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9.21 동이, 장희빈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하다? by 파비 정부권 (2)
  2. 2010.09.15 장희빈의 죽음은 곧 동이의 몰락 by 파비 정부권 (14)
  3. 2010.09.14 동이, 정정당당 장희빈 혹은 멍청한 장희빈? by 파비 정부권 (7)
  4. 2010.08.18 동이의 첫아들 영수, 죽음으로 엄마를 살렸네요 by 파비 정부권 (3)
  5. 2010.03.31 동이의 아들 영조가 왕이 된 이유는 유전자 탓? by 파비 정부권 (10)
제목을 달고 보니 제가 봐도 좀 황당하군요. 그러나 이런 가정은 어떻습니까? 실상 장희빈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인현왕후와 최숙빈의 투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입니다. 또는 이렇게 가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위 환국정치란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어낸 숙종의 정치적 계략에 의해 죽었다고 말입니다. 

왕조실록을 비롯해 공식 기록이든 비공식 기록이든 장희빈이 죽어야 할 죄목이 뚜렷한 게 없습니다. 다만 인현왕후가 죽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숙빈이 고변한 해괴한 무당 푸닥거리가 전부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도 인현왕후를 저주하기 위해 만든 인형과 여흥민씨 패찰이 등장했습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역사적 상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장희빈이 죽음을 맞게 된 이유가 인현왕후를 저주했기 때문이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 혐의란 것이 고작 숙빈의 고변이 전부이고, 증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장희빈이 죽어야 할 이유, 너무 허약해

증거라고 해봤자 바늘에 찔린 인형이 전부인데, 이게 왕후를 저주해 죽게 만들려고 한 짓이라는 증험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그런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장희빈이 만들었다고 확증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취선당 주변에 숨겨진 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판 함정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고는 해도 조선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조선은 유학을 섬기는 나라로 미신을 배격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왕실에서 무당을 불러다 푸닥거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왕후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죽었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거란 말입니다.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푸닥거리를 했고, 하필 우연하게도 인현왕후가 죽어버렸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을 사사할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게다가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장희빈이 한 행위가 저주인지 또는 인현왕후를 향한 저주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장희빈의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고 난 이후에 남인이 정권을 잡은 예는 거의 전무합니다. 정조가 등극하자 잠시 남인들의 세상이 되는 듯도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그조차도 노론을 완전히 배척하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노론의 힘이 강했으니까요. 100여 년에 걸친 장기집권의 결과는 세상 구석구석에 노론의 세력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왕조차도 감히 노론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정조가 죽고 1년도 안 돼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피바람을 일으켜(신유사옥) 남인 세력을 뿌리까지 제거한 것이 노론입니다. 

동이는 바로 그런 노론을 배경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 여인입니다. 숙종이 죽고 경종이 등극했지만, 노론의 등살에 연잉군을 세제에 봉하고 이도 모자라 세제에게 대리청정까지 맡기게 됩니다. 대리청정이 무엇입니까. 경종으로서는 실로 치욕스런 일이었을 겝니다. 

동이를 죽이려다 자기가 죽게 되는 장희빈 

이 모든 일은 장희빈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음으로써 세자를 지켜줄 남인과 소론은 거의 완벽하게 괴멸된 것입니다. 그런데 숙종이 장희빈을 죽이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동이가 숙종을 찾아가 일러바친 '저주에 관한 고변'이 전부입니다.

겨우 일개 여자의 말만 믿고 일국의 빈을 죽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더욱이 그 빈이란 장차 왕이 될 세자의 모후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동이는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장희빈이 최후의 발악으로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이는 오늘밤 칼에 맞아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게 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음모의 모든 내막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장희재 모자는 의금부에서 지독한 고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참다 못한 장희빈이 나서서 "모든 것은 내가 시켰다!" 하고 나서게 됩니다.

