 단지 용을 죽이겠다는 마음만 가져도 되고, 다른 한 명은 실제로 용을 죽여야 한다면 어떨까요? 
똑똑이 왕자가 재빨리 '마음만' 옵션을 선택한다. 용을 죽이는 힘든 노동을 선택하는 것보다 '마음만' 먹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는 걸 영리한 그는 순간적으로 눈치 챈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자신의 더딘 이해력을 탓하며 용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왕비는 펄쩍 뛰었다. '무의미하고 바보 같은 짓이야!'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10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마젤란


현명한 독자라면 벌써 공주의 의도를 눈치 챘을 것이다. 공주는 영리하지는 못하지만, 잘 생기고 남자다운 안똑똑이 왕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별 고민 없이 칼을 차고 달려나가 용의 목을 베어 돌아왔다. 저자는 이 왕국에는 쉽게 죽일 수 있는 용들이 무수히 많다고 가정한다. 당연히 안똑똑이 왕자는 가장 쉽게 죽일 수 있는 아주 작은 용을 선택했다. 그럼 우리의 똑똑이 왕자는?


그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내가 용을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건 내가 용을 안 죽여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용을 죽이기기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용을 안 죽이겠다는 것과 같다. …… 좋아, 어쨌든 용을 죽이는 게 낫겠어. …… 아, 아니야. 그건 미친 짓이야. 그런 중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 내일 동이 트면 용을 죽이겠다고 진지하게 마음을 먹는 거야. 하지만 잠깐….'

저자는 '만약 '마음먹기'만의 조건이 안똑똑이 왕자에게도 주어졌다면?' 하고 자문한다. 그의 답은 그래도 안똑똑이 왕자가 이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안똑똑이 왕자는 별로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잡한 추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의 신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어놓고, 귀를 모두 밀랍으로 막으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이렌의 노래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남았다. 

똑똑이 왕자도 오디세우스처럼 '만일 죽일 마음만 먹을 수 있다면 굳이 죽일 필요가 없을 거라고 일러주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자신의 의도를 실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류의 퍼즐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언제나 일어난다. 우리는 늘 역설의 역설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자, 첫 번째 퍼즐을 통해 우리는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해 알았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그럼 다음 두 번째 퍼즐을 들어보라. 

두 명의 탐험가가 있다. 한 명은 비관주의자 페넬로페이고 다른 한 명은 낙관주의자 오필리아이다. 산악지대를 탐험하고 있던 두 사람은 크고 굶주린 곰을 만났다. 곰은 맛있는 아침식사를 상상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달아나는 게 좋겠어." 낙관주의자 오필리아가 재촉한다.
"아무 소용없어." 비관주의자 페넬로페가 곰을 보면서 절망스럽게 내뱉는다. "곰보다 빨리 뛸 순 없잖아." 
그러자 낙관주의자 오필리아가 능글맞게 웃는다. "안 그래도 돼. 우린 곰보다 빨리 뛸 필요 없어. '내'가 '너'보다 빨리 뛰면 되거든.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냅다 뛰기 시작한다.  
  
   

저자는 질문한다.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 곰의 아침식사 거리로 한 명만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둘 중 한 명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덕성은 그런 자기 희생을 요구할까?" "당신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그 결과로 무고한 사람이 죽게 되는 경우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안개 속을 헤맬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건 독자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안개 속을 직접 걸어보지도 않고 '오리무중'을 이야기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왠지 허전하다. 그러나,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항의할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퍼즐을 더 소개한다. 이 책의 제목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가 있다. 이 엽기적인 제목의 퍼즐은 이 책의 열아홉 번째 퍼즐이다. 물론 이 퍼즐도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엽기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역설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사실 오늘날 산다는 것이 서로 먹고 먹히는 그런 과정 아니겠는가?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한입 거리다.  

"가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는 번득이는 휜 이를 드러내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 이 순간 내가 어떻게 우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금 나를 회원으로 받아준 클럽에서 그렇게 따뜻한 환영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저녁거리지?" 몇몇 사람이 물었다. 나는 배가 고팠고, 사람들은 밝고 친절했으며, 게다가 너그럽게 회비를 받지 않았다. 나는 명예회원이라고 그들이 말했다. 순진하고 한심한 나. 나는 저녁식사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인 결과가 이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나는 손님이나 요리사로 초대된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해먹을' 한입 거리로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대단히 관대했지만, 나는 곧 그 관대함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읽은 현명한 독자라면 틀림없이 눈치 챘을 테지만, 이 책은 철학 책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안도하는 대로 그다지 어려운 책은 아니다. 거기다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전혀 없다. 사실 이 말은 과장이지만 그리 큰 과장은 아니다. 당신은 글자를 읽을 줄 아는가? 어쨌든 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만 그 대답이 '예스'라는 걸 서로 안다. 당신이 여기까지 읽었다면 우리는 이미 그 장애물을 넘은 셈이다."

'철학은 눈을 열고, 고로 '나'를 연다' 그러나 철학은 우리에게서 멀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훌륭한 철학 트레이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트레이닝을 통해 우리는 철학적 사색의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기발한 재치들이 퍼즐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여러분은 상식과 지혜를 얻은 기쁨에 가슴이 불꽃처럼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비트겐슈타인의 금언을 빌어 말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급하게 가지 말고 퍼즐 하나씩 천천히 읽고 천천히 생각하길 바란다는 뜻에서.

"천천히 하시오!"                   파비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10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마젤란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