결국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가고 말았습니다. 원래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장희빈이 죽게 되는 이유는 인현왕후를 저주한 것이 동이의 고변에 의해 발각(?)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아무래도 그 정도 이유로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깨름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바늘에 찔린 인형'보다는 '칼에 맞아 중상을 입는 동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말은 드라마 제작진이 역사 속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증언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갓 인형 때문에, 그것도 질투심 많은 한 여인의 고변 때문에 장희빈을 죽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진실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고 고려해서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할 수는 있습니다. 장희빈은 과연 죽을 만한 짓을 했는가? 드라마 동이에서는 그럴 만한 일을 만들었습니다. 분명 장희빈은 죽어 마땅한 짓을 벌였습니다.

'바늘에 찔린 인형' 대신 '칼에 맞는 동이' 선택

그러나 역사에서도 과연 그런가.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동이 제작진은 동이로 하여금 칼에 맞는 비극을 연출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는 역설적으로 동이 제작진은 장희빈이 결백하며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장희빈은 동궁에 불을 질러 이목을 끈 다음 자객을 보내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한다.


물론 우리는 모두 동이 편이지만,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장희빈도 매우 불쌍한 여인이었군요. 거기다 아들마저 단명하고 말았으니…. 나중에 왕(영조)이 된 연잉군은 잠깐 탕평책을 씁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나름 정치적 계산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인좌의 난에 이어 과거장에 등장한 (영조의 경종 독살을 비난하는) 괴답안지 사건이 터지면서 탕평책을 거두어버립니다. 장희빈뿐 아니라 그녀의 아들 경종도 불행한 짧은 생을 살다 갔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희빈 모자가 참으로 불쌍합니다. 

어미는 남편의 손에, 아들은 동생의 손에(물론 설이긴 하지만, 그러나 유력한 설이기도 하지요) 죽고 말았으니 이보다 더 기구한 사연이 또 있겠습니까.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
Posted by 파비 정부권

장희빈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하지만, 10부가 연장됐다고 하니 이제 8부가 남았습니다. 왕자 금이가 성장해서 왕이 되는 모습도 그려야 하니까 장희빈을 그렇게 오래 살려둘 수도 없는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다음주 아니면 그 다음주쯤?

아무튼 장희빈이 죽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이는 장희빈이 몰락하는 것을 마냥 즐거워 할 수만 있을까요? 물론 드라마상에서 동이는 워낙 착하고 고운 여자라 장희빈의 몰락을 바라지도 그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장희빈 스스로 함정에 빠질 뿐이지요. 

그러나 실제의 동이는 어땠을까? 그녀도 그토록 착하고 고운 모습으로 장희빈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봤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인현왕후가 죽고 장례를 치르자마자 곧 숙종에게 달려가 장희빈의 비행을 고변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장희빈을 죽이는 것은 곧 동이의 몰락

▲ 동이, 그렇게 착하기만 한 여인이었을까?


우리가 실록의 기록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당대와 후대의 실력자 최숙빈이 임금에게 사사로이 고변한 기록까지 믿지 못한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실록은 어떤 경우에도 왕이 당대에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했던 만큼 기사 작성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터입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실제 역사에서는 드라마가 만든 픽션에서처럼 동이가 중전 자리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중전 자리를 따내기 위해 쟁투를 마다하지 않는 열혈여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숙종이 그런 동이의 말을 별 증거도 없이 믿고 장희빈을 사사했다는 것은 동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대단했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반대로 당시 숙종은 노론과 소론, 남인 사이에서 환국정치를 통해 세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던 고로 남인과 소론을 제거할 목적으로 최숙빈의 손을 들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국정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정권교체 같은 것이더군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현대의 정권교체는 민의로 바꾸는 것이지만, 그때의 정권교체, 즉 환국이란 임금의 뜻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숙종은 아마도 골치 아픈 원리주의자들, 책에 나오는 원칙과 민심 뭐 이런 따위를 즐기는 남인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서인들, 시류와 대세를 논하는 노론의 편을 드는 게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재물과 권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진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고, 그 가진자들이 세상을 운영하고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대세론은 왕에게도 매우 편안한 정치였을 겁니다. 

숙종은 매우 영악한 왕, 동이의 소원 다 들어주지 않아

숙종은 매우 영민한 혹은 영악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동이의 말을 100% 들어주었지만, 마지막 한가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왜냐? 동이가 다만 천인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치한 왕에겐 천민이니 귀족이니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숙종은 동이의 야심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선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수를 쓰느라 고생 꽤나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에게 자진을 명하는 동시에 교지를 내려 후궁이 왕비가 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것입니다. 한편으론 동이의 발고를 받아들여 장희빈을 죽이되 동이에게 중전 자리를 주어 권력을 몰아주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장희빈의 아들인 세자의 후계체제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이가 중전이 되면? 세자는 떨려나는 것지요, 당연히. 

인현왕후가 죽으면서 동이가 중전이 돼야만 세자도 살고 연잉군도 산다고 했던 말? 그건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중전인데, 여러분은 내 아들 말고 평생을 자기와 대립했던 여자의 아들이 왕이 되는 꼴을 보실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장희빈이 죽고 임금은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는 법을 만듭니다. 그리고 곧 새 왕비를 반가에서 들여오게 됩니다. 바로 인현왕후의 계비, 인원왕후입니다. 듣기로는 열여섯 살의 새파란 나이라고 하지요? 동이는 그때 몇 살이었을까요? 속 좀 뒤집어졌을 겁니다. 


뭐 들리는 설에 의하면 동이는 그 이후에 사가에 나가 시름시름 자주 앓다가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조가 등극하기는 것을 보지도 못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금만 더 살았으면 아들이 왕이 되는 모습을 보고 죽었을 텐데요. 49세면 저보다는 오래 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아까운 나이네요. 

동이의 투쟁이 만들어낸 후대의 피의 역사

그러므로 이런 결론의 유추가 가능해지는군요.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그것이 곧 자기의 영광으로 되지는 않았다, 세자도 바꾸지 못했고 경종이 등극하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 오히려 인원왕후란 새파란 왕비가 들어오면서 왕의 총애만 빼앗기고 사가로 내쳐지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요. 

그리하여 결국 소위 경종독살설이란 역사적 의문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경종독살설에 가장 깊이 개입된 인물이 동이인지도. 이인좌의 난이나 과거장 괴답안지 사건 등은 영조의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동이가 중전이 되고 세자도 바꿨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편해진 것이 아니라 더한 가시밭길이 앞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그러다 채 50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네요. 게다가 영조가 갖게 될 이 두 개의 콤플렉스, 경종독살설과 천민의 아들이란 사실은 후일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기반이었던 노론과 평생 싸우다 또 독살설을 남기고 죽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정조가 죽은 다음 해 1801년은 피의 해였지요. 신유사옥(혹은 신유박해)이라고 해서 정약용 3형제를 비롯 이가환, 이승훈 등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학살된 해였습니다.

이렇게 길게 보니 동이의 투쟁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로군요. 

                                                                                                   이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
Posted by 파비 정부권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지난주에 동이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게 했다는 유력한 증험들인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을 희빈 장씨에게 돌려준 것을 두고 혹시 꼼수가 아닐까 의심했었는데요. 그 유력한 증험들을 어제밤 다시 희빈이 동이에게 돌려주었군요.

물론 돌려준 이유는 동이가 내민 화해의 손을 거부한다는 의사표시인 것이죠. 한번 해보자 뭐 그런 선전포고인 셈인데, 저로서는 참으로 황망할 뿐입니다. 만약 제가 장희빈이었다면 그걸 돌려주기보다 불에 태워 증거를 인멸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장희빈도 꽤나 고지식한 사람인 모양이에요. 아니, 정직한 사람일까요? 마치 서부극의 건맨처럼 정정당하게 한번 승부를 내 보겠다? 그래서 동이를 찾아가 자신의 목을 겨눌 유력한 증험을 넘겨주었군요. 그리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동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목을 겨눌 증험을 돌려주는 장희빈, 이해가 안 돼

"너를 내 앞에 무릎 꿇리겠다. 그림자는 내가 아니라 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자기와 오라비를 죽게 만들고 나아가 세자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만들게 됩니다. 결국 나중에 왕이 된 세자(경종)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장희빈과 장희재가 죽고 없어진 마당에 세자를 보호할 세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한 것이지요.

실제 경종은 왕이 되자마자 신하들의 압력에 못이겨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고 심지어 (후에 거두어지긴 했지만) 대리청정까지 맡기게 됩니다. 엄연히 젊은 왕이 있는데 동생에게 대리를 맡긴다? 허수아비 왕이란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연잉군이 임금에 오르고 난 후에 탕평책을 쓴 이유도 끊임없이 나도는 경종독살설에 대한 나름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영조 4년에 일어난 이인좌의 난은 영조가 노론 일변도에서 소론 온건파와 나아가 남인까지 껴안는 정책을 취하도록 만들었지요.

그러나 과거에 입시한 선비들이 괴답안지를 제출해 영조의 경종독살설을 들추어 비난하는 사건이 있자 격노한 영조는 탕평책을 폐하고 다시 노론 일변도 정책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조에게 그의 형인 경종의 죽음에 얽힌 논란은 두고두고 골칫거리였을 터입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며 연잉군과 세자의 우애를 본다는 것은 실로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작자는 일부러 그리 만든 것일까요? 참 얄궂기도 합니다. 동이는 인현왕후가 죽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숙종에게 장희빈을 고발했다고 합니다.

"전하. 희빈이 중전마마를 저주하기 위해 인형과 왕비마마의 패찰을 만들어 해괴한 짓을 하고 무당을 궐에 불러들여 굿을 벌였다 하옵니다."

'숙종은 이 말을 믿었을까? 그저 투기를 늘 가까이 의복에 달고 살 법한 후궁의 말 한마디에 세자의 모후요 한때 왕비의 자리에 있었던 희빈에게 사약을 내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아니면, 희빈이 동이에게 돌려준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 그리고 무당의 자백 같은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일까?' 

장희빈보다 더 무서운 동이, 이미 대세는 끝났다 

드라마는 동이파가 장희빈파를 제거할 모든, 확고한, 완벽한 증험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만, 실제 당시 역사에서도 그랬던 것인지는 전혀 알려진 게 없습니다. 다만, 숙종이 숙빈 최씨의 말을 듣고 희빈을 의심하고 내쳤다고만 돼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진실성 여부를 떠나 무언가 장희빈을 제거할 준비들이 있었겠지요. 드라마에서는 그 일을 서용기와 차천수, 감찰부 궁녀들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론의 편에 서서 드라마 동이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희빈과 소론, 남인들이 억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장희빈은 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페어플레이 정신이 투철하기로 자기 목을 겨눌 확실한 증험을 동이의 손에 다시 쥐어주다니요.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장희빈이 그렇게 정직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즐기는 사람이었습니까.

저주의 인형과 죽은 왕비의 패찰을 동이에게 도로 돌려주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장희재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주의 인형을 화해의 손길이라며 장희빈에게 내어주는 동이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걸 다시 돌려주는 장희빈과 무반응 장희재는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날 잡아 잡수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게다가 저는 매우 큰 배신감에 빠졌습니다. 아니 죽은 왕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간주될지도 모를 저주의 인형이 무슨 장난감입니까? 아니, 진짜로 장난감이었던 모양이지요? 그냥 재미로 희빈과 동이가 둘이서 서로 한 번씩 가지고 놀아본.  

나중에 동이가 숙종에게 희빈의 비행을 고변할 때 이 인형과 패찰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죠. 거기에 희빈이나 취선당 나인들의 지문이 묻어있는 것도 아닐 테고. 혹 모르겠어요. 동이가 또 어떤 영험한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그걸 밝혀낼 지도…. 

또는 이 문제의 인형과 패찰은 이것으로 영원히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만 제공한 걸로 만족하면서. 그럼 우리는 언제 그런 인형 따위가 있었냐며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겠죠. 그러나 어쨌거나, 이후에 어떤 결론이 나든, 저는 장희빈이 참 멍청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떻든 드라마상에서 그 인형은 장희빈의 범행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물이거든요. 자기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벌을 받을 것이 아니라면 그런 불길한 증험들은 재빨리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상책 아닌가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고요? 원래 장희빈이 그렇게 정정당당한 사람이었다고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정정당당 장희빈 혹은 멍청한 장희빈?

제가 생각할 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장희빈은 많은 경우 왜곡된 측면이 많아 보입니다. 오히려 동이가 더 지독했을 수도 있어요. 그녀는 천민에서 정1품 빈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잖아요. 게다가 자기 아들을 왕의 자리에까지 앉혔죠. 이에 반해 장희빈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부잣집 딸로 편하게 살았던 여자죠.

아마도 그녀의 집안은 재벌가로 정치계에 돈을 대고 세력 꽤나 쓰는 그런 집안이었던 모양입니다. 숙종시대라면 이미 상권을 장악한 중인들이 상당한 세력을 떨치고 있던 시대였지요. 그나저나 거듭 죄송합니다.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희빈 손에 들어간 인형으로 인해 희빈이 궁지에 몰릴 거라는 예상.

그러나 인형을 다시 동이에게 돌려준 것은 명백한 실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대목에서 멍청한 또는 정정당한 장희빈을 위해 축배를 들어야 할지 위로의 잔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태워버리고 말죠. 

네? 제가 정정당당하지 못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정정당당 장희빈을 위해 건배!! 

                                                                                                 이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영수가 죽었습니다. 결국 죽고야 말 것을 알았기에 모두들 조마조마했을 테지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갑자기 홍역에 걸려 돌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숙종이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동이가 검계 수장의 딸이란 것을 안 이상 살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신유년의 검계가 소위 '양반연쇄살인사건'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검계란 반체제 조직을 만들고 무장까지 갖춘 것은 결코 당시 정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반역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신경 써야한다면 너무 재미없게 될 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아무튼, 동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동이 스스로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었으며, 새로 만들어진 검계의 수장을 도피시키려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물론 동이의 착한 심성 때문입니다.

임금의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녀의 처소나인들이 모두 한성부에 붙들려갔기 때문이지요. 한성부서윤 장무열. 야비하지만, 실로 당찬 인물입니다. 감히 임금이 수사하지 말라고 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것도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을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치적으로 확실히 독립된 검찰입니다. 뭐 판관 포청천쯤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알다시피 그는 판관 포청천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은 아닙니다. 야심이 뼛속까지 사무친 장무열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도 손을 잡는 비정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기네 당파가 위험에 빠지자 같은 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임금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 장무열, 그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된단 말입니까? 결국 장무열이 가야할 길도 장희빈이나 장희재처럼 죽음뿐이겠군요. 역시 일전에 썼던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에서 조선시대는 고지식하리만치 법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늘 '법도'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었지요. 장무열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이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걸로 생각했던 동이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양반연쇄살인사건'의 전모도 곧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검계 수장 게둬라의 임무는, 동이의 성씨 찾아주기? 

그나저나 동이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느닷없이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검계 수장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장무열에게 이용만 당하고 생을 마감한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습니다. 정말 이름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게뒀음' 좋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게둬라가 왜 나타났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둬라는 동이에게 제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최효원의 딸 최동이. 찾아보니 해주 최씨더군요. 해주 최씨. 매우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동이의 아버지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나중에 영의정에 추증됩니다. 물론 이는 다 동이가 아들을 잘 낳았기 때문입니다. 

동이는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동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함정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동이에게 사약을 내릴 것을 주청합니다.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검계 수장의 딸 동이는 자신들의 원수입니다. 반상의 체제를 부정하는 검계의 딸이 후궁으로 있다는 것은 그들에겐 크나큰 위협입니다. 

아마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영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모든 스토리는 픽션일 뿐이며, 따라서 영조도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후일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절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마치 어머니의 위기를 눈치라도 챈 듯 아들 영수가 병에 걸린 것입니다. 홍역. 마진이라고도 하고 마마라고도 불리는 천연두. 요즘은 이 증상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로서야 백신이 없으니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걸린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 홍역.

시름시름 앓던 왕자 영수는 급기야 죽고 말았습니다. 온 궁궐이 슬픔에 잠겼고 거리의 백성들도 통곡해마지 않았습니다. 그 모양을 바라보던 저는 아, 저렇게 해서 동이를 위기에서 구할 생각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왕자를 잃은 동이를 죽이자고 달려들 간덩이가 부은 신하들이 있겠습니까. 

영수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동이를 천씨에서 최씨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 제작진이 어떻게 동이에게 최씨 성을 돌려줄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동이가 제 성을 찾기 위해선 두 명의 죽음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동이의 어릴 적 동무 게둬라였고, 하나는 동이의 아들 영수였습니다.

게둬라는 동이의 정체를 밝히며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아들 영수는 그런 동이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이 갖는 공통점은 동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선 벌써 이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비극의 마지막 1년이 다가오다

사가로 내쳐진 동이를 못 잊어 밤에 찾아온 숙종은 동이에게 다시 왕자 금(후일 영조)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아들이 생긴 동이, 시름을 잊고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마음의 병엔 세월만한 약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망각이란 것입니다.

곧 동이는 궁궐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리고 후궁으로서 최고의 자리인 빈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흔히 왕의 부인을 일러 비빈이라 하는데, 비는 왕후요 빈은 후궁의 최고 지위인 것입니다. 6년 세월이 흘렀다면 때는 서기 1700년, 왕자 금은 일곱 살입니다. 그리고 장희빈이 사사되기 딱 1년 전입니다.
 
파란이 일겠군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다 동이를 위해 죽은 아들 영수의 덕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영수에게 묵념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아가신 왕자마마를 위해 일동 묵념~ 딴 딴따단, 딴 딴따다, 아, 이건 결혼행진곡이군요. 묵념할 때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하더라??

                                                                                                     이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

Posted by 파비 정부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일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라니? 우선 우리는 동이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한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여자였는데 숙종의 후궁이다. 원래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였다가 후궁에까지 올랐으며 그녀가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가 곧 영조다. 그러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다.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짐작이 간다. 원래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세가 출신들로 출세가도를 달려왔을 신하들이 천민의 아들인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에 경멸이 담겨있다고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조를 다룬 드라마, 소설들에서 그의 영민함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괴팍한 성격이 어쩌면 천민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씨앗은 어미가 양반이든 상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왕자인 것이다. 이것이 사대부들과 왕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에도 영조에게 콤플렉스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사슬이었다.

그런데 영조는 어떻게 천민의 아들이면서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자식은 어미의 출신을 불문한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는 무수리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숙종에게는 아들이 영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효종대왕의 자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영조였다. 신라시대로 말하자면 성골남진이라고나 할까. 성골 남자들은 영조 하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씨가 마른 것이다. 영조마저 죽어 없어지면 완전히 성골남진이 되는 상황. 물론 선덕여왕처럼 공주나 옹주가 왕이 되면 간단한 것이지만, 여긴 신라가 아니다.

자손이 희귀한 왕가

하늘은 왜 효종의 자손 번식에 이토록 인색했을까? 현종은 효종의 외아들이었으며, 숙종은 현종의 외아들이었다. 영조의 아비인 숙종은 말하자면 2대 독자였던 셈. 왕가에서 2대가 독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숙종에게도 오래도록 아들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런 와중에 중인 출신의 장희빈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신분의 벽을 깨고 마침내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실은 무수리 출신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든 동이도 대단하지만 중인계급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더 대단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의 아들 역시 왕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곧 경종이다. 이렇게 해서 영조는 숙종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이요, 효종의 유일한 혈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조가 대통을 이어받는 데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소론이었다. 그들은 정통성에서 효종보다 우월한 소현세자의 현손을 경종의 양자로 삼아 대통을 잇자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노론의 후원을 받는 영조가 그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동이>에서도 장희빈은 역시 악녀로 그려지겠지만, 그녀가 진짜 악녀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희빈은 남인의 지원을 받는 후궁이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그녀를 궁에 들여보내는 남인의 수장(정동환)은 매우 냉혹하며 잔인하고 야비한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한 장희빈과 동이가 출세한 이유, 번식력이 떨어지는 유전자 탓?  

그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패들도 서슴없이 죽인다. 극 초반에 벌어진 살겁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인이었다. 그리고 그 살겁을 저지른 원흉도 같은 남인. 아이러니지만 탕평책으로 유명한 영조의 뒷배가 노론이었으며, 정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의 핵심들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앞으로 보여주게 될 남인들과 장희빈의 악행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장희빈이 왜 악녀였을까?" 혹은 "왜 악녀로 그려졌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실은 당대의 집권당이었던 노론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동이든 장희빈이든 양반 출신이 아닌 그녀들이 빈도 되고, 중전도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번식력이 떨어지는 왕가의 유전자 탓이었던 것이다.

이 힘없는 유전자는 결국 강화도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나 하던 강화도령을 데려다가 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왕이 된 철종도 후사를 남기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효종의 가계는 문을 닫고 말았다. 흥선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이 되었지만, 그는 실은 효종의 직계가 아니라 인조의 3남 인평대군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말이 많이 샜지만 내가 보기에 동이가 후궁의 최고 자리인 정1품 빈에 오르고 아들을 왕으로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보다는 생물학적 환경과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기야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인현왕후를 도와 장희빈의 반대편에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천을귀인? 천민들의 왕? 허걱~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가 꽤 대단한 인물이란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드라마 <동이>는 여기서도 너무 한참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동이>는 김환이란 역술가(또는 관상쟁이?)를 내세워 동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천을귀인!

"오, 저 아이가 바로 천민들의 왕이 될 것이야!"


천을귀인이 무슨 뜻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환은 이어 동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천민들의 왕은 검계의 수장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가 될 것이야." 허걱~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천민들의 왕? 동이가 천민들의 왕이 된다고? 하하하~ 이거야말로 완전 코미디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동이는 영조를 낳았으며 이후 조선의 왕은 모두 영조의 후손들로 채워졌으니…. 고종 역시 조부인 남연군이 사도세자의 아들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되었다면 넓게 보아 영조의 후손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천민들의 왕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장난일까.

이런 걸 두고 보통 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다고 하던가? 아무튼 어이가 없다. 하긴 "부자들에겐 세금 감면을! 서민들에겐 복지 축소를!"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도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도 참 어렵게 살던 서민이었소!" 하며 "그러니 나는 서민대통령이요!"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 탓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이>는 재미가 기대되는 드라마

게다가 <동이>는 매우 재밌는 드라마다. <허준>과 <대장금>에 빛나는 이병훈 PD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천민들의 왕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추노>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업복이와 노비당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제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ook!사이판 총기난사 피해자 박재형 씨에게 희망을 주세요. ☜클릭
Posted by 파비 정부